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6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66화
빛과 어둠(3)
비나사에게 물은 적 있다.
파괴룡들은 현 신(神)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대답은 부정적.
구신과 현신을 비교했을 때, 구신이 압도적으로 낫다는 견해였다.
원래 파괴룡은 모든 초월자의 공포와도 같았다.
엄청난 성장력과 끝없이 파괴하고 다니는 파괴욕 덕에 우주 재해, 또 다른 말로는 종말이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리그가 생겨나고 사업이 성행하며, 파괴룡에 저항할 수 있는 거물들이 많아지자 불만을 표하는 자들이 많아졌다 했다.
그래서 이해가 안 갔다.
같이 싸워주면 좋은 것 아닌가?
현신이 싫으면 갈아 엎어버리면 그만이잖아.
주동훈은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수 없었다.
일레오르가 말했듯이 이번 전쟁에서 파괴룡의 힘은 꼭 필요하니까.
그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유라…….”
데모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단순하다. 우리는 그저 파괴를 즐기는 종족이지 파괴당하는 것을 즐기는 종족이 아니야. 패배가 불 보듯 뻔한 싸움에 끼어들 이유가 없다 생각했을 뿐이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발언이다.
그는 한 집단의 수장이고, 무언가를 결정할 때는 무게 있는 책임이 뒤따른다.
다만 아쉽긴 했다.
“아쉽네요. 우리는 제법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제삼자 시선에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단, 하나 말해줄 수 있는 건 있다.”
“그게 뭔가요.”
“우리는 파괴룡이다. 무언가를 부술 기회가 있다면, 굳이 떠밀지 않아도 제 발로 나서는 종족이야. 그 파괴할 대상이 신(神)이라면 더더욱.”
“…….”
“간단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길 싸움만 한다. 어디에 붙어서 나오는 보상? 이런 건 필요 없다. 우리에게 최고의 보상은 그저 파괴이니까.”
“그 말은.”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당신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으면, 이길 만한 상황을 만들어놓아라?”
속된 말로 막타만 치겠다?
“우리 소중한 파괴룡들을 의미 없이 사지로 내몰 이유는 없으니까. 대신 우리가 따로 보상을 바라지도 않지 않은가.”
“흠, 그런 거라면.“
주동훈이 턱을 쓸었다.
”뭐, 좋아요.”
사실, 저 파괴룡들이 신(神)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적어도 지금은.
‘게다가.’
데모르의 저 워딩이 좋았다.
소중한 파괴룡이라는 말.
적어도 우리 비나사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 아니던가?
‘참…….’
이런 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그 말 때문에 서운한 감정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정이 많은 종족이네요. 파괴룡은.”
“창조룡을 생각하는 거라면 인정한다. 걔들보단 그렇겠지.”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길 만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 수 있을까요? 정확히 어떤 상황에.”
“혼돈.”
데모르가 말을 끊었다.
“예.”
“내 의지는 분명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대면도 현재의 네 위치와 비나사의 얼굴을 봐서 상대하고 있는 거야. 더는 이 주제가 번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확실한 거절 의사를 표했지만, 주동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간절한 것은 우리 쪽이다.
최대한 확답을 얻어둬야 했다.
“딱 한마디만 할게요. 빛과 어둠을 잡는다면, 그때는 참전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뭐?”
데모르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꺾었다.
주동훈은 기회다 싶어 지금의 계획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데모르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빛, 어둠과 곧 전면전을 치른단 말이지?”
“솔직히 말하면 이길 거라 장담은 못 합니다. 다만, 우리가 그들을 잡아낼 수 있다면 적어도 희망은 생기는 것 아닙니까?”
“흐음.”
데모르가 팔짱을 낀 채 고심했다.
‘그게 정말이라면.’
말 그대로 제법 희망찬 일이 맞다.
현 우주를 제패하는 일곱 신(神)은 데모르의 입장에서 철벽과도 같았다.
아무리 뚫어도 뚫리지 않는 거대하고 단단한 철벽!
그 말도 안 되는 자들을 전쟁에서 이긴다?
정말 우주의 패권이 바뀔 수도 있었다.
파괴룡 입장에서도, 원활한 파괴를 위해선 잘 보여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
“좀 더 유리한 상황에 다시 참전할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로군.”
“예, 대신 그때는 그저 막타가 아닌 진짜 목숨을 걸고 전력으로 싸워주셔야겠지요.”
“흐음.”
데모르가 고심 끝에 답변을 내놓았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이전의 제안보다는 확실히 더 낫긴 해. 다른 파괴룡들을 이끌 명분도 있고……. 다만.”
그가 심유한 눈으로 주동훈을 응시했다.
“그게 가능하겠나?”
“우리도 그게 궁금합니다.”
만약 두 신조차 잡지 못한다면, 나머지 신을 상대로 이길 생각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그냥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게 답이다.
우리의 첫 전쟁은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거다.
‘애초에.’
빛과 어둠이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찾는 이상, 싸움은 필연적이겠지만.
“어쨌든.”
주동훈이 씩 웃었다.
“조만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것이 파괴룡 데모르와의 첫 만남이었다.
***
비상!
위험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1사도 : 정보다. 현재 빛과 어둠이 우주 외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잡혔다.]두 신(神)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초월자들은 술렁였고, 리그도 잠정 중단되었다.
“시, 신이다!”
“거물들도 우러러본다는 진정한 우주의 지배자!”
신(神)이란 거대 에너지 덩어리와도 같다.
또한 얼마나 육중한지 모두가 넋을 놓은 채 빛과 어둠의 이동을 바라봤다.
인간이 별똥별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심리였다.
쿠과가가가!
두 거력(巨力)의 이동이 온 천지를 새카맣게 물들고 하얗게 빛냈다.
“신이 왜…….”
“어디로 가는 거지?”
“나야 모르지…….”
“저렇게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건 거의 처음 아닌가?”
“내가 아는 초월자 중에 좀 오래 산 분 계시는데, 몇만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희귀현상이라더군.”
“허허……. 그런 걸 이번 생에 보는 거라고?”
모두가 신(神)들의 이동을 떠들었다.
빛과 어둠은 자신들의 힘을 숨기지 않았다.
애초에 숨길 수조차 없이 많았다.
[1사도 : 문제는……. 그들이 향하는 방향의 궤도다.] [김진아 : 그곳이 어딘데요?] [1사도 : 지구.] [김진아 : 이런 미친.]김진아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들이 왜 지구에 올까?
와서 인류 문명이 얼마나 잘 발달했을까, 구경하고 하하 호호 웃다 떠날까?
그럴 리 없다.
[김진아 : 우리 예상이 맞았어요. 걔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그들의 노림수는 분명했다.
주동훈.
정확히는 주동훈이 내부에 담고 있는 일월(日月)의 힘.
사도들에게는 마신, 대천사들에게는 천신의 힘이다.
[1사도 : 드디어 찬탈자에게 복수할 수 있는 순간이 온 건가?] [미카엘 : 우리는 준비되었다.]항상 경쟁했던 그들도 지금만큼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했다.
[김진아 : 문제는.]전투의 장소였다.
[김진아 : 절대 지구에서 싸우면 안 돼요.]과연 신들은 노련했다.
지구에서 싸우면 어떻게 될까?
살짝만 부딪혀도 모든 인류는 소멸이다.
행성은 박살 나고, 우리의 삶의 기반이 터져 나간다.
생명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마음을 이용할 줄 아는 거다.
으득.
김진아가 이를 갈았다.
‘차라리 무릉도원으로 올 것이지.’
그랬으면 이토록 다급하진 않았을 거다.
그곳에 있는 거주민을 지구로 이동시키면 되니까.
반대로 지구의 거주민을 무릉도원으로 옮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건 힘들다.
가능은 한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김진아가 고민하는 찰나.
스슷!
소식을 들은 주동훈이 찾아왔다.
“길마님!”
김진아가 외쳤지만, 주동훈의 표정은 심각했다.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집단을 성장시키는 것은 김진아가 확실히 잘한다.
하지만, 본능적인 움직임과 신속한 판단이 오가는 전장은 주동훈이 더 잘한다.
전투 감각.
주동훈의 감(感)은 지금껏 승률 100%를 자랑한다.
투웅!
주동훈이 지팡이를 튕겨 어르신을 소환했다.
“어르신.”
“그래, 이놈아.”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부탁은 무슨. 급박해 보이니 명령을 해도 다 들어주마.”
“감사합니다.”
오랜만이었다.
어르신과 소통하며 싸워야 할 순간이 다시 오게 된다니.
“우선 저들과 싸울 장소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는 말이죠!”
“저들이 원하는 것은 제힘입니다.”
쿠구구구……!
주동훈이 자신의 힘을 개방했다.
“어르신.”
“엉?”
“다가오는 신들에게 달려가 말해주세요. 주동훈이 다섯 신(神)에게 달려가고 있다고.”
“……나더러 말이냐?”
만술 노인이 눈을 껌뻑였다.
“예, 어르신은 어차피 죽지 않잖아요.”
스켈레톤이니까.
“고얀 놈.”
어르신이 괜히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쨌든 저놈들이 원하는 건 다섯 신 몰래 네놈을 삼키는 것일 테니 곧바로 방향을 틀겠구나?”
“정확한 건 해봐야 알겠지요.”
소통은 채팅창으로 하는 거로 하고, 일단은 한시가 급했다.
“바로 움직이시죠.”
“그러마.”
파밧!
어르신이 곧바로 튀어 나갔다.
***
“허어.”
만술 노인은 다가오는 두 거대 덩어리를 보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뭐 저딴 존재들이…….”
그동안 훈련하며, 우주 곳곳을 돌아다녔다.
제자 녀석이나 김진아를 통해 거물들도 제법 봐왔다.
한데.
단언컨대 저 둘만 못했다.
백발의 여성과 흑발의 남성.
그 두 존재가 거대 기류를 몰고 광속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 그것만으로 주변에 있는 행성이 파괴되고 초월자들이 찢긴다.
그 궤도에 있던 대부분이 도망도 못 치고 소멸당하는 중이며, 애써 도망가던 초월자도 곧 정수를 토해내고 죽었다.
당연하지만, 그 정수는 그대로 빛과 어둠이 흡수해 버렸다.
그야말로 세상의 종말을 보는 것 같은 기분.
만술 노인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여기까지 달려 온 이상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제자 녀석이 시키지 않았던가.
“크하하핫! 이놈들아! 주동훈을 찾고 있나? 왜, 구신(舊神)의 힘을 네놈 둘이 꿀꺽 삼키려고?”
쿠과가가가!
어르신이 저들과 속도를 맞추며 들으라는 듯 외쳤다.
“그런 놈들이 빤히 속 보이게 지구로 달려와? 그렇게는 못 당해주지!”
만술 노인이 기운을 떨쳐내며 힘겹게 외쳤다.
다행히도 빛과 어둠이 관심을 보였다.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빛이 눈살을 찌푸렸고.
– 주동훈, 그자의 스승이로군?
어둠이 만술 노인을 알아봤다.
그림자가 조사해다 준 정보였다.
“크하핫! 무슨 말이 하고 싶냐고? 이놈들아! 주동훈은 이미 지구에 없다! 왜 그런 줄 아느냐? 네놈들 하는 게 역겨워서 그대로 다섯 신(神)에게 달려가는 중이다! 그곳에서 그들을 깨워 숨겨두었던 힘을 바치고, 네놈들의 만행을 알리겠단다!”
– 그게 정말이야?
빛이 어둠을 바라보며 물었고.
어둠이 눈을 감고 중얼거리더니.
– 제기랄.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 진짜다. 진짜 주동훈이 우주 중앙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
– 하?
빛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안 당해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수를 쓴다?
솔직히 말하면 우스웠다.
정말 그게 먹힐 거라 생각한 건가?
– 어둠.
– 왜.
– 네가 가서 막아라. 지구 쪽은 내가 정리해 두겠다.
감히 신(神)들을 상대로 장난질을 펼치려 한 녀석들이다.
빛은 그들에게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보여줄 생각이었다.
타악!
빛이 손가락을 슬쩍 튕기자.
파스슷!
만술 노인의 신체가 녹아내렸다.
– 가라, 어둠. 너 혼자서도 충분하겠지?
– 당연한 말을. 빠르게 먹고 나눠주겠다. 너는 원래 계획대로 지구와 무릉도원. 그리고 일월과 관련된 모든 것을 소멸시켜라.
어둠이 웃었다.
힘을 합쳐 달려오던 두 신(神)이 두 갈래로 찢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