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3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36화
우주 여행(3)
우주의 4대 무신(武神) 네달람.
오랜만에 다시 그 모습을 보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원래 저렇게 강했었나?’
언제나와 같은 검은 두건과 살짝 음침한 중세 시대 투구.
보이는 모습은 똑같다.
‘하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기존과 차원이 다르다.
지금 만들고 있는 정수로 따져 환산해 보자면……. 대충 27,000개 정도?
원래는?
저번에 만났을 땐 어느 정도였는데?
[수(水) : 저번에? 그 일(日) 날개 가져다줄 때?]응.
[수(水) : 그땐 뭐,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지? 몇백 개 있었나? 하도 약했어서 기억도 잘 안 나네.]“…….”
그렇다는 건?
주동훈이 눈을 번쩍였다.
이번 경기로 최소 26,000개 이상 벌었다는 말 아닌가?
뭐, 다른 거로 벌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적다고 봤다.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은 1분입니다.]“저번에 준 날개는 잘 쓰고 있나?”
인사차 물어보는 네달람의 표정이 제법 좋았다.
어디 좋을 뿐인가?
무슨 보물단지 보듯 한다.
이러면 더 확실해진다.
본인이라도 저만큼 벌면 기분 좋을 테니까.
어디 한번 슬쩍 찔러 볼까?
“예, 잘 쓰고 있죠. 덕분에요.”
펄럭!
주동훈이 날개를 펼치며 말했다.
“후원자님도 제 덕에 재미 좀 보셨나 봐요?”
흠칫.
네달람이 입술을 살짝 떨었다.
– 빙고.
날개에서 김진아의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들어오기 전에 실험 삼아 그녀를 날개에 넣어봤다.
목소리가 들리는 거 보니, 잘 와졌나 보다.
– 길마님. 너무 자극하진 마요. 저분. 길마님한테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으니까.
주동훈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네달람이 헛기침했다.
“큼큼, 재미야 보긴 봤지. 일단, 시간이 없으니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조만간 또 네게 후원 목록이 도착할 거다.”
“후원 목록……. 네 그렇겠죠.”
항상 이때쯤 도착하긴 했었다.
“조언, 아니, 부탁 하나 하겠다. 이번 후원자는 선택하지 말아다오.”
“예?”
선택하지 말라고?
“그렇게만 한다면 네 두 번째 후원자이신 일레오르께서 그 값을 톡톡히 치를 것이라 했다. 뿐만 아니다. 나 역시 널 위해 그만큼의 보상을 지불할 것이다. 장담하지. 네가 그 어떤 후원자를 선택해도 우리가 주는 보상만큼 달콤하진 않을 거다.”
“…….”
흠.
일리가 있긴 했다.
저번에도 천신의 날개를 주면서 손을 벌벌 떨며 말했었지.
– 네게 후원을 보낸 존재들 모두가 힘을 합쳐도 이 물건을 하나 장만하기 어려울 거다.
그리고 그 말이 맞았다.
정수의 봉인을 푼 입장에서, 내게 저 날개의 가치는 값으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 길마님.
그때, 김진아가 태클을 걸어왔다.
– 잠시만요. 일단 정중히 거절해 보세요.
정중히?
주동훈은 왜일까,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일단 시간이 없으니.
“만약 후원자를 선택한다면요?”
“……뭐?”
네달람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 못 한 듯했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겠지……?”
“그럼 죄송하지만, 후원자 선택 문제는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엉?”
“솔직히 그렇잖아요? 제 후원을 해주고 얼마나 얻는지 제가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만큼의 보상이 어느 정도인지 제가 어찌 알겠어요. 게다가 전 왜 후원자를 선택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 이유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살아보니 제일 중요한 게 정보다.
알면 알수록 유리하고, 모르면 모를수록 손해 볼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김진아도 스틱스란 정보 집단을 따로 구축한 것 아니던가.
– 나이스. 역시, 길마님. 똑 부러지게 잘하시네요!
정보를 모르면?
‘내가 직접 알아보면 되지.’
어떻게 아냐고?
본인이 직접 본인한테 후원해 보면 된다.
그것만큼 정확한 게 없다.
아마, 김진아도 그걸 노리고 거절하라 한 거겠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건,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마무리되지 못한 후원이 있다면 마무리 지어주세요.]“흠.”
시간이 진짜 얼마 없다.
네달람은 눈에 띄게 당황하다 눈살을 찌푸렸다.
주동훈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우선, 제게 주실 후원은 따로 없으신 거죠?”
“크흠……. 잠시만 기다려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네달람이 소매를 뒤적거렸다.
동시에 꺼내는 것은 하나의 종이였다.
“이게 뭐죠?”
“알 거 없고. 네 말대로 시간 없으니, 일단 받아라.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수하는 게 좋을 거다.”
“……넵.”
주동훈이 그것을 받아 들자.
“그리고. 그 선물이 부디 대답이 되었길 빈다.”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이 끝났습니다.] [각자 자리로 복귀합니다.]스슷!
시야가 이질적으로 변하면서, 지구로 복귀했다.
***
“호오.”
도착해서 바로 종이를 펼쳐본 주동훈은 깜짝 놀랐다.
일종의 계약 증서였는데.
나 네달람은 이번 후원으로 얻은 힘의 절반(정수 12,623)을 지구의 주동훈에게 지급하도록 하겠다.
단, 주동훈이 리그의 플레이어 자격을 벗어나 그 위로 성장했을 때 지급한다.
이는 창조룡 일레오르의 보증을 받아 작성한 문서로 지급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시, 일레오르가 직접 집행한다.
이런 식으로 적혀 있었고, 증서에는 영롱한 기운이 담긴 네달람의 서명이 각인되어 있었다.
이거 진짜야?
진짜겠지?
이런 걸로 굳이 사기 칠 이유는 없으니.
[수(水) : 보기 드물게 정확한 놈이다. 딱 지가 가지고 있는 양의 절반만큼 네게 건 거야.]그러게.
굳이 주지 않아도 되는걸.
“확실히 착하네요.”
“그쵸?”
김진아도 내용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뭐랬어요. 전 눈빛만 봐도 알아요. 저 존재가 나한테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 과연, 무신 타이틀을 꽁으로 딴 건 아닌가 보네요.”
“왜요?”
“운이든, 직감이든. 길마님의 가치를 알아보니까.”
그녀가 빙긋 웃었다.
“길마님은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갚으시잖아요? 그런 길마님한테 따악~ 잘 보이는 거 봐요. 후후.”
“…….”
그런 건가?
감동이긴 했다.
천신의 날개도 그렇고, 이번 증서도 그렇고.
“그리고 여기서 더 중요한 거!”
김진아가 혀로 윗입술을 달콤하다는 듯 할짝댔다.
“후원 보상의 절반이 정수 12,623개라 했어요. 이거에 대해서 바로 알아봐야 해요.”
“맞네요.”
급했다.
보통 이맘때쯤 후원 목록이 도착하는데, 그 전에 그 ‘후원’이란 걸 어떻게 하는지 한시라도 빨리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다면 해야지.’
네달람에겐 미안하지만, 얻은 것의 절반으로는 살짝 부족하다.
‘내가 날 후원하면 절반이 아니라 전부 다 얻을 수도 있는 거잖아?’
물론, 저 마음에 대한 보상은 나중에 따로 할 예정이다.
“타세요.”
펄럭!
주동훈이 날개를 펼쳤다.
약속대로, 이번엔 김진아랑 같이 우주를 노닐 생각.
– 넵, 이미 탔지요!
주동훈이 곧바로 초월체로 변했다.
***
가장 먼저 간 곳은 안내소였다.
다행히 주동훈을 안내했던 그 관리자가 그대로 있었다.
“초월자님. 또 방문하셨군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꾸벅.
관리자가 공손히 초월자를 대했다.
– 와, 진짜 이런 공간이 있었구나.
김진아는 주동훈의 시야를 그대로 공유한다.
그 덕에 평범한 인간임에도 초월체의 시야와 감각을 곧이곧대로 받아 경험하는 중이었다.
“후원.”
주동훈이 관리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걸 하려면 어떡해야 하지?”
“벌써 후원을요?”
“왜, 문제 있나?”
“아뇨, 그런 건 아닌데. 신기하네요, 보통은 베팅부터 하다가 후원 개념도 알게 되는 건데. 아직 첫 베팅도 안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냥 후원부터 해보고 싶다.”
“옙! 당연히 그러실 수도 있지요. 어느 경기, 어느 행성 플레이어에게 후원하시려고요?”
“말하면 아나?”
“찾아보면 바로 나오죠. 제가 바로 안내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제한 같은 건 없나? 예를 들어 현 다이아몬드 티어 행성에 걸 수도 있는 거야?”
“어……. 걸 수야 있겠죠? 사전 경기 정보만 못 볼 뿐, 경기 자체는 볼 수 있으니까요. 근데 다이아몬드면 힘들 겁니다. 웬만한 행성이 요구 후원자 3명을 다 채운 상태일 거라.”
– 휴, 다행이네요.
김진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베팅은 못 해도 후원은 할 수 있나 봐요. 하긴, 경기 구경은 모두에게 열어놨을 테니까.
사실 베팅 가능한 사람만 경기 구경하도록 해두면, 그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다.
우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줘야, 그거에 혹해서 베팅도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디, 누구에게 후원 요청하시렵니까? 아, 참고로 후원 요청한다고 다 되는 거 아닙니다. 인기 있는 플레이어는 거의 될 확률 없다고 보시면 돼요.”
“다이아몬드 티어 소속 지구의 주동훈.”
“아아아! 그분!”
관리자가 호들갑을 떨며 아는 체 해왔다.
“캬, 그분 요즘 엄청 핫하죠! 소식 들으셨나 보군요! 무패 행진! 차기 5대 무신 후보에도 오른 자! 이번에 인베이그족 오버 마인드를 한 손으로 때려잡는 모습은……. 진짜 미쳤다니까요.”
경기를 떠올리는 건지, 양손을 붙잡고 황홀한 표정을 짓는 관리자.
– 길마님. 전 우주적으로 인기 많으시네요.
“근데 그분은 경쟁 진짜 빡셀 거예요. 2/3칸이니까 지원할 수 있고. 곧 마감이네요? 와, 지금 목록 보니까 1,300,421 존재가 신청했는데. 진짜 여길 넣으시려고요?”
“응.”
“으음, 안 되실 텐데. 잠시만요. 신청서 드릴게요.”
관리자가 이것저것 정보를 캐물었고 주동훈은 그 질문에 성실히 응했다.
“말씀드린 대로 주동훈 플레이어에게 표시될 이명은 ‘미지의 초월자’가 되실 거예요.”
미지의 초월자.
이명은 주동훈이 정하는 게 아니다.
시스템이 초월자가 된 과정을 추적 후, 그에 적합한 이명을 부여한단다.
아마, 인지 마법으로 가려져 있기에 저런 이명이 뜨는 것 같았다.
“하실 말씀은 ‘꼭 뽑아줘라.’ 이거로 정말 충분하시겠어요? 흠, 이런 평범한 멘트는 보통 거들떠보지도 않을 텐데.”
“그냥 그렇게 해줘라. 아, 그리고.”
타악!
주동훈이 손가락을 튕겨 정수 하나를 관리자에게 건넸다.
이번에 열심히 조각한 어둠(Dark)의 정수였다.
월(月)의 정수 파편 아니다.
어둠(Dark)의 정수다.
“이, 이건……?”
관리자의 눈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그들이 평소 초월자에게 깍듯하거나 애교 있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갑자기 이런 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 아니던가.
“주는 건 아니고.”
“……아?”
감동했던 표정이 금방 실망하는 기색으로 바뀌었다.
“그거 정수 맞지?”
정수 맞냐고?
무슨 의도로 묻는 걸까?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관리자는 성실하게 답했다.
“예, 순도 100% 어둠(Dark)의 정수가 맞습니다만……. 그건 왜.”
스슷.
관리자의 손에 있는 정수가 그대로 주동훈에게 빨려 들어왔다.
‘다행이네.’
직접 만든 거지만, 이게 정말 통용될까 걱정했었는데 아무런 문제 없는 듯했다.
“관리자, 넌 이름이 뭐지?”
“제 이름 말입니까? 안내소 담당! 오돌이라 합니다.”
오돌?
오돌뼈도 아니고.
참 특이한 이름이다.
“그래, 오돌.”
“옙, 초월자님!”
관리자의 태도가 이전보다 더 공손해졌다.
분명 초반에 지급되는 정수는 불(Fire)의 정수.
그런데 어둠(Dark)의 정수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쩌면 엄청난 뒷배가 있을 확률이 있다는 것.
보통 처음 은하급에 도달한 초월자들은 정수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잘 안내해. 잘하면 정수 몇 조각 나눠줄 테니까.”
“……예?”
오돌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월자를 바라봤다.
한 조각도 아니고 몇 조각?
“왜, 증서라도 쓸까?”
“아, 아닙니다!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혹여나 마음 변할까, 아니면 마음이 상하기라도 하실까.
오돌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지구로 복귀한 주동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했던 메시지를 받게 된다.
[띠링!] [지구 랭킹 1위, 스켈레톤 갓에게 후원 목록이 도착합니다.]“그렇지.”
시야에 말도 안 되는 수의 목록이 촤르륵 떠올랐고.
가장 아래로 스크롤을 내린 후 조금 올리자, 원하는 대상을 찾을 수 있었다.
[1,300,421. 미지의 초월자 – “꼭 뽑아줘라.”]“진짜 거들떠도 안 보게 생겼네.”
주동훈이 씩 웃었다.
선택은 당연했다.
“이거.”
[띠링!] [세 번째 후원자를 선택합니다.] [당신의 후원자의 이름은 미지의 초월자.] [당신은 1년에 한 번, 그가 주는 보상과 조언을 받을 수 있습니다.]진짜.
이게 되네.
주동훈의 세 번째 후원자는 바로 본인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