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6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69화
빛과 어둠(6)
[1. 리그를 없앱니다.]“……!”
초월자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리그는 현 신(神)들의 산유물이자 그들의 배를 불리는 적폐와도 같습니다. 또한 공정성이 확보된 게임도 아닙니다. 리그에 장난질을 친다는 사실은 웬만한 거물이라면 다 알고 있죠. 그런데도 유지하는 이유는 온전히 그로부터 창출되는 세금 때문일 겁니다.]“맞지.”
“신들은 우리한테 관심 없어.”
“저번에 기여도 보상받을 때 세금 떼는 거 보니까 장난 아니더라.”
“진짜 신들로선 앉아서 정수 놓고 정수 먹는 게임 아니야?”
기득권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현 신(神)들이었다.
“약속, 괜찮은데?”
“그리고 장난질은 진짜 황당하다니까?”
“에이, 장난질이 진짜 있다고? 리그 판에?”
누군가가 황당해하며 묻자, 초월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린다.
“넌 진짜…….”
“어휴.”
“대단하다 진짜.”
“머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다수의 비난에 억울한 초월자가 외쳤다.
“왜? 음모일 수도 있는 거잖아!”
“에라이, 멍청아!”
진짜 멍청한 그에게 누군가가 또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애초에 혼돈이 주동훈이라잖아. 그거면 말 다 한 거 아냐? 혼돈이 누구냐. 거물 위의 거물. 우주를 주름잡는 온갖 집단의 배후와 수장인데……. 그런 존재가 일개 챌린저 플레이어라고?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창조룡들의 수장 일레오르 마저 그 밑에 있다지.”
“허억, 진짜?”
“심지어 파괴룡도 길들였잖아, 주동훈. 그때 엄청 놀랐었는데, 사실 길들인 게 아니었을 수도 있어.”
“맞어. 원래 거물이었는데 파괴룡이 쫄아서 따른 거일 수도? 걔들 생긴 거에 비해 쫄보잖아.”
본래 소문이란 퍼지면서 와전된다.
“그럼 주동훈은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몰라, 리그 판을 뒤집어엎으면서 신(神)들에게 반항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신(神)의 대항자!”
“혼돈!”
“그럼 다른 집단들을 배후에서 몰래 키워냈던 것도?”
“우주의 판을 뒤집을 힘을 기른 거지.”
“대단한데?”
“존경할 만한 존재인 건 확실해.”
주동훈은 어느새 약한 초월자들을 위해 싸워주는 영웅이 되어있었다.
웬만한 초월자들은 리그에 대해 불만이 많다.
어쩔 수 없다.
본인들이 초월자가 되기 전, 리그의 플레이어로 뛰어본 경험이 있으니까.
“우린 그저 장난감이었지.”
“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한 장난감.”
“솔직히 이런 제도는 없애는 게 맞아.”
“리그에 정수 걸 바에 바사고가 운영하는 ‘카지노’에 가서 노는 게 더 재미있을 듯?”
“맞네, 적어도 거긴 생명을 두고 장난치진 않으니까.”
리그를 없앤다는 말.
그거 하나만으로도 주동훈에게 힘을 실어줄 명분은 충분했다.
다음은.
[2. 행성과 초월자들을 보호합니다.]“보호?”
“우리를?”
“우리랑 모행성 포함인 것 같은데?”
[현 우주는 약육강식입니다. 그것 또한 자유, 좋습니다. 다만 그것을 원치 않는 행성이나 초월자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원하는 자는 우주 외곽에 보호 존을 따로 만들어 그 누구의 간섭도 받을 수 없게 하겠습니다.]“오.”
초월자들이 반색했다.
거물들이나 우주에서 제법 자리 잡은 기득권층은 눈살을 찌푸릴 수 있겠지만, 정수가 얼마 없는 초월자들은 제법 반가운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무서웠던가!
정수 부자가 약탈하고자 하면 법이고 뭐고 다 뺏기는 게 그들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제부터 행성을 독립시킬 수 있다고?
침략, 약탈이 사라진다고?
그것을 약자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캬, 이건 싸울 맛 나는데?”
“이러면 당연히 혼돈을 응원하지.”
“보호받는 자유! 그게 진짜 자유 아니겠어?”
초월자들이 선동당하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몇몇 거물들도 꽤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끝없는 경쟁에 지치던 와중에 괜찮은 소식이로군.”
“사실, 나도 원해서 이러고 살았던 건 아냐. 그저 생존……. 살기 위해 강해진 것뿐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사랑하는 자를 지키고, 나 자신을 보호하려면…….
이 우주에서는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으니까.
자신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확실하게 보호해 준다면?
“쉬고 싶어.”
“그저 평온하게 살고 싶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안식에 취할 초월자들도 많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3. 세금을 없앱니다.]“뭣!”
이번엔 대다수 거물들이 벌떡 일어났다.
“이건 굉장한 이슈인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세금을 불합리하게 가져다 바쳐야 했던가.
재주는 거물들이 부리고, 배는 신(神)들이 불린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혼돈이 이긴다면 더 이상의 세금이 없다고?
“주동훈, 그자. 몰랐는데 개념 있는 친구였군?”
“그래서 싸우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적은 힘이지만 나도 한번 보태고 싶은데?”
“우리야 뭐. 신이 좋아서 따랐나. 강해서 따랐지. 뒤집을 수 있다면 나 역시 찬성한다. 그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면 말이야.”
시스템은 마지막 종지부를 찍었다.
[현재 빛(Light)의 위치는 ‘프록시마 센타우리’] [혼돈을 도와 그녀를 처단하세요!] [기여도에 따라 막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빛?”
“한번 싸워봐?”
“아직 출발 안 했어? 난 바로 간다! 혼돈의 생각이 진짜라면 목숨을 걸어볼 가치가 있겠어!”
많은 초월자들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
어딘가 어두컴컴한 행성, 빛이 들지 않는 음지(陰地)에 거대한 개가 웅크리던 몸을 폈다.
“드디어 날 유기했던 주인을 물어버릴 순간이 온 것인가.”
섀도우 셰퍼드 킹.
과거 주동훈에게 무음(無音)을 가르쳐 줬던 그 개는 어느덧 초월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동훈.’
역시 대단한 자였다.
얼마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초월자를 넘어 신(神)과 대척할 정도로 강해졌단 말인가?
셰퍼드는 알았다.
그가 원래 아무것도 없던 일반적인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더 경이로웠다.
어찌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어쨌든.’
그와는 약속했었다.
– 혹여, 나중에 다시 볼 날이 온다면…….
– 그때는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으마.
나중에 보게 되면, 꼭 은혜를 갚기로.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함께 훈련하지 않았던가.
“아이들이여, 일어나라.”
셰퍼드가 으르릉거렸다.
“가자. 나의 옛 주인이었던 그녀, 빛(Light)을 척살하러. 그리고 은인을 도우러.”
쿠르르르……!
그렇게 수많은 셰퍼드들이 그림자를 밟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둠은 계속해서 주동훈을 압박했다.
쿠과가가가!
그럴수록 그림자는 더더욱 많이 나와 수하들과 정령들을 압박했다.
– 제법 견디는구나. 귀찮게.
어둠 역시 어느 정도는 힘 조절하고 있었다.
그로서도 괜히 시끄럽게 굴었다가 다섯 신(神)이 깨어나면 골치 아파진다.
스읏, 콰아앙!
어둠의 주먹이 주동훈의 초월체를 향해 후려졌다.
주동훈 역시 눈에 힘을 주고 그것을 받아냈다.
‘제기랄.’
[월(月) : 익숙지 않을 거다. 너도 그토록 큰 힘을 다뤄본 것은 처음일 테니.]월의 말이 맞았다.
가지고 있는 힘은 많지만, 그것 전체를 개방해서 싸워 본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신(神)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움직여 왔으니까.
– 확실히 신기한 그릇이구나. 그 많은 힘을 어찌 다 담고 있단 말인가.
압박하던 어둠이 신기한 듯 말을 꺼냈다.
주동훈은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 우주 자체가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랄까.
자신이 온 힘을 꺼내고 있음에도 분명 어둠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 뭐 하냐. 설마 그게 다냐? 아니면 방심을 유발하기 위한 작전? 웃기지 마라.
어둠이 으르렁거렸다.
주동훈이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 어서 본 실력을 드러내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쿠과가가가!
어둠이 자세를 낮추더니, 이내 주먹에 커다란 기운을 실어 내질렀다.
이대로 소멸해 버리라는 듯이!
– 곧 죽게 될 테니까!
“흐으으읍!”
놀랍게도 주동훈이 점차 밀린다.
힘은 비슷한데, 그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거다.
이는 어쩔 수 없었다.
저놈들은 저 힘으로 억겁의 세월 동안 잠도 자고 활동하면서 생활해 왔지만, 주동훈은 고작 몇 년이 다다.
‘게다가.’
싸우면 싸울수록 남의 힘을 흡수해 버리는 저 사기적인 능력 때문에 갈피가 안 잡히는 상황이었다.
[일(日) : 위!]“흐읍!”
주동훈이 기운을 끌어올려 아래로 찍히는 주먹을 받아냈다.
초월체가 뒤흔들리며, 오랜만에 통증이라는 감각도 느껴야 했다.
[월(月) :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아니.’
안 되는 건 없다.
[월(月) : 네 수하도 점점 밀리고 있다! 그림자의 힘이 장난이 아니야! 이건 후퇴해야 한다!]후퇴하면?
그때는 진짜 끝이다.
빛과 어둠이 지구를 집어삼키는 꼴을 멍하니 쳐다봐야겠지.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어떡할까?
‘나도 신(神)과 같은 힘을 낼 수 있으니, 똑같이 흡수해야 할까?’
만술(萬術).
그 안에는 분명히 흡성대법도 있었다.
[월(月) : 그게 마음먹는다고 바로 되겠냐?]안 될 건 뭐야?
[월(月) : 된다고 하더라도, 그 능력이 저놈에 비할 바는 못될 거다. 너희식 표현으로 하면 프로와 교육생이 맞붙는 수준일 거야. 저놈은 태생이 무언갈 빼앗기 위해 태어난 놈이니까.]콰아앙!
힘과 힘이 맞부딪히면서 후끈한 열기가 주동훈을 덮쳤다.
– 아직도 제대로 싸우지 않는 거냐? 그렇다면 별수 없지.
어둠이 다시 거칠게 주먹을 휘둘렀다.
– 그만 그 힘을 내놓고 죽거라.
화르르륵!
그때였다.
후끈한 열기 사이로 불꽃이 타올랐다.
익숙한 향.
엘로이즈의 불꽃이었다.
‘아린?’
주동훈이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그림자는 어쩌고 여기까지?
‘교수님.’
그녀 역시 마음으로 소통했다.
‘저 어둠의 능력 때문에 애먹고 있으시죠?’
‘그래, 맞아.’
‘제가 생각했을 때 방법은 하나에요.’
방법?
방법이 있다고?
‘잠깐 시선을 돌린 다음에 한 방에 터뜨리는 것. 엄밀히 따지면 교수님이 지닌 힘이 저 어둠보다 훨씬 많잖아요.’
‘그렇긴 한데……. 시선을 돌릴 수 있겠어?’
콰앙, 콰아아앙!
어둠에겐 도무지 빈틈이란 게 보이지 않았다.
‘해볼게요. 부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한쪽에서 거대한 기운이 솟구쳤다.
기운이 얼마나 살벌한지, 순식간에 일대를 장악했다.
– 뭐지?
어둠이 눈살을 찌푸렸다.
익숙한 기운이 아니다.
이 우주는 음양오행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기운은 그 원천으로부터 나오는데…….
– 이 기운은?
강력한 신(神)마저도 경시할 수 없는, 무언갈 초월한 존재감이 일대에 강림했다.
어둠의 시야에는 한 붉은 머리의 마법사가 책을 펼치고 서 있었다.
엘로이즈 아린.
다른 이름으로 고대 마법.
주문을 외는 그녀의 표정은 곧 죽을 것만 같이 괴로워 보였다.
– 설마.
고개를 갸웃하던 어둠의 눈이 커졌다.
– 우주의 세계수, 아카식 레코드?
쿠과가가가가!
거대한 뿌리와 가지가 어둠을 향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