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6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60화
스페이스 흥신소(11)
쿠과가가가!
일레오르의 기운이 거물들을 옭아맸다.
그의 기운은 집요하면서도 끈질겼다.
거물들이 조그마한 빈틈이라도 보일라치면, 그사이를 파고들어 이동을 방해하고 기의 흐름을 끊었다.
“끌끌.”
발톱을 꿈틀거리며 재밌다는 듯 웃는 일레오르의 표정은 현 상황이 얼마나 여유로운지를 나타낸다.
“……저런.”
반면에.
“저 빌어먹을 일레오르부터 어떻게 좀 해봅시다!”
“일레오르는 무슨! 눈앞에 저놈이 더 세다! 저놈부터 어떻게 상대해 봐!“
“말처럼 그게 쉬웠으면 진즉 했겠지!”
거물들의 상황은 최악 그 자체였다.
타르켈을 제외한 넷이 우왕좌왕 어쩔 줄 몰라 하고 있고.
“이 새끼들아! 닥치고 빨리 나에게 기운을 넘겨! 몇 번을 말하느냐! 그게 아니면 답이 없다니까?”
타르켈은 기운을 넘기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말이다.
하지만 거물들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건 싫다.”
“……미안하지만, 나는 널 믿을 수 없어.”
타르켈은 답답한 것을 떠나 울분이 터졌다.
누가 봐도 기운을 한데로 뭉치는 게 해법이다.
저들도 분명 알 거다.
하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어찌 이리 다르단 말인가!
‘의심이겠지.’
참 웃겼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한 번 피어난 의심 때문에 목숨을 포기한단 말인가?
“막상 줬더니, 네가 냉큼 항복해 버리면 어떡하나?”
“맞다. 아까 저놈도 말했잖아. 타르켈 쓸모 있는 것 같다고. 죽이진 않을 거라고. 그 말 믿고 얌체같이 넘어가면 우린 뭐로 싸우나.”
“애초에, 이 전투 자체도 네 함정 아니야? 흥신소의 정보력은 100%라더니, 말이 다르잖아. 어찌 저런 괴물이 있단 말이냐!”
“그것과 별개로 내 정수는 그 누구에게도 못 준다. 죽더라도 내가 쓰다 죽을 거다.”
초월자의 정수 욕심은 굶주린 하이에나의 식탐과도 같다.
혹여 싸움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제 손으로 정수를 남에게 주는 일은 없을 듯했다.
“클클클.”
그 상황을 지켜보는 일레오르의 웃음은 더욱 짙어졌다.
“정수만 덩어리째 들고 제대로 된 싸움조차 안 해본 애송이들이로구나. 오합지졸 그 자체, 아니, 오합지졸이라는 말도 아깝도다.”
그러면서 슬쩍 옆도 바라봤다.
딱히 힘든 기색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거물들에 맞서는 주동훈.
콰가가가가!
월(月)의 힘을 휘두르며, 거물들이 펼쳐놓은 실드를 뭉개고 박살 내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하군.’
일단.
그가 가진 구신(舊神)의 기운이 확실히 엄청났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섬뜩한 정도?
그다음은.
그저 기운이 많은 것만으로 저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게 신기했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우주의 전투라지만, 말이 쉽지 실상은 상당히 어렵다.
가지고 있는 기운을 부담 없이 활용할 줄 알아야 하며, 공격마다 적절하게 분배도 해야 한다.
일반 초월자에게 백만이 넘는 정수를 준 채 싸워보라 하면?
고작 십만 정도 가지고 있는 베테랑 초월자에게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당할 확률이 있다.
큰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때 그렇다.
하지만, 주동훈은 달랐다.
베테랑은 둘째치고, 마치 전투를 위해 태어난 기계와도 같았다.
‘차기 무신(武神) 후보이기도 하지만, 일단 기초부터가 튼실하다.’
그가 초반부터 쌓아 올린 그 토대가 이 우주 자체를 담을 수 있을 만큼 단단한 것이다.
‘과연.’
일레오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존재답다.’
확률은 희박하지만, 어쩌면 정말로.
그가 직접 신(神)을 끌어내릴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거물들의 방어진이 뚫렸다.
집요하게 공격하던 주동훈이 그 구멍을 이리처럼 파고 들어갔다.
그 후.
“죽어라.”
콰드드득!
강제로 초월자 하나의 목을 잡아 뜯어냈다.
“너무 억울해하진 말고.”
한창 전투에 취한 주동훈의 두 눈이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몸은 이미 월(月)의 기운으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너희의 기운은 내가 좋은 곳에 써줄 테니까 말이야.”
후두두둑!
떨어지는 정수를 주동훈이 혼자 담아내고 있음에도,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거물은 넷.
거물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미 질려 버렸다.
그들도 이제 알 것이다.
자신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
타르켈 역시 깨달았다.
‘내가 머저리였어.’
상대를 우습게 생각해도 너무 우습게 생각했다.
‘어떤 싸움이든, 질 수 있는 상황도 염두에 뒀어야 하는 건데.’
방금 같은 상황도 계약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명백한 자신의 잘못.
타르켈이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수억 년을 살며 우주 외곽을 누볐던 이 흥신소주가.
‘완벽하게 진 건가?’
자신의 잘못이니 억울할 건 없다.
일레오르는 확실히 강했고, 그가 모시는 주인이란 자는 더 강했다.
거물 열이 몰려와도 상대할 수 없을 만큼.
‘다만.’
타르켈의 입술이 뒤틀렸다.
그의 초월체가 묘하게 불쾌한 소리를 냈다.
‘오히려 나는 저놈들한테 더 열받는다.’
분명 자신에게 힘을 모았으면, 답이 보였을 거다.
혹여 지더라도, 제대로 한판 붙어보고 졌겠지.
어쩌면 이길 수도 있었다.
그런데 별 같잖은 이유를 대면서 그걸 안 넘겨줘?
“당신.”
타르켈이 주동훈을 노려봤다.
“뭐, 또 궁금한 게 생겼나?”
저벅, 저벅.
허공을 걸어오는 주동훈의 눈빛엔 살기(殺氣)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아까 했던 말은 유효하나? 날 죽이지 않는다는 것.”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싸움이 끝나면 말해주지.”
“……일레오르를 먼저 선공한 건 미안하다. 내 욕심이었고, 깔끔하게 인정하겠다. 나. 흥신소주로 오랜 세월 지내면서 양아치처럼 행동하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신념을 가지고 살았다.”
“그래서?”
“저 버러지 같은 놈들만 내 손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다오.”
스윽.
타르켈이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푸욱!
정수의 기운을 한데 모아, 옆에 있던 거물의 옆구리를 손으로 강하게 찔렀다.
“뭐, 뭐 하는 짓……!”
“배신이냐!”
거물들이 경악해 외쳤지만, 타르켈이 실소를 흘렸다.
“배신은 너희들이 하는 게 배신이고.”
푸확!
타르켈이 손을 뽑자, 피와 정수가 쏟아져 나왔다.
“같이 싸우기로 한 마당에 믿지 못한다는 게 배신이 아니고 뭐란 말이냐.”
“이런 빌어먹을 놈이! 그게 무슨 궤변이냐!”
으드득!
거물들이 이를 갈아붙였다.
핏발이 잔뜩 선 모습이 그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었다.
주동훈 역시 그 기세 그대로 들어서 다른 거물들의 몸뚱이에 하나씩 칼을 꽂아 넣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거물의 위치까지 오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초월자를 짓밟았던가.
그들 역시 언젠간 누군가에게 짓밟힐 것을 알았다만.
그게 오늘.
그것도 이렇게 허무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거다.
후두두둑!
그들은 말을 잇지 못한 채, 수많은 정수를 떨구며 스러져 갔다.
타르켈을 제외한 모든 거물의 숨통을 끊어낸 주동훈이.
스윽.
마지막으로 타르켈의 몸에 칼을 들이밀었다.
“…….”
타르켈은 말을 아꼈다.
이제 결정은 그의 몫이다.
자신은 패배했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주동훈이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내 밑에서 날 도울 테냐? 아니면 그냥 죽을 거냐?”
“…….”
“덧없는 욕심으로 일레오르를 친 것은 괘씸하나, 네 덕에 많은 정수를 포식할 수 있었다. 그러하니, 죽겠다고 하면 고통 없이 죽여주마.”
“……나보고 널 도우라는 거냐?”
타르켈이 천천히 눈을 떴다.
하긴.
쓸모 있어 보인다고, 그래서 살려준다고 할 때부터 예상하긴 했었다.
“널 돕는다고 해도 내가 가진 정수는 다 가져가겠지?”
타르켈이 중요한 것은 그거였다.
현재 자신의 위치는 거물.
거물이 될 수 있는 정수를 다 빼앗긴다면?
그것 죽는 것과 다름없다.
“아니, 네 몫은 남겨둬야지. 쓸모가 있어서 살려줬는데, 쓸모없어져 버리면 안 되잖아?”
“…….”
타르켈이 제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손가락 사이로 드러난 두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하나만 더 물어도 되나?”
“물어라.”
“네 목적은? 너의 무얼 도우면 되는 거지?”
타르켈이 주동훈을 노려보았다.
살려줬다 해도 악감정이 없다 하면 거짓말이다.
눈앞의 상대는 언제든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상대이며, 그게 아니더라도 자유를 옭아맬 존재이니까.
하지만.
이어 나오는 목소리에 그 악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신(神)을 죽이는 것.”
“……뭐?”
타르켈의 동공이 커졌다.
설마 눈앞의 존재가 신살(神殺)을 언급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설마.”
휙!
이번엔 일레오르를 돌려다 봤다.
일레오르는 원래 그의 VIP 손님이었다.
거물 중에서도 최상급 거물이자, 자신과 비견되는 몇 안 되는 존재.
그가 신(神)을 상대하고 있었단 말인가?
쿠르르르……!
일레오르가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매력적이지 않나? 애초에 네놈은 신을 싫어했잖아. 빌어먹을 우주법으로 자유를 옭아맨다고.”
흥신소주는 신(神)과 대립한다.
이는 어쩔 수 없다.
이 우주에서 법을 가장 많이 어기고 다니는 게 흥신소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흥신소주를 소개시켜 주려 했던 거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하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된다.. 신을 어떻게 죽인단 말인가…….”
근데.
어찌 보면 말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눈앞의 존재.
그자가 본 힘을 다 드러냈을 때는, 신(神) 하나와 그 존재감이 비슷해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신(神)이란 자도 다른 신(神)을 죽여 현 위치에 올랐지. 이 우주에 불가능한 것은 없어.”
“정말인가? 정말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계약은 종속 계약이 될 거다. 흥신소는 내 수하 중 하나의 하부 조직으로 들어가게 될 거야.”
주동훈의 냉정한 목소리가 여지없이 타르켈의 귀를 파고들었다.
“빨리 결정해라. 시간 없다.”
“…….”
잠깐 고민하던 타르켈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들의 비밀을 들은 이상, 돕지 않으면 죽음이다.
한데?
혹여 진짜 신(神)을 죽일 수 있다면?
이들의 수하가 되는 게 차라리 더 나은 삶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거물보다도 말이다.
“좋다. 나는 너를 돕겠다.”
“그래.”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날개를 한번 펄럭이자, 스스슷! 하며 김진아의 초월체가 튀어나왔다.
드미르가 아름답게 빚어낸 인간의 모습이었다.
“계약은 부길마가 알아서 잘해주세요.”
“물론이죠. 인재는 언제든 환영이랍니다.”
김진아가 싱긋 웃었다.
***
흥신소의 노하우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흥신소주를 죽이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그가 곧 흥신소의 역사이자 전부이니까.
차라리 그 기관의 힘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다.
그래서 김진아는 그를 계약으로 꽁꽁 묶었다.
절대 배신하지 못하게.
그리고.
[김진아 : 사도, 대천사 응답 바라요.]초월체로 변한 그녀가 양옆에 채팅창을 띄웠다.
하나는 사도 전용이고, 하나는 대천사 전용이었다.
[1사도 : 바알이다.] [2사도 : 잭이다.] [3사도 : 바사고 나왔습니다.] [4사도 : 가미긴, 등장.] [5사도 : 마르바스입니다!]먼저 사도들이 응답했고.
[미카엘 : 1] [가브리엘 : 2] [우리엘 : 3] [라파엘 : 4] [사리엘 : 5] [라구엘 : 6] [라미엘 : 7]이내 칠대 천사들이 눈치 게임으로 나타났다.
자기들끼리 응답하는 방식을 정한듯했다.
[김진아 : 각자, 진행 상황 보고해 보세요.]김진아는 카푸의 채팅창으로 이들의 활동을 종합 보고받는다.
[1사도 : 바알이다. 저는 ‘타락’이라는 집단을 만들어 살인 청부업을 시작했다. 현재 직원은 셋 고용했고 업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방식으로 더 늘려…….] [2사도 : 잭이다. 우리 집단 이름은 똑같이 ‘마왕군’으로 지었다. 우린 아직 업종을 정하진 못했고, 현재 리그를 뜯어보면서 사업성 있을 만한 아이템을 논의 중이다…….]이런 식으로.
각자 순서 없이 편하게 말했다.
어떤 집단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이 우주에 영향력을 끼치려 하는지.
‘다들 나름 잘하고 있네.’
원래는 종합 보고 받으려고 물어보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사도와 대천사는 경쟁 관계.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있던 김진아가 다시 채팅창을 쳤다.
[김진아 :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사도와 대천사는 경쟁 관계입니다. 오늘은 중간 점검 후, 제일 발전 있어 보이는 진영에 상을 하나 줄 거예요.]그 상이 뭐냐고?
바로 타르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