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5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58화
스페이스 흥신소(9)
“와, 이게…….”
김진아가 자신의 바뀐 육체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느낌이군요.”
혈관 사이로 쭈룩 내려가는 정수의 기운이 반응을 보인다.
이제부터 이걸 원하는 대로 뽑아다 쓸 수 있다.
몸 안에 정수를 수용하면 수용할수록 그 힘이 더욱 강해지겠지.
김진아는 거울 앞에 서서 마음에 든다는 듯 본인의 자태를 감상했다.
“그릇이라는 겁니다. 드미르랑 제가 밤새워 가며 열심히 만들었죠.”
“아주 마음에 들어요. 진짜, 진심으로요.”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주는 선물입니다.”
신기하게도.
단번에 초월자가 된 김진아였지만 세계 랭킹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둘 중 하나일 거다.
리그 자체가 초월자는 플레이어로 참여할 수 없기에 배제되었거나.
아니면 그릇으로 만들어진 초월체는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뭐가 됐든 다행이었다.
김진아의 역할은 리그를 뛰는 게 아닌 우주에서의 회사 관리이니까.
“감사합니다, 길마님.”
김진아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피곤함에 찌들어 있던 얼굴은 어디 가고 생기 가득한 외모가 화사하게 빛났다.
그릇으로 덧씌워진 그녀의 외모는 예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미쳤다.’
김진아도 여자다.
초월자가 된 것보다도 달라진 외모가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전체적인 생김새는 이전과 비슷했지만, 눈코입 하나하나가 더없이 완벽해졌으며 비율도 황금 비율이었다.
무표정으로 있어도 미모가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지금처럼 웃으면 괜히 심장이 아파왔다.
성형에 수억을 부어도 이런 얼굴은 못 만들 것 같은 느낌?
과연 드미르는 명장이었다.
‘신기한 경험이네.’
제 얼굴을 보고 본인 심장이 터질 것 같다니.
괜히 걱정됐다.
원래도 나르시시즘이 어느 정도는 있었지만, 그게 더 심화되면 어찌하는가.
“부길마.”
주동훈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예, 길마님.”
“이제 진짜 머지않았습니다.”
주동훈이 굳이 소중한 시간을 써가며 김진아의 그릇을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거대한 싸움.
길 수도, 어쩌면 짧게 끝날 수도 있는 신(神)과의 싸움이 머지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바로 김진아의 역할이다.
그녀가 지구에서 별천지를 키웠던 것처럼, 이 우주에서도 넘버원 집단을 키워낼 수 있다면?
신(神)과의 전투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만 더 고생해 주세요.”
“고생해야죠. 길마님이 제일 고생하시는데.”
한참 거울을 보던 김진아가 빙글 등을 돌렸다.
“다 끝내고, 하루빨리 이 우주에 자유를 선물해 줘야죠. 길마님 아버지도 구해내고요.”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세계 랭킹 1위가 목표였는데, 이제는 시스템을 넘어 신(神)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다.
몇백, 몇천만 정수?
신(神)과 싸우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주 최고의 거물이 되어야 합니다.”
“예, 그 어떤 거물도 함부로 하지 못할 만큼 체급을 키워야죠.”
김진아의 눈빛이 총기로 가득 찼다.
나중에 체급을 키웠을 때, 신이 놀라 견제하러 내려왔을 때.
그때는 이미 늦었다 할 만큼 몸집을 불려야 한다.
신에게 반감 가진 집단을 규합하고, 그들을 계약으로 묶어야 한다.
성공하면 자유, 실패하면 죽음.
“이제는 조금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움직일 생각입니다.”
“스페이스 흥신소가 길마님을 칠 거라 생각하시는군요.”
“예, 높은 확률로요.”
일레오르가 말했다.
서신을 보냈는데, 답변이 없다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오히려 다행이었다.
원래 흡수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예상대로 움직여 주면 우리야 환영이지.
“수하들, 준비시켜 두세요. 이제 흡수해야 할 집단이 꽤 많아질 법도 하니까.”
***
리그.
그리고 그 리그에 참여할 행성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이 거주하는 건물은 다름 아닌 우주 중앙, 신(神)들이 통치하는 아름다운 도시에 들어서 있었다.
‘여긴 나도 처음인데…….’
우주의 4대 무신(武神)으로 알려진 네달람은 처음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참 아름다운 곳이로구나.’
밝은 햇살 아래로 비치는 보석 같은 건물들이 그의 시야를 수놓았다.
하지만.
아름다운 광경과 다르게 이곳을 통치하는 자들의 면면은 이기적이며 흉악하다.
적어도 네달람에겐 그렇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자신의 행성을 지옥으로 만들고, 생전 처음 보는 외계 존재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생존의 장을 열었던 존재.
‘언젠간 네놈들의 면상에 칼 한 방은 꼭 꽂아주마.’
비장하게 다짐한 채 발걸음을 옮긴 곳은 관리지역이었다.
그곳 정문에는 안내원 역할의 관리자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초월자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기계적으로 인사하던 그가 이내 두 눈을 빛냈다.
“어? 무신님 아니십니까?”
“맞다.”
“무신님이 여긴 어인 일로…….”
“그냥 둘러보러 왔는데, 안 되는가? 이곳은 처음이라.”
“아, 하하. 그러실 수 있지요. 무신님이면 초월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으셨을 테니까.”
관리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신(神)께서 지정하신 감사단이 아닌 이상, 이곳에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시스템을 조작해 리그의 공정성을 헤칠 수도 있거든요.”
“그런가?”
“예, 도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관리자가 정중하게 인사하는데.
그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
‘특히나.’
저 관리자는 [원칙적으로]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었다.
그 말은?
원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일까?
티잉!
네달람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사이로 정수 하나가 스윽 빠져나와 관리자의 손으로 안착했다.
일레오르에게 배웠던 수법이다.
“이, 이건…….”
관리자의 눈빛에 경악의 감정이 서렸다.
“이래도 안 되는가?”
“하, 하하하……. 그게.”
관리자의 눈에 혼란이 깃들었다.
보통 관광차 이곳에 오는 초월자들은 간단한 보상 하나를 건넨다.
본인이 가진 기운을 조금 나눠준다든가, 아니면 조언이나 본인 행성에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건네준다.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이건 뭐랄까, 너무 과했다.
세상 어떤 초월자가 관리지역 좀 구경한다고 정수 하나를 틱 내놓는단 말인가.
“저, 정말 괜찮으십니까?”
“나는 이래도 안 되냐고 물었는데.”
“되, 됩니다! 이 우주에 안 되는 게 어디 있습니까! 하하하! 이 정수면 우주 만물을 뒤바꿀 수도 있지요. 즉시 감사단 배지를 내어드리겠습니다!”
“다행이군.”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주광철. 그에 대해 알고 싶다.”
“아.”
관리자가 손뼉을 쳤다.
“주광철이면 요즘 핫한 플레이어, 주동훈의 아버지죠?”
“맞다.”
“흐음, 근데 보시려는 하는 이유는요? 그는 어차피 지구 출신이라 주동훈에게 전혀 관여할 수 없는 관리자입니다. 무신님께서 주동훈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워낙 유명해 알고 있지만…….”
“어이.”
네달람이 말을 끊었다.
“예?”
“……그냥 보겠다는데 이유까지 알아야 하나?”
스윽.
네달람이 손을 뻗어 주었던 정수를 회수하려 했다.
“아무래도 다른 안내자를 찾아봐야 할 것 같군.”
“아, 아닙니다! 아하핫! 그렇지요, 그렇지요!”
관리자가 황급히 정수를 숨겼다.
평생 오지 않을 수 있는 천운을 다른 관리자에게 넘길 순 없었다.
절대로.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지요! 원하시면 직접 연결까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뒤탈은?”
혹시 네달람이 주광철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이 어딘가에 기록되거나 전해지는지에 대해 묻는 거다.
관리자는 그 물음의 뜻을 바로 알아챘다.
“없지요! 그 누구에게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뚫어드리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역시.
어딜 가나 정수는 그 값어치를 한다.
***
흥신소주 타르켈의 함선 안에 총 열의 거물이 모였다.
보험왕이나 행성 투자자부터 「몬드」와 비슷한 자산운용사의 사장들이었다.
“서신 보고 왔습니다.”
“허허허, 저한테만 보낸 줄 알았는데, 제법 안면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네요?”
“좋은 소식이 있다 해서 왔습니다.”
이들 모두가 타르켈이 모은 거물들이었다.
일레오르에게 반감이 있으며, 오히려 몬드라와는 친분이 있었던 그런 거물들.
“일단 드시지요.”
타르켈은 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성급할 게 없었다.
모이자마자 바로 본론부터 말하면 오히려 불안감만 조성할 수 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런데 타르켈 님.”
슬슬 눈치를 살피던 거물 중 하나가 타르켈을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서신에 쓰여 있는 내용이 사실입니까?”
그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다른 거물들도 떠들던 것을 멈추고 타르켈을 바라봤다.
“후후.”
타르켈이 부드럽게 웃었다.
저들의 이런 반응만 봐도 포섭은 거의 끝났다고 보면 된다.
“예, 맞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레오르에게 악감정이 있으며 기회가 되면 먼저 선공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일레오르는 이리저리 친분이 두텁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현재 일레오르는 우주 외곽 본인의 거처에 있으며 거물과의 교류도 없습니다. 기회라면 기회이지요.”
“호오.”
“그렇습니까?”
“확실히 흥신소의 정보라면 정확하겠죠.”
거물들이 조심스레 호응했다.
“그렇다면 타르켈 님은 우리와 함께 일레오르를 처리하고 거기서 나온 정수를 안분하자 이 말씀이신 거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하나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알다시피 일레오르가 무서운 이유는 그가 창조룡의 수장이라는 점입니다. 개인주의가 강한 태초룡이라지만, 그 수장을 죽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거든요.”
타르켈이 픽 웃었다.
“창조룡이라……. 그는 그저 수많은 태초룡 중 하나일 뿐입니다. 거물 몇이 모였는데, 그 하나를 두려워한답니까? 그게 무서우면 빠져야지요. 저는 위험 없는 투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멋있으십니다.”
“과연 우주의 무법자, 흥신소주다운 발언입니다.”
믿음직스러운 타르켈의 말에 거물들이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말씀을.”
타르켈이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문제가 안 됩니다. 만약 창조룡들이 분노로 힘을 합친다고 하면 파괴룡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헛, 설마 파괴룡의 손을 잡을 생각이십니까?”
“……그런 미친 짓을요?”
파괴룡.
말 그대로 주변에 모든 것들 다 파괴하려는 성질 때문에 주변에 다가가려 하는 자가 없다.
지금도 우주 외곽에서 수많은 파괴와 학살을 일삼고 있는 종족들이다.
보이드(Void)라는 게 있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공허를 뜻하는 말.
우주에서는 거시 공동이라고도 불리는데, 보통 파괴룡 주변에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는 편이다.
“손을 잡자는 게 아닙니다. 그저 창조룡이 규합하면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파괴룡들이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이 되기에, 그들도 손쉽게 힘을 합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호오, 확실히 그렇겠군요.”
“그럼, 일은 언제 거행합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타르켈이 웃으며 답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요. 일레오르의 좌표는 이미 찍어두었습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내부에서 말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라, 지금 바로 가시겠습니까?”
“지금요?”
“벌써?”
몇몇이 불안해했지만, 대다수의 눈빛은 이미 탐욕으로 물들어 있었다.
창조룡의 수장.
그의 몸속에는 얼마나 많은 정수가 숨어 있을까?
“가지요.”
“갑시다!”
거물들이 몸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