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부아아앙~ 화르르르.
나 때문이었다.
병사들의 주눅 든 모습이 보기 싫은 내가 검을 빼들고 오러를 주입했다.
피닉스 세트의 효과로 현재 내 감응력은 SS.
때문에 검에는 소드 마스터의 오러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소드 마스터를 동경하는 기사들이기에 내 검의 오러가 어떤 수준인지 한 눈에 알아보았다.
“헉!”
“흡!”
“오, 오러가…”
비록 항복하러 오지만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던 기사들은 내 검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다리우스 경?”
“네, 네?”
내가 쓰는 오러를 처음 보는 다리우스는 당황했다.
“진영은 따로 세웁시다. 아직은 진영을 함께 할 정도로 믿음이 가질 않아서 말입니다. 서운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이날 이후로 내 병사들과 아롱드 가문의 기사단은 따로 진영을 꾸렸다.
다리우스는 아롱드 기사단이 가지고 온 돈을 건네주었다.
정확히 2천5백만 골드.
양이 많았지만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유제프는 뭘 하고 있으려나?’
내일이면 만날 건데 어떻게 나올 건지 궁금했다.
이때 뜬금없이 메시지가 나타났다.
[생사의 분기]흑마법의 연구 자료를 보호하시오.
유제프를 살리시오(선택, 난이도 하락).
전에 나타났던 그 생사의 분기였는데 한 줄이 더 추가되었다.
‘난이도 하락? 그러니까 유제프를 살리는 건 선택인데 살리면 난이도가 떨어진다. 이건가?’
한참이나 메시지를 곱씹으며 고민했다.
‘하! 알려줄 거면 난이도가 얼마나 하락하는지 정확히 말해달라고!’
무작정 하락이라고 하니까 생각이 많아지는 거다.
‘짜증나는 새끼인데 그냥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기회가 있을 때에 죽이지 않는다면 계속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높았다.
‘그런데 죽음의 걸림돌보다 더한 걸림돌이 있나? 짜증의 걸림돌보다 죽음의 걸림돌이 더 강한 거 아닌가?’
새벽이 될 무렵에 결정을 내린 나는 다리우스를 불러 아롱드 가문의 기사 중에 하나를 전령으로 뽑도록 했다.
“항복을 권하시려는 겁니까?”
다리우스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안 싸우고 정복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죠.”
“항복하더라도 유제프 황자는… 죽이실 거죠?”
“그쪽에서 내거는 조건이 유제프 황자의 안전일 텐데 죽일 수 없죠.”
“흐음. 제 입으로 이런 말은 그렇지만 살려두면 나중에 후환이 될 겁니다.”
그래. 나도 후환이라 여겨 죽일까 말까 새벽까지 고민했다고.
“어차피 버나드 황자도 살아있는 마당에 황자 한 명이 더 살아있다고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
“만일 항복을 거절한다면 어쩌실 생각이신지 여쭤 봐도 될까요?”
“으음. 제국을 셋으로 나눌까 합니다.”
삼국지도 아닌데…
메시지를 받은 후에 고민하며 내린 결정이 바로 이거였다.
유제프는 살려야겠는데 고인물로서 보면 수도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그는 잡혀서 죽거나, 스스로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유제프는 은근히 자존심이 세서 도망도 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국을 셋으로 나누기로 했다.
‘내가 황제의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체르니아 왕국의 2인자로 만족하려고도 했었기에 지금 상황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좋아진 거였다.
‘그래.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가자.’
난 아직 20대였다.
제국을 셋으로 나눈다 하더라도 셋 중에서 가장 젊은 게 나였다.
화들짝.
“네에? 셋이요?”
상상도 못한 대답에 다리우스가 크게 놀라며 반문했다.
“굳이 지금 무리해서 북쪽 지역을 다 점령해봤자 관리만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하,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가야 합니까?”
시스템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참았다.
“방금 말했잖습니까. 점령해봤자 관리만 어렵다고요.”
“항복하면 북쪽 지역을 관리하실 거고요?”
“유제프 황자가 옆에서 돕는다면 귀족들도 많이 따를 테고, 그럼 관리가 쉬워지니까요.”
“제 입으로 이런 말이 좀 그렇지만 유제프 황자의 역할은 제가 할 수 있습니다.”
피식.
“황자와 백작은 차이가 많이 나죠. 그리고 제국 북쪽을 더 점령하는 것보다 남쪽을 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왜요?“
“이 전쟁의 시작이 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황제가 되고 싶은 욕심?”
“아니었습니까?”
“남북이 계속 첩자를 보내오니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러다 중요한 비밀이 결국 넘어갈 것도 걱정이 되었고요.”
갸우뚱.
“그렇다면 더 멈추지 마셔야죠. 여기서 멈춘다고 첩자를 보내지 않을 리 없는데요?”
“점령해서 내부 첩자가 생기는 것보단 나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솔직히 다리우스 경도 똥밭에 첩자를 보낼 거잖습니까?”
“네에? 제가 왜요? 이미 전하의 신하가 되었는데요?”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묻고 있지만 다리우스의 속을 내가 모를 리가 있나.
다리우스가 아니라도 내부 첩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똥밭에서 나오는 초석. 그리고 초석으로 만들어지는 화약은 이미 이 세계의 전장 구도를 바꾸고 있었으니까.
소드 마스터보다 강한 화약, 7서클 흑마법사보다 강한 화약,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를 이기는 화약.
이것의 비밀을 알고 싶지 않은 자가 누가 있으랴.
내가 믿을 수 있는 지휘관은 게오르를 따르기 전부터 내 밑에 있던 이들 밖에 없었다.
‘총은 이미 비밀이 드러났고, 대포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앞으로 화약의 비밀도, 똥밭의 비밀도, 강철을 생산하는 용광로의 비밀도 결국은 드러날 거야.’
단지 시기만 늦출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비밀이 다 노출된 후에는 오히려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의 존재가 중요해질 테고.’
왜냐하면 더 이상 올라갈 게 없으니까.
평준화된 이후에는 다시 차별화 된 우위를 갖고자 하는 게 당연한 욕구였다.
이걸 충족해줄 수 있는 건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
물론 화약이 없던 때보단 중요도가 떨어지긴 할 거다.
“다리우스 경?”
“네.”
“금방 드러날 일입니다.”
털썩.
다리우스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절 믿어주십시오!”
“…일어나세요.”
“아닙니다! 전 진정으로 전하를 따를 것입니다.”
“이러는 게 더 의심을 사는 겁니다.”
“어떻게 하면 믿어주실 겁니까?”
“믿음이란 시간을 두고 신뢰를 쌓아야 하는 거지 이렇게 한다고 생깁니까? 보기 불편하니 일어나세요.”
“…네.”
내가 넘어오지 않으니 다리우스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질문까지 멈춘 건 아니었다.
“만일 셋으로 나누신다면 국경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지도를 보며 설명하죠.”
난 한편에 있는 테이블로 갔다.
이곳에는 대륙의 제국과 왕국을 나타내는 지도가 마련되어 있었다.
타악~ 쭈우우욱.
손가락으로 한 곳을 찍은 후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를 영토로 삼습니다. 경계는 테미치 강과 트랄라 강입니다.”
제국의 정확히 3분의 1.
북쪽 지역의 수도인 알비온의 동쪽에 있는 테미치 강과, 남쪽 지역의 수도인 크리드의 동쪽에 있는 트랄라 강을 경계로 나눠지는 땅이었다.
“이렇게 하면 아롱드 가문도 공국에 포함이 되죠?”
“맞습니다.”
“그럼 이렇게 국경을 나누고 남북의 힘이 약해질 때를 기다리며 내정에 힘을 쏟읍시다.”
“전하께선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분이셨네요.”
“왜요?”
“강약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은데 그걸 하시니까요. 사실 점령하는 게 다가 아닙니다. 점령해놓고 내부에서 반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게 더 골치가 아픕니다.”
“흐흐. 그렇죠.”
잡결된 외부의 적은 군대를 이끌고 가서 치면 되는데 내부에서 게릴라식으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반란은 진압이 어려우니까.
내 지시에 따라 전령이 수도 알비온으로 갔다.
항복을 권유하는 전령에게 잔뜩 취한 유제프는 침을 뱉으며 쫓아냈다.
“전투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요?”
전령으로 다녀온 기사의 말에 따르면 수도는 공성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병력도 평소처럼 경비병들만 세워두는 정도였다.
“포기했군요.”
다리우스가 내린 결론이었다.
쓰윽.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는데 이래도 그냥 넘어갈 거냐는 표정이었다.
“다시 전령을 보내세요. 이번에는 항복 권유가 아니라 휴전을 위한 전령입니다.”
“모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반응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직접 대화하고 싶으니 통신용 마법 수정구를 보내세요.”
“네.”
다리우스는 다시 전령을 보냈다.
두 번째 전령을 맞이한 유제프는 여전히 취한 상태였다.
밤새 술을 마셨고, 새벽에 전령이 다녀간 후로도 술을 멈추지 않았다.
“흐흐. 휴전? 이제 와서? 날 놀리나?”
“스타크 전하께선 직접 대화하시길 원하십니다. 통신용 마법 수정구를 가져왔습니다.”
“스타크 전하? 그대는 아롱드 가문의 기사가 아니었나?”
“맞습니다.”
“흐흐. 배신의 맛은 어떻던가? 맛있나?”
“…..”
부끄러운지 기사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대랑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겠나. 좋다! 대화를 해보지.”
통신을 위한 마법사가 불려져 왔고, 곧 나와 유제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입니다.”
“흐흐. 그대는 이제 다리우스 경까지 밑에 두게 되었군.”
“네.”
다리우스를 죽이려 한다는 건 밝히지 않았다.
이걸 말하면 유제프도, 황후도 죽이려 하는 걸 말해야 하니까.
“흐흐. 승리자! 그대는 다 가지게 되었다.”
처억.
유제프가 술잔 옆에 둔 다른 잔을 들어올렸다.
“이게 뭔지 아나? 독이네. 독! 사실 오늘 그대가 군대를 끌고 오면 난 이걸 마시고 죽으려 했네. 그런데 갑자기 휴전? 뭘 숨기고 있는 거지?”
“으음. 내가 뭘 숨겨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뭐라고?”
“언제든 정복할 수 있는데 뭘 숨겨야 하냐고요. 강자가 약자에게 뭘 숨깁니까?”
“그럼 와서 정복하면 될 거 아니냐! 가증스럽게 무슨 휴전이냐!”
“정복은 쉬운데 정복 후에 관리가 힘드니까 좀 쉬어가려는 것뿐입니다. 천천히 말려 죽이는 맛도 즐겁고요.”
“하! 말려 죽여?”
“상대할 자신이 없으면 지금 독주를 마시고 그 자리 나에게 넘기던지요. 준비가 된 거 같으니 그냥 마시세요.”
유제프로도 플레이를 해봤기에 그의 성정이 어떤지는 잘 알았다.
마치 청개구리 같아서 반대로 가려는 성향이 있었다.
메시지는 유제프를 살리라고 했다. 때문에 이렇게 반대로 자극을 했다.
“으으. 내가 누구 좋으라고!”
휘익~ 쨍그랑!
유제프가 독이 든 잔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버나드 황태자 쪽과 휴전이 얼마 남았죠?”
“그건 왜!”
“그 기간만큼 저희와도 휴전하시죠. 참! 땅은 테미치 강을 경계로 하겠습니다. 반론은 받지 않겠습니다. 싫다면 전 끊임없이 테미치 강을 넘어 약탈원정을 할 거니 그렇게 아시면 됩니다.”
버럭.
“야!”
유제프는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샤이아 공작은 어떻게 움직인 겁니까?”
난데없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