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34
제134화
소식을 들은 버나드는 크게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뒤늦은 후회였다.
유제프의 결혼 소식은 나도 들었다.
“유제프 황자 쪽에 두 명의 소드 마스터가 새로 생긴 셈이네요. 저희로선 그다지 반길 소식이 아닙니다.”
피스토의 말에 난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에게도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왜요?”
“제국의 남과 북이 균형을 맞춰가야 하니까. 난 어느 쪽이 강해지는 것도, 어느 쪽이 약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들은 10년 동안 휴전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지금이 제국 북부를 먹을 기회로 여기로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피스토의 목표는 제국 정복이었나 보다.
“전쟁만 이긴다고 다가 아니다. 준비도 안 되었는데 이겨봤자 부담만 된다. 주변에서 가만 둘 리도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만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거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에…”
“피스토. 내 목표는 황제가 아니다.”
“그럼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행복하게 사는 거지.”
“그러나 시대가 전하를 가만둘 리 없습니다.”
“진정 황제가 될 운명이라면 자연스럽게 풀리겠지. 일단 현재는 내부 안정이 먼저다.”
공국의 백성들조차 아직까지 체르니아 왕국에서 분리된 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공국에 대한 충성도도 너무 낮았고.
다행인 건 모든 전투가 공국 밖이나 국경에서 이뤄진 점.
때문에 실질적으로 백성들이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
***
유제프의 공격을 두 번이나 막은 이후로 더 이상의 공국에 대한 침공은 없었다.
불안하지만 평화가 찾아왔다.
난 내정에 온 힘을 쏟고, 적이 먼저 공격을 해오기 전까지 먼저 나서서 싸우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태후를 보낸 이후로 남은 포로들도 적절한 몸값을 받고 다 풀어줬다.
태후의 몸값을 다 받아내기도 했고, 이전에 풀어준 귀족들의 몸값 등을 다 더하니 원래 목표의 80%는 받아낸 거 같았다.
대략 2천5백만 골드의 수익을 얻은 것.
이전에 제국을 털며 얻은 수익 등이 있기에 전부 다 하면 대략 1억 골드는 넘는 듯.
여기서 내가 강화하겠다며 가져다 쓴 것들, 총과 대포 등의 제작에 들어간 것들, 식량 구입 등으로 들어간 돈이 대략 천5백만 골드.
펑펑 쓰고도 남은 게 8천5백만 골드나 되었다.
여기서 천만 골드는 나중에 내가 쓰기 위해 빼놓았다.
나머지 7천5백만 골드는 공국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먼저 공국 내에 전쟁 포로를 제외한 모든 노예를 해방했다.
노예를 가진 소유주는 반발했지만 힘으로 눌렀다.
“그동안 뽑아먹은 게 어딘데!”
부모나 노예면 자식도 노예.
대를 이어 피를 쪽쪽 빨아먹은 거다.
“반발하면 죽여라!”
합리적인 설득이니 뭐니 그딴 거 아무리 해도 먹히지 않을 거 뻔했다.
만일 이곳이 조선이었다면 사대부들이 들고 일어나 각종 문자 써가며 반대했을 거다.
상소문도 산처럼 쌓였겠지.
그런데 어느 시대, 어느 때든 통하는 만고진리의 법칙이란 게 존재한다.
특히 중세나 다름없는 이곳에 딱 맞는 방법.
바로 힘!
조선의 사대부들 부들부들 거려도 결국 힘이 없으니 무지하다 욕하던 여진족에게 항복하고 인조가 삼전도에서 구배지례 한 거 아닌가!
물론 무조건 누르기만 하면 터진다는 거 나도 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공국을 운영할 수도 없을 테고.
하지만 할 때는 해야 한다.
누가 주인인지 확인시켜줄 필요도 있고.
반발하는 자들을 대놓고 처형하고 도시나 마을 입구에 시체를 매달았다.
저들의 재산도 다 빼앗았고.
이것도 꽤 쏠쏠해서 재정에 보탬이 많이 되었다.
공국의 크기는 대한민국으로 치면 경기도와 충청남북도를 합친 정도였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데 내가 병사들을 이끌고 한 달 정도의 기간이면 충분히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돌아다니며 반발하는 자들을 심판했다.
거의 1년이 넘게 했더니 공국에 노예는 사라졌다.
물론 돈을 이용해서 노예나 다름없이 약한 자를 옭아매는 이들이 있었다.
21세기 지구처럼 인권이니, 최저시급이니, 노동시간 보장이니 이딴 거 할 수 없으니 이건 다른 방법으로 풀기로 했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방법은 은행이었다.
뿐만 아니라 영주에게 바치는 세금은 20%로 했다.
영주가 왕인 나에게 받치는 건 10%.
또 영주 이외의 자는 귀족이라 하더라도 일정 크기를 벗어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주의 소유 토지도 최대치를 두었고.
많은 반발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이 부분에선 많지 않았다.
이유를 따져보니 원래 이 땅을 지배하던 귀족들이 떠난 게 주된 이유였다.
새로 영주가 된 자들은 내 휘하의 지휘관들이었고.
저들에겐 그동안 노고를 보상하기 위해 귀족 작위와 영지만 아니라 각자 10만 골드씩 하사했다.
이 시대의 다른 영주들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게 적어지니 지휘관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지만 반발을 하고 싶어도 힘이 있어야 하는데 제국의 소드 마스터와 기사단까지 이기는 나에게 무슨 수로 대항하겠나.
“공국의 백성들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을 만들겠다.”
갸우뚱.
“은행? 그게 뭡니까?”
은행이란 개념조차 없기에 재정을 맡고 있는 섬머와 레이몬드는 눈을 꿈벅거리며 물었다.
‘하! 이런 기본적인 것까지 설명해야 한다니…’
“은행이란…”
한참을 설명해서 겨우 이해를 시켰다.
그런데!
“대출을 받는 자의 기준과 액수 등을 어떻게 정하실 생각이십니까?”
“가난한 자들을 위한 것이니 당연히 부자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자들은 제외한다.”
절레절레.
섬머와 레이몬드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전하. 가난한 자들은 자식도 서슴없이 팝니다. 그런데 돈을 갚겠습니까?”
“전부 돈을 갚지 않고 도망칠 궁리만 할 겁니다.”
피식.
“지금도 돈을 빌려주고 받는 자들은 있지 않나. 그대들 말대로라면 저들은 다 망했어야 한다. 하지만 진짜 그런가?”
사채업자들은 번창하면 번창했지 절대 망하지 않았다.
저들의 역사는 제국의 역사보다 오래 되었다.
“사채업자들은 아주 지독한 놈들입니다. 저들이 가난한 자에게 돈을 빌려주지만 결국은 노예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돈을 빌리는 자들은 대부분 가난하여 담보로 삼을 게 몸뚱이 밖에 없습니다.”
끄덕끄덕.
섬머와 레이몬드가 하는 말은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하지만 나도 반박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채업자는 독하니까 돈 빌려주는 사업을 해도 되고, 우리는 독하질 않아서 못하나? 사채업자들이 공국의 권력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그건 아닙니다만…”
“흠흠. 아닙니다.”
독하지 않다고 하면 스스로 약하다고 하는 거니 두 사람은 아니라는 말은 못했다.
“돈을 받아내는 방법이 왜 우리라고 없겠나. 돈을 갚지 못하면 노역을 시키면 된다.”
“결국 노예로 삼는 겁니까?”
“노예는 전하께서 없애셨는데요?”
도리도리.
“제국이든 왕국이든 죄를 지었다고 바로 노예로 삼나?”
죄의 정도에 따라 형벌이 달라졌다.
바로 노예로 만드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또 노역형의 죄수를 노예라 부르지도 않는다.”
노역형의 경우도 한 달부터 몇 년까지로 다양했다.
“돈을 빌려줄 때에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자는 아예 처음부터 노역을 제공하게 하라. 그리고 돈을 한 번에 다 주는 게 아니라 몇 달, 몇 년에 걸쳐 줄 수도 있다.”
“이건… 대출이 아니라 일자리를 주는 거 아닙니까?”
피식.
섬머의 지적에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생각하기 나름이지. 여하튼 백성 대부분은 농사를 짓는다. 농사가 바쁜 때도 있고, 한적한 때도 있지. 추수 후에 봄까지 겨울에는 노역을 하는 조건으로 목돈을 빌려주도록 하자.”
“하지만…”
“그만!”
내가 급히 말을 막았다.
“그냥 해라. 반대가 생기면 노예제를 폐지할 때처럼 하겠다.”
그러니까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각종 이론이고 뭐고.
은행은 지구 역사에서도 분명 통한 거다.
역사도 오래된 거였고.
여기라고 안 될 이유가 없었다.
내 의지가 강한 걸 보고 섬머와 레이몬드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대답했다.
“더불어 공국 내에서 사채업을 금지시키겠다.”
“전하! 이건 진짜 아닙니다.”
“길드에서 반발이 심할 겁니다. 특히 상인 길드 연합과 용병 길드 연합이요.”
사채업을 하는 다른 이들도 많지만 가장 주도적인 게 길드였고, 그 중에서도 두 종류를 말하라면 상인 길드와 용병 길드였다.
“으음. 생각해보니 아주 금지할 필요도 없겠군. 어차피 은행이 활성화되면 저들은 경쟁력을 잃을 거니까. 은행의 이율을 20%로 할 거다.”
현재는 사채 이자에 대한 제한이 없는 상태였는데 아무리 싸게 빌려도 100%.
그러니까 빌리면 최소 이자로 원금만큼 갚아야 한다는 말.
이런 상태였기에 20% 이자는 엄청난 파격이었다.
아마 기존의 사채업을 하는 자들은 목숨을 걸고 반발할 수도 있었다.
‘할 테면 하라지.’
나는 제국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판인데 저들이 뭐라고.
솔직히 뭐하면 힘으로 눌러버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상인 길드 연합이 움직여서 공국의 무역을 끊어버린다 거나, 용병 길드 연합이 공국의 일은 전혀 맡지 않겠다고 하거나.
이럴 때를 대비한 나만의 방법도 생각한 게 있었다.
바로 약탈!
상대는 제국.
필요한 물자가 있다면 약탈을 해버리는 거다.
용병의 경우는 병사들을 동원해 처리하면 된다.
사실 경찰력이 부족하니 용병이 활성화 되는 거다.
만일 경찰의 역할을 하는 병사들이 충분히 공급되면 용병은 필요가 없어진다.
무식하고, 비경제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식이라도 견딜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은행의 운영 자금은 5천만 골드다.”
은행의 운영 자금으로 쓰고 남는 2천5백만 골드는 무기 제작과 병사 운영비 및 비상금으로 쓸 돈이었다.
“이걸로 첫해에 2천만 골드, 다음해부터 천만 골드씩 해서 계속 빌려주도록 하자.”
처음에는 돈 쓰려는 이들이 많을 테니 2천만 골드를 책정했다.
이후로 천만 골드씩 쓸 예정인데 회수되는 돈도 있을 테니 5천만 골드면 계속 굴러갈 수 있으리라 여겼다.
전쟁을 통해 번 돈이 내정을 위해 풀리면서 공국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정이라기 보단 은행을 통한 대출이었다.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긍정적인 건 돈이 없어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사는 자들이 많이 사라진 것.
부정적인 건 예상되었던 상인 길드 연합과 용병 길드 연합의 반발이었다.
상인 길드 연합의 경우는 공국으로 오는 모든 상단을 끊어서 무역을 막아버렸다.
용병 길드 연합도 마찬가지로 공국에서는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대한 나의 대처는?
이미 말한 것처럼 약탈과 상비군의 대대적 충원.
약탈은 처음에 천 명의 병사들로 시작했다.
나중에는 병력을 만 명까지로 늘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