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04
제203화
203화
29장 – 진정한 흑마법
아카데미의 학생회장 레밀린은 차라리 저주 핑계라도 댈 수 있었던 예전이 더 좋았던 게 아닐까 한탄하고 있었다.
전에는 너무 자서 고민이었는데.
이젠 잠잘 틈도 없어서 고민이네?
‘역시 리니헨이라도 데려올 걸 그랬어.’
그럼 어지간한 귀찮은 일은 떠넘길 수 있었을 텐데.
정작 리니헨 본인이 들었다면 당장에 머리통을 붙잡고 바닥에 메다꽂아 버렸을 생각을 하면서 레밀린은 지금 닥친 일들을 차례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이닐스 백작이 저지른 공간 전이에 휘말린 이들의 보호는 일단 마무리되었다.
거기다 정령술 클래스의 학생들도 보호하였고.
그러나 한가해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은 늘어난다.
보호한 이들에게 사태를 이해시키고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득할 일.
용병들이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도록 충고하는 일도.
어쩌다 보니 레밀린이 죄다 떠맡아야 했다.
‘학생회 일이 그리워질 줄이야.’
학생회 일처럼 대강대강 처리할 순 없으니까.
정령술 클래스의 학생들이 가져온 시안의 전언으로 더욱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니, 왜 정작 걔네들은 안 오는 건데! 특히 신입생! 시안!’
어서 와서 직접 설명하라고! 시안!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거기다 정령술 클래스의 셀리디아 밀로닐 역시 돌아오지 않은 게 마음에 걸린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어.’
전언에는 돌아오지 못할 때도 적혀 있었다.
레밀린을 비롯하여 가용 가능한 인재들은 모두 이 도시를 사수하는 데만 신경 쓸 것.
‘시안…….’
레밀린은 시안의 전언을 다시 읽어 보고 생각에 잠겼다.
기이한 소년이다.
우수하다는 평가는 진즉에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 소년이 제공하는 지식은 그 정도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정체가 뭐지?’
레밀린이 시안을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은 단순히 재능 있는 흑마법사의 역량만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귀족파 아이들에게 공감하지 않는 처지였고.
본래는 조사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으니까.
딱히 시안에게 활약을 요구하지도, 그리고 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마치 확신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화감이 느껴진다.
시안의 지식은 학생이 배워서 알고 있을 수준을 넘어선 것이기에.
대체 누가 알려 준 거지?
‘설마…… 황제 폐하?’
그러고 보면, 황제 폐하께서 시안에게 접근하신 적이 있는 모양이던데.
안 되겠다. 생각만 해서는 괜한 억측만 불러온다.
일단 레밀린은 시안에 대한 생각을 그만 접기로 했다.
“아아……. 빨리 졸업하고 싶다.”
어서 이 지긋지긋한 일들을 끝내고 싶었다.
그 뒤에는 느긋하게 사는 거야.
레밀린은 사고를 전환시킬 겸 잠시 바깥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늘은 노랗게 빛나고, 도시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기만은 맑은 곳이니.
“…….”
그러나 기분을 전환하기는커녕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있었으니까.
“무슨 일이죠? 이닐스 백작.”
“역시 대단하군. 말도 걸기도 전에 알아챈 건가? 그 정령님의 말대로는 평범한 인간은 절대 알아채지 못한다고 했거늘.”
마치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어느새 이닐스 백작이 뒤에 서 있었다.
“…….”
“관두게. 자네가 덤비는 순간, 나는 이곳에 없을 테니.”
당연히 대비하고 있었으리라.
백작의 발치 아래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껴 있었다.
시안의 정보대로라면, 어둠의 정령인가 뭔가 하는 괴물의 수작인 건가.
레밀린은 무기를 꺼내려던 손을 내려놓았다.
“무슨 변덕이죠?”
“별거 아니네. 꽤 고생한다 싶어서 말이지.”
“누구 탓인데…….”
“내 일을 방해하려고 온 자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본래라면 레밀린은 딱히 이 전이 술식의 대상이 될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예외적으로 포함시킨 것이다.
“이해할 수 없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네가 내 일을 방해하려 들다니.”
“당연하죠. 그 애가 이딴 걸 바랐을까요?”
“바라지 않았겠지. ……하지만 내가 바랐다.”
백작은 당장이라도 으스러질 듯이 이를 갈았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자네다. 레밀린. 그날, 그곳에 자네도 있었지.”
“…….”
대답할 수 없다.
사실이니까.
“자네가 작위를 받게 된 계기가 된 날을 기억하고 있나? ……하긴, 묻는 게 어리석군.”
제국 남서부의 어느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해결한 것.
“본래는 공로를 치하받을 아이가 한 사람 더 있어야 했지.”
“네, 피레일도 저와 같이 있었으니까요.”
그것은 지금의 제국 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일이다.
알려질 수도 없었다.
그 공로자 중 한 명이 평민 출신 학생의 질투로 변을 당했으니.
귀족 출신의 학생을 질투하던 자가 저지른 짓이었다.
당시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의 차별과 갈등은 지금보다 추악했으니.
“저는 숨기지 않고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자네의 요청을 뭉개버리셨지.”
그 추문을 알리기 싫은 황제는 레밀린의 공로만을 공표하고 작위를 내렸다.
“책망인가요?”
“설마, 자네를 탓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네. 자네 역시 비통했겠지. ……그 아이와 친구 사이였으니.”
백작은 레밀린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주를 걸어서까지 무력화시키려고 했다.
본래의 계획은 술식을 아카데미에 사용해 평민들을 배제시키려 했던 것.
목적 없는 허무한 복수.
그 과정에서 레밀린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려고.
“그러니까 더더욱 가만히 있지 못한 거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 봐야 뭘 하겠나. ……그릇된 것은 나다.”
“그럼 왜 제게 말을 거신 거죠?”
“경고일세.”
“경고?”
레밀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아이와 친했던 자네를 생각해 경고하는 것이네. ……기회를 주지. 자네 혼자만이면 돌아가도 좋다.”
“절 우습게 여기시는군요. 이닐스 백작!”
도망쳐도 상관없다고?
그 면상에 주먹 한 대라도 꽂아 주마. 레밀린이 주먹을 단단히 말아 쥔다.
“3일 뒤, 나는 이곳에 있는 모든 하찮은 인간들을 처단할 것이다.”
선전 포고.
“그렇게 하도록 놔둘 거 같나요?”
“자네의 실력은 잘 아네. 부수는 건 잘해도 지키는 건 잘 못하지. ……누구보다 재능이 부족했으니.”
“정말로 맞고 싶으신가 보네요.”
이미 그 말과 동시에 레밀린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을 깜박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뛰어든 레밀린은 주먹을 거칠게 휘두른다.
하지만 때린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안개를 때리듯 레밀린의 주먹이 허공을 휘젓는다.
‘이상하게 기척이 희미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허상이었어.’
아마 어둠의 정령이 투영시킨 환상.
실제 본인은 은신처에서 단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을 테고.
“경고했네. 이곳에서 죽겠다면야…… 굳이 말리지는 않겠네.”
“닥치시죠!”
남은 환상도 걷어차서 흩어 버렸다.
경고 따윈 들을 마음이 없다.
“잘 들으세요. 이닐스 백작. 제가 여기 온 것은…… 그 애의 요청대로 당신이 엇나가지 않게 설득하려 했을 뿐.”
“부질없군.”
사라지는 안개 속에서 비웃는 목소리만이 울렸다.
“인간으로서 양심과 도리를 저버릴 각오는 했다.”
마음을 돌릴 여지는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그 말을 끝으로, 백작의 의사를 전하던 그 환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는 대화를 걸어오지도 않겠지.
레밀린 역시 그럴 마음이 없었다.
명백하게 그는 선을 넘었다.
“인간의 도리라니……. 대체 무엇을 할 작정인 거죠?”
* * *
‘때가 되면 피난처가 된 도시를 포위하여 전부 몰살하려 하겠지…….’
내가 파악하고 있는 메인 시나리오 3장 당시의 패턴 중 하나는 피난처인 거점을 목표로 대규모 습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었다.
폐정령계에서 발생하는 몬스터는 어둠의 정령의 권속이나 다름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대량 발생시켜 목표로 삼은 지점을 습격하게 만드는 일쯤은 가능하리라.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 거점을 방위하는 것이 메인 시나리오 3장 1페이즈의 전투.
‘아마도 그 패턴 내에서 진행되겠지. ……규모는 훨씬 거대할 듯하지만.’
어둠의 정령은 본래의 시나리오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었다.
메인 시나리오 3장 자체의 난이도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그것을 확신한 것은 지금 내 눈앞에 새로 갱신된 메인 시나리오 3장의 주요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 때문.
《제3장의 클리어 조건이 갱신됩니다.》
《제1조건 – 이닐스 줄렛의 처치》
《제2조건 – 어둠의 정령왕 밀레이토스의 토벌》
《제1, 2조건 중 어느 하나 혹은 전부 달성하십시오.》
본래 제3장은 이닐스 줄렛 백작의 처단으로 끝이 난다.
원한에 눈이 멀어 그릇된 판단을 한 그를 처치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를 끝장내는 것이 본래 시나리오의 흐름.
‘하지만 조건이 갱신된 것은 반쯤 내 탓이겠지.’
난이도가 높아졌지만 낭패라고 할 수는 없으리라.
밀레이토스의 토벌은 훨씬 뒤에 이어지는 게 본래 시나리오의 흐름.
그것이 클리어 조건으로 제시되었다는 것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느낌에 더 가깝긴 하지만.
‘게임이라면 진짜 고인물이나 도전할 목표.’
나는 고인물이 아니기에 환호할 생각까지는 안 드네.
가능한 한 쉽게 깨고 싶거든요?
내가 엿 먹어서 폭소하는 건 구독자밖에 없었단 말이야.
‘현시점에서는 제2조건을 달성하는 건 아마 불가능.’
냉정하게 생각해도 현재 내 스펙으로 그 망할 정령을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차라리 알몸에 단검 하나를 들고 황실로 침입하라는 미션이 더 쉽겠다.
……게임 때는 정말로 그 짓을 하면 별개로 얻는 업적이 있었던가.
‘지금 상태로는 안 돼. ……힘을 더 길러야 해.’
지금 그나마 성공 여부는.
‘이 망할 비술을 완성시키느냐 아니냐에 달렸겠지.’
그 비술을 완성시킨다면 아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내 능력.
혹은 앞으로 달성할 과제나 습득할 스킬들을 고려하여 내걸린 목표일 테니.
‘역시 이걸 습득해야 가능한가.’
진마빙현제의 완성.
아마 그것을 고려한 것이겠지.
“……칫.”
당연히 쉬울 리 없었다.
녹의 정원에 우연히 들어온 이후, 녹의 시조의 허가 아래 이곳에서 휴식과 수련을 한 지 이틀째.
이곳에 틀어박히자마자 나는 곧바로 진마빙현제의 재연구에 돌입하였다.
해당 비술의 기록을 재분석하고, 가지고 있는 자료들도 총동원하여 어떻게든 완성시키고자 힘썼다.
“……젠장.”
“애먹나 보네. 시안?”
조그만 상태의 에밀리가 내 무릎 위에 엎어진 채로 버둥거리며 말을 건다.
이런 상태지만,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악마의 지식을 비롯하여 그녀의 조언은 받을 수 있었으니까.
“일단 방향은 잡았어.”
진마빙현제의 개량이 필요하다.
원판 그대로는 몇 번을 쓰든 같은 결과가 나오겠지.
“이건 인간이 쓸 수 없는 비술이야.”
“당연하잖니. 평범한 인간도 악마의 기운을 뒤집어쓰면 그대로 홀릴걸? 하물며 마왕의 일부라면…….”
“알아. 재능의 문제 때문은 아니겠지.”
정확히는 8서클 정도의 경지. 혹은 그 이상의 경지에 오르면 이 비술의 사용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비유하자면, 막 면허를 딴 초보한테 액셀을 밟기도 겁나는 스포츠카를 안겨 준 격.
“거기다 마왕의 힘 그대로를 온존한 오리지널 혈마력이라니……. 지나치게 과분하다고.”
이전 혈목인이라고 칭하던 놈들이 쓰던 것과는 달랐다.
그것은 그들의 마나를 변질시켜서 타락시킨 것에 불과하다면.
이것은 마왕 본인의 힘.
“수혈로 비유하면, 혈관에 마왕의 피를 강제 주입하는 격이겠군.”
“보통은 죽지 않니?”
“……죽는 것보다 위험해지겠지.”
에밀리는 평상시에도 말하지 않던 진지한 어조로 충고했다.
“다음에는 강제로 분리하지도 못할 거야, 시안.”
“……알고 있어.”
다음은 없다.
어디까지나 찬스는 단 한 번뿐.
“일단 가닥은 잡았어.”
막무가내로 매달리지는 않고 있었다.
다행히 참고할 만한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에밀리의 조언도 도움이 되었고, 이전 혈목인들을 처치하고 얻은 자료도 나름 봐줄 구석이 있었다.
“확신이 든 건 이 비술을 개발한 선배의 진짜 의도.”
이것을 쓰고 그 위험성을 체감하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다.
“의도? 단순히 마왕에게 속은 게 아니려나.”
“그건 아닐 거야.”
나도 처음에는 함정이 아닐까 의심했다.
분명 마왕의 의도는 인간계로의 진출. 그것을 꾀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지만.
정작 이것을 개발한 자의 의도는 다를 것이다.
“목적은 마왕의 에너지 강탈.”
적어도 그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