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76)
미친놈을 위한 무기
까앙! 까앙!
“허억, 허억!”
까앙! 깡!
“헤엑, 헥!”
공방 2층이 두 종류의 소리로 물들었다.
망치 내려치는 소리.
그리고 내가 헉헉거리는 소리.
‘이거 진짜 장난 없구나.’
이번 제작은 지난번 것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첫 ‘미스릴’을 사용하는 거라 그런지, 드미르도 각 잡고 만들고 있었고.
나 역시 온 신경을 집중해 몰입하고 있었다.
‘장대웅은 호탕해. 마치 장판교에 서 있는 장비를 보는 것 같지.’
용맹과 담력을 갖춘 삼국지 최고의 장수 중 하나.
나는 장익덕의 용모를 떠올렸다.
수십만의 적군 앞에서 장팔사모를 비껴들고 바락바락 포효하는 모습.
드미르가 외쳤다.
“좋구나! 주인의 세계에도 주인만큼 멋진 자들이 존재하는군!”
점차 형상을 갖춰가는 건틀릿에 용맹무쌍의 기세가 담겼다.
까앙!
드미르는 ‘혼’을 담아 미스릴을 두들겼다.
이걸 코팅이라고 해야 할까?
망치에 담긴 신묘한 기운이 미스릴을 천천히 녹여 도금했다.
까앙! 까앙!
힘차게 떨어지는 망치에 황금빛 스파크가 터졌다.
스파크가 튈 때마다 미스릴이 고르고 평평하게 펴졌다.
드미르는 알까?
그 과정 자체가 일반 생산직 헌터들이 보면 경악할 일이라는 걸.
드미르는 마치 접신이라도 하듯 망치질을 음미했다.
“허어, 익덕이라 했는가? 실로 용맹함이 극에 달한 자로다! 아무렴, 미친놈을 위한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용맹 한 숟가락쯤은 더해줘야지!”
드미르가 씩 웃었다.
“오오, 이번엔 또 무언가?”
그다음.
내가 떠올린 또 다른 인물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이번에도 장판파라는 곳의 인물인가? 아아, 주인! 어린아이를 몸에 이고 수만의 병력을 상대하는 저자의 이름은 무엇인가!”
“음, 우리 세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조자룡이라는 자야.”
광전사와 어울릴 만한 인물들을 떠올리다 보니.
어렸을 적 만화로 읽었던 삼국지까지 내려가게 됐다.
실존 인물인지 허구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두 장수의 위용은 엄청났으니 상관없다.
그 느낌만 전달하면 되는 거니까.
“대단하구나, 주인! 두 무인이 흘리는 땀에 섞인 투지가, 마치 거대마룡을 상대했던 나와 엘드린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다!”
“그것도 맞지.”
까앙! 까앙!
드미르는 노동요를 부르며 낫질하는 농사꾼처럼 한마디씩 외치곤 했다.
나는 ‘얼씨구’ 혹은 ‘지화자’를 외치는 것처럼 맞장구를 칠 뿐이었고.
까앙! 까앙!
“좋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정신 나간 무기 열 종류를 섞으면? 그래, 세상에서 가장 용맹한 미친놈을 위한 무기가 나올 테지!”
[아이템 : 거신병(巨神兵)의 주먹] [등급 : A] [종류 : 도면] [설명 : ‘거신병(巨神兵)의 주먹’을 제조하기 위한 설계도입니다.] [효과1 : ‘거신병(巨神兵)의 주먹’ 제작 가능.] [효과2 : ‘철괴’ 200개, ‘은괴’ 20개, ‘미스릴’ 2개 필요.] [효과3 : 제작 난이도가 복잡한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거신병(巨神兵)의 주먹.
나와 드미르의 손을 거쳐 재탄생하는 녀석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주인!”
드미르가 시원하게 망치를 내려치며 외쳤다.
“왜.”
“조금만 힘내라! 이제 거의 완성이 되어간다!”
[완성도 98%]허공에 나타나 있는 상태창이 98을 나타냈다.
그래, 드미르 말이 맞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새벽 공기를 14번이나 마실만큼 길고 길었던 대장정의 행군이.
마침내 끝나는 거다.
까앙! 까앙!
나는 더 열심히 드미르를 향해 상념을 불어넣었다.
더욱 정순한 마음으로 태청심법을 운용했다.
“주인!”
“또 왜?”
“아마 이것의 이름은 거신병(巨神兵)의 주먹이 아닐 것이다!”
“그럼?”
“거병신(巨兵神)의 주먹이다!”
“거병…… 뭐?”
멈칫!
열심히 혼을 갈아 넣던 내가 일순간 벙찐 표정을 했다.
뭐? 갑자기 거병신? 거대한 병신?
뭐야, 이거.
열심히 만들다가, 갑자기 장르가 바뀌어버린 기분인데.
“이유는 나도 모른다, 주인!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가는 중 이름이 절로 새겨지더군. 허허, 거병신이라니, 실로 정신 나간 이름이로다.”
뚝.
드미르가 망치를 멈췄다.
그 이유는 내가 상념을 멈췄기 때문에.
“주인? 갑자기 왜 그러는가?”
“아니, 이거 실화야?”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아니…….”
식은땀이 삐질 흘렸다.
드미르 공방의 VIP를 위한 한정판 무기 2호의 이름이 거병신이라고?
드미르의 평판을 둘째 치더라도.
과연 그런 아이템을 300억을 주고 사게 된 광전사가 가만히 있을까?
‘그럴 리가.’
내 암살을 사주했다는 이유로 오성 그룹의 건물을 부숴 버린 장대웅이다.
아이템의 상태를 보고 공방을 날려 버릴지도 모르는 일.
“아이고, 정신 나간 아이템을 만들었다고 이름까지 정신이 나가 버리면 어쩌란 거냐…….”
“이미 늦었다. 주인. 거의 2주간 만든 작업물을 돌릴 수는 없는 법!”
까앙! 까앙!
잠깐 멈췄던 드미르가 계속해서 팔을 휘둘렀다.
[완성도 99%]“어차피 이제 거의 완성이다, 주인!”
“그래…….”
사실, 이제 와서 미룰 수는 없다.
맨날 블랙스미스만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다 만들고 성능이나 확인해 보자!
[완성도 100%] [축하합니다!] [제작한 무기에 ‘혼’이 담겼습니다.]“후아! 후아!”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가쁜 호흡이 튀어나왔다.
쿵쿵쿵쿵!
심장 역시 재빠르게 뛰었다.
미친 듯이 뛰어서 마치 빈혈이 온 것처럼 어지러웠다.
주저앉은 자리에서 뒤로 기어가 벽에 등을 대고 눈을 감자, 드미르가 다가왔다.
“주인.”
“고생했어, 드미르.”
“주인도 고생했다. 여기.”
스윽.
드미르가 흥분함과 기대 어림이 섞인 눈빛으로 나에게 건틀릿을 내밀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둘이 함께 만든 걸작이다.”
“…….”
아아.
감동적이었다.
온몸에 전율이 돋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름이 거병신이든 소병신이든 무슨 상관이냐?
내가 힘을 들여 만든, 고통스럽게 만든 내 새끼인데.
[무기의 등급이 상향 조정됩니다!] [‘거병신(巨兵神)의 주먹’(S급)을 획득합니다.]“그래, 거병신아. 네 성능을 보여다오.”
나는 드미르가 건넨 건틀릿을 조심스럽게 받아냈다.
A급 도면으로 힘겹게 만들어낸 나의 두 번째 정식 S급 무기!
[아이템 : 거병신(巨兵神)의 주먹] [등급 : S] [종류 : 건틀릿] [설명 : 전설의 대장장이 드미르와 그의 주인이 정신을 놓은 채로 만든 무기! ‘용맹함’과 ‘미친놈’이라는 두 키워드를 이어받은 이 건틀릿은 과연 정신 나간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1 : 힘 100 증가.] [효과2 : 공격 속도 200% 증가.] [효과3 : 제정신을 유지하지 않고 있을 때, 피해량 300% 증가.] [효과4 : 효과 사용 시, 건틀릿이 일시적으로 거대해집니다.]“이건…….”
나는 무기의 성능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름과 달리 성능이 기가 막히게 뽑혔다.
‘효과1’이랑 ‘효과2’는 전형적인 S급 무기의 성능이면서도.
기존 것보다 훨씬 뻥튀기되었고.
“3번은…….”
그야말로 미친 능력이었다.
제정신을 유지하지 않을 때, 3배나 강해진다니.
지금의 광전사가 3배나 더 강해진 모습을 상상하니…….
‘끔찍하네.’
버서커 모드 같은 스킬이랑 효율이 좋을 것으로도 보이고.
아니면 다른 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거다.
요컨대 이지를 상실하는 정신계 마법을 걸어서 폭주시킨다든가…… 하는?
물론, 장대웅이 마음에 들어 할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또.
“효과 4번은 뭐야?”
내가 중얼거리자, 드미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흠, 아무래도 거병신의 주먹이라는 이름 때문에 나온 효과 같다.”
“……응?”
“말 그대로다. 거병신의 주먹! 거대한 병사들의 신의 주먹이라 하지 않은가. 그만큼 주먹이 크겠지.”
“그래?”
“거신(巨神)이 아니라 거병(巨兵)들의 신(神)이라는 게 좀 걸리긴 하다만.”
“후, 몰라. 나는 정말 모르겠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찌 보면 신기하다.
시스템이란 게 뭐길래.
아이템을 이런 식으로 막 만들 수 있는 걸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주인. 무기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밤새 힘을 들인 만큼, 그만큼 제 성능을 발휘해 줄 거야.”
“그렇겠지?”
“그래, 그것이 바로 장인의 믿음이니! 그것보다는 성장한 내 모습이나 봐라, 주인.”
[‘드미르’의 상태가 조정됩니다.] [숙련도가 4 오릅니다.] [숙련도가 3 오릅니다.] [숙련도가 4 오릅니다.]…….
[숙련도가 6 오릅니다.] [숙련도가 7 오릅니다.] [스킬, ‘상급 아이템 제작’(Lv.1)의 레벨이 1 오릅니다.] [모든 스탯이 2 증가합니다!]“호오.”
이전처럼 많은 숙련도가 올랐다.
하지만.
무려 S급 무기를 만들었음에도 스킬 레벨은 1뿐이 오르지 않았다.
상급부터는 그만큼 올리기가 빡세다는 말이겠지.
아마 그 속도는 올리면 올릴수록 더뎌질 것이다.
“하여튼, 그동안 고생했고. 이제 당분간 S급 무기는 좀 쉬자.”
나는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광전사의 품평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은 좀 누워서 자야겠다.
* * *
“과연! 크하하! 동생! 대단해! 굉장히 마음에 들어!”
장대웅은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예상보다 더 만족스러워했다.
철컥!
건틀릿을 착용하더니, 이리저리 휘둘러 보기도 하고.
굳은살 박인 손으로 이곳저곳 쓸어보기도 했다.
“착용감도 좋고. 이름도 성능도 마음에 든다! 과연 300억이 아깝지 않은 무기야!”
“……정말요?”
“그래, 푸른 빛과 붉은빛이 오묘하게 섞인 디자인도 완전 내 스타일이고, 특히 내 스킬들과도 궁합이 좋아. 특히 효과 4번은…… 와, 진짜 미쳤지. 나 장대웅이 소름 끼칠 정도라고. 크하하!”
“4번이요?”
도대체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길래, 효과 4번에 소름이 돋나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랭커의 스킬을 묻는 것 자체가 실례이기에.
다만, 신기한 건.
‘이름도 마음에 든다고?’
거병신이?
어쨌든 다행 중 다행이었다.
나야 뭐 VIP 고객이 만족하면 된 거지.
“무기 정보는 공개하셔도 되고, 숨기셔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이번 2호의 입찰 가격 300억은 공시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지요?”
“물론이지! 형이 몇 번 써보고 리뷰도 남겨주마! 하하!”
장대웅이 불끈불끈한 팔뚝을 자랑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건물 부술 땐 그렇게 카리스마 있더니.
아주, 사석에선 바보 형이 따로 없다.
‘그래도.’
묘한 감정이 일었다.
‘기분이 좋아.’
내가 만든 무기를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 하고.
그 무기를 소중히 쓴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뿌듯하면서도 신기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장대웅에게 고개를 숙였다.
“광전사님. 저희 드미르 공방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그래, 동생. 3호 계획은 또 있나?”
“그건……. 추후 공지한 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온종일 무기만 만들고 있을 순 없다.
영광스럽게도 다섯 랭커에게 추천을 받은 만큼.
나도 내 성장에 다시 한번 가속도를 붙여야 할 때가 왔다.
“그래, 그래야지. 던전 메이커가 얼마 안 남았으니까.”
장대웅이 훈훈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저벅, 저벅.
1층 계단으로 누군가가 올라왔다.
“오, 광전사! 여기 있었군요! 반갑습니다! 스켈레톤 로드도요!”
랭킹 509위, 흑검(黑劍) 이선아였다.
“호오? 흑검이 여기는 웬일이지?”
“하핫, 제가 오면 안 되는 건가요?”
“뭐, 그건 아니지만. 하하하. 그래. 뭐, 아무튼. 볼일 있으면 보고. 2주 후쯤에 다 같이 한번 보자고. 그때 신기루 그 여자 콘텐츠 있는 것, 잊지 않았겠지?”
아아.
랭킹 5위 던전 메이커, 델라일라(Delilah)의 별칭.
신기루.
그녀가 반기마다 주최하는 콘텐츠에 합격하기만 하면, 랭커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설적인 인물.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 진짜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참여 조건이 A급 헌터여야 한다고 했다.
현재 B등급이니, 2주 안에 A등급으로 각성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래서 제가 왔지요! 스켈레톤 로드!”
이선아가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혹시 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