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65)
김진아 (3)
– 고객님.
스마트폰에서 김진아 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 100억 입금 확인하셨나요? 제가 말했죠? 하루면 충분하다고.
“오, 이게 진짜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잘 쓰다가 갚을게요.”
– 근데, 고객님.
“네?”
– 아무래도 오성 옆에다 매장을 여러 개 내는 것보다는 입지 좋은 곳 하나를 키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음, 그게 나으려나요?”
– 네, 오성과 싸운다고 시선을 오성에만 두는 것보다, 오성이 못 건드릴 정도로 크는 것 자체가 고객님의 미래에도 건설적일 테니까요.
호오.
틀린 말은 아니다.
보복심리로 시작하긴 했지만, 신종오 하나에만 매몰되어 있을 필욘 없겠지.
– 히히, 그래서 제가 좀 알아봤는데요. 압구정동 번화가에 매물로 나온 건물 하나가 있거든요? 100평짜리 3층인데 급매로 나온 거라 굉장히 저렴하거든요…….
“그래요? 얼만데요?”
– 80억 정도요. 좀 낡긴 했지만, 수리 보수해서 쓰면 딱 좋을 거 같아서요.
김진아의 목소리에는 생기가 넘쳤다.
내가 벌이려는 사업이 재미있어 보인 건지.
아니면, 100억 대출에 대한 관리 차원인 건지.
꽤나 적극적으로 나서줬다.
나야 편하고 좋았다.
다만, 하나 궁금한 것.
“흐음, 근데 그렇게 따지면 사실 입지가 크게 중요할까요? 어차피 제가 하려는 사업은 고성능 아이템 판매라……. 소문만 잘 타면 울릉도에 차려도 사람들이 줄을 설 텐데.”
-에이, 고객님. 드미르 공방 이거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실 생각 아니셨어요? 입지는 고객 접근성뿐만 아니라 그 브랜드의 품격도 고려해서 선정해야 한다고요.
“음,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원래 첫 시작이 가장 중요한 건데. 진아 씨 말처럼 작은 매장 몇 개 구하는 것보다는 하나 좋은 곳에 크게 차리는 게 낫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했으니, 결정은 빠르게.
그녀의 도움을 받아 일사천리로 건물을 사들였고, 빠르게 꾸몄다.
“주인. 건물이 너무 낡았군. 나 드미르만 믿게나.”
까앙! 까앙!
건물이 낡은 것 자체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드미르의 손길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랴.
비록, 전성기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먼저 철골을 싹 다 튼튼하게 뜯어고쳐야겠군. 큼, 게다가 건물 모양이 왜 이런가? 일족의 아기들이 대충 만들어도 이거보단 예쁠 거 같은데! 이건 예술가로서 용납할 수 없구만!”
드미르의 눈빛에 열정이 담겼다.
까앙! 까앙!
건물은 약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천천히 변화했다.
비록 번화가에 화려하고 삐까번쩍한 유리 빌딩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마치 중세 건축 양식을 보듯, 그 예술적인 감성이 더해졌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옆에서 꾸준히 훈련했다.
각성한 녀석들보다.
뼈일이와 뼈사, 뼈오의 능력치를 집중적으로 키웠다.
나중을 위해, 벌어진 격차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나날이 지났을까.
“오오.”
“하하, 주인 마음에 드는가?”
건물이 완성되어 버렸다.
“괜찮은데? 개성적이면서도 또 주변과 잘 어우러져.”
“클클, 주인이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좋구만! 그럼 어디 내부도 보시겠는가?”
드미르가 거들먹거리며 내부로 안내했다.
매장 내부는 굉장히 럭셔리했다.
마치 VIP들만을 상대하겠다는 듯, 구석구석이 황금으로 번쩍였다.
“김진아라는 처자. 대단하더군. 요구사항을 막히지 않고 말하는데, 그 설명이 굉장히 꼼꼼해서 마치 머릿속에 직접 그려주는 것 같았네.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처자가 시키는 대로 만들었을 뿐이야.”
“와아.”
나는 감탄하며 내부를 돌아다녔다.
1층은 기성품 판매장이었다.
드미르가 뽑아내는 B급 공산품을 한정 수량 없이 판매하는 곳.
그에 비해 2층은 한정품 판매장이었다.
구석 한쪽엔 드미르를 위한 간이 공방이 있었고, 나머지는 마치 박물관을 보는 것처럼 깔끔한 진열장이 존재했다.
아마 이제부터 저기에 S급 아이템들이 하나하나 채워지겠지.
[‘공기 청정’(B급) 구역입니다.] [‘보안 설정’(A급) 구역입니다.]“저도 힘 좀 써봤답니다. 락 해제 없이 물건을 건들 경우, 그 즉시 주인님께 알람이 가게끔 주문을 걸어놨어요. 공기 청정은 기본이구요.”
“캬, 역시 엘드린이야. 이런 센스를.”
“주인께서 과찬하시니, 기분이 황홀해져서 삶이 행복해지는 느낌인데요?”
“그, 그래?”
계단을 더 밟고 올라섰다.
그리고 나온 3층은…….
[‘공기 청정’(B급) 구역입니다.] [‘온도 설정’(B급) 구역입니다.] [설정 온도 – 24˚C]“헐?”
집이었다.
부드러운 소파가 있고 폭신한 침대에 TV, 탁자, 시계 등등이 있는 모던풍의 가정집.
심지어 한강 올림픽대로가 보이는 테라스도 있었다.
“이건 내 의견이었네. 신종온가 뭔가 하는 놈이 주인의 거주 공간을 어지럽혀 놓은 이후로 떠돌이처럼 살지 않았나. 나 드미르의 주인이 집도 없는 꼴을 볼 수는 없지.”
“…….”
거주 문제도 해결되다니.
이거 굉장하잖아?
“정말 감동인데?”
“허허, 이곳 세계에 내 기술을 전파할 수 있게 해준 주인이야말로 감동일세.”
“참, 다들 말을 왜 이리 예쁘게 하는 거냐.”
나는 정말 행운아다.
하필 이렇게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다스릴 수 있는 고유 능력을 얻다니.
‘다음은 옥상.’
옥상은 훈련실이었다.
가끔 갔던 뒷산 공터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느낌.
강철로 만들어진 허수아비 수십 구가 놓여 있었다.
사실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진짜 고생 많았다.”
나는 녀석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했다.
* * *
새로운 매장의 입지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드미르 공방! 본격적인 판매 개시!] [압구정, 새로운 핫플레이스 되나?] [거상, 백상돈. “경쟁자는 언제든 환영이야.”]헌터 게시판과 언론에서 관심을 쏘아줬기에.
첫날 개장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기는 20여 개.
건물을 만들면서 간간이 만들어둔 것을 세팅해 뒀다.
가격은 종류 불문 개당 2,000만 원.
앞으로 드미르 보급품의 기준이 될 가격이었다.
“여기요. 무기 좀 볼 수 있을까요?”
“응? 근데 점원은 어디 가고 웬 스켈레톤들이…….”
몰려들었던 구경꾼들이 당황했다.
각 무기 종류마다 키 작은 스켈레톤들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
딱딱.
망치 하나씩 든 뼈다귀들이 이빨을 두드리며 웃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하하, 왔는가! 인간! 이리 오시게! 이건 검일세! 위대한 드미르의 손길을 거쳤기에 보급품이라 하더라도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지!”
“이리 오게나! 이 활 좀 보게! 줄 때깔 보이시는가?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거겠지만, 바로 이런 세밀한 차이가 작품의 질을 나누는 거라네!”
드워프들이 하나하나 말을 하고 있다는 것!
-주인, 놀랍게도 내 스켈레톤 소환 기술 역시 성장하는 거 같더군. 아직 완전한 각성을 이룬 건 아닌 것 같지만…… 500년 전, 나를 가장 믿고 따랐던 녀석들의 영혼인 것 같아. 사실, 이번 건물 축조에도 저들 역시 거들었다네.
약 이주 전쯤일까.
드미르가 털어놓은 말이었다.
솔직히 충격이었다.
만약 그런 거라면, 진짜 엄청난 전력 보강 아니던가!
드미르 말고 드워프 10명이 더 추가된다니.
거의 백돈 이상의 생산 공정을 갖춘 꼴이었다.
‘게다가 또 그 수하들이 성장해서 또 스켈레톤 소환 기술을 익히면?’
대장장이의 무한 파생!
난 드미르 하나를 컨트롤하고, 드미르가 수백의 생산 군단을 컨트롤한다!
상상만 해도 전율이 이는 광경이었다.
아무튼.
말하는 스켈레톤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네크로맨서인 나 역시 처음 봤을 때 기겁했는데, 처음 보는 손님들은 어떠할까.
“세, 세상에?”
“스켈레톤이 말을? 게다가…… 호객행위까지 하고 있어?”
“스켈레톤이 말을 한다! 언데드가 말을 한다고! 이건 찍어야 해!”
원래부터 이색 공방이었는데.
아무래도 한층 더 이색 공방이 될 것 같았다.
어쨌든, 첫날 하루.
준비했던 20개는 1시간도 안 돼서 전부 동났다.
1시간 만에 매출 4억을 달성한 것이다.
우리는 바로 문을 닫았고.
약 2시간 후, 개업 축하 차 화분을 들고 온 김진아가 놀랐다.
“와, 벌써 다 팔린 거예요?”
“조금 더 준비했어야 하지 않나요?”
“으음, 아뇨. 차라리 괜찮을 거 같아요. 어차피 수요자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오히려 많이 푸는 만큼 노출도 덜 될 거예요.”
“그래도 주목받았을 때 한 번에 땅기는 게 낫지 않나……?”
“고객님.”
“네?”
“저 하버드 MBA 최연소 석사입니다. 마케팅은 곧 인내심이에요. 기다려 보세요.”
* * *
그 시각.
“후우.”
흑발의 머리를 묶어낸 기소율이 혼자 던전을 돌고 있었다.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그녀가 가끔 솔플하는 류의 던전이었다.
쿵! 쿠웅!
거대한 우인(牛人)이 사람만 한 도끼를 들고 휘둘러 오지만.
스슷!
그녀의 움직임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녀석이 휘두른 궤적 속으로 사라지는 신형과.
스르릇!
다시 녀석의 목 뒤로 나타나는 신형.
스걱!
한칼에 한 마리씩.
기소율의 단검은 정확히 우인의 목덜미에 꽂혔다.
– 음머어어!
한 마리가 엎어지고, 두 마리가 엎어진다.
이윽고.
궁전복도 내부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우인 사체가 늘어졌다.
‘말도 안 돼.’
‘미노타우르스의 궁전’은 대략 한 달에 한 번 정도 생기는 던전이다.
그 말은.
그만큼 많이 가봤다는 소리도 된다.
하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복도를 정리했다고?’
보통 복도 하나 클리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이었다면, 지금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
던전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난이도가 쉬워졌다.
“무기 하나 바꿨다고 무슨…….”
기소율은 멍하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정확히는 손바닥 위에 놓인 단검이었다.
[아이템 : 암살자를 위한 단검] [등급 : S] [종류 : 단검] [설명 : 전설의 대장장이 드미르와 그의 주인이 한 암살자를 떠올리며 만든 무기! 놀라운 집중력과 열정으로 설계를 초월하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1 : 민첩 50 증가.] [효과2 : 공격 속도 200% 증가.] [효과3 : 은신 후, 첫 타격 시 피해량 500% 증가.] [효과4 : 빙계 마법에 대한 저항력 30% 증가.]말도 안 되는 딜뻥의 주인공.
기소율이 조용히 무기를 어루만졌다.
기분 좋은 냉기가 피부를 타고 심장까지 올라온다.
나는 너를 위한 무기야.
오직 너만을 위해 만들어졌어.
마치 무기가 속삭이는 느낌.
‘역시 말해야 하나?’
기소율은 랭커다.
그것도 나름 중상위급 랭커.
자신의 랭킹을 한 단계라도 더 올리기 위한 악당 랭커들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몸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숨겨왔다.
‘이를테면 무기.’
정보가 팔리면, 그만큼 대처법도 많이 알려지게 된다.
일종의 약점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주동훈 씨가 홍보해 달라고 부탁했잖아.’
사실, 홍보하기 위해 가장 좋은 점은 무기의 정보를 까는 것.
원래 같았으면 100% 묵살했을 말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첫째는 고마움이요, 둘째는 그냥 마음이 그러라고 시키기 때문.
‘근데 이건 동훈 씨에게도 좋지 않을 텐데?’
이 무기는 무려 S급이다, S급.
S급이면…… 세계적인 공방, 백돈에서도 프로젝트로 다루고 있을 만큼 만들기 힘든 무기다.
그런데 그걸 혼자서 짧은 시간 내에 뽑아낼 수 있는 대장장이가 나왔다 알려진다면?
세계적인 범죄 집단에 노출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방법이 하나 있긴 했다.
다시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것.
‘나라면 동훈 씨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꾸욱!
기소율이 결심한 듯 주먹을 쥐었다.
절대 그에게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가의 보물과 마찬가지니.
‘그저 나라의 국보를 지키고자 하는 애국심 같은 거야.’
스슷!
결정을 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