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77
제376화
376화
하늘이 떨리고 있다.
“뭐, 뭐야?!”
이변을 알아챈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검은 탑을 사수하기 위해 싸우고 있던 이들도 알아채기 시작했다.
막대한 마력이 치솟는다.
장소는 제도가 있는 곳.
시안 알케우스가 종언의 흉성이라 불리는 괴물을 쓰러트리기 위해 싸우고 있는 곳.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곳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현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에는 충분했다.
붉은색 마력의 기둥이 치솟더니 곧 하늘이 무너지고 있었다.
정말로 하늘이 붕괴할 리는 없었다. 상공으로 치솟은 마력이 그 위를 뒤덮듯 떠돌다가 흩어져 내리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리라.
“시안, 그 녀석은 저런 거랑 싸우고 있다는 거야?!”
“이길 수는 있는 거야?”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시안이 강력한 괴물을 토벌하러 갔다는 사실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괴물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저런 존재감을 발하는 괴물과 싸우고 있다고?
“만약 그 녀석이 진다면…….”
그 말을 중얼거린 것은 필로스 아카데미 83기생 중 한 명이었다.
현재 검은 탑을 사수하기 위한 방어전에 투입된 이들 중 아카데미 학생들은 83기생이 대다수.
이는 시안의 말을 가장 확실하게 따랐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그 소년은 잘난 듯 말하면서 무모한 짓을 아이들에게 시켰다.
그런데도 볼멘소리를 할지언정 시안을 믿은 이유는 단 하나.
어떻게든 결과를 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같을까.
“역시…….”
“쓸데없는 소리 마라!”
약한 소리가 나올 뻔한 그 목소리를 막은 것을 83기생들을 지휘하고 있던 엘시아였다.
“그래도…….”
“그쪽은 신경 쓰지 마라! 녀석이 어떻게든 알아서 할 테니까!”
무엇보다 그럴 만큼 이쪽이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었다.
제도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다소 위축된 이들을 노리듯 종언의 흉성의 분신들이 사납게 공격을 해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선두에서 거인의 형태를 한 분신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쿠웅! 쿵!
심상치 않은 발소리를 울리며, 거체와 힘을 앞세워 동요하고 있는 이들을 단숨에 밀어 버리려 한다.
“위험해!”
“내가 처리하겠다! 물러나 있어라!”
엘시아는 이를 악물고 직접 나섰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검은색의 불길과 같은 심상치 않은 마력이 발산되며, 그것을 창의 형태로 다듬어 내던진다.
종언의 피.
파괴력으로는 이 세상에서 손꼽힐 정도라고 시안이 보증한 고유의 스킬이 담긴, 파괴의 창이 거인을 꿰뚫고 불태워서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허억…… 헉……. 이런! 아직도!”
위협적인 괴물을 하나 없앴음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 거인의 뒤에도 다른 분신들이 마구 돌진해 오고 있으니.
전부 파괴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아카데미 학생들은 아직 동요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지원군은?
그들도 분신들을 막아 내느라 여력이 없었다.
“……이건 곤란한가.”
“위험해요!”
각오하고 다시금 마력을 가다듬으려던 순간, 새하얀 빛이 낙하하며 분신들을 한 차례 밀어 버렸다.
신성력을 이용한 충격파.
그것을 이용해 분신들의 돌진을 저지한 것은 성녀회의 일원인 알피네.
“알피네!”
“얼마나 더 있는 거예요?! 저 흉측한 괴물들은?”
“그보다 앞을 봐라!”
엘시아가 경고하자마자 조금 전 알피네의 공격으로 밀려났던 괴물들이 한꺼번에 공격하려고 시도한다.
각자 아가리를 열고는 그 안에서 불길한 마나를 응축하여 머금는다.
저건 성가시다. 마치 와이번들이 뿜는 브레스 공격과 유사하지만, 그 위력은 차원이 다르니.
“어서 저지를…….”
“알고 있어요. 이미 준비는 끝내 뒀거든요!”
알피네가 자신만만하게 손을 바닥에 짚으며 신성력을 흘려보낸다.
바닥에서 치솟은 신성력의 사슬들이 브레스를 토해 내려던 분신들의 아가리를 강제로 닫고 묶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터지는 거죠!”
퍼엉! 분신의 머리가 한꺼번에 날아간다. 그것을 보고 주먹을 움켜쥐는 알피네.
“……대성녀님께서 보신다면 한 소리 하시겠군.”
“글쎄요~. 그것보다 저것들 이 정도로는 안 쓰러져요.”
“그쯤은 나도 안다.”
머리가 날아갔음에도 분신은 재생했다. 조금 전 종언의 피의 파괴 효과처럼 즉사에 가까운 일격이 아니면 쓰러트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사이 준비는 마친 모양이니.”
“……알고 있어.”
“이제야! 내 마법의 위력을 보여 줄 때가 됐네!”
알피네가 나선 것은 시간 끌기.
그리고 뒤이어 셀리디아를 포함한 정령술 클래스의 학생들과, 미셀에게 휘둘리고 있는 공용 마법 클래스의 학생들이 공격 준비를 끝마쳤다.
정령술과 마법을 이용한 광역 포격.
“……사라져.”
“전부 불태워 버려!”
각 클래스의 중심이 되는 두 소녀의 신호에 맞춰서 정렬술과 마법의 포격이 쏟아진다.
단순히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쏘아 내는 것이 아니다.
계산하고 쏘아 내는 지점에 착탄하여 일으키는 폭발과 여파까지 따져 위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타이밍과 배치를 노려 퍼붓는 것.
콰가가가가가강!
갖가지 속성과 종류의 포격이 뒤얽혀 끝내 하나의 위력적인 폭발로 진화하면서 무섭게 터져 나간다.
그 위력에 집어삼켜진 분신들은 특유의 재생력조차 자랑하지 못하고 그대로 찢겨 나간다.
“수고했다. 셀리디아, 미셀.”
“……성가셔.”
“확실히 질릴 거 같네.”
두 소녀의 말은 엘시아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합동 공격으로 충분히 적지 않은 수의 분신들을 날려 버렸다.
하지만 그래 봤자 일부일 뿐.
아직도 검은 탑을 노리며 진군해 오는 괴물들의 수는 어마어마할 정도였다.
“……전부 못 물리쳐.”
“지금 같은 대규모 폭격도 몇 번이나 더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둘은 냉정하게 의견을 말한다.
셀리디아의 동물 같은 귀가 살짝 까딱이며 성가신 결론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는다.
“……위험해질 거야.”
“안다. ……슬슬 방어도 한계를 보일 테지.”
엘시아도 전황을 전부 파악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통솔하고 있는 게 고작이니.
하지만 다른 이들도 상황은 비슷하리라.
슬슬 검은 탑을 방어하는 데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나절은 버틸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실제로 그보다 더 빨리 한계점이 찾아오겠지.
그때부터는 희생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각오해 둬야 한다.”
“그 전에 시안이 해결해 주면 되겠지만요~.”
“응…….”
한 소년에게 전부 의지하는 것은 분하긴 하지만, 믿어야 할 자는 그밖에 없었다.
제발 시안이 어서 그 괴물을 쓰러트려 주길.
그것만 성공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또 하나의 이변이 조금 전 종언의 흉성의 기척이 발산된 곳에서 일어났다.
“……마기?”
“무슨 막대한…….”
막대한 마기. 조금 전 붉은색의 광채에 대응하기라도 하듯 불길하고 검은 마기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이 멀리서도 언뜻 보였다.
“마기라면…….”
“혹시 시안?”
“하지만……. 이건 기척이…….”
그녀들을 포함하여 시안을 알고 있는 이들이 희망을 품으면서도 작은 의문을 느끼는 것은…….
그 마기가 시안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쩐지 기척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인간 흑마법사가 다루는 마기치고는 그 불길함의 정도가 달랐다.
마치 악마 그 자체를 떠올리게 했다.
* * *
빈말로도 잘 풀린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최악인가.’
종언의 흉성 토벌의 마지막 페이즈.
놈이 스스로 괴물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떨어지겠다고 선언한 뒤에 바꾼 형태.
그리고 놈은 나를 없애기 위해 모든 살의를 격렬하게 터트리며 공격을 해 오기 시작했고.
나는 가능한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놈에게 맞섰다.
‘……고생은 처음부터 상정한 일이었어.’
편하게 이길 거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부활 스킬의 덕으로 회복한 체력과 마력은 벌써 상당히 소모되었다.
그 짧은 사이에 대체 몇 번의 공격을 퍼붓고 놈의 살의를 피해서 뛰어다녔을까.
더 이상 떠올리는 것을 때려치웠다. 지난 것은 의미가 없으니.
포션을 꺼내기 위해 가방을 뒤졌으나, 곧바로 혀를 차고 말았다. 남은 게 없군.
스크롤을 비롯하여 소비 아이템도 거의 남지 않았나.
빌려온 아티팩트도 자잘한 것까지 전부 사용했다.
“……생각보다 빡센데.”
쓴웃음과 함께 그 말을 중얼거리며, 흑마법 공격을 캐스팅한다.
정확하게 노리고 날린 흑염의 구체가 놈의 몸통에 명중해 폭발했다.
그 위력만으로도 놈은 뒤로 물러나며 으르렁거린다.
“맷집도 무식하네.”
그러고 보니 저놈 어느 시점부터 말을 하지 않는군. 완전히 괴물이 되어 지성도 날아간 것인가.
다섯 개나 되는 용의 머리가 이쪽을 노리며 일제히 브레스를 토해 낸다.
일제 공격이라면 피할 궤도는 확실…….
“시안!”
에밀리의 경고와 함께 그녀가 갑자기 나를 붙잡고 위로 날아오른다.
이유를 묻지 않아도 바로 알아차렸다.
다섯 개의 브레스 중 한 개가 공중에서 궤도를 바꿔 내가 피하려던 곳으로 떨어진다.
선견의 흑안의 효과로도 알지 못했다. 놈의 힘이 압도적으로 위이기 때문이겠지.
“으아아~ 위험했나…….”
“지금도 위험하거든? 시안, 저거 이길 수 있겠니?”
약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승산은 묻는다.
“……승산이라. 그런 거 하나하나 말해서 뭐 하게.”
얼버무릴 뿐 명확한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격을 벌인 결과, 내 쪽은 이미 상당한 물자와 체력, 마력을 소모했다.
반면 놈은…….
“놈도 멀쩡하지는 않은데.”
대미지가 없지는 않았다.
이미 놈의 팔 하나는 녹아 버려 재생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섯 개의 머리 중 세 개나 손상되었고.
대충 짐작해 보자면, 약 4할 정도의 대미지를 입히지 않았을까.
‘시간도 체력도 무한하지는 않아…….’
확실히 막막하군.
“대충 놈의 패턴은 익숙해졌어. ……좀 더 효율적으로 싸우면 소모량은 줄어들 거야.”
“……흐으응~.”
어쩐지 에밀리는 조용히 있었다.
말리는 말이든 다른 말이든 할 법한데, 이상하게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나를 붙잡고 있는 손은 놓지 않는다.
“……에밀리?”
“그래서, 시안? 부족한 게 뭐라고 생각하니?”
“물자 문제는 제쳐 두고. ……결국은 힘이지.”
단순한 결론.
하지만 그것만큼 절실한 게 없었다.
인간형일 때의 종언의 흉성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작전 이전에 놈에게 충분한 타격을 줄 만한 힘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그 단순한 격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힘이라는 거네.”
“뭐, 놈의 몸집이 커진 대신 인간형일 때만큼의 지성은 없어. ……그걸 노리고 어떻게든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그럴 여력이 없지?”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만.”
부족하다.
저 최종 페이즈를 넘을 만한 수단이.
아니, 딱 하나 남겨 두고 있는 게 있나.
“아까 같은 자폭기라면…… 실은 한 번 더 쓸 수 있긴 해.”
“시안!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 한 세트 더 준비해 뒀을 뿐이야.”
쓸 마음은 없었다.
부활 스킬도 뭣도 없는데, 이번에 같은 자폭기를 쓴다면…….
“죽겠지.”
……소생할 수 없다.
세상은 둘째 치고 나 개인의 인생은 말 그대로 씁쓸한 엔딩을 맞이하나.
“그래서 쓸 마음은 없었어.”
“거짓말이네. 실은 안 되겠다 싶으면 쓰려고 했던 거 아니니?”
“……글쎄.”
부정했지만, 반쯤은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수단이 없으면, 죽겠다 싶으면 같이 뒈지자고 물귀신 작전이라도 펼칠 생각 정도는 했다.
“하지만, 차라리 그게 낫나.”
희생 같은 오글거리는 소리를 할 마음은 없지만.
어쩌면 그것도 괜찮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 시작했다.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 두자. 읏?!”
그러나 내 각오에 에밀리는 중간에 내 볼을 찰싹 두 손으로 장난치듯 두들겨 맥 빠지게 만들었다.
“하아……. 안 되겠네. 응. 역시 그러네.”
“뭐 하는 거야? 난 지금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한탄하는 거란다. 시안. ……할 수 없네. 여기선 이 누나가 마지막으로 체면이나 세워 볼까.”
“뭐? ……어?”
내가 입을 다문 것은 에밀리가 꺼낸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마왕으로서의 격의 상승의 핵심이 될지 모르는 아이템.
“쓸 수…… 있어?”
“왠지 모르게 말이지. ……역시 이때인가 보네.”
에밀리는 그리 말하고는 드디어 결심을 끝낸 것인지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이번엔 이 누나가 말하는 대로 따르렴. 시안.”
“말하는 대로라니?”
“간만에 이 누나가 이것저것 지시해 줄 테니까.”
에밀리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괴물을 쓰러트리렴. 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