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74
제174화
일주일 후에 세 아들은 각각 10명의 기사, 1,000명의 총병과 함께 세 지역으로 나눠서 보냈다.
또 나는 실버훈과 레아에게 제국을 맡기고서 이자벨, 아시모프와 함께 밍구를 타고 드워프 왕국으로 향했다.
아시모프를 왜 데리고 가는 거냐면 증기기관의 수리를 위해서였다.
전에 갔을 때에 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마치 자동차를 몰 때에 평소에 들리지 않던 소음이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기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건 고장이 났다거나, 고장이 날 거라는 예비신호나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수리할 걸 챙겨서 아시모프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하늘을 날아간다는 것에 아시모프는 화들짝 놀라며 거부하려고 했다.
“폐, 폐하. 살려주십시오. 전 죽기 싫습니다.”
“무슨 소린가. 그대가 왜 죽어?”
“전 하늘이 무서워요.”
“날아본 적도 없으면서 엄살은…”
“높은 곳에 올라가면 머리가 어질럽고 쓰러질 거 같습니다.”
고소공포증이었다.
“그럼 눈을 가리면 되겠군.”
“페, 폐하. 살려주십시오.”
“가야 하니까 딴 소리는 그만!”
증기기관은 보수를 해야 했다.
앞으로 드워프 광산에서 얻어야 할 금이 50톤… 많으면 100톤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최대 100톤이나 되는 금을 고소공포증 때문에 포기하라고?
아시모프의 눈을 가리고 출발하려는 두 손과 두 발을 벌벌 떨며 주체를 하지 못했다.
이러다가 심장마비로 죽을 거 같아서 안 되겠다 싶어 그냥 뒷목을 냅다 때려서 기절시켰다.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시모프가 중요한 인물인 건 알지만 증기기관의 수리는 중요했다.
지금의 문제를 알아서 고칠 수 있어야 앞으로 양산형 증기기관을 만들 때도 참조를 할 테고.
기절한 아시모프를 데리고 밍구를 탄 채로 북쪽으로 향했다.
며칠이나 걸리는 긴 거리였는데 아시모프가 깨어나 벌벌 떨면 바로 기절시켰다.
나중에 땅에 내려와 두 개의 게르를 치고 자려고 했더니 아시모프가 오열을 하며 괴로워했다.
게르 하나는 나와 이자벨이, 다른 하나는 아시모프의 거였다.
“흑흑. 진짜 너무하십니다.”
“왜 그런가?”
“저는 폐하가 이렇게 무자비한 분이신 줄 처음 알았습니다. 어떻게 매번 기절을 시켜서 사람을 끌고 가실 수가 있습니까? 정말 너무하십니다. 흑흑.”
두 눈에 눈물을 철철 흘리는데 무척 불쌍해 보이긴 했다.
‘끄응. 어쩔 수 없군.’
“자! 받게.”
내가 내민 건 드워프가 준 금괴 중에 하나였다.
무게가 상당했는데 지구의 금괴보다 더 무거운 거 같았다.
이거 하나 지구로 가져가도 1억은 넘을 거다.
“허억. 그, 금이네요?”
“그래. 보수로 하루에 한 개씩 주겠다. 이러면 치료가 되겠나?”
“무, 물론이죠. 하하. 감사합니다.”
역시 치료 중에 최고는 금융 치료였어.
다음날이 되어 밍구에 태우기 위해 뒷목을 치려는데 아시모프가 고개를 저었다.
“그, 그냥 타보겠습니다.”
“가다가 심장마비로 죽느니 차라리 기절이 나을 텐데?”
“그, 그래도요. 도전해보겠습니다.”
“마음대로 하게. 일단 이거부터 받게나. 마음이라도 편해지게.”
금괴를 또 하나 내밀어서 주었다.
두 손으로 받으며 황홀해 하는 아시모프.
당장은 눈에 황금 밖에 안 보이는 거 같아서 얼른 밍구에 태우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런데 몇 분도 가지 못해 스스로 기절시켜달라고 빌었다.
“끄응. 알았다. 아파도 참아라.”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데리고 가야 해?”
보다 못한 이자벨이 말했다.
“가서 고쳐야 할 게 있어. 아시모프 외엔 아무도 못해.”
“당신도 못해?”
“나도 못해.”
“진짜? 당신이 못하는 게 있다고?”
이자벨은 믿지 않는 눈빛이었다.
어찌어찌 드워프 왕국에 왔다.
“폐, 폐하?”
아시모프가 떨리는 음성으로 날 불렀다.
출발할 때에 비해 사람이 반쪽이 된 거 같았다.
반 강제로 기절해서 잠을 자니 밤에는 잠도 안 오고, 식욕도 없어서 잘 먹지도 못하고 그런 게 며칠이나 이어지니 내가 사람 하나 말려 죽이는구나 싶기도 했다.
“왜 그러나?”
“드워프 왕국과 통하는 포탈 마법진을 설치해주십시오.”
“그건 안 되겠다.”
“왜요?”
“일단 드워프 종족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데 허락이 될 리가 없다. 다음으로 엄청난 돈이 든다. 마지막으로 친밀도가 하락할 게 뻔한 요구는 아예 하고 싶지 않다.”
그때와 다르게 지금은 친밀도 100이긴 하지만 괜한 시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너 하나가 희생하면 되는 거잖아.’
아시모프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것도 아니고.
밍구를 타고 여러 날 오는 게 귀찮고 그렇기는 하지만 간만에 답답한 황성을 나와서 바람 쐬는 맛이 좋았다.
세 아내나 아이들과 다니는 것도 좋았고.
내가 쉬지 않고 돌아다니기는 거 같지만 사실 황성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1년에 몇 달은 밖에서 보내기는 하지. 혹시 나한테 방랑벽이 있나?’
드워프 왕국에 도착해서 왕을 만나니 기다렸다며 증기기관 3개 중에 1개가 몇 달 쓰다 고장이 났다고 했다.
남은 2개로 물을 퍼내고 있기는 하지만 만일 1개라도 더 고장이 났다며 채굴은 중단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기진맥진한 아시모프에게 바로 일을 시키는 게 미안했지만 그에게 고치라고 한 후에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비틀 크랩의 껍질을 꺼냈다.
드워프 왕은 가장 먼저 엄청난 수량에 놀랐고, 다음은 껍질의 상태였다.
“오오! 이번에는 등껍질만 있는 게 아니군요!”
“네.”
“이렇게 상태가 좋다니 놀랍습니다.”
“하하. 네.”
통통, 통통통…
드워프 왕은 한참이나 껍질 여기저기를 두드려보더니 굉장히 만족해했다.
“집게 다리가 강도가 가장 강하군요. 등껍질보다 나은 최고의 재료인 거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
전에는 잘 몰라서 집게 다리를 챙기지 않고 버렸었다.
“양이 아주 많습니다. 대가를 치르려면 지금까지 채굴한 금을 다 드려도 모자를 거 같은데요?”
“우선은 채굴하신 것만 주시고요. 나머지는 제가 가지고 온 껍질의 절반을 가지고 장비를 만들어주시면 어떨까요?”
“장비라…”
“비용이 부족하면 껍질을 또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장비가 아주 많이 필요하신가 봅니다?”
“아! 그게요…”
난 엘프 종족에게 받은 부탁을 얘기했다.
“그래서 장비를 만들어서 엘프들에게 빌려줄 생각입니다. 그래야 몬스터 웨이브가 닥쳤을 때에 잘 대처하겠죠.”
방금 전까지 심각하던 드워프 왕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오호,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그러면 지금 가지고 온 걸 빨리 만들어야겠는데요?”
“그래 주시면 좋죠.”
“그러면… 6개월 후에 다시 와주십시오.”
전에는 1년이었는데 기간이 반으로 확 줄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6개월 후에 일어나면 좋겠다.’
그리고 그 소망은 이루어졌다.
6개월이 지나 드워프 왕국을 다녀와서 아공간 주머니에 족히 1만 명을 풀로 세팅할 수 있는 장비를 얻은 상태에서 연락이 왔다.
아니, 정확하겐 연락이 아니라 엘프 왕에게 받은 묘목의 잎이 다 시들었다.
***
시간을 되돌려 6개월 전에 드워프 왕국에 다녀왔을 때.
꽤나 오랫동안 날 찾지 않던 아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도 꽤 먹어 성인이 된 아라는 노예로 팔릴 때와는 딴 판의 미녀가 되어 있었다.
결혼도 했는데 상대는 의외라 할 인물인데 바로 몽크였다.
나이 차가 30년 이상이나 되지만 몽크는 나에게 백작 작위를 받았고, 아라는 평민이라 신분 차이가 꽤나 컸다.
몽크에게 언제 아라와 결혼할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발그레.
몽크는 얼굴이 뻘게지며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아라를 지키게 하셨잖습니까?”
“아! 그랬지.”
아라를 구할 때에 몽크와 함께 한 인연이 있었다.
때문에 다른 이가 아니라 몽크에게 지시해서 그녀를 곁에서 지키게 했다.
아라는 미래를 보는 신비한 능력이 있기에 보안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그래서 옆에 있다 보니 저절로 관심이 가서…”
“어리고 미녀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렇기도 하죠.”
몽크는 순순히 인정했다.
“나이 차가 너무 많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들었죠.”
“혹시 아라한테 결혼을 강요한 거 아니야?”
화들짝.
“아, 아닙니다!”
“그런데 아라가 승낙을 했어?”
“네. 절대 억지로 결혼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알았다.”
아무리 나이차가 있다고 해도 둘이서 좋다면야 내가 간섭할 이유는 없었다.
또 이 세계에선 신분 차이가 나이 차이보다 더 큰 문제였다.
남자가 신분이 높다면 30년이 아니라 50년, 60년도 문제가 아니긴 했다.
오히려 내가 지구의 사고방식에 갇힌 것일 수도 있었다.
나중에 아라를 만났을 때에 결혼에 대해서 물었다.
“몽크가 너무 늙었는데 결혼상대로 괜찮았어?”
몽크는 곧 환갑이니 20대인 아라 입장에선 아빠 뻘이었다.
일찍 결혼하는 이 세계 기준으로는 할아버지?
“전 좋은데요.”
“어디가?”
“그냥 다요.”
눈에 뭐가 씌였나 보다.
‘그래. 이게 정답일 수 있지. 사랑에 정답이 어디 있어. 자기 맘을 자기도 모르는데.’
그래서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떻게 온 거야? 미래를 봤어?”
“네.”
“어떤 미래인데?”
“드, 드래곤이 나타났어요. 검은 드래곤이요.”
부르르르.
아라는 환상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블랙 드래곤이라면… 타우젠트?”
이 세계에 등장하는 드래곤들 중에서 블랙 드래곤은 딱 하나인데 타우젠트라는 이름을 가진 놈이었다.
“이름은 모르겠고요.”
“그래. 넌 모르겠지. 환상의 내용은 뭔데?”
“그 드래곤이 폐하를 쫓아오는 거였어요. 폐하께선 황후 마마와 후궁 마마 둘 그리고 세 황자님이랑 와이번을 타고 있었습니다.”
와이번은 밍구를 말하는 거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하늘에 점처럼 작게 보였는데 어느새 주먹만큼이나 커졌고요. 이때 폐하께서 밍구를 타고 도망치려 하셨지만 늦어서 잡혔습니다.”
“그래?”
드래곤이라면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나는 놈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잡힌 후에는?”
“…..”
“왜 말을 안 하지?”
“주, 죽으셨어요. 전부…”
“끄응. 그래?”
잡힐 때까지도 그다지 실감을 못했는데 죽는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가슴에 확 와 닿았다.
‘죽는 환상은 정말 오랜만인 거 같은데?’
아라의 환상이야 뭐 항상 위험했지만.
“폐하, 엘프 왕국으로 가시나요?”
“그래. 어떻게 알았지?”
“몽크 님이 말씀하셔서요.”
“아!”
“가지 마세요. 폐하.”
아라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가야 한다.”
엘프의 위험을 모른 척하면 몬스터들은 인간의 땅까지 몰려오게 된다.
이걸 떠나서 세 아들이 좋아하는 엘프 공주들이 있기도 하거니와, 친밀도 100까지 올라간 엘프 종족을 잃는 건 확실한 아군을 스스로 버리는 꼴이었다.
돕겠다고 이미 약속한 것도 있고.
“위험하실 텐데…”
“그동안 내가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그래도 그대가 경고를 해줬으니 주의하도록 하겠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떻게 주의해야 할까 고민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