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6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67화
빛과 어둠(4)
프록시마 센타우리.
신이 오는 궤도 사이에 있는, 지구와 가장 가까운 항성이다.
김진아는 그곳을 전략적 요충지로 선정하고, 소속 초월자들을 모아 진을 구축했다.
“정보에 따르면 어둠은 방향을 틀었고, 빛만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
빛(Light).
과거 천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 신(神).
그 이름이 언급되자, 대천사들이 눈빛이 화르륵 타올랐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힘을 숨기지 않았다.
미카엘이 검을 들었다.
“미카의 직원들과 모든 천사들이여!”
쿠구구구……!
천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천계 측에서 구축해 놓은 모든 회사의 직원들이 이미 그 뜻을 함께하고 있었다.
“과거 우리의 것을 앗아간 흉악범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와 싸워 이긴 후 우리의 영광을 찾아내자!”
“찾아내자!”
“우와아아아아!”
하나하나가 은하급 이상인 초월자들이 한데 모여 내는 기세는 과연 엄청났다.
미카, 가브넬, 에덴, 라파스, 사라 컴퍼니, 럭투 공방.
천계가 다루는 모든 회사가 이곳에 모였으며, 전투 가용한 모든 천사가 싸울 준비를 마쳤다.
그들에게는 강렬한 의지가 있었다.
이곳을 어떻게든 지켜냄과 동시에, 빛과 싸워보겠다는 의지가.
“후.”
김진아가 호흡을 내뱉었다.
지구에는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알린다 해도 별 좋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야.’
주먹을 꽉 쥔 그녀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쿠구구구……!
그곳에는 육중한 몸을 드리운 창조룡 일레오르와 그의 명령으로 온 수백 창조룡이 뒤를 수놓고 있었다.
“일레오르.”
“그래.”
“솔직히 말하면 빛과 어둠, 둘 다 뒤로 물리려 했었어요. 원하는 대로 안 되긴 했지만…….”
김진아가 중얼거리자, 일레오르가 미소를 지었다.
“차라리 잘된 거다.”
“예?”
“그 둘이 함께 있으면 오히려 답이 없는 건 우리거든.”
“……반대로 떨어져 있어도 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건 그렇지. 따지고 보면 이 우주에서 신(神)에게 맞선다는 것 자체가 답이 없는 행위긴 해.”
“일단, 저들을 상대하려면 길마님이 있어야 해요.”
월(月)의 70%와 일(日)의 80%.
그리고 그동안 자잘하게 모았던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의 조각들을 한 몸에 지닐 수 있는 자.
스켈레톤 갓.
주동훈이 없으면 이곳에 진 치고 있는 초월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이 없을 거다.
“하지만 지금 사자는 계시지 않지, 우리는 우리 힘만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저벅.
옆으로 1사도 바알이 걸어왔다.
그렇다.
마계의 다섯 사도와 그 회사도 천계 옆에 진을 친 상태였다.
그야말로 주동훈과 스켈레톤을 제외한 모든 병력이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모여 있는 셈.
“우리의 전략은 버티는 거다.”
바알이 메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가 올 때까지.”
“길마님이 온다는 건……. 어둠을 홀로 잡으셨다는 것일 텐데?”
“어려운 일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안 된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어차피 그게 안 되면 이 모든 행위가 소용없게 되어버릴 테니.”
앞으로 있을 싸움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될지 느껴졌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기기만 한다면 그 어떤 역경도 버텨낼 수 있다.
이기기만 한다면 말이다.
게다가, 어차피 지더라도 최악의 경우 죽음 아니던가?
그때였다.
그들이 대화하고 있던 그 순간 문득 전방의 시야가 일렁였다.
쿠과, 쿠과가가가가!
새하얀 빛이 터져오르며 서서히 다가오는 거력(巨力)이 느껴진다.
바알의 눈살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온다.”
그의 말대로 빛(Light)의 힘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먼발치에 보이는 하얀 점이 서서히 몸집을 불리고 있었고, 그것이 커질수록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이 공간을 가득히 채웠다.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을 뿐인데도 저절로 모골이 송연해졌다.
“흐억.”
김진아가 헛숨을 들이켰다.
“……지금 저런 걸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실로 엄청난 압박감이다.
“저런 걸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길마님뿐이고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바알이 눈짓을 했다.
일레오르도, 미카엘도 그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 가까이 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던가!
““모두!””
세 수장이 동시에 외치자, 각자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준비했다.
초월자들은 기파를 쏠 준비를 했으며, 창조룡들은 동시에 입을 쩌억 벌렸다.
쿠과가가가가가!
그 엄청난 힘을 공간이 견디지 못하고 일그러졌다.
““공겨어어어억!””
외침과 동시에 매서운 바람이 일대에 몰아쳤다.
예리한 파공음과 귀가 찢어질 듯한 대폭발이 공간을 뒤집었다.
전쟁의 시작이었다.
***
한편.
주동훈과 그의 열 수하는 우주 중앙부에서 다가오는 어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온 세상이 숨죽이고 있었다.
난다긴다하던 거물들도 자신의 본거지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으며, 도박꾼들 역시 모행성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괜히 돌아다니다 신(神)에게 찍혀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
“조용한 우주라.”
느낌이 참 묘했다.
어떠한 존재의 등장만으로 세상이 이토록 죽어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다들 준비해.”
투웅!
주동훈이 가볍게 손짓하자 열 구의 스켈레톤이 등장했다.
백무흔부터 어르신까지.
‘이제는 나 혼자 힘으로 신을 상대해야 한다.’
스켈레톤도 곧 주동훈의 힘이니, 정말 홀로 상대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는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의 기운을 각 스켈레톤의 속성에 맞게 나누어줬다.
‘이번 전투에서 나는 일월(日月)의 힘만 쓴다.’
그게 편했다.
쿠르르……!
주동훈의 몸에서 짙은 회색빛의 기운이 흘러나오자, 모두 각자의 병기를 들고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빛과 혈투를 벌일 아군을 도울 수 있다.
“이놈아, 온다!”
어르신이 수(水)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둠.’
저 멀리서 우주보다 더 시커먼 무언가가 다가온다.
엄청난 힘이지만, 또 그만큼 은밀하다.
‘네가 얼마나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봉인 풀린 일월(日月)의 힘에 근접하진 못할 거다.
“흐아아압!”
어느새 어둠이 향이 근처에 느껴질 만큼 가까워져, 주동훈이 기운을 전방으로 분출했다.
쿠과가가가가가!
“……!?”
그러고는 멈칫했다.
제법 많은 힘을 담은 일격이었으나, 분명 맞는다는 감각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
정확히는 마치 무형의 기체를 찌른 느낌이었다.
‘뭐지?’
분명 제대로 찔렀는데?
다가오던 어둠 또한 더이상 움직임을 지속하지 못하고 전방에서 꿈틀거린다.
그리고 이내.
– 키아아아아아아!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게 어둠의 소리?’
그럴 리가 없다.
신(神)이라는 자가, 고작 한방에 비명을 내지른다고?
“주인! 이게 맞나?”
“여기도 보세요! 여기도 마찬가지예요!”
드미르와 엘드린 역시 망치와 활을 이용해 물컹한 어둠을 찔러내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역시 기괴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런 게 어둠이라고?”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요?”
태양창과 유이사도 긴장이 풀렸는지 기쁜 목소리를 냈다.
‘아니.’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어둠이 아냐.’
느껴지는 기운의 색은 분명하지만, 그 힘이 어둠이라기엔 너무도 미약하다.
“그림자.”
엘로이즈 아린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어둠이 몰고 다니는 수하들의 이름인가 봐요. 방금 아카식 레코드가 알려줬어요.”
“어둠의 수하들?”
“사실, 수하라고 하기엔 애매한 게 이들도 결국 어둠과 같아요. 수증기와 먼지가 뭉쳐서 구름이 되는 것처럼, 그림자가 하나둘 모이면 어둠이 된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주동훈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어쩐지.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어쨌든 저놈들 전부가 어둠이라면, 계속해서 잡아 보자고.”
– 키아아아, 키아아아아아!
조용했던 우주가 고막을 윙윙 울리는 비명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무언가 불길하면서도 부정적인 울림이었다.
“점점 수가 많아지기 시작해요!”
“본체가 다가오는 건가?”
“그런 것 같아요! 아직 본체가 다가오려면 먼 것 같은데 벌써 이런 게 이렇게 많다니……!”
“우선 다 죽여버려!”
“흐아아아압!”
전쟁이 시작됐다.
사방팔방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는 그림자의 숫자는 점점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타올라라!”
아린이 외쳤다.
화르르륵!
엘로이즈의 불꽃이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아린은 화(火)의 기운을 기가 막히게 다루었다.
‘어찌 보면 나보다 나을 정도?’
역시.
속성별 기운을 수하들에게 모조리 넘긴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
“태양연격!”
파바바바바밧!
태양창도 질세라 창을 내지르며 그림자를 찔러댔고.
나머지 수하들도 각자의 속성과 스킬을 집중적으로 퍼부었다.
하지만,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그 물량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보다 더 불어난다.
재해.
쓰나미를 맞이하는 일반인의 기분이 이러할까?
“주인!”
드미르가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렴 창작에만 힘을 썼던 터라, 전투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후웅, 후우웅!
망치를 휘두르기도 하고, 금(金)의 기운으로 몸을 두르기도 했지만.
푸스스, 푸스스스!
달라붙은 그림자들이 그 기운을 조금씩 훔쳐 가기 시작했다.
‘이건.’
주동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기존까지의 스켈레톤들은 죽는 게 문제가 안 됐다.
기력 10이면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까.
다만 저런 식으로 기운을 가져간다면 말이 달라진다.
“기다려라.”
드미르가 불시의 기습에 당황한 찰나, 이미 수많은 그림자를 베어 넘기던 백무흔이 신속히 움직였다.
눈을 감고, 검을 들어 올리더니.
“횡.”
가로로 베어버렸다.
삼재(三才) 중 하나이면서도 극한의 묘리를 담은 검격이 드미르 주변에 달라붙은 그림자들을 모조리 갈라낸다.
끝이 아니었다.
검을 베어낸 자세 그대로 검을 젖히더니.
촤르르르륵!
수(水)의 힘과 함께, 힘껏 전방을 향해 찔렀다.
쾅! 쾅! 콰아아앙!
수(水)의 기운이 이토록 서늘했던가?
– 키아아아아아아!
백무흔에게 당한 그림자들이 구슬피 울부짖었다.
“크하핫! 시원하구나!”
얼마나 장관이었는지, 싸우던 만술 노인이 환호하며 따라 했다.
물론, 물량이 물량이니만큼 그림자들은 아직도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다.
이번엔 무각이 나섰다.
토(土).
그의 주먹과 발에 가득 찬 흙의 힘이 보이지 않을 속도로 뻗어나갔다.
무시무시한 연격!
쿠과가가가가가!
그림자들을 찢어발기며 돌진했으나, 이내 그보다 더 많은 그림자가 무각의 온몸을 뒤덮었다.
하지만, 무각은 그걸 바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콰아아아아앙!
양팔과 다리를 쭉 펼치며 토(土)의 기운을 전방위로 폭사시켰다.
‘오.’
주동훈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들이 열심히 훈련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각 속성에 대한 이해도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준 기운만큼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거다.
‘문제는.’
파슥!
주동훈이 손쉽게 그림자를 소멸시키며, 전방을 바라봤다.
‘이제 진짜가 다가온다라는 거지.’
지금껏 상대하는 그림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응집체.
어둠(Dark)이 오기까지 이제 몇 호흡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