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3
제3화
‘어떻게든 엔딩을 보자. 그러면 원래의 나로 돌아갈지도 모르잖아?’
그런데 이 최악의 캐릭터로 엔딩을 본다는 게…….
끄응, 어렵지.
극악의 캐릭터로 세팅을 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순 없잖아?’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살아 보기로 했다.
‘우선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후에 윈터, 섬머, 어텀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게 첫째야.’
3명이 계속 이 영지에 있게 하는 방법은…….
쉽다. 각자 원하는 게 뭔지 뻔히 알고 있으니까.
‘후우, 하지만 이 셋을 제외한 나머지 지휘관들을 얻으려면 돈이 많이 있어야겠어.’
돈만 있다고 다 꼬실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돈이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나도 강해져야 하고.’
자신의 군주가 되어야 하는 이가 약하면 따르지 않으려는 이들이 꼭 있었다.
최강까지는 아니더라도 강한 축에는 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삼국지로 치면 무력이 70대인 엄백호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소리.
한현이나, 도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
이 세계에서 무력 70대라면 오러를 쓸 수 있는 정도다.
작위도 올라야 한다.
반다이크는 남작이고, 그의 뒤를 이어 작위를 물려받는 나도 남작이 될 텐데, 이 정도로는 영입하지 못하는 기사와 마법사가 있다.
‘최하 백작은 되어야 해.’
공작이면 좋고, 황제까지 된다면 그건 뭐 말할 것도 없고.
황제가 되면 그건 이미 엔딩 완료다.
‘끄응, 그러니까 재벌급 거부에다 오러를 쓰고, 작위는 백작, 인품도 좋아야겠지?’
돈도, 명예도, 권력도 다 필요 없고 오로지 인품에 끌리는 이가 있으니까.
지휘관은 왜 이렇게 얻으려고 하냐고?
얻을 때마다 게임이 편해지니까.
소드마스터나 대마법사가 되는 엔딩을 꿈꾼다면 지휘관은 그다지 필요 없다.
하지만 영지를 가꾸고, 세력을 키우고 하려면 나 혼자가 아니라 중간 관리자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지휘관이었다.
또 등장하는 지휘관을 다 모으는 엔딩도 있었다.
‘일단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 내가 할 일은 체력을 키우는 거다.’
이 허약한 몸으로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운동?
답이 아니다.
당장은 먹는 거다.
영양실조로 쓰러질 것 같을 정도니까.
숨겨진 이스터 에그도 찾고.
찌릿찌릿.
계속 머리를 굴렸더니 깨질 듯한 두통이 찾아왔다.
‘으으, 생각은 그만. 이러다 두통으로 죽겠다.’
생각은 멈추고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뜀박질을 하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손가락, 발가락이 얼어붙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런 냉방 속이 아니라 따뜻한 방 안에 있더라도 수족 냉증으로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약하디약한 몸이니, 얼어 죽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
밤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멈추지 않는 기침과 각혈로 자살 충동을 수십 번도 넘게 느끼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러고 맞이한 아침에는 평민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래 봤자 부드러운 빵과 수프, 사과 하나, 그리고 건조되어 말린 고깃덩어리 하나였지만 이 세계에선 귀족들이나 먹을 수 있는 푸짐한 식단이었다.
울컥.
하루를 죽지 않고 살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슬퍼할 시간에 먹자. 먹고 끝까지 살아남자.’
야금야금.
마음은 허겁지겁 먹고 싶지만 이렇게 먹으면 약한 몸은 체하거나 소화 불량에 걸릴 게 뻔했다.
그 때문에 조금씩 떼어서 수십 번이나 꼭꼭 씹은 후에 목구멍으로 넘겼다.
야무지게 식사를 다 하고서 도든에게 한 번 더 부탁했다.
휘둥그레.
“또 드신다구요?”
“콜록콜록. 너무 배가 고파서…….”
“아니, 그래도 그렇지…….”
“콜록콜록. 영주님이 돌아오셨을 때 건강한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하니까.”
도든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반다이크 핑계를 댔다.
워낙 쪼그라든 위였기에 살짝 부르긴 하지만, 더 먹어서 얼른 체력을 키워야 한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아직 성장기이기도 하니까.
반다이크는 거구였다.
세 형들도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컸고.
반다이크의 유전자가 나에게 있을 테니 나도 잘 먹으면 분명 한 덩치 할 수 있다.
이 캐릭터로 제일 컸던 게 얼마였더라?
정확히는 모르겠다.
대략 180센티미터 정도였던가? 아니면 더 컸나?
하지만 지금과는 비교하기가 그렇다.
상태 이상이 이렇게까지 많은 건 처음이니까. 그리고 상태 이상은 성장을 방해할 테고.
“끄응, 알겠습니다.”
반다이크를 거론하니 도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씰룩거리며 빈 접시를 가져가 새 음식으로 채워 줬다.
두 번이나 먹은 후에 한 번 더 요구했다.
“하! 도련님! 무슨 아침 식사를 세 번이나 합니까!”
어쭈? 이러다 때리겠네?
형들이 달라고 했으면 군소리 없이 가져다 바쳤을 거면서.
사생아라고 너까지 무시냐?
이 영지의 주인은 곧 내가 될 거라고!
마음속 외침과 달리 내 입에선 약한 소리가 나왔다.
주제도 모르고 까불어 봤자 나만 손해니까.
“콜록콜록. 배가… 고파서…….”
“젠장, 네!”
어찌 되었든 새 접시를 받아서 먹을 수 있었다.
아침만 이런 게 아니라 점심도, 저녁도 세 번씩.
정말 걸신이 들린 것처럼 악착같이 먹었다.
사실 처음에는 배고픔에 힘든 줄 몰랐지만 이걸 계속하려니 고역이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체력도 키워야 하고, 아직 성장기니 몸도 키워야 하고, 마지막으로 숨겨진 이스터 에그가 있다.
저녁 식사는 수프만 먹고, 나머지는 몰래 품에 넣어 방에 가지고 온 후에 발발 떨면서 겨울을 준비하는 곰처럼 악착같이 야금야금 먹었다.
기침과 각혈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먹었다.
온돌은 기대도 못하지만, 작은 벽난로라도 있다면 하고 수도 없이 생각했다.
너무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데 뭐라도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으면 그나마 추위도 견디고 시간도 잘 흘러갔다.
나의 폭식은 성안의 모든 이들이 금방 알게 되었다.
얼마나 못 먹었으면 저러겠냐고 불쌍하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근본도 없는 놈이 복이 터졌다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귀를 꽉 닫고 한동안 먹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렇게 폭식을 한 덕분에 얼어 죽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10일이나 끊지 않고 먹어 댄 덕분에 드디어 얻었다.
첫 번째 이스터 에그였다.
[위대(胃大)한 소화력 특성을 얻었습니다.]희대의 천재에 이어서 두 번째로 가진 특성.
한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위대하다는 의미는 위가 커졌다는 걸 의미한다.
늘어난 위는 많은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으며, 뛰어난 소화력으로 상한 음식을 먹어도 탈이 잘 나지 않도록 해 준다.
심지어 독까지도.
또 높아진 소화력은 튼튼한 근육과 뼈 생성에 도움을 준다.
‘이 특성이 무엇보다 좋은 건 구토나 소화 불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그리고 영양실조도 개선이 될 테고.’
그런데 이스터 에그라더니 너무 쉽게 얻는 거 아니냐고?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폭식을 10일이나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끼니마다 세 번씩 하루 아홉 번이며, 10일 동안 총 90끼.
중요한 건 단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연속으로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
아침을 먹은 후에는 3명의 신붓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저들이 실내로 들어오는데 어찌나 빛이 나던지 머리 위로 반사판이나 조명이라도 하나씩 따라오는 줄 알았다.
한마디로 광채가 난다는 뜻.
게임에서 대놓고 남자들 홀리려고 만든 미녀들이니 얼굴은 여배우 뺨칠 정도이고, 키에 비해 비율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좋아서 나올 곳은 확 튀어나오고, 들어갈 곳은 S자 곡선으로…….
어후~ 아무튼 남자들 눈이 회까닥 돌 정도였다.
그럼 나는?
나는 뭐 남자 아닌가?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마구 뛰었다.
‘실물로 보니 느낌이 확 다르네. 진정해, 진정!’
이 캐릭터로만 수십 번이나 플레이를 했으니 여기에 있는 신붓감들도 많이 봤음에도 이러다니.
보기만 한 게 아니라 돌아가며 결혼도 했었다.
잠자리는…….
당연히 없었다. 이 게임은 19금이 아니니까.
하지만 게임이 아닌 현실이 된 지금은… 가능하겠지?
게임에서도 느꼈지만, 솔직히 이곳은 제국의 수도와 거리가 먼 지방 변두리.
게다가 난 남작의 사생아로 최근까지 평민.
이런 조건을 가졌는데 어떻게 이런 미녀가 셋이나 신붓감으로 나올 수가 있는지…….
사기지, 사기!
주인공이 아니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자, 잠깐!’
문득 서늘한 생각이 머리를 감쌌다.
‘내가 주인공인 건 맞나?’
내가 이 캐릭터가 되었기에 주인공이라 여기는 거지, 누구도 나에게 주인공이란 말을 해 주지 않았다.
‘장르 소설 같은 걸 봐도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소설 속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 그럼 난 엑스트라?’
살짝 혼란스러웠다.
‘혹시 주인공이 어딘가에서 크고 있는 건 아닌가?’
이 게임은 주인공으로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기에 하나로 특정할 수 없었다.
심지어 반다이크까지도 주인공일 수 있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면 엔딩도 없는 건데…….’
찌릿찌릿.
아! 또 골이 아파 왔다.
“콜록콜록. 우웨엑~!”
주르르.
“어머, 피!”
“으으, 피가…….”
“…….”
세 미녀들 앞인데 각혈까지 해 버렸다.
셋이 동시에 인상 쓰는 게 보였다. 부끄럽지만 나도 내 몸을 어쩔 수가 없었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주인공인지 아닌지가 중요해? 그렇다고 자살할 것도 아니잖아.’
현실로 돌아가는 건 둘째였다.
여기서의 죽음이 영원한 죽음일 수 있으니 버티고 살아야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골이 아파 오니 생각하는 걸 멈췄다.
뇌를 푹푹 쑤시는 듯한 고통을 참으며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흠흠, 이쪽은 레아 알프레도 영애이십니다.”
이 세계가 시대는 중세고, 네이밍을 보면 알겠지만 분위기는 유럽이다.
동유럽인지, 서유럽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가운데에서 동양적 분위기에 하얀 피부, 흑발의 미녀가 있었으니 바로 레아였다.
키는 150센티미터가 조금 넘고, 깡말라서 툭 건들면 넘어져 쓰러질 것 같은 여인.
40킬로그램은 넘겠지?
이럼에도 나올 곳은 확실히 나와 준 건 뭔지…….
딱 보면 커엽고, 많이 보면 섹시하고.
도든이 영애라 했지만, 레아는 몰락한 남작가의 딸.
도박에 미쳐 영지까지 팔아먹은 아버지의 빚을 갚고자 단돈 100골드를 받고 이 자리까지 왔다.
평민 기준으로 100골드는 평생 바라볼 수도 없는 거액이지만, 영지까지 있던 귀족에게 100골드란 껌값일 수밖에 없었다.
100골드는 당연히 아버지가 인 마이 포켓?
노노~!
사채업자들 주머니로 쏙.
만일 나에게 간택을 받아 신부가 되면 레아의 아버지는 추가로 100골드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레아 같은 미인이라면 노예 시장에서 사려고 해도 수백이 아니라 수천 골드를 써야 할 수도 있는데, 고작 이 정도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