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7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79화
최후의 격전(5)
불이 소멸하고 그 힘을 다른 존재가 대체하는 것을 본 순간, 탐식종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또 그만큼 긴 세월 동안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탓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린 걸까?
일곱 신(神) 중 셋이 소멸해 버렸고, 남은 넷은 탐욕에 허우적거려 제대로 합치지조차 못한다.
보아하니, 시스템 관리하라고 뽑아놓은 녀석들은 배신 때린 후 전 우주를 대상으로 선동질을 하고 있다.
‘안 된다.’
흙(Earth)은 생각했다.
‘돌이켜야 해.’
어떻게든 돌이켜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
주동훈을 죽여, 그가 흡수한 힘을 다시 앗아와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남은 넷 역시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소멸 확정이다.
그러나 어떻게?
이제 와서 정비해 봐야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당장 떠오르는 방법은 하나.
‘힘을 합친다.’
스윽.
흙(Earth)이 주변을 둘러봤다.
남은 녀석들 역시 서로를 바라본다.
오랜만이었다.
이토록 간절히 의견이 합치된 적은.
– 건방진 놈! 우리가 이 우주의 신(神)이다!
흙(Earth)이 먼저 황톳빛 기운을 펼쳤고.
그 안으로 남은 세 탐식종들이 몸을 던졌다.
물(Water), 나무(Tree), 쇠(Iron).
그것들이 하나로 혼합되어 이상한 혼종이 되었다.
인간의 모습?
버려 던진 지 오래다.
탐식종들은 자신의 본모습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것을 꺼리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혼돈을 죽인 후, 이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싹 다 지워 버릴 예정이니까.
“…….”
주동훈은 하나로 합치는 그 거대한 힘을 바라보았다.
‘더럽게도 못생겼네.’
끔찍하다 못해 징그럽고 흉악하달까?
기분이 이상하다.
저런 벌레 같은 게 지금껏 우주를 제패하던 신(神)이라니.
“주군.”
태양창의 신호에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릴 필요 없다.
“바로 가자.”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전투.
이 전쟁은 한 끗 차이로 끝난다.
스윽.
주동훈이 다시 회색빛 검을 들어 올렸고.
쿠과가가가가가!
그곳으로 다시 세 가지 기운이 하나가 된다.
빛이 천(天).
어둠이 지(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人)의 기운이 상부와 하부에서 끝도 없이 몰려든다.
엄청난 힘을 컨트롤하는 주동훈이지만, 오히려 아까보다 더 안정감이 있었다.
그리고.
쿠과가가가가!
네 탐식종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섞인 힘이 강제로 응집되어 쏘아질 준비를 마친다.
서로가 느꼈다.
이 힘의 충돌로 모든 것이 끝난다.
단 하나뿐인 기회.
“흐아아아아압!”
주동훈이 기합을 지르며 한없이 기운을 뭉치고 또 뭉쳤다.
화르륵!
태양창도 자신의 기운을 그 위로 부드럽게 둘렀다.
상황을 지켜보던 창조룡과 파괴룡도.
있는 힘껏 용언 마법을 펼쳐 가져온 기운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주동훈에게 쏟아부었다.
‘좋아.’
경이로울 정도의 기운이 모이는 것을 느낀 주동훈이 검을 고쳐잡으며 이를 드러냈다.
‘압도적이야.’
실로 말이 안 됐다.
응집되지 못하고 넘실거리는 작은 기운 하나가 공간을 찢고 시간을 왜곡시킨다.
이제부터 술(術)은 필요 없다.
전략도, 전술도 필요 없다.
그저 누가 더 압도적인가!
기운과 기운의 싸움일 뿐!
‘오나?’
기운을 다스리며 주동훈이 전방을 바라봤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저쪽에서 먼저 기운이 쏘아졌고, 당연하게 주동훈 역시 검을 천천히 내리그었다.
촤아아악!
쏘아진다.
세상 무엇이라도 갈라버릴 것 같은 그 패도적인 기운이!
쿠과가가가가가!
도시에 들이닥친 쓰나미처럼 여기저기 터지며 전방을 덮쳐 버린다.
그렇게 서로의 기운이 하나로 맞닿았을 때.
콰아아아아아아앙!
마치 빅뱅이라도 터진 것처럼 엄청난 굉음이 공간을 뒤집어엎었다.
***
‘아아.’
주동훈이 경악했다.
세상 그 어느 물질보다 단단한 육체가 구부러지는 느낌이다.
온몸이 짓눌려 으깨질 것 같은 압력이 전신을 뒤덮었다.
이미 두건은 다 찢겨 부스러졌고, 머리카락마저 불타오른다.
하지만 주동훈은 집중을 잃지 않았다.
그저 쏘아낸 기운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눈을 가느스름하게 뜬 채 힘을 불어넣을 뿐이었다.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 그 어떤 방해가 있어도.
그 어떤 압력이 자신을 눌러도.
‘버틴다.’
바로 이 공격에 주동훈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어르신에게 온종일 처맞으며 단련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휴식 없이 달려왔다.
누구를 위해서?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
우주의 모든 생명이 주동훈의 어깨에 걸려 있었다.
부담?
솔직히 없었다.
주동훈은 잘 안다.
어차피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존재가 자신 말고는 없음을.
‘다만, 아깝잖아?’
그동안 노력했는데.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이후엔 최고로 이곳에 남고 싶어 노력했는데.
여기서 못 버티면 그것 모두가 날아가 버린다.
그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
“흐아아아압!”
날아가라!
힘차게 날아가 저 빌어먹을 괴생명체들을 소멸시켜라!
여기서 쏘아지는 기운 한 올 한 올이 바로 우주의 의지다!
생명체들의 생존 본능이며, 끝없는 바람이다!
쿠과가가가가!
서로 부딪히며 균형을 이루던 기운이 조금 더 앞으로 전진했다.
마치 거친 냇가를 역류하는 연어처럼 치열한 모습으로.
아아.
세상이 진동한다!
그곳에서 밝음과 어두움이 군무처럼 뒤섞이며 끝없이 기운을 토해낸다!
그 거친 싸움 속에서 주동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상대가 자신에게 짓눌리는 게.
‘아니, 내가 아니지.’
상대가 우리에게 짓눌리는 게.
쿠과가가가가가!
우주 중앙에 거친 기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
– 미친.
– ……도대체 이게.
우주 중앙에 피어난 폭풍!
그곳을 위, 그리고 아래에서 바라보던 두 용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나의 큰 구(球)가 생겼다.
기운이 뭉쳐 생긴 거대한 동그라미.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기감을 통해 파악하려 해도, 내부를 쳐다볼 수조차 없다.
다만 추측할 수 있다.
저 안이 상상 이상으로 격렬하다는 것을.
– 차라리 다행이라 해야겠어.
– 그렇지……. 이 힘이 퍼져서 우주 외곽으로 방출되기라도 했다면……. 하, 끔찍하구만.
탐식종들이 하려 했던 우주 종말이 그대로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 데모르.
일레오르가 중얼거렸다.
– 응?
– 이제 어떡하지? 한시라도 빨리 도와야 하지 않나.
– 돕긴 뭘 돕나.
– 뭐?
– 어떤 방식으로 도울지 감은 오고?
– 감이 안 오니까 묻는 거 아닌가. 맘에 들지 않긴 해도, 네놈 아이디어 덕분에 싸움이 된 것 같으니까.
– 아서라.
데모르가 고개를 저었다.
– 우리가 도울 게 없다. 딱 봐도 알지 않나. 돕겠다고 저기에 들어가기라도 하려고? 그대로 먼지 하나 남지 않고 소멸해 버릴 거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다.
열심히 응원하는 것.
– 우린 할 만큼 했어.
– 그러한가.
잠시 생각하던 일레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들도 주동훈만큼 열심히 움직이지 않았던가.
다만, 고행의 길을 걸을 존재가 정해져 있을 뿐이었다.
여느 종교와 똑같다.
누군가를 위해 총대 메고 고난의 길을 걷는 영웅.
그것이 영웅의 길.
바로 신(神)이 될 자의 길이다.
지금껏 걸어왔고, 이제 그 서사가 끝날 때가 다가온다.
– 우리는 그저 믿고 기다리면 되는 거다.
새로운 신(神)의 부활을.
그리고 탄생을.
***
과연 탐식종들.
밀리고 있는 와중에도 저항이 엄청났다.
퍼걱!
전신을 후려갈기는 감각에 주동훈의 온몸에서 출혈이 일었다.
신체적 통증에 초월한 그였지만, 방금 일격은 마치 영혼 자체를 강타한 느낌이었다.
치유? 무적? 반사?
등등의 잡스킬은 신(神)들 앞에서 의미 없다.
‘어쩔 수 없어.’
그냥 맞을 수밖에.
이런 기류 폭풍 안에서 아무런 고통 없이 편안하게 이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 아닐까?
원래 비슷한 수준끼리 싸우면 둘 다 피떡이 되도록 싸우지 않던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쾅! 쾅! 쾅! 쾅! 쾅! 쾅! 쾅!
그저 얻어맞는 만큼 계속해서 기운을 분출해 상대를 패는 거다.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정수만큼, 상대의 몸에서도 정수를 뿜어내게끔 하면 되는 거다.
[월(月) : 진짜……. 지독한 놈들이다.]싸움을 지켜보던 월이 한탄했다.
[일(日) : 그러게요. 승기를 다 잡은 줄 알았는데 어찌 저렇게 버티는 건지.]일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느낌이다.
‘근데요.’
주동훈이 속으로 웃었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쟤들도 그런 생각할 테니까.
똑같은 상황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질릴 만큼 버티고 간절하게 버티는 싸움.
‘그나마 다행인 건 뭔 줄 알아요?’
전방 괴생명체를 바라보는 주동훈의 눈빛에 독기가 가득 찼다.
[월(月) : 그게 뭔가.]‘저들은 이런 고통이 익숙지 않다는 거.’
옛날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편안함에 익숙해진 자들이다.
반면에 자신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끝없이 고통 속에 자신을 몰아넣었던 사람이다.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의 부딪힘!
문득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신(神)들이 똑똑하지 않아서.
그저 에너지만 무식하게 끌어모았던 욕심 많은 존재여서.
그렇기에 상대를 더욱 압박할 수 있는 것이리라!
‘어디 더 버텨봐라!’
결국 끝에는 누가 웃고 있을지, 한번 계속해서 싸워 보자꾸나!
쿠과가가가가!
그렇게 계속 부딪히고 있을 때.
“주군!”
태양창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창을 들고 화(火)의 기운을 열심히 뿌려댔다.
몰아치는 사막!
주변으로 모래 폭풍이 일었고.
영혼의 불꽃(Soulflare)!
화르르륵!
일순간 기운이 극도로 타오르며 증폭하는 동시에.
퍼버버버버벙!
태양연격(太陽連擊)이 터져 나왔다.
– 크아아아아아아아!
저 멀리서 탐식종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린다.
태양창의 힘으로 균형이 뒤틀린 탓이다.
– 이 빌어먹을 놈들!
그때였다.
탐식종들의 힘에서 그동안 뿜어져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월(月) : 저것은……!]월이 경악했다.
[월(月) : 우리의 힘? 저 간악한 놈들이 언제?!]그렇다.
주동훈이 불(Fire)을 잡고 힘을 썼던 것처럼, 저들 역시 그동안 몰래 축적해 둔 일월(日月)의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 혼돈? 그딴 거! 우리라도 못할 것 같으냐?
– 그냥 합하면 되는 거잖아? 어디 네놈 역시 똑같이 당해봐라!
쿠과가가가가!
저들의 힘에 혼돈이 더해진다.
‘허.’
주동훈은 황당했다.
자신의 힘인 줄 알았던 것에 당할 줄은 솔직히 몰랐다.
그리고 아팠다.
혼돈의 힘이 강한 건 알았는데, 직접 맞아보니 정말 [억] 소리가 나온다.
진짜 황당하고 억울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다.
[월(月) : 어떡하는가, 계약자여! 이대로라면!]기다려 봐요.
감히 혼돈의 힘을 가져다 써?
그래, 어디 한번 그렇게 해봐라.
“나도 하면 되니까.”
우웅!
주동훈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나와라, 나의 수하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