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대전차용으로 총을 거대하게 만들었으니까, 탄환도 몇 배나 크니까, 총을 +2까지 강화했으니까 하면서 탄환을 강화하지 않았는데 이게 제일 후회스러웠다.
‘젠장. 대포를 10문이나 가져왔는데 어떻게 한 발도 쏘질 않는 거냐?’
병사들도 원망스러웠다.
지휘관들은 더 원망스러웠다.
대포는 쏴봤자 맞추기 힘들 거라 생각했었는데 직접 싸워보니 그게 아니었다.
‘덩치가 너무 커.’
모라크스는 빅자이언트의 최소 2배였다.
키도 그렇지만 몸집도 컸다.
이런 걸 다 따지면 2배가 아니라 4배는 되나?
대포를 쏘기만 하면 반드시 맞을 거 같았다.
이젠 뭘로 버티지 하면서 괴로워하는데 귀를 뻥 뚫어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와앙!
푸왓!
날아온 건 대포알!
모라크스의 가슴에 큰 구멍이 뻥 나버렸다.
게다가 하나로 끝이 아니었다.
연속으로 대포알이 날아왔고, 모라크스의 몸 곳곳에 구멍을 만들어냈다.
털썩.
모라크스가 처음으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대포를 연속으로 맞더니 누적된 데미지가 드디어 효과를 발휘한 거다.
“좋았어요! 계속 쏴요!”
들리는 목소리는 이자벨의 것이었다.
내가 정신없이 싸우느라 잘 몰랐지만 이자벨은 총을 쏘면서도 병사들에게 고함을 내질러 대포를 준비하도록 한 것.
“잘한다!”
나도 모르게 기뻐서 외쳤다.
하지만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있었다.
“안 돼! 일어서!”
츠츠츠. 츠츠츠.
투명해서 아무 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소리를 내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드를 깊이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흑마법사다!‘
마음은 당장 달려가서 죽이고 싶었지만 기운도 빠졌고, 모라크스가 일어나면 내가 막아야 하니 그냥 바라만 보아야 했다.
하지만 나보다 이자벨의 판단이 더 빨랐다.
“병사들은 어서 일어나라! 전방을 향해 쏴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그냥 쏴!”
이 말에 나도 얼른 정신을 차리고 지휘관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이때 모라크스가 입으로 불을 줄줄 흘리며 굽혔던 무릎을 일으켜 세웠다.
‘아차! 다시 싸워야 해.’
얼른 힐링 포션을 마셨다.
‘으으. 일어나야 해.’
힘겹게 검을 부여잡고 일어서서 날 향해 휘두르는 모라크스의 주먹을 막았다.
한편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병사들은 이자벨과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총을 잡았다.
그 후에 1열부터 5열까지 순서에 상관없이 전방을 향해 쏘았다.
아무 것도 보이는 건 없지만 명령은 무조건 쏘라는 거였으니까 그대로 했다.
처음에는 수십 발이었지만 곧 수백 발이 되었고, 수천 발까지 늘어났다.
“으악!”
“우욱!”
“커억!”
투명화 마법을 걸고 숨어있던 흑마법사들이 비명과 함께 하나둘 쓰러졌다.
저들은 모라크스가 지속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열려진 지옥문이 닫히지 않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때문에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뒤늦게 떠나려 해도 지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을 흡수하는 모라크스가 저들을 움직일 수 없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이 하나둘 죽으며 지옥문은 닫혀갔고, 모라크스의 힘도 약해졌다.
게임에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없었다.
숨은 흑마법사를 찾아낼 방법이 없기에 무조건 힘으로 모라크스를 무찌르는 게 전부였다.
‘약해졌어!’
가장 앞에서 모라크스를 막는 나는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챘다.
이 순간에도 이자벨이 쏜 탄환은 지속적으로 모라크스에게 데미지를 주었으며, 가끔씩 날아오는 대포알은 생명력을 뭉텅이로 뜯어갔다.
결국 몇 분이 흐르고.
크으으으~ 철퍼덕!
“우와, 쓰러졌다!”
내 입이 아니라 지켜보던 병사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샤아아아아~ 파앗!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모라크스!
‘이, 이겼다.‘
승리의 기쁨보다 끝났다는 안도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
“이자벨.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못 이겼어.”
지쳐서 꼼짝도 못하던 난 지휘관들의 부축으로 전장 한편에 세워진 천막에 올 수 있었고,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자신도 지쳤으면서 날 간호하겠다고 온 이자벨.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주며 감사의 말을 했다.
“됐어. 당신이 막았으니까 이긴 거야.”
“우리가 같이 했어. 네가 병사들 지휘도 했잖아.”
내 말이 끝나니 좌우를 잠시 살피며 주변을 보던 이자벨이 몸을 숙여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진짜 쓸 만한 인간이 없더라. 지휘관들 싹 다 물갈이 해야겠어.”
“흐흐. 그래.”
맞장구는 쳤지만 솔직히 현재 지휘관들을 대체할 다른 이가 없었다.
부족해도 잘 이끌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에 몽크가 와서 전투 결과를 보고했다.
“마법사로 추정되는 자의 시체가 여덟 구입니다.”
“악마와 싸울 때에 잡은 자들이지?”
“네. 투명하게 있다가 병사들이 쏜 총에 죽은 자들입니다.”
“시체를 전부 여기로 가져와라.”
없을 게 분명하지만 혹시나 샤이아가 있을지 모르니 확인해야 했다.
곧 병사들이 시체를 가지고 왔고, 하나씩 살폈지만 역시나 샤이아는 없었다.
저들의 품에서 나온 것들을 보았는데 귀중해 보이는 건 하나도 없었다.
흑마법사로 보일만한 증거품도 없었고.
‘철저하군.’
하지만 악마가 그것도 거대한 악마가 전장에 나타났는데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을까?
“오늘 있었던 일은 크게 소문을 내야 한다. 제국은 흑마법사들을 보내 악마를 불러냈다! 모두가 공분하며 들고 일어나야 할 사안이다!”
“네!”
그런데 나는 물론이고, 전투에 참전한 병사들의 예상과 달리 크게 소문을 냈음에도 믿는 자가 거의 없었다.
악마가 소환된 일로 분개하며 들고 일어나는 건 베르게르 공국 뿐이었다.
심지어 불과 얼마 전까지 하나였던 체르니아 왕국조차도 잘 믿어주지 않았다.
이런 결과의 이유는 적의 전멸이었다.
어떤 전투든 패배로 죽은 자가 많다 하더라도 중상자마저 없는 건 없었다.
물론 이긴 자가 일부러 죽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흑마법에 의해 전장에 있던 적병들이 살아있던, 죽었던 다 땅 속으로 끌려 들어갔기에 얘기가 좀 달랐다.
어떻게 산 자가 1명도 없을 수 있냐며 오히려 제국이나 주변 왕국에선 공국의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뿐만 아니라 악마 이야기도 적을 전부 죽인 걸 덮어버리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호도했다.
나도, 병사들도 무척이나 억울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여론이 따라주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
내가 죽은 흑마법사들을 조사하던 그 시간.
“으으. 지다니! 지다니!”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모라크스가 죽기 전 흑마법사 중에 하나가 입을 열며 투명화가 풀리자 위기를 직감한 샤이아는 급히 탈출했다.
원래라면 그도 지옥문을 여는 데 동참했어야 했지만 3만 명의 병사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이유로 빠졌다.
이게 살아남은 그로선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맹세!’
유제프와 한 맹세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 그래도 기간은 정하지 않았잖아. 아직 기회는 있어!’
그러나 이건 그만의 판단이었다.
전장에서 도망치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해가 지자 까마귀들이 그가 있는 곳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 아직 안 끝났어! 안 끝났다고!”
하지만 까마귀는 계속 모여서 그가 있는 곳 주변의 나무들에 까마귀들 천지였다.
딱 봐도 수백 마리.
“으으. 안 되겠어.”
견딜 수 없어진 샤이아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
단숨에 찌른 건 손바닥.
아예 손등까지 찌르고 나올 정도로 깊게 찔렀다.
뚝뚝, 뚝뚝.
쓱쓱, 쓱쓱…
샤이아는 흐르는 피를 가지고 급히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급했는지 삐뚤빼뚤.
하지만 1분도 안 되어 다 그린 마법진에 마력을 부어넣자!
샤아ᄋᆞ
바닥에서 빛이 새어 올라왔다.
이와 동시에 샤이아는 자신과 계약한 마왕의 이름을 외쳤다.
“레오나르여! 종의 외침을 들으소서! 레오나르여!”
곧 바닥이 마구 흔들리며 마법진에서 홀로그램처럼 반투명한 물체가 나타났다.
겉으로 보기에 숫염소 같은 데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샤이아… 날 왜 불렀지?”
샤이아는 대답 전에 납작 엎드리어 몇 번이나 절을 했다. 그리고 나서 입을 열었다.
“살려주십시오. 종이 죽게 되었습니다. 제가 맹세를 했는데 그게 제 목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멍청한 것. 스스로 한 맹세를 스스로 깨겠다는 것이냐?”
“맞습니다. 전 멍청합니다. 하지만 레오나르 님을 지상으로 소환할 자임을 기억하소서. 레오나르 님이 수백 년 만에 지상에서 기억된 것도 저 때문이 아닙니까. 제가 죽으면 다 사라집니다. 레오나르 님을 지상으로 불러올 자를 다시 만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잖습니까?”
“흐으음. 한심하다… 하지만 네 말도 일리가 있으니… 팔 하나를 바쳐라.”
“파, 팔이요?”
“아니면 다리를 하나 바치던지. 어서 결정해라. 너의 시간이 줄어드록 있다.”
“다, 다리로 하겠습니다.”
서걱!
“크아아악.”
대답과 동시에 왼쪽 다리가 반듯하게 잘려서 사라졌다.
샤이아는 비명을 지르며 잘린 다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신기한 건 잘린 부위에서 피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주변에 몰려있던 수백 마리의 까마귀들이 일제히 까악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라 저 멀리로 사라졌다.
‘살았다. 살았어.’
샤이아는 가슴을 짖누르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걸 확실히 느꼈다.
저주의 맹세가 풀려난 것.
잘린 다리는 여전히 고통스러웠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샤이아… 샤이아?”
“네! 네! 말씀하십시오.”
“이래서야 날 지상으로 불러올릴 수 있겠나?”
“죄, 죄송합니다.”
“지금은 잠시 맹세를 미룬 것뿐이다. 너와 맹세를 맺은 자. 그의 피는 언제든 널 구속할 수 있다는 거 잊지 마라.”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구속이라니요?”
“다시 이런 일로 날 불러내면 그때는 다리가 아니라 목이 날아갈 거다. 각오해라.”
레오나르는 샤이아의 질문에 답도 하지 않은 채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바닥의 마법진도 없어졌다.
“젠장. 말을 해달라고!”
툴툴거린 샤이아는 힘이 쭉 빠져 두 팔을 편 채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으으. 유제프의 눈에 절대 띄지 말아야겠다. 너무 불안해.’
그래야 구속되지 않을 테니까.
레오나르가 허튼 소리를 할 리가 없었다.
‘어차피 도망가야 하긴 해야 해. 그런데 너무 많이 죽었어. 피해가 크다.’
샤이아가 너무 많이 죽였다고 하는 건 병사나 기사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럼?
흑마법사!
민주크 도시에 저주를 걸다가 죽은 흑마법사가 9명.
모라크스를 소환하다가 죽은 게 8명.
17명의 흑마법사는 4서클에서 5서클로 흑마법사 집단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들의 죽음은 흑마법사 집단으로는 피해가 커도 너무 큰 거였다.
아무리 자신이 7서클로 집단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피해를 일으킨 주범이니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