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83)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83화
전쟁의 끝(3)
또 시간이 흘렀다.
주동훈과 김진아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말 그대로 ‘뿅’ 하고 사라졌다.
물론 별천지 최측근들, 그리고 아버지에게는 ‘여행’ 가서 쉬겠다고 말해 두었지만.
대다수는 그 이유조차 몰랐다.
“허허, 무릉도원을 아무리 뒤져봐도 주동훈께서 안 계신다지?”
“어디로 가신 걸까? 항간에는 가진 힘이 너무 강해서 이 우주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는 소문이 있던데.”
“허어, 진짜 신이 되어버린 거야?”
“그럼 원래는 가짜였냐? 원래부터 진짜 신이지. 아니, 신보다 더 센 무언가지.”
“혼돈!”
“카오스!”
당연히 지구의 주된 관심사는 주동훈이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어도 그 관심사는 변하지 않았다.
인류 최고의 영웅이자 위인!
종교를 넘어 신까지 넘어선 인간!
방대한 우주에 비하면 먼지 하나만큼도 안될 지구에서 그런 인재가 탄생했다는 게 그들은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주. 동. 훈.
어찌 보면 평범한 이름이지만, 그 이름 석 자면 모두의 가슴이 뛰고 벅차오름을 느껴야 했다.
전문가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그 이름 석 자에 월드컵 우승보다도 더한 도파민이 솟구친다고.
그러다 보니 모든 기사와 커뮤니티의 관심은 아직도 무릉도원에 향해 있었다.
그곳에서 주동훈과 랭커들이 뭐 하는지, 습관적으로 그걸 찾는 게 일상이 된 사람들이 즐비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의 1차 목표가 무릉도원으로 입성하는 거라니 말 다 했지.
그러다 보니, 주동훈뿐만 아니라 그 최측근들에 대한 정보도 하나의 큰 이슈였다.
특히나 별천지의 부길마.
김진아.
그녀 역시 갑자기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세상이 들썩였다.
무릉도원의 구심점이었던 지도자가 사라져서?
천만에.
이미 우주에 평화가 깃들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일까!
세계인들의 관심사는 정작 다른 쪽에 있었다.
“둘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같이?”
“오호호호홍, 그래에에?”
“하필 왜 둘이 한날한시에 사라져서 같이 안 나타나는 걸까~”
바로 열애설.
주동훈과 김진아가 뜨겁게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하긴, 둘이면 선남선녀긴 하지. 주동훈이야 뭐 명실상부 전 우주 1등 신랑감이고.”
“김진아는 어떻고! 원래도 예뻤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지 않아?”
“예쁠 수밖에 없지. 명장 드미르가 손 봤다는데……. 그냥 외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라잖아.”
“어허! 무슨 소리? 김진아의 매력을 외모로만 평하는 건 진짜 알못 중 알못이지! 김진아는 능력이 진국이야! 몰라? 그 주동훈을 누가 키웠냐고! 주동훈이 다른 생각 안 하고 강해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한 김진아가 키운 거지! 우주판 평강공주!”
“뭐? 평강공주? 그럼 주동훈이 바보 온달이라는 거냐? 이건 신성 모독이다!”
“야야야, 이 미친놈아!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가관이었다.
정작 당사자들은 나타나지도 않고, 아무런 발표도 없는데 둘의 열애가 기정사실로 되어버린 것이다.
그게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했다.
주동훈에게 어울리는 여자?
아무리 찾아봐도 한 명뿐이다.
김진아에게 어울리는 남자?
아무리 찾아봐도 한 명뿐이다.
그러다 보니, 과몰입하는 자들이 나타났고.
“아아, 제발 입장 발표 좀 해주세요!”
“별천지 간부들은 듣는 소식 없는가!”
“물 떠 놓고 매일 기도 올리는 중. 제발 사귀어달라고.”
소위 현실판 우결충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저 멀리서 전달받은 존재들이 있었으니.
“후.”
짧게 호흡을 내뱉은 김진아였다.
“이 자식들이…….”
카푸의 채팅창을 통해 간간이 지구의 소식을 듣는 그녀.
김진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떻게 알았지?”
* * *
애초에 김진아는 주동훈에게 호감이 있었다.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기소율, 플로아.
그밖에 도하랑, 올레나 등등.
심지어 권 자매까지.
수많은 여자들이 단 한 번쯤은 그를 마음에 품어봤을 거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이 우주에서 제일 강한 남자인 걸 어떡해?
인간 여성은 태초부터 생존을 위해 유전적으로 강한 남자에게 이끌림을 느낀다.
김진아도 그걸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김진아는 알았다.
그 수많은 여성 중 자신이 그와 제일 가깝게 지냈으며, 제일 오랫동안 정을 나누었음을.
또한 그 기회를 가장 먼저 잡을 자격이 있는 자였음을.
똑똑한 김진아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여행’을 빌미로 확실히 꾀어버렸다.
‘그리고.’
사실, 여행 전에 권선지를 찾아갔었다.
그리고 기운을 쓰게 해서 물어봤었다.
여행 가면 우리 사귈 수 있냐고.
– 어……. 음……. 네……. 그, 그렇다는데요.
권선지는 자신의 힘을 사적인 곳에 이용하는 부길마가 탐탁지 않았지만, 이윽고 사용했던 기운의 100배 정도를 채워놓아 준 덕에 잘 풀리긴 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
“길마님.”
둘은 제법 빠른 시일 내에 연인이 되었다.
“이거 봐봐요.”
주동훈과 김진아가 도착한 행성은 「세페우스」.
과거 정령계에 갔을 때 살짝 인연이 있던 행성이었다.
수아 실프리온과 제아 실프리온이라는 정령사의 출신지였던 곳.
둘은 앞으로 일주일간 그곳의 문화와 자연을 누리다가 떠날 것이다.
“어떤 거?”
“지구에 열애설이 떴대요. 여기 기사 써진 것 좀 봐봐요. 참 웃기지도 않아서. 지구 떠난 지 고작 3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무슨 열애설이야. 열애설은. 후후후.”
주동훈이 눈을 크게 떴다.
카푸가 정리해서 보내준 자료에 하나의 팬카페도 있었기 때문이다.
「동진만」이라고.
동훈과 진아의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무려 가입자 수가 5,000만 명이 넘었다.
“웃기지 않아요?”
김진아가 키득거렸다.
아까는 웃기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또 웃긴다고 하는 그녀.
김진아의 입꼬리는 이미 광대에 걸려 있었다.
“그렇게 좋아?”
픽 웃은 주동훈이 김진아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3년의 여행은 이미 연인으로서 가까워지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아니, 뭐 좋은 것보다는 신기하고 재밌잖아요. 어? 여기도 봐요!”
우우웅!
기운을 펼쳐, 마치 전자기기처럼 채팅창을 공유한 둘이 나열된 정보를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응?”
김진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왜?”
주동훈이 힐긋 고개를 돌리자, 스윽! 김진아가 재빨리 기운을 거두어들여 내용을 가렸다.
“아니에요. 아냐. 일단 하던 여행 마저 하시죠?”
커뮤니티에 올라온 인기 글이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보고 난 후였다.
[★화제★] [아이디 : 우결충 박멸] [추천 수 : 210,000명] [비추천 수 : 5,240,110명] [제목 : 개소리도 이 정도면 정성이다.]– 듣다 듣다 황당해서 쓴다.
– 어딜 가든 과몰입들이 문제라더니, 혹여 나중에 주동훈이나 김진아가 니들 이러는 꼴 보면 얼마나 불편하겠냐?
– 그리고 막말로.
– 주동훈이 뭐가 아쉬워서 김진아랑 사귐?
– 영웅호색이란 말 몰라? 모름지기 영웅이라면 여자가 많아야지. 솔직히 주동훈이면 그래도 인정이잖아? 안 그래? 기소율도 있고, 델라일라도 괜찮겠네. 아니면 하세라? 아예 싹 다 첩으로 들여 버려!
……(생략)
– 그리고 김진아 대표적인 성형 미인 아님? ㅋㅋ
– 원래도 예뻤느니 뭐 했느니 해도 드미르가 빚은 건 팩트잖아 ㅋㅋㅋ
빠직!
김진아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호호호.’
미친 새낀가?
주동훈 앞이라 직접적인 욕설을 내뱉진 못했지만, 속으로 무수한 종류의 쌍욕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것들이……. 점점 내가 없다고 판을 치기 시작했나 보네?’
그녀가 눈알을 굴려 댓글을 읽어보았다.
└ 관심받고 싶어서 이런 글 썼나 보네? 옜다 관심.
└ 나 여잔데……. 이글 그래도 팩트는 팩트 아닌가?
└ 진심? 너, 제정신?
└ 얘는 이런 글 무섭지도 않나?;; 미친놈아. 상대는 김진아야.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학생. 어린 것 같은데. 살고 싶으면 빨리 글 지워! (속닥속닥)
└ 이미 늦음. 내가 캡처 따놓음 ㅋㅋ 이런 애는 현실 인실 좆 해봐야 함. 어른들은 다 알지. 법보다 무서운 게 김진아인 거 ㅋㅋ
대부분 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지만, 그래도 생각이 많아진다.
또한 불안해지기도 한다.
주동훈과는 그래도 제법 연애를 했고.
연애 이전에 길마와 부길마의 관계로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아가기도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아무도 이런 말 못 하게 법적 도장을 콱 찍어놔야지.
으득.
김진아가 이를 갈았다.
“길마님.”
그러고는 은근슬쩍 주동훈에게 다가가 차분하게 말했다.
“우리 10년 동안 여행하기로 한 거. 잠깐 미루고 지구 좀 들를까요? 괜히 김치랑 라면이 땡기네요. 치킨도 그렇고.”
말하면서 속으로 다짐했다.
끼리끼리 만난다고.
제법 뒤끝 있는 주동훈처럼, 김진아 역시 한 뒤끝 한다.
아이디, 우결충 박멸?
‘넌 죽었어. 아주.’
* * *
우주에 평화가 찾아왔기에, 지구 역시 평온해졌다.
우선 시스템과 던전이 사라졌다.
이제 민간인들이 던전 브레이크 같은 우발사고를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그에 따라 헌터도, 랭커도 사라졌다.
시스템 붕괴와 함께 「세계 랭킹 게시판」도 무너져 내렸고, 수많은 헌터들이 직업을 잃었다.
그것은 랭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미 부를 쌓아놓은 그들이기에 사는 데 문제는 없었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걱정 하지 말라는 말 있듯이.
랭커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일 년에 한 번 광고 몇 번 찍어도 무릉도원 속 건물 몇 개는 거뜬히 사는 수준이다.
다만 재미있는 삶을 사는 이들이 몇몇 있는데, HBS의 유명 기자가 그것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HBS의 민희진 기자입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무릉도원 도심 속 한 정원이었다.
예쁜 정원 위에 지어진 5층 건물은 하나의 초등학교를 연상케 했다.
– 이곳이 그 유명한 랭커 장대웅이 후원하고 직접 가르친다는 전설의 고아원인데요!
스윽.
카메라가 옆을 비추었다.
5층 건물 옆에 붙어있는 하나의 식당.
– 오히려 정애루(正愛樓)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서, 아니, 전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라죠? 이곳에서 한 끼 먹기 위해서는 1년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요, 이곳 아이들은 이 음식을 매일 공짜로 먹는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법 인기를 끌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상인 랭커들의 일상을 소개하는 방송이기 때문.
실시간으로 시청하던 자들은 난리가 났다.
└ 와, 미친. 고아원 클라스. 실화?
└ 엄마! 엄마는 왜 저를 버리지 않았나요!
└ ……진심으로 저기 가고 싶은데?
└ 저기 아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뽑나요?
– 후후후,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이 세계에 부모를 잃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안타까운 아이들이 무수할 텐데 어찌 이들만 혜택을 받을까요? 내부에서 선정한 기준대로 각지에서 선발해 온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장대웅은 단순하다.
「사랑 보육원」 출신인 그는 예전부터 고아를 위한 후원을 해왔고, 지금도 쭉 그것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권선지에게 부탁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거나 불쌍하게 될 아이를 뽑아달라고.
그게 기준의 끝이었다.
외부에 밝히진 않았지만…….
어쨌든.
“크하하하핫!”
아름다운 정원에서 밝게 웃는 아이들과 공을 차며 뛰어노는 장대웅의 모습을 민희진은 한참을 촬영하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