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8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80화
최후의 격전(6)
그래.
주동훈은 혼돈이기 이전에 네크로맨서다.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는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스켈레톤 갓!
“주군.”
스릉!
나타난 백무흔이 검을 뽑아 들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신(劍神)의 전신에 수(水)의 기운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수(水) : 그래, 기다리고 있었다. 안 불렀으면 서운할 뻔했어?]그와 어르신께 붙여둔 정수.
항상 까칠했었던 수(水) 역시 반갑게 인사해 왔고.
“끌끌.”
어르신 역시 혀를 차며 웃었다.
“이놈아. 약속하지 않았느냐. 네가 한을 풀어준 대가로 평생토록 네놈 옆에서 조언하고 함께 감당해 주겠노라고. 그런데 왜 네놈 혼자 감당하려 했느냐?”
쿠과가가가가!
기류 폭풍 속에 수(水)의 기운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부딪침 속에서 튀어나온 물(Water)의 기운이 모조리 백무흔과 어르신에게로 흡수된다.
–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당황한 물(Water)의 외침이 들렸다.
– 뭐 하긴.
주동훈이 즉시 대꾸했다.
– 네놈들은 내 혼돈의 힘 가져다 쓰면서. 나라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나도 그럴 수 있단 걸 알았어야지.
후우우웅!
이제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그곳으로부터 상쾌하게 뿜어져 나오는 생생하고도 푸릇푸릇한 신록의 잎사귀들.
바로 목(木)의 기운이다.
“주인님, 부름에 응했나이다.”
엘드린이 활을 들었다.
부지불식간에 쏘아진 화살이 공간 전체를 수놓는다.
동시에.
월광낙하(月光落下)!
쿠과가가가가가가!
달빛을 연상케 하는 빛무리가 융단 폭격처럼 투하된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아아, 마스터시여.”
다나의 성스러운 기도가 목(木)과 어우러져 치유의 힘을 극대화한다.
우우웅!
마치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샘물처럼 생기 넘치는 힘이 주동훈의 내부를 환기하고 정화한다.
통증이 완화될 뿐만 아니라, 영혼 자체가 정화되는 느낌.
[목(木) : 후후, 반가워요?]목도 등장하자, 월이 웃었다.
[월(月) : 크하핫! 계약자!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좋다! 좋구나!]기뻐하는 것은 월뿐만이 아니다.
모든 정수가 한마음 한뜻으로 즐기고 있었다.
얼마나 통쾌하던가!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억겁의 세월 전 자신들의 모든 것을 앗아갔던 탐식종들에게 하는 제대로 된 복수다.
[월(月) : 역시 우리 계약자! 한을 풀어주는 존재!]그렇다.
주동훈이 수하들의 한을 풀어주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정수들의 한을 풀고, 그들의 힘을 받아 통제한다.
실제로 정수들은 자신의 모든 힘을 주동훈에게 가져다 부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저 빌어먹을 탐식종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던 그런 마음이었다.
“마스터. 지금껏 버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쿠웅!
이번엔 카덴의 불굴의 방패가 주동훈의 앞을 막는다.
당연히 온몸에는 황금빛 금(金)의 기운이 둘려있다.
“지금껏 못지켜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시야에 있는 한, 마스터가 고통받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난공불락!
이 우주에서 가장 튼튼한 요새가 주동훈의 앞에 배치됐다.
그리고 그 요새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드미르의 망치다.
“허허헛! 카덴! 내 기운은 지금 필요 없으니 다 가져다 쓰게나!”
“고맙다.”
본래는 둘로 나뉘었어야 할 금(金)의 기운이 하나가 되어 온전한 방어에 집중한다.
그것만으로 주동훈은 편안함을 느꼈다.
‘진즉 이랬어야 해.’
왜 항상 혼자 하려 했을까?
이렇게 듬직한 수하들이 있는데.
이들 또한 자신의 자산이며, 자신의 힘인데!
“크하핫! 나도 있다!”
쿠과가가가가!
토(土)의 기운을 두른 무각 역시 나타나자마자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쾅! 쾅! 쾅!
차고!
쾅! 쾅! 쾅!
밀어내고!
쿠과가가가가가가!
찍어낸다!
투신(鬪神)은 싸움을 즐긴다.
지는 싸움도 즐길진대, 이기는 싸움은 또 얼마나 즐거우랴!
“투신, 제힘도 받아 가세요.”
유이사가 미소 지으며 그런 무각에게 자신의 기운을 건네주었다.
그녀의 정령들은 이미 어둠과 싸우며 많은 소실이 있었다.
이런 기류 폭풍 속으로 정령들을 소환하기엔 너무 미안하다.
그저 드미르처럼.
지원해 주는 것만으로 족했다.
서로 각자의 힘에 도움을 주는 존재.
이제 주동훈의 수하들은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음이 통하고 기운이 통하니.
가족.
그것보다 더 끈끈한 존재가 된 것이다.
쿠과가가가가가가!
그렇게 다시금 두 힘이 격돌했다.
이제 서로 보여줄 것 다 보여줬다.
망설일 필요도 없고 주저할 것도 없다!
그저 벼락처럼 밀고 나가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상대를 박살 내고 누른다.
찌르고 패고 쑤셔서 정수를 뽑아낸 후 계속해서 우리 것으로 흡수한다.
탐식종?
‘지금은 내가 너희들보다 더 탐욕스럽다!’
쐐애애액!
기운을 쏟아붓던 주동훈이 아예 전방으로 달려 나갔다.
어느 때보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검이 대기를 가로질렀다.
세상 모든 것을 쪼갤 듯한 찌르기!
– 오지 마라!
탐식종들이 반항하려 했지만, 이제 상대할 게 주동훈뿐만이 아니다.
스켈레톤들의 합류로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게 된 것!
– 아아, 이건.
탐식종들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기운이 밀린다!
버티고 버텼던 기운이 속절없이 밀려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 안 돼!
– 버텨봐!
– 왜 안 되는 거야!
– 난들 어찌 아나!
당황하는 저들의 소리에도 주동훈은 동요하지 않았다.
모든 기운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계속해서 검을 내질렀다.
그리고 이내 그 기운이 괴생명체의 몸에 닿았을 때.
콰아아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엄청난 폭발음이 우주 중앙 일대를 격렬하게 울렸다.
***
“크하악!”
그 반탄력에 주동훈의 초월체가 반으로 구겨졌다.
몸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는 수상한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고, 뇌에 충격이 있는지 시야가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자신의 고통에 비해 상대는 더욱 큰 충격을 받았을 테니.
‘오히려 한 번 더!’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치 드높은 고산을 등반하는 것과도 같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고통 속에서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않던가.
그저.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계속해서 검을 뒤로 젖혔다 내질렀다.
–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악!
폭음 사이로 끔찍한 탐식종들의 비명이 섞여 들린다.
주동훈은 그 소리가 왜인지 너무 듣기 좋았다.
그래서 멈추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다시 검을 힘껏 내질렀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기류 폭풍 안에 기류 폭풍을.
또 그 폭풍 안에 폭풍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해왔던 만행에 대한 신벌(神罰)을 주듯!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시야가 눈부신 광채로 칠해질 때까지 계속해서 찔러댔다.
우수수수……!
당연히 사방으로 정수들이 튀어나왔고.
수하들은 그것을 받아먹은 채, 그대로 다시 저들에게 되돌려주었다.
그 향연 속에서 주동훈은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이겼다.
이제는 질 수가 없었다.
***
아아.
밀린다.
탐식종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주동훈의 검 끝에서 튀어나오는 그 기세가 말이 안 돼서.
도저히 힘을 합치고 합쳐도 상대가 안 돼서.
–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친 듯이 괴성을 질러봐도 저 기운을 떨쳐낼 수 없다.
– 웃기지 마라!
우리가 누구냐!
탐식종이다!
태초부터 누군가의 것을 탐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
쿠과가가가가가!
억겁의 세월 동안 쌓여온 힘이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이 힘에 저항할 수 없다.
하나…….
– 어째서!
흙(Earth)의 눈이 뒤흔들렸다.
– 어째서 고작 찰나에 불과한 기운들이 이 기운을 밀어낼 수 있냔 말이다!
본래 자신들의 힘은 양 자체가 다르다.
주동훈이 잠시 우주의 힘을 모았다면?
자신들은 한평생을 우주의 힘을 쥐어짜며 살았다.
뺏고, 뺏고, 또 빼앗고.
그렇게 모인 힘이 어찌 저딴 힘에게 밀린단 말이냐!
양보다 질이란 것인가?
– 그래, 인정하마!
그때였다.
나무(Tree)가 급하게 외쳤다.
– 너는 강하다! 혼돈!
작은 힘으로, 짧은 시간 내에 우릴 이렇게까지 몰아세웠는데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랴!
– 우리가 부딪혀 봐야 이 우주엔 좋을 게 없다! 보아라! 이 힘의 격류를! 이게 터진다면 어찌 될 것 같으냐! 그게 바로 우주 종말이다! 그러나!
나무(Tree)가 은근한 목소리로 외쳤다.
– 우리가 힘을 합하면 이 우주를 더욱 강하고 아름답게 이끌 수 있겠지. 리그? 시스템? 다 인정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해주마!
– 지금 뭐 하는 짓이지?
흙(Earth)이 따지고 물었지만.
– 넌 닥치고 보조나 해라.
나무(Tree)가 씹어내듯 대꾸했다.
나무(Tree)의 힘은 물(Water)과 흙(Earth)의 보조가 있어야만 완전하게 강해진다.
오히려 불(Fire)은 그 힘을 작게 만든다.
소멸한 게 다행이란 소리.
나무(Tree)의 의지가 다시금 주동훈에게 향했다.
– 그저 우린 이 자리에서 널 도와주마! 신(神) 자리가 처음이지 않더냐! 너 역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거…….
그때였다.
뭐라 더 말을 이으려던 나무(Tree)가 돌연 입을 다물었다.
주동훈이 왼손을 뻗어 그에게 무언가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 ㅗ
또한, 그 무언가가 의지로도 전달됐다.
상당히 불쾌한 의미였다.
– 저게 뭔…….
– 어이, 탐식종, 혀가 왜 이리 기냐?
주동훈으로서는 저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
이미 승기를 잡았기 때문.
– 살려달라는 소리를 왜 이렇게 비장하게 해? 비굴하게 말해도 살려줄까 말까 하는 상황에서.
나무(Tree)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 그리고 아까 말했잖아.
주동훈이 고통을 이겨내며 씩 웃었다.
–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곧 불 옆으로 너희도 전부 순차적으로 보내주겠다고. 자, 이제 때가 왔다.
– 빌어먹을.
쿠과가가가!
이제 힘의 논리가 확실히 정해졌다.
98과 99중 99가 더 높은 것처럼, 이미 힘의 우세는 주동훈 쪽이었다.
확실하게 기울어져 버린 것.
– 제기랄.
– 우리가 진 건가.
– 우릴 살려줄 의향 따위는 없어 보이는데.
탐식종들 역시 알았다.
그저 발악하듯 한번은 찔러보고 싶었던 것.
– 빙고. 굳이 힘 빼지 마라. 어차피 너희가 무슨 말을, 무슨 제안을 해도 살려줄 생각은 없으니까. 오히려 다행으로 알아. 편하게 소멸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주동훈이 신난 듯 웃었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웃음이 나온다.
비록 화도 났었지만, 이게 마지막 싸움이라는 것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이다.
지금껏 힘들었는데, 그 정도는 누려도 되는 거잖아?
– 그럼, 잘 가라.
아마 그게 탐식종들이 듣는 마지막 의지였을 거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류가 터지는 동시에 온 시야가 각종 색깔로 물들었다.
구(球)를 이루었던 기류가 고리 형태로 넓게 퍼짐과 동시에.
고오오오오……!
걷어진 우주 사이로 드러나는 모습.
치열했던 최후의 격전 속에는 괴생명체들의 모습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들고 있는 주동훈의 모습.
그리고 아린을 제외한 아홉 수하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
승자는 바로 혼돈.
주동훈의 완전한 압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