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79)
불사의 군단 (3)
쿠궁!
전선 중앙에 새로운 군단이 검은 안개처럼 솟아올랐다.
“그어어!”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목 없는 기사, 듀라한 1,000마리의 모습.
오른손으로는 각종 병장기를 쥐고,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든 채 울부짖는 그 광경은…….
‘그로테스크하군.’
나는 질려버렸다.
네크로맨서 고유 능력을 가진 헌터들이 애용하는 저 듀라한은 무려 A급이다.
그 한 마리로도 여기 있는 구울이나 스펙터 따위에게 상처조차 입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무려 1,000마리나 있다고?
A급 던전이라기에는 한참이나 과한 설정 아닌가?
물론, 그뿐이 아니다.
“데스나이트…….”
병사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데, 데스나이트야……. 씨발, 죽음의 기사라고…….”
그의 눈빛에 공포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 공포라는 감정은 마치 전염병과도 같아서, 병사들의 안색이 점차 어둡게 변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동요하기 시작했다.
“데스나이트? 실화야?”
“나 들은 적 있어. 옆 도시가 저거 열 마리 때문에 다 날아갔다던데……?”
“그런 데스나이트가 100구나 있다고? 미친, 이런 걸 어떻게 막아……?”
공포가 퍼져 나갔다.
“잘못 본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잖아. 어떻게 저렇게 실감 나는 걸 잘못 볼 수가 있겠어.”
“이건…… 이건 아냐, 이건 투신이라 해도 못 막아. 우린 그냥…… 끝났어. 다 죽은 거라고!”
“난 못 싸워. 차라리 도망가자! 그래, 도시를 내주면 되는 거 아냐? 왜 굳이 의미 없는 싸움을 해야 해?”
“옳소. 저딴 것들이랑 칼을 섞을 바에 그냥 산속에서 혼자 살고 말겠소!”
종국에는 무기를 버리고 도주하는 자들도 생겼다.
본래에는 윽박지르며 막았을 법한 장수들도.
“…….”
병사들을 말리지 못했다.
그저 벙찐 표정으로 불사 군단을 쳐다볼 뿐이었다.
상대의 압도적인 전력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 버린 것이다.
이미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들은…….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이었다.
병사들은 수백, 수천, 수만으로 뒤덮인 불사의 군단에서 죽음을 보았다. 무덤을 보았다.
고오오…….
어둑한 기운을 뿜어내는 데스나이트들이 전열에 배치된 것은 그때였다.
“히히힝!”
그들은 건장한 유령마를 타고 듀라한의 앞으로 당당하게 이동했다.
또한 그들이 내뿜는 기세는 고고성이 되어 화음을 만들었다.
고오오오…….
마치 잔잔한 연못에 바위가 떨어지듯, 웅성거리는 병사들의 소리를 파묻었다.
그들의 소리는 분명 병사들의 소리보다 거셌다.
“이건…….”
낯빛이 어두워진 이선아가 중얼거렸다.
“데스나이트 100구도 모자라, 리치 10구면……. 저로서도 감당 불가능한 전력입니다.”
이선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데스나이트야 그렇다 쳐도, 저 리치는…….”
리치.
S급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몬스터.
사실, 저 리치 하나가 「고유 능력, 네크로맨서」에 맞먹는다.
그것도 S급 최상위 네크로맨서.
현 세계에 네크로맨서가 갖는 위치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답이 없는 수준.
거의 말단 랭커 10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수준이랄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정보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요.”
“…….”
이선아의 절망적인 말에 일행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런, 진짜 던전이란 게 참 괴팍하네요.”
강지후 역시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그는 그 말을 꺼내고 나서도 한동안 입을 꾹 다물었다.
마치, 이런 말을 해도 될까 고민하는 사람처럼, 신중한 기색이었다.
“인원 제한 저주를 걸어놓고, 고등급 몬스터를 저렇게 뿌려놓다니……. 이건 그냥 죽으라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그가 슬쩍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분명 네크로맨서의 수준을 다시 파악했다 했어요. 그래서 던전이 상향됐다고…….”
“으음.”
이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켈레톤 로드가 B급이긴 하지만, 그 잠재력만큼은 거의 랭커에 버금가죠. S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네크로맨서이니…….”
“아니면.”
툭.
부팀장이 다시 나섰다.
그의 눈초리에는 분명 의심이 깃들어 있었다.
“스켈레톤 로드가 본인의 실력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는 거겠죠.”
“…….”
공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흑검대원들은 그저 침묵하며 땅을 보고 있었고.
나 역시 입술을 질겅거렸다.
‘틀린 말은 아냐.’
나는 숨기고 있는 게 많다.
사실 내가 가진 뼈다귀들의 본체가 각 세계의 절대자급이라는 것도.
뒤에서 날 돕고 있는 스승이 이곳 세계 랭커들 다 찜쪄먹는 실력을 갖췄다는 것도.
저들은 모른다.
하지만.
“일단 진정하세요.”
지금은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던전은 우리에게 문제를 던져줬고, 우리는 곧바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 풀이에 실수란 있어선 안 된다.
실수의 대가는 죽음뿐.
나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흑검 님 말마따나, 정말 제 잠재력이 뛰어나서일 수도 있는 거고. 부팀장님 말처럼, 제가 실력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역시……!”
부팀장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합니까?”
나는 앞발에 힘을 주었다.
태청심법의 구결에 따라 심장에 있는 기운들이 요동쳤다.
“우리는 던전에 들어왔고, 던전은 원래 불가사의한 곳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는 게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거예요. 일단은 살아나가야 하니까요.”
이상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불안했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미 사건이 터져 버려서 그런가?’
이를테면 선반영이다.
주가 상승이나 하락도 호재나 악재 예상에 먼저 반영되는 것처럼.
이미 불안했던 사건의 결과가 눈앞에 진실로 나타났기에, 불안할 게 없었다.
오히려 침착했다.
‘솔직히.’
지금껏 너무 말도 안 되는 던전들을 겪어와서인지.
[그래, 던전아. 역시나 네가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스켈레톤 로드의 말이 맞습니다.”
이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진지한 표정으로 강지후를 바라봤다.
“부팀장님.”
“……예?”
“탓, 탓, 탓! 남 탓은 나쁜 겁니다. 아시죠?”
“……탓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혹시 숨기는 게 있나 해서……. 불편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강지후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뭐, 깔끔해서 좋긴 한데.
그것보단, 이 사람들아.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 키이이이!
그때.
리치 열 마리가 동시에 붉은 안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크아아!”
쿠구구구!
동시에 우리를 향해 쏟아지는 불사의 군세.
나는 외쳤다.
“일단 싸워요!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
동시에 주변을 돌아봤다.
저들의 수는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렇기에 일단 이러한 광야에서 싸우는 것은 좋지 않다.
자칫하면 포위당해서 불리한 싸움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
‘지형을 이용해야 하는데…….’
주변에 있는 거라고는 딱 하나다.
“성문!”
타앗!
나는 땅을 박찼다.
“성문을 향해 달려요!”
“성문 말입니까?”
이선아가 뒤따라오며 물었다.
“네! 좁은 성문을 방비의 요충지로 삼는 겁니다! 위로 올라갈 필요도 없어요!”
“적어도 포위당할 위험은 배제하는 수로군요?”
이미 광야로 나온 수많은 병사들이 몰살당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저들까지 챙겨줄 여유는 없다.
냉정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전투.
공포에 물든 전사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여기!”
성벽에 도착한 나는 재빨리 자리를 잡았다.
쿠웅! 쿠웅! 쿠웅!
뼈사와 뼈사의 부하들을 불러, 성문 주변에 부채꼴로 방패 진을 형성했으며.
“배치 완료했어요, 주인님.”
후방에는 엘드린과 뼈오를 배치했다.
뼈일이와 태양이 역시 진을 형성한 뼈사 무리 사이 곳곳에서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
“그어어어!”
하지만, 불사의 군단 역시 빨랐다.
벌써 전방까지 다다른 데스나이트가 뼈사를 향해 검푸른 검격을 휘둘렀다.
그 뒤로 속도 빠른 수십 기의 듀라한이 들이닥쳤다.
“막아요! 갖은 모든 수를 동원하세요!”
나 역시 창을 들어 마주했다.
뼈사의 방패 위로 쏟아지는 녀석들의 목젖에 정확히 창을 찔러 넣었다.
푸욱!
기분 나쁜 감각이 손끝을 타고 전해 내려온다.
“으음.”
옆에서 이선아가 검을 늘어뜨렸다.
“저 정도 수준의 언데드면, 벽력섬이나 흑풍검으로는 무리겠군요.”
타앗!
그리고 허공에 3m 정도 떠올랐다.
동시에.
쩌저저적!
전방을 향해 부채꼴로 거칠게 팔을 뻗어냈다.
흑검비공(黑劍飛功).
광역술(廣域術).
제삼식(第三式).
진폭뢰(眞爆雷).
쿠르르릉!
그녀의 검이 마치 천둥처럼 쏟아져 내렸다.
콰가강!
듀라한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유령마들은 검격에 휩쓸렸고, 머리는 뇌전에 타들어 갔다.
그 주변으로는 시커먼 연기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좋네요.”
나는 감탄했다.
그녀의 스킬들은 무언가 하나같이 시원시원한 그런 게 있다.
이선아가 머쓱하게 웃었다.
“별말씀을요. 이건 데미지는 높지만, 대신 범위가 좁아서 아쉬워요. 기력이 많이 소모돼서 자주 쓰지는 못한답니다.”
타앗!
말을 마치고, 곧바로 전장을 향해 뛰어가는 그녀.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몸을 틀어, 듀라한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데스나이트를 밀어낸다.
‘과연.’
랭커는 랭커.
위급한 상황에도 굉장히 안정적인 느낌이었다.
“하아앗! 죽어라!”
“으읍! 부팀장님! 데스나이트의 검이 너무 거셉니다!”
“견뎌! 대주님은 혼자 하라 하고, 진수 네가 왼쪽! 유정이 네가 오른쪽을 맞는다. 알겠지?”
“아, 알겠습니다!”
부팀장 강지후도, 흑검대원들도 각자의 전투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후우.”
나 역시 호흡하며,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이선아가 한바탕 처리했다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
아직 상대해야 할 적들은 넘쳐흐른다.
“다 덤벼라!”
어차피 뼈다귀들은 알아서 제 역할을 해준다.
내 기력이 다할 때까지, 지치지도 않고 싸워 주겠지.
지금 필요한 건.
나 하나의 힘이라도 보태는 것.
“그어어!”
그 옆에 있는 잡 구울이더라도, 잡 스펙터라도.
푸욱! 서걱!
한 마리라도 더 없애서, 소환수들과 흑검대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노라!
후웅, 푹!
구울의 목에 힘차게 창을 찔러 넣었다.
이놈들은 심장이나 여타 다른 장기에 찔러 넣어봐야 소용없다.
머리와 몸을 정확하게 분리해 놔야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나는 발을 들어 녀석의 몸통을 밂과 동시에.
푸확!
창을 뽑아냈다.
“잡것들아. 고작 이거냐?”
고대 사막의 태양이처럼.
날 더욱더 한계까지 몰아봐라!
충분히 견뎌낸 후, 더욱더 강하게 성장해 줄 테니!
뭐, 어차피 최악의 상황이라 해봐야 죽는 것밖에 더하겠어?
나는 계속해서 창을 찔렀다.
가끔 뼈다귀의 소환이 해제되면, 재소환하는 것 빼고는 오롯이 전투에만 몰입했다.
그때.
“꺄아아악!”
후방에서 째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뭐지?’
재빨리 시선을 돌리자, 흑검대원, 강유정이라고 했나?
그녀가 왼쪽 어깨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뭐야, 인마! 왜 그래! 괜찮냐?”
부팀장이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미간을 좁혀, 피어오르는 흙먼지 사이를 차분히 응시했다.
그러자.
“꺄아악, 꺄윽! 아파!”
솟구치는 피와 절단된 팔이 보였다.
강유정의 왼쪽 팔이 잘려 버린 것.
“…….”
제기랄.
첫 멤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