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5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59화
스페이스 흥신소(10)
주동훈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거물들이라.’
“왜, 긴장되나?”
그의 거처에 똬리 틀고 있는 일레오르가 픽 웃었다.
“긴장 안 될 수가 없지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전투일 텐데. 게다가 거물들과 싸우는 건 처음이라고요.”
주동훈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리고.”
눈을 위로 흘겼다.
천신의 날개가 예전보다 유난히 더 펄럭였다.
“저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 후우우, 아니거든요!
날개 속 김진아가 반박했지만, 그 떨리는 숨결은 숨길 수 없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거물이란, 우주에서 신(神)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자들이다.
지금껏 만나왔던 그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서 말이다.
원래였다면, 피했을 거다.
본래도 신(神)에게 들키는 게 두려워 피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언제까지 피하고만 있을 순 없어.’
적발이 무서워 충돌하지 않는다면, 그만큼의 발전도 없을 테니까.
저번에도 언급했다시피 이제는 좀 과감하게 움직여 줄 필요가 있었다.
“부길마, 경험이라 생각하고 침착하게 해 보세요. 그래도 거물들이 신보다는 나을 테니까.”
– 예, 알겠어요. 실수해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큰 부담은 없어요.
김진아도 이제 초월자다.
연습한 만큼만 해주면, 잘 싸워줄 거다.
쿠구구구……!
일레오르가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칭했다.
“타르켈도 생각이 있는 놈이라, 그렇게 많은 놈들을 끌고 오진 않을 거다. 어차피 많을수록 자기들이 먹을 양도 적다고 생각할 거야. 클클, 재미있겠군.”
“많이 데려와도 상관없어요.”
우주를 노닐다 보니 알겠다.
현 거물 중, 일월(日月)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어차피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되었어요. 적게 싸울 거라면, 한 번에 많이 죽이는 게 저한테도 더 좋습니다.”
일레오르가 잠깐 주동훈을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자신감이다.”
“좋은 마음가짐이지요.”
“마침, 저기 오는군. 슬슬 준비해라.”
“예.”
주동훈이 입꼬리를 들었다.
“저기 오네요. 우리 밥들.”
***
“호오.”
쿠구구구……!
우주가 뒤흔들렸다.
창조룡이 거대한 몸체를 온전히 핀 탓이다.
“행성 투자자에 보험왕에, 범죄수사처장까지 납셨어? 사치품 팔이도 있군.”
일레오르의 눈빛은 흉포해 마치 우주를 가득 드리운 독사와도 같았다.
“크읏……!”
“크흠.”
싸우지도 않고 기세만으로 열이나 되는 거물이 주눅들 정도.
“킁, 역시 일레오르. 기세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흥신소주 타르켈이 나섰다.
“하지만, 그뿐이다. 너는 절대 열이나 되는 거물을 상대해 낼 수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일레오르가 대꾸하자, 흥신소주가 픽 웃었다.
“여유 부리지 마라. 이미 다 알고 왔다. 이곳에 널 도와줄 거물은 없어. 그뿐인가? 네가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다. 범죄수사처장이 여기 있는데 어쩔 거냐?”
범죄수사처는 일곱 신(神)이 직속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신(神)들이 관심 가질 만한 커다란 사건이 터졌을 때, 그곳에 파견 나와 상황을 수사하는 팀.
당연히 신(神)의 힘을 일부 받았기에 엄청난 힘을 낼 수 있는 존재 중 하나였다.
“즉, 유감이지만 너는 오늘 여기에 영원히 묻힌다.”
“웃기는군.”
“뭐가 웃긴다는 거지?”
“너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굳이 알려줄 필요도 없겠군……. 나의 주인이여.”
일레오르가 어딘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들이다. 저들만 다 죽이면 된다.”
그곳에 있는 독수리 머리의 사내.
주동훈.
“음?”
“뭐냐, 저건.”
거물들이 화들짝 놀랐다.
분명 이곳 행성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일레오르뿐이었다.
그런데 다른 생명체가 있었어?
타르켈이 주동훈을 빤히 응시했다.
‘그래.’
거물은 개뿔.
초월자도 아닐 만큼 미약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상대라는 거다.
하지만.
거물들은 묘한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그래요?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쟤들, 굳이 살려둘 필요 없겠죠?”
몸을 풀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주동훈의 그 모습이 뭐랄까,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지 않던가.
‘잠깐만.’
이내 타르켈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 사내 등 뒤에 달린 날개.
“……천신의 날개?”
우주의 정보를 담당하는 흥신소주로서, 천신(天神)을 모를 수 없다.
억겁의 세월 전, 구신 중 일(日)의 이명이 아니던가.
“잠깐.”
타르켈이 손을 들어 올려 거물들의 행사를 멈추었다.
“너는 누구냐. 누군데 천신의 날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누군데 건방지게 우릴 다 죽이겠다고 말하는 거냐.”
꿀꺽.
타르켈이 침을 삼켰다.
설마 인지 마법이 걸린 건가?
그렇다는 건 우리보다 더 많은 정수를 가진 거물이란 건데.
‘게다가, 분명.’
일레오르가 주인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 자존심 강하고 고고한 일레오르가 말이다.
“네가 타르켈?”
주동훈이 묻자.
“그렇다. 정체 모를 이여.”
흥신소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거물이란 놈이 뭘 그렇게 주절대고 있어? 어차피 싸울 거 아니었어?”
“싸우기 전에 궁금한 게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더냐.”
“궁금한 게 있으면 싸워서 이긴 다음에 나불대든가.”
“…….”
“그래도 천신의 날개를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선 칭찬할게. 아무래도 넌 죽이면 안 되겠다. 제법 쓸모가 있겠어.”
“건방진……. 놈.”
“말 다 끝났지?”
주동훈이 그 순간, 달려 나갔다.
일레오르 역시 입을 쩍 벌림과 동시에 발톱을 들이밀었다.
“시, 시작됐다!”
“이렇게 빨리? 뭔가 이상한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다 죽여버려!”
3 vs 10.
그렇게 거물 대전이 시작되었다.
***
화르륵!
월(月)의 힘과 불(Fire)의 정수의 힘이 검에 한가득 담겼다.
힘차게 베었다.
콰가가가가가!
주동훈은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개방했다.
일(日), 그리고 월(月).
가지고 있는 모든 정수까지.
“뭐…….”
“무, 무슨…….”
그제야 거물들은 진정한 주동훈의 힘을 직면했다.
“흥신소주,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저 정도 힘이면……. 우리가 상대하는 게 가능한 건가?”
“애초에 일레오르가 문제가 아니었잖아!”
쐐애애애액!
저 멀리서 주동훈의 검이 기의 형태로 방출되어 쇄도했다.
거물들이 경악에 물들었다.
애초에 거물끼리의 싸움은 기교가 없다.
힘찍누.
그저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그들의 싸움이다.
어찌 보면 이들의 싸움은 경제 논리에 더 가깝다.
자본주의에서 돈으로 찍어 누르면 상대할 수 없는 것처럼, 초월자들은 정수로 찍어 누르면 되는 셈이다.
콰아아아앙!
허공이 갈리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기류 폭풍이 휘몰아쳤다.
“미친.”
누군가는 욕했고.
“사, 살려…….”
콰드득!
일레오르의 이빨이 거물 하나의 머리를 씹어 삼켜 버렸다.
하나의 생명을 잔혹하게 끊어버린 일레오르가 쏟아지는 정수를 삼켜대며 주변을 크게 유영했다.
이제 그들은 갇혔다.
주동훈과 싸우지 않고 도주하려는 자는, 그대로 일레오르의 식사감으로 전락할 거다.
“빨리 끝내자.”
주동훈이 중얼거렸다.
“이 이상 시선을 끄는 건 나도 싫으니까.”
그의 표정이 마치 야생의 왕, 호랑이처럼 변했다.
잔뜩 쫄아서 방어태세를 취하는 그들을 향해,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콰가가가가가!
싸움 방식은 실체와도 비슷했다.
푸욱!
검을 초월체에 꼽으면.
– 날릴게요!
퍼버벙!
쿠콰가가가강!
날개로부터 쏟아지는 빛의 폭격이 한 거물을 순식간에 찢어발겼다.
“이런 씹……!”
“썅! 이건 또 뭐야!”
“날개를 조심해라! 날개도 무기야!”
거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바로 움직여! 누군가가 해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우리의 힘도 강하다! 유기적으로만 잘 움직일 수 있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
“아니다, 이렇게 하자!”
타르켈의 두 눈이 요사스레 빛났다.
거물들에게 예의를 갖출 시간 따위 없었다.
“다들 그냥 나한테 정수를 보내! 내가 직접 상대하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수가 없으면, 주동훈과 일레오르가 쏘아대는 간단한 공격에도 소멸할 수 있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
타르켈과의 신뢰가 있는가?
그걸 장담할 수가 없다.
“타르켈 님 쪽으로 정수를 다 모은다고 쳐요! 그래서 이긴다 한들, 타르켈 님이 우릴 다 죽이고 홀로 꿀꺽하면?”
“맞습니다! 할 거면 제대로 계약부터 작성하고 해요!”
“이런 미친 새끼들!”
콰가가가가가!
거물들의 초월체에 상처가 난다.
그 사이로 정수가 후두두둑! 떨어져 내린다.
“그딴 거 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보내라고!”
타르켈이 버럭 외쳤다.
저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다 죽게 된 마당에 저런 걸 따지고 있단 말인가!
그런 그들의 꼴을 보며 주동훈이 웃었다.
“거물이라고 다 똑똑한 게 아니구나. 한심해도 어찌 저리 한심할 수가.”
그 말을 들은 일레오르도 빵 터졌다.
“크하핫! 맞는 말이다. 감히 날 칠 생각을 하면서 제대로 된 계약도 안 쓰고 와? 아주 하는 짓거리들이 오만방자하구나!”
아마 그들이 이렇게까지 밀릴 줄은 몰랐을 거다.
하지만, 이 광활한 우주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 줄 어떻게 알고?
“그대들의 오만방자함에 대한 대가를 치르라.”
찰나의 순간, 창조룡의 입이 벌어졌다.
이글거리는 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타올랐다.
그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거물들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창조룡의 입에서 쏟아지는 브레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정수가 들어가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끄, 끄아아아악!”
“카아아아악!”
직선으로 쏘아지는 하얀 섬광에 두 거물이 그대로 뚫렸다.
벌써 열 중 넷이 당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일레오르가 중얼거렸다.
“다른 거물들이 알면 비웃을 거다.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를 개뼈다귀 같은 놈들이 감히 날 잡겠다고?”
그의 눈빛에는 분명 분노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하도 같잖은 거다.
후두두둑!
초월체는 죽게 되면 그 몸 안에 있는 정수를 다 쏟아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소유권은?
‘줍는 사람이 임자지.’
주동훈의 몸에서 최상의 경신법 무음(無音)이 완벽하게 펼쳐졌다.
소리 없이 그림자를 밟으며, 쏟아지는 정수를 주워 담았다.
“안 된다!”
“줍는 걸 막아, 우리 쪽으로 가져와라!”
거물들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제 남은 거물은 여섯.
저것까지 뺏기면 조금 있던 승산마저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 어딜.
눈을 부릅뜨며, 힘을 모으고 있던 김진아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떨어지고 있는 정수를 향해 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측하기 쉬우니까.
슈슈슈슈슈슈……!
김진아는 날개의 힘을 활용해, 저들이 다가올 것 같은 곳에 가진 모든 빛 덩어리를 발포했다.
쿠과가가가가가!
그 빛 덩어리가 저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긴 어렵다.
다만, 확실한 견제는 된다.
“끄아아아악!”
누군가가 맞았는지 비명을 토해냈다.
초월체가 기우뚱 흔들렸고, 주동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슷!
곧바로 그림자를 밟아 접근해, 월(月) 속성 검으로 초월체의 중앙을 푹 찔러 버렸다.
“이노오오오옴!”
뜻밖의 연격을 허용한 대가는 컸다.
그 역시 정수를 흘리며 비명을 내질렀고, 주동훈은 그 정수를 다시 흡수했다.
“미친…….”
그 광경을 바라보며 타르켈은 경악했다.
일레오르가 주군으로 모시는 자.
‘보통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대단한 거물이라 한들, 정수를 무한히 소유할 순 없다.
무한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神)뿐.
거물에게는 분명한 그릇이란 한계가 있다.
‘한데, 어찌.’
저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끝도 없이 탐식한단 말인가!
뭐, 본인 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콰가가가가가!
주동훈과 일레오르는 마치 오랜 기간 맞춰오기라도 한 듯 합이 맞았다.
하지만, 거물들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말한다.”
타르켈이 으르렁거리며 남은 거물들에게 고했다.
“여기서 그릇이 가장 큰 것이 나이니, 모두 나에게 정수를 몰아라. 어차피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아니더냐!”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다섯 거물의 힘을 하나로 모는 것.
타르켈의 눈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