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5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57화
스페이스 흥신소(8)
본격적인 그릇 제작이 시작되었다.
작업이 시작되자, 망치 든 주동훈과 드미르는 표정부터가 달라졌다.
까앙! 까앙!
둘의 제작 스킬 습득 속도는 확실히 남달랐다.
주동훈은 그것을 하나의 술(術)로 이해했고, 드미르는 심화 블랙스미스 과정의 일부라 생각했다.
당연히 장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정말 처음 하는 것 맞습니까……?”
“두 분 다 재능이 넘치시는데?”
“어찌 저런 비싼 재료를 떨림 없이 과감하게 내려칠 수 있단 말인가.”
몇몇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매번 그릇을 만들기에 거기 사용되는 재료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나 이번 그릇은 기존 그릇과는 차원이 다른 고성능 그릇이었다.
“어, 어어……. 방금 그건!”
까앙! 까앙!
장인 하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재료의 원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1정수짜리였다.
굉장히 예민해서 부드럽게 다루어야 하는 아이이기에, 잠깐의 실수로 날려 먹을 수 있는 거란 말이다.
장인들은 그걸 다룰 때면 밤낮을 지새워 세심한 작업을 거친다.
그런데 주동훈과 드미르는?
시원시원하게 서슴없이 내려치고 있었다.
‘저걸 저렇게 내려친다고?’
‘하긴, 저들에게 1 정수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진정한 장인은 정수가 많아야 한다는 건가? 나는 저 여유가 부럽다.’
까앙, 까앙!
문제는.
그렇게 깎여 나가는 재료의 상태가 더없이 완벽해지고 있다는 거였다.
장인들은 멍하니 그들의 망치질을 바라봤다.
‘아름답다. 더없이 아름다워.’
까앙, 까앙!
망치가 엇박자로 찍힐 때마다 장인들의 눈가에는 감탄이 어렸다.
그릇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재능이 있었던 것!
“이다음 불을 지피라 했죠?”
“옙! 불은 여기 있는 화로를 쓰시면 됩니다.”
수석 장인이 서둘러 그들을 화로로 안내했다.
어느덧 그들의 행동에는 경계심이란 것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어디 한번 보죠.”
화르륵!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주동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불의 질이 좀 별로네요.”
“헛, 그럴 리가요! 저희는 이 우주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급 연료만 사용합니다!”
“잠시만요.”
싱긋 웃은 주동훈이 팔을 뻗어 불꽃에 손을 가져다 댔다.
동시에.
화르르릇!
순수한 화(火)의 정수의 힘이 그의 손에서 발아해 불꽃의 질을 바꾸기 시작했다.
더없이 정순한 불꽃으로.
‘헉.’
‘저, 저건……. 말도 안 돼.’
‘불꽃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타오를 수 있단 말인가.’
장인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릇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불이다.
순간 화력도 뛰어나야 하며, 그 화력이 지속해서 유지되어야 깎아놓은 재료가 수월하게 엉겨 붙는다.
또한 불꽃이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그릇을 익힐 때 연기가 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되겠네요.”
“……도, 도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
불(Fire)의 정수를 가져다 써도, 이 정도 순수한 불꽃은 나오지 않는다.
“말했잖아요. 취미로 장인 생활도 하고 있다고.”
“취, 취미.”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저 실력으로 취미라니, 그것은 기만을 넘어선 농락이다.
하지만 장인들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블랙스미스가 정말 그의 업이었다면, 저렇게 많은 정수를 가지고 있을 수 없을 테니까.
“다들 그렇게 구경만 하고 있을 겁니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입니다.”
“마, 맞죠!”
고성능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금과 같은 작업을 수만 번 거쳐야 한다.
“다들 움직여!”
“해보자고!”
“가자아아아아!”
장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우주 외곽.
3구역은 이미 낯선 함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쿠구구구구……!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내는 본점의 거대 함선과 그 뒤를 따르는 분점 함선들.
“이 쥐새끼 같은 놈. 어디로 간 거냐.”
“주변을 샅샅이 뒤져!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마라!”
곳곳에 흥신소원들이 두 눈에 불을 켠 채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분점이 공격당한 정황이 생겼단다.
‘감히 흥신소를 건드려?’
자존심이 제대로 상한 그들이 이를 갈았다.
이들은 아는 거다.
현 정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응징하지 않으면, 다음 타깃이 자신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군지 몰라도 곱게 죽이진 않겠다.’
그렇게 분점장들이 정보를 습득하고 있을 때.
“타르켈 님.”
본점 함선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서신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서신?”
흥신소주 타르켈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발신자가 일레오르?’
일레오르는 자신과 같은 거물이다.
창조룡의 수장.
거물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존재.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서신을 보낼 수 있는 자이기도 했다.
‘무슨 일로 보낸 거지?’
살짝 기이함을 느낀 타르켈이 서신을 뜯어보았다.
그리고 이내.
“……수색을 중단하라 해라.”
“예?”
“잠시 대기다. 해산시키지는 말고.”
“아, 알겠습니다!”
수하가 함선 밖으로 튀어 나갔다.
서신에는 한 행성에서 있었던 일이 기록되어 있었다.
분점장이었던 크라슈가 흥신소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고, 그에 따라 일레오르가 직접 처단했다는 내용이었다.
콰득!
타르켈이 신경질적으로 서신을 구겼다.
‘일레오르가 묻어 있는 사건이었나?’
그는 건드리기에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로 체급이 크다.
하지만 이해가 가진 않았다.
‘굳이 직접 처단할 이유가 있나? 그리고……. 일레오르가 그딴 장터에 갈 이유는?’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났다.
“타르켈 님.”
옆에서 지켜보던 비서가 물었다.
“정말 이대로 물러나십니까?”
“고민이다. 그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을 거다.”
“사실 크라슈는 내부적으로도 말이 많던 분대장이었지요.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알았습니다. 다만, 일레오르도 이번 사건에서는 선을 넘었습니다.”
“그렇지?”
“예, 어떤 사유가 되었든 크라슈의 처분은 우리에게 넘겼어야 합니다. 심지어 서신에 정수도 없었죠. 그렇다는 건 크라슈가 가지고 있던 정수도 꿀꺽 삼킨 것 아니겠습니까?”
“흐음.”
틀린 말이 없다.
자신이 일레오르를 건들기 꺼리는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을 꺼려야 맞는 건데…….
왜일까, 예의가 없다.
“하지만 그놈과 시비를 틀 순 없다. 그놈은 오래 살았다. 우주에 노니는 거물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편이지.”
“요즘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번에 일레오르가 거물 최하단 중 하나인 몬드라를 처단했던 사건 아시지요?”
“알지.”
“그것 때문에 거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랬지……. 그런 사건이 있었지.”
몬드라의 정수를 거물들이 나눠 먹었다곤 하지만, 몬드라가 장난쳤던 정수의 행방은 묘연하다.
게다가 거물들은 본래 암묵적으로 상호불가침이다.
체급이 너무 커 서로가 먹고 먹히는 순간, 신(神)이 견제할 가능성이 생긴다.
서로 불편해질 수 있다는 거다.
게다가 일레오르는 거물들을 집단으로 불러내, 몬드라를 처단했다.
그 과정이 묘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일대일도 아닌, 다굴이라니.
혹여 나중에 그 자신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던가.
“뭔가 있긴 하다. 그 부분을 조사해 봐라. 일레오르, 그놈의 속셈이 뭔지 말이야. 원래 안 그러던 놈이 저러는 데는 필히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
“아, 그리고.”
따악!
타르켈이 손가락을 튕겼다.
“일레오르에게 불만을 말하는 거물들 있잖아?”
“예.”
“그분들도 한번 초대해 봐라.”
“……거물들을 말입니까? 어쩌시려고.”
“흐흐, 왜. 일레오르 놈은 되고 나는 안 되리란 법 있느냐? 마음이 맞으면 함께 공격할 수도 있는 거지.”
확실히 일레오르는 까다롭다.
다만, 까다롭다는 것은?
먹을수록 배가 훨씬 부르다는 말도 된다.
“중요한 것은 명분이야, 명분. 놈이 먼저 우릴 건드렸으니, 다른 거물들도 사정을 이해해 주지 않겠느냐?”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
시간이 흘렀다.
팀장들의 후원자 자리를 사들이는 것은 일레오르가 도맡아 했다.
어떻게 협상했는지 몰라도, 일레오르가 가서 친절히 말하자 모두가 후원을 포기했다.
그 자리는 주동훈 측에서 마련한 초월자 계정으로 대체했다.
이제 팀장들의 활약으로 벌어들이는 모든 기여도 보상이 주동훈의 정수가 될 것이다.
까앙, 까앙!
그 와중에 김진아의 그릇은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허허허.”
“이게 말이 되는가?”
“원래였다면 몇 년이 걸렸을 작업을 고작 몇 달 만에 마무리하다니.”
드미르와 주동훈의 합류가 가져온 결과였다.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하나를 알려주면 열 이상을 깨우친다.
한 달 내에 모든 기술을 습득하더니, 이제는 그 과정을 개발시켜 속도를 훨씬 앞으로 당긴 것이다.
까앙, 까앙!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릇이 완성되었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겠어.”
장인들은 사실 야욕이 많다.
각자 본인들의 세계에서 제작으로 크게 재미를 본 자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욕심이 많은 만큼 순수하게 제작을 즐기기도 한다.
“재밌었네.”
“좋은 경험이었어. 좋은 장인과 함께 좋은 재료로 좋은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라.”
“또 한번 경험해 보고 싶군.”
드미르의 조각술 덕인지, 그릇의 외형은 김진아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는 당연하다.
세상 모든 것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드미르의 능력이다.
그의 손에서 재탄생된 김진아는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를 지녔으며, 턱선이 더욱 갸름해지고 완벽한 신체 비율을 자랑했다.
“이제 이걸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 거죠?”
“간단하네. 자네가 원하는 생명체에게 이 그릇을 가져가 덧씌우기만 하면 되지.”
“후후, 그렇군요.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손을 뻗었다.
스스스슷……!
내부에서 기운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약속된 정수를 지급하겠습니다.”
두 당 2,000씩.
몸에서 튀어나온 정수가 장인들 각자에게 이동해 놓였다.
“이, 이천……!”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 덕분에 우리 일이 줄었는데, 이걸 다 받아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장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마 저들 중 몇몇은 현 보상에 만족하고 모행성으로 돌아가거나 하겠지.
‘다만.’
초월자들은 기본적으로 정수에 대한 욕심이 있다.
고작 이 정도 일해서 2,000 정수를 벌었는데, 앞으로는 얼마를 더 벌게 될 것인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괜찮습니다. 여러분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정수인걸요. 저 역시 여러분 덕에 그릇 제작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에이, 그냥 는 수준이 아닙니다.”
“맞아요. 이미 은인님은 우리의 실력을 뛰어넘었어요. 제가 본 최고의 그릇 제작 재능이십니다.”
“보는 내내 감탄만 했습니다. 두 분은 진짜 장인이란 게 뭔지 보여주셨습니다.”
정수를 받아 기쁜 장인들이 주동훈과 드미르를 극찬했다.
주동훈은 이때가 기회임을 느꼈다.
“아닙니다. 정 그렇게 생각하시면 추후 제가 하는 사업에 함께하는 건 어떻습니까?”
“사업이요?”
“그릇 사업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하긴, 그 정도 실력에 힘까지 가지고 계시면 충분히 가능하시겠지요.”
“크, 크흠.”
장인들이 솔깃함을 느꼈다.
각자에게 2,000 정수를 통 크게 줄 수 있는 재력이면 따라가서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가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는 자가 아니던가.
다만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바로 럭투였다.
상처받았던 이들을 하나로 규합해, 우주 외곽에 숨겨주고 힘겹게 정수를 벌어다 줬던 럭 형제들…….
그를 어떻게 배신한단 말인가.
주동훈이 빙긋 웃었다.
“혹시 럭투 장인을 생각하는 거라면 문제없습니다. 그분도 저한테 고용되셨거든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런 거라면 저희는 무조건 따라갑니다!”
“허허허,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이건 못 참지요.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를 신경 써준 것도 모자라 거둬주시기까지 하시니…….”
누군가는 크게 기뻐했고, 또 누군가는 감동에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정 좋아해야 할 사람은 난데.’
이 우주에서 가장 쓸 만하다 싶은 직원들을 제 발로 찾아오게끔 했다.
초반엔 정수가 깨질 수 있어도, 미래를 보면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이들.
주동훈은 이들을 계약으로 묶을 생각이었다.
‘머지않아.’
지구의 랭커들도 그릇을 만들어줄 날이 올 거다.
자신 산하에 수많은 초월체 병력을 두게 해줄 발판.
그것이 바로 그릇 사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