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60)
드미르 공방
일과는 단순했다.
여느 때처럼 뒷산 공터에서 훈련.
그리고 훈련이 끝나면 공방에 출근해 정리하고 일을 돕는다.
지하 단칸방은?
그냥 어지럽힌 채로 방치해 뒀다.
이제는 집보다 공방이 더 깔끔하고 편안했기 때문이다.
「드미르 공방」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간판과.
[‘공기 청정’(B급) 구역입니다.]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참, 주문 의식이라는 게 신기했다.
엘드린의 의지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굉장히 상쾌하고 맑은 공기네? 고마워, 엘드린.”
“별말씀을요.”
딱딱.
공방에 있던 엘드린이 뼈를 딱딱거리며 웃었다.
나는 이제 각성을 이룬 셋에 대하여는 웬만하면 소환 해제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정체 모를 어딘가 갇혀 있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발상에서였다.
노인은 시간제한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으음.”
딱딱.
엘드린은 턱관절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이 몸. 처음엔 좀 불편했는데. 점점 적응되어 가는 것 같네요.”
“…….”
그러고 보니.
본래의 몸을 기억하는 영혼이 뼈다귀로 살아가는 기분은 어떠할까?
좋지만은 않을 거 같은데.
내가 침묵으로 빤히 바라보자 엘드린이 픽 웃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우리는 이런 형태로라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으니까요.”
“아.”
이런, 속마음이 읽혔나?
하긴, 아무리 내 수하라 하지만.
무려 수백 년 이상을 산, 한 일족의 여왕이었던 존재다.
어마어마한 통찰력을 지녔을 수밖에 없다.
20대 애송이의 속마음 정도야 쉽게 읽을 수도 있겠지.
“음, 주인. 벌써 왔나?”
까앙!
쇠 때리는 소리가 멈춘 것은 그때였다.
드미르가 내 기척을 느낀 것이다.
그런 그의 옆으로는 검, 창, 활, 망치, 단검 등등 수많은 무기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감탄했다.
“오, 벌써 이만큼 만든 거야?”
“허허, 주인이 공방 이름을 나 드미르의 이름으로 지어줬는데, 대장장이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저번에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성능으로 여러 가지 만들어 봤네.”
“이야.”
“큼큼, 너무 좋아할 필요 없네. 아직 무기다운 무기를 만들려면 숙련도를 더 쌓아야 하니 말일세. 참, 신기하단 말이지. 머리는 알고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원.”
드미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스템의 제약 때문이었다.
드미르의 ‘중급 아이템 제작’ 레벨이 6이면, 딱 그 수준의 무기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떤 방법을 쓰던 말이다.
다만, 실수 없이.
그 수준에서 최상의 무기를 만들어내기에 숙련도가 쌓이는 건 금방이었다.
“이런 무기를 내 이름을 걸고 내놓아야 한다는 게 조금 치욕스럽긴 하지만. 뭐.”
“…….”
“또 성장하는 재미를 찾으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내 힘내 보겠네.”
“으음, 아마 드미르라면 금방 끌어올릴 수 있을 거야.”
“격려 고맙네.”
드미르가 씩 웃더니, 다시 망치를 잡았다.
그런 그의 뒤에는 수많은 광물 더미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숙련도를 쌓고 싶다는 의지가 보였다.
‘돈 좀 벌면, 공방 좀 넓혀서 각 뼈다귀들 훈련장도 만들어줘야겠어.’
이것 역시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다.
언제까지 공터를 왔다 갔다 하며 동선 낭비를 할 수 없었다.
‘뼈일이부터 추후 있을 뼈십이까지.’
거기에 나까지 포함해서 총 11개의 방을 만들 생각이었다.
각자 고유 능력에 특화된 럭셔리 훈련장.
“크으.”
생각만 해도 기분 좋지 않은가!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아무튼.
나는 드미르가 만들어 놓은 무기들을 챙겼다.
‘저번에 검을 팔아달라 했으니, 다른 것들도 대충 가격대를 알아두긴 해야겠지.’
그러고는 고투몰 중앙 경매장을 다시 찾았다.
여느 때처럼 데스크에 앉아 있는 중년의 안경쟁이가 보였다.
“감정사님, 안녕하세요.”
“오, 자네?”
감정사의 눈이 동그래지며, 날 반겼다.
“그 B급 검을 맡겼던 청년 아닌가!”
“맞아요. 어때요? 그때 맡긴 물건은 잘 팔렸나요?”
“말해 뭐하나. 대박이야, 대박!”
“오, 정말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어. 등급에 비해 능력치가 좋은 건 둘째치고 강도가 장난이 아니었거든. 거기다가 디자인까지 예술로 뽑혔으니. 크으.”
“얼마에 팔았는데요?”
“이천. 두 배 더 높게 낙찰됐어. 운수 대통한 거지.”
이천만 원이라.
공장처럼 찍어낼 수 있는 무기치고는 굉장한 가격이었다.
“…….”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한 결과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현실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이천이라니…….’
그동안 돈 좀 모아보겠다고 용병 일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감개무량했다.
“낙찰대금은 수수료 10%를 제하고 2영업일 후에 적어놨던 계좌로 입금될 거야. 근데 여긴 무슨 일인가? 문자로도 안내 갔을 텐데?”
감정사 아저씨가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씩 웃으며, 백 팩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아이템을 꺼냈다.
드미르가 만든 보급품들.
그것을 보는 감정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뭔가. 이게?”
“뭐긴요. 다음 경매에 내다 팔 무기죠. 저번에 인기 좀 있었다고 했죠? 이거 다 올릴 테니까 홍보 좀 빡세게 부탁드려요.”
“세, 세상에.”
감정사가 무기를 하나하나 들어 확인했다.
“전부 다 B급이잖아? 게다가 다 비슷한 성능에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깔끔한 디자인…….”
“후후, 전부 드미르 공방 작품이랍니다.”
“저, 젊은 청년이 대단하구만? 이런 엄청난 대장장이를 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내가 둘러대자, 감정사가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크흠, 알겠어. 이것들도 올려줄게. 저번 경매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더 없냐고 아쉬워했거든. 소문은 금방 퍼질 거야.”
“좋아요.”
좋다.
이 정도면 사업 초기 자금 정도는 쉽게 벌어들이겠지.
게다가 수량도 적게 풀어서, 나름 입소문도 탈 터.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가보자고.
* * *
시끌시끌.
야밤에 열린 경매장은 한바탕 북새통을 이루었다.
사이트에 올린 홍보를 듣고 온 헌터들의 눈빛에는 열망과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오늘도 그 핫한 무기가 올라온다며?”
“엉, 오늘은 검이 아니라 다른 종류라던데.”
“다른 종류면 어떤?”
“몰라, 보면 알 거래.”
“총알은 챙겼냐?”
“물론이지, 뭔진 몰라도 채찍 나오면 내 거다. 다들 건들지 마.”
생각보다 단기간에 소문이 퍼져 나갔다.
고투몰의 경매장 사이트가 유명한 것도 있지만.
나 역시 ‘헌터 게시판’에 글을 올렸기 때문.
[‘헌터 게시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급 용병 의뢰받음’(Lv.10)님이 접속하셨습니다.]물론, 지난번.
S급 아이템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른 적 있기에.
글은 ‘익명’으로 작성했다.
▶ 오, 무기 성능 괜찮은데? 디자인도 이 정도면 최상위 아님?
▶ 크, 이 정도 뽀대면 성능 없어도 소장용으로 살듯?
▶ 드미르 공방에서 나오는 거? 여기 최근 스켈레톤으로 화제 끌었던 공방 아닌가?
▶ 흐음, 무기 바꿀 때가 되긴 했는데 한 번 트라이 해볼까?
▶ 아서라 비싸다.
▶ 모르시는 말씀, 원래 비쌀수록 더 끌린 법 아니겠냐? 난 가본다.
입소문을 타다 보니, 경매장으로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특보를 원하는 기자들도 있었고, 구경을 원하는 헌터들도 있었으며.
실제 무기가 필요한 자들도 있었다.
“1,800만 원! 더 있으십니까?”
“1,900만 원 낙찰입니다!”
땅·땅·땅!
“다음은 활입니다! 성능은 공시했던 팸플릿이랑 똑같아요. 아직 전국에 한 개밖에 없는 활입니다.”
“2,000만 원!”
“오, 2,100만 원!”
“2,400만 원 낙찰입니다!”
무기는 불티나게 팔려 갔다.
평균 가격대는 대충 1,800만 원에서 2,400만 원 사이.
B급치고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다들 이해했다.
‘이게 바로 드워프의 예술 감각일까?’
디자인이 말 그대로 미쳤기 때문.
그렇게 경매는 성황리에 종료됐다.
몇몇 헌터들이 손을 들었다.
“혹시 더 없습니까?”
“나도 이번에 못 샀는데, 드미르 공방에 주문 넣으면 되는 거예요?”
문의가 많았지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경매는 이걸로 끝이다.
상품 가치 파악은 이 정도면 됐고, 이젠 매장을 만들어 더 넓혀가야 한다.
그뿐이랴?
‘다른 무기도 만들어야지.’
문득, 드워프들 앞에서 혼을 담아 만들었던 망치가 떠올랐다.
[아이템 : 특별한 타이탄의 천둥 망치] [등급 : S] [종류 : 망치]뼈육이의 몸을 빌리긴 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들었던 S급 망치.
내 모든 여력을 쏟아부어 만들었던 그것.
그때 느꼈던 두근거림은 분명.
평생 잊을 수 없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S급 무기는 한정판으로 간다.’
드미르 공방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법?
단순하다.
성능 뛰어난 무기를 한정 수량으로 내보이면 되는 것.
과거, 고가 가죽 브랜드인 에르X스나 샤X 같은 경우도 한 땀 한 땀 장인의 이름으로 만들어 그 가치를 더하지 않았던가.
‘우리도 해보자고.’
물론, 훈련 일정을 다 포기해야 할 만큼.
엄청난 심력을 쏟는 일이기에.
자주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두근.
간만에 열정을 쏟을 생각에, 또다시 심장이 뛰는 나였다.
* * *
쿵!
“뭐야?”
한 사내가 거칠게 책상을 내려쳤다.
오성 그룹의 재벌 3세 신종오.
그는 기분이 굉장히 언짢았다.
“감히 내 초대를 무시하고,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이사님.”
안경 쓴 여비서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기분이 안 좋을 때, 그의 신경을 거슬러 봐야 좋을 게 없었다.
“제대로 처리한 거 맞아?”
“지시하신 대로…… 용역을 써 손을 좀 봤습니다. 분명히 위치까지 알려줬는데…….”
“근데 왜 저래? 보통이면 쫄아 있거나, 아니면 찾아오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는 거 아냐?”
“죄, 죄송합니다.”
비서는 일단 사과했다.
왜 죄송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 해고당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재벌 양아치에게 밉보였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길 가다가 교통사고라도 당할까 무서웠다.
이 철없는 어린 재벌은 그만큼 답이 없는 존재였다.
“이봐. 죄송한 일을 하면 되겠어? 안 되겠어? 앙? 나랑 일하는 거 한두 번이야?”
“……그, 그것이.”
“게다가 뭐? 드미르 공방? 공방 사업이면 오성에서 밀고 있는 거잖아?”
신종오의 기분이 다운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오성 그룹 회장 신주용.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해보라고 하나 맡겼던 사업이 하필 공방 사업이었기 때문.
“후. 그래. 어디 해보자는 거지.”
으드득.
신종오가 이를 갈았다.
“예전에 스미스네 대장간인가? 거기 들락날락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
비서는 황당했다.
본인이 혼자 시비 걸어놓고, 상대는 그냥 볼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 생각하는 걸까?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입 다물고 있을 때였다.
“이, 이사님!”
밖에서 헌터 하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소규모 모임에 가입된 C급 헌터 중 하나였다.
신종오의 지원을 받고 크고 있는 헌터 중 하나.
“뭐냐, 무슨 일인데?”
“큰일 났습니다. 그때 말했던 그 주동훈이라는 친구 있지 않습니까?”
“또 그놈 소식이냐?”
“그자가 만든 공방이 떠오르는 신성이라 평가받고 있답니다. B급 무기 십여 개를 풀었는데, 그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뭐야?”
신종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B급 무기를 제작할 수 있는 실력의 대장장이는 본인이 운영하는 공방에도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
게다가 뭐?
“10여 개?”
그게 말이 되는가?
본인의 B급 대장장이도 무기 하나 만드는 데 족히 15일은 소요된다.
“이거 냄새가 나는데.”
다른 재벌이 돕고 있기라도 한 걸까?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어.”
“어떡할까요?”
헌터가 되묻자, 신종오가 비릿하게 웃었다.
“어떡하긴. 거기 고투몰 매장 주인 알아 와.”
“매장 주인을요?”
“응, 그 주변 싹 다 사들여. 감히 오성 그룹에게 자본으로 덤비려 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그놈이든, 그 뒤를 봐주는 놈이든 싹 다 조진다.”
여전히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