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42
제142화
‘어? 생명력이 그대로네?’
소리를 소리로 상쇄시킬 계획으로 대포를 가져왔지만 이 정도까지 효과를 볼 줄은 예상 못했다.
그리핀도 의외였는지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며 의아해 했다.
한편 대포를 그리핀에 맞출 수 있으면 계속 쓰겠지만 명중률이 너무 떨어지며, 방금 쏜 대포알도 그리핀과는 영 상관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난 이자벨이 든 횃불을 챙긴 후에 그리핀에게로 달려갔다.
이땐 버서커도 사용했다.
내가 이러는 동안에 뒤에 있던 이자벨은 대전차총을 들어 그리핀을 향해 쏘았다.
퍼억!
정확히 머리에 맞았다. 하지만 헤드샷에도 불구하고 그리핀은 여전히 움직였다.
다만 날갯짓을 하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날 공격하려 했는데 움찔하며 멈췄다.
이때 아공간 주머니에서 화약자루를 꺼낸 후에 집어던졌다.
자루에 불이 붙고, 터지기까지 해야 하기에 자루 겉에 흑색화약을 잘 발라두었다.
‘물어!’
다행히 그리핀은 진짜로 화약자루를 물었다.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기에 횃불을 집어던지며 급히 몸을 돌리며 웅크려 앉았다.
방패를 꺼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 시간은 없었다.
콰아아앙!
화약이 터졌다.
그리핀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도 정상은 아니었다.
폭발의 충격에다 열기까지!
다행히 피닉스 세트를 착용 중이라 열기는 괜찮았지만 충격이 너무 컸다.
‘으으. 죽지는 않았어.’
정신을 잃지 않았으니까.
먼저 힐링 포션부터 마셨다.
그런데 머리 위에서부터 시원한 기운이 쏟아져 내렸다.
레아가 힐링 마법을 쓴 것.
고통이 좀 가시는 거 같아 고개를 들며 뒤를 바라보았다.
머리 반쪽이 날아가 정신을 못 차리는 그리핀. 그래도 죽은 건 아니었다.
‘그래. 한 번에 죽지는 않겠지.’
이번엔 방패를 빼서 들고 또 다른 화약자루를 꺼내 그리핀을 향해 던졌다.
횃불도 없는데 어떻게 불을 붙이려고?
아까의 폭발로 그리핀의 상반신과 날개의 깃털엔 불이 붙어 불씨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화약자루를 그리핀이 두 발로 디디고 서있는 발밑에 던졌다.
다음은 방패로 막으며 쪼그려 앉기.
방패로 막고 있었어도 거리가 가까워 폭발의 압력에 뒤로 넘어지며 몇 바퀴나 굴러야 했다.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
아팠다. 욕이 나올 정도로.
하지만 그리핀을 죽이는 게 먼저였다.
다시 힐링 포션을 꺼내 마시며 살폈는데 그리핀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피닉스처럼 내부 폭발이었으면 한 방에 죽이는 거였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또 다른 화약자루를 꺼내 던졌다.
이때도 방패로 막는 건 물론이었고.
총 세 번의 폭발.
이번에도 뒤로 몇 바퀴나 구른 후에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살폈는데!
사라졌다.
‘으으. 잡았다!’
그리핀이 없어지고 레아, 아나이스, 이자벨이 날 돌봐주었다.
[아이템 +4 강화권]땅에 드랍된 건 이거였다.
이걸 챙기고 하루를 푹 쉬고 난 후에 다시 그리핀 사냥에 나서려는데 셋이 말렸다.
“또 잡는다고요?”
“어제 죽을 뻔 했잖아요!”
“며칠이라도 쉬면서 치료를 해야죠.”
“치료는 다 됐어요. 봐요. 상처 하나 없잖아요. 그리고 이럴 거라고 미리 말했잖아요.”
오기 전에 14번 잡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이렇게 위험할 줄 몰랐어요.”
“화약은 너무 위험해요.”
“힘을 합쳐서 잡을 줄 알았는데 혼자서 다 하잖아요.”
“위험이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란 거 다 알려줬어요. 이럴까봐 혼자 오려고 했다고요.”
왜 이렇게 위험한 걸 하려고 하냐는 질문은 여기 오기 전에 이미 나왔던 질문이었다.
그때 대답하길 내가 성장하지 못하면 드레이크나 샤이아 같은 인간을 상대할 수 없다고도 얘기해줬었다.
“잡을 때마다 점점 쉬워질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요.”
왜냐하면 장비가 계속 강화될 테고, 충격도, 상처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마지막 14번을 잡을 때는 장비가 잘 막아줘 뒤로 떼굴떼굴 구르지도 않았다.
싸울 때마다 장비가 손상되고, 내구도도 떨어지긴 했다.
수리는 게임 상점에서 수리 스크롤과 내구도 스크롤을 사서 사용하는 걸로 해결했다.
14개 부위의 아이템을 모두 +4까지 강화에 성공했지만 초원을 떠나지는 못했다.
이유는?
이 지역에 있는 던전을 돌아야 하니까.
이때는 나만 아니라 셋이 고르게 활약했다.
“나, 하도 총질을 했더니 이제 총이 주무기가 되겠어.”
레아와 아나이스가 없을 때에 이자벨이 조용히 말했다.
“단검보단 총이지.”
“그런데 당신은 성장하는 게 느껴져?”
“응?”
“성장하려고 온 거잖아. 난 성장의 느낌이 없어. 레아와 아나이스랑도 얘기를 해봤는데 나랑 똑같아. 이유가 뭘까?”
이유는…
‘주인공이 아니잖아.’
내가 지휘관 성장 주문서를 써줘야만 한다.
나조차도 사냥으로 경험치가 쌓이지가 않는데 NPC가 그럴 리가!
그럼 사냥을 왜 하냐고?
드랍하는 아이템과 돈!
또 퀘스트 진행 등을 하려면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한다.
‘지휘관 성장 주문서를 써줘야겠네.’
물론 사냥 중에 은밀히 써줄 생각이었다.
실제로 다음 던전의 사냥 때에 지휘관 성장 주문서를 써서 셋의 스탯을 올려주었다.
[레아 알프레도병과:마법사
피지컬:C(A)
정신력:C(S)
감응력:B(S)
특성:물 마법(C)]
레아는 피지컬을 C까지, 감응력은 B까지 올려주었다.
또 특성인 물 마법을 C까지로 올렸다.
[아나이스 오베뜨병과:보병
피지컬:A(S)
정신력:C(S)
감응력:C(S)
특성:단련(B)]
아나이스는 정신력을 B로, 특성인 단련도 B까지 올렸다.
[이자벨 굴라드병과:자객
피지컬:A(S)
정신력:S(S)
감응력:A(S)
특성:위장(B), 치명적인 일격(A), 피의 서약(A)]
이자벨은 이미 충분히 높은 상태라 특성인 위장만 B로 올렸다.
지휘관 성장 주문서를 더 써서 스탯을 더 올려줄 수도 있지만 그냥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아기가 또 생길 거 같기도 했고, 너무 한 번에 올려주면 변화가 커서 이상하게 여길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성장하자 셋 다 크게 기뻐했다.
특히 피지컬이 오른 레아!
“나! 나, 몸이 막 건강해지는 기분이에요!”
***
던전을 다 돌고 나온 날 저녁에 이자벨이 몰래 다가왔다.
“당신이지?”
“응?”
무슨 말인지 알았지만 모른 척 되물었다.
“어떻게 한 거야?”
“뭘?”
“알면서!”
“알긴 뭘 알아. 뜬금없이 무슨 말이야?”
“어제 성장하는 느낌이 없다고 했는데 오늘 바로 성장했잖아. 그것도 셋 모두!”
어떻게든 대답을 무시하려는데 이자벨은 끝까지 알아내겠다고 단단히 결심한 거 같았다.
“성장할 때가 됐으니까 성장한 거겠지. 내가 무슨 신이야? 내가 세상을 막 조종하고 그래? 말이 되냐고.”
“…..”
긍정은 안 하고 말없이 날 쳐다만 보았다.
다시 입이 열리기까지 짧은 몇 초였지만 속으로 불안했다.
거짓말 탐지기 같은 게 있다면 바로 걸렸을 것.
“믿을 게요.”
“하! 이건 믿고 말고가 아니잖아.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능력이 있어. 난 같은 사람이야. 저주에도 걸리는 거 봤잖아.”
끄덕끄덕.
“그렇네. 저주도 걸렸었지.”
다행히 저주 때문에 그나마 잘 넘어갔다.
‘젠장. 다음엔 한 명씩 나눠서 성장시켜야지. 이자벨은 빼고.’
이자벨은 더 이상 해줄 것도 없었다.
피지컬은 올릴 수가 없는 게 전부 A 이상인데 A에서 S는 희박한 확률이라 주문서를 얼마나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특성도 위장이나 B에서 A로 올리는 게 전부였다.
***
“스타크가 뭘 타고 다닌다고? 드래곤?”
소문을 들은 유제프은 어이없단 반응을 보였다.
“와이번이요.”
“하하. 어이가 없네. 지가 무슨 용족이야?”
용족만이 와이번을 다룰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본 이는 없고, 이런 기록이 책을 통해 전해져왔다.
“진짜 용족인 거 아니야?”
“아닐 겁니다. 아버지인 반다이크는 인간이 확실하고요. 그의 피를 받았기에 저주도 걸려 쓰러졌으니까요.”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 쪽인가 보지! 그래서 저주로도 죽지 않은 거고! 그거였네!”
“…..”
이번에는 다리우스도 반박하지 못했다.
“미치겠네. 도대체 그 새끼는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어?”
“방법은 모르겠고요. 하나는 분명합니다.”
“뭔데?”
“버나드 황자부터 정리를 하고 스타크를 쳐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 스타크는 너무 강적이야. 샤이아에게 스타크를 치라고 할 게 아니라 버나드를 치라고 했어야 했어. 그럼 내전은 벌써 정리되었겠지.”
유제프도 다리우스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도망친 샤이아를 떠올렸다.
“그런데 그 신무기. 그건 더 강적이지. 드레이크가 그걸로 죽었으니까.”
신무기란 바로 총이었다.
“샤이아가 부른 악마를 물리친 무기도 있었죠.”
이건 대포를 얘기하는 거였다.
“후우. 둘 다 겉은 흉내를 냈어. 그런데 문제는 화약이란 거. 연금술사들은 그게 아직도 뭔지 알아내지 못했어?”
“알아냈습니다.”
“오호, 그래?”
유제프의 얼굴이 확 바뀌어 크게 환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아~하. 뭔데?”
표정은 또 다시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게… 대량으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이유가 뭔데? 만들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연금술사들 말로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요. 원료도 얻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럼 베르게르 놈들은 어떻게 하는 거야?”
“그 비밀을 알아내려 하는데 그게 쫌…”
다리우스가 찜찜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쫌 뭐? 뭔데 말을 못해?”
“똥으로 뭔가를 하는 거 같습니다.”
“에엥? 똥?”
“네. 그렇습니다.”
“어떤 똥? 말똥? 소똥? 아니면 설마 우리가 싸는 똥?”
“사람 똥이었습니다.”
“하하. 어이가 없으니까 웃음이 나온다. 진짜 우리가 싸는 똥으로 화약이란 걸 만든다고?”
유제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기까지 했다.
“맞습니다.”
“으음. 아주 말이 안 되는 건 아니겠네. 생각해봐. 우리가 방구를 뀌잖아. 그치? 화약이란 것도 쾅! 하고 폭발하며 터지는 거잖아. 방구도 마찬가지로 뿌웅! 하고 나오는 거고.”
“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긴 하네요.”
“그래서 언제면 대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는데?”
“아… 그게요. 첩자를 계속 보내고 있는데 계속 발각이 돼서…”
다리우스는 무척이나 난처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벌써 발각되어 잡히거나 죽은 첩자가 백여 명에 달했다.
이건 버나드 쪽에서 보낸 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하. 고작 똥 때문에 그렇게 많은 첩자가?”
“폐하. 똥이라고 무시할 건 아니죠.”
“그래. 어떻게든 꼭 알아내. 알았지? 여기에 제국의 운명이 걸린 거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한편 버나드도 소문을 들었다.
“그 새끼가 용족이라고? 진짜? 진짜?”
“소문이 그렇게 났습니다. 와이번을 타고 다니는 걸 본 자가 한 둘이 아닙니다. 저희가 심은 첩자도 직접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하아~!”
버나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연락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