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5
제45화
45화
‘……실은 처음에 내가 단독으로 해 보려고 했지만.’
어려웠다.
답은 알지만 세세한 지식과 기술이 모자란다.
게임으로 알게 된 답만으로는 그 공식에 도달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에밀리에게 의견을 참조해 보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정작 에밀리도 마법을 감각적으로 쓰는 터라 이런 개발에는 영 서투르다.
(아무래도 이 누나는 만드는 쪽에는 서투르거든. 하물며 인간의 도구는 잘 모르겠고.)
‘뭐, 모든 건 적합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야.’
이 경우에는 교수님이겠지.
무엇보다 나는 그녀가 이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본래 이 개발이 그녀의 운명이자 공적이라면 팍팍 밀어 줘야 하는 법이지.
그녀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흑마법 클래스는 그저 멸종 위기를 맞이한 생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그저 없어지지 않게끔 유지해 주는 게 고작.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앞날도 없다는 소리.
대부분의 흑마법사는 현실에 안주할 뿐이니 발전도 뭣도 없겠지.
그러니 내가 그 공로가 될 만한 건수를 물어다 주겠다.
까놓고 말해서, 우리 흑마법과에서는 학생이 교수를 키웁니다.
* * *
스크롤의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물며 그 주축을 맡은 이는 아카데미에서 교편을 잡을 정도의 실력 있는 흑마법사다.
‘본래에도 다니엘 교수가 방법을 깨닫고 개척한 일이었으니.’
나는 그저 그 과정으로 이끄는 키가 될 아이템을 미리 가져다줬을 뿐.
말하자면 꼼수.
사실상 나는 적당히 힌트만 던지는 척하며 끼어든 얌체였지만 개발의 주축이 되는 다니엘 교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보세요! 시안 덕에 벌써 이렇게 스크롤의 샘플이 완성되었지 뭐예요!”
마치 내 공로라는 듯 말하며 스크롤의 첫 완성품을 들고는 기뻐한다.
“어디까지나 개발자는 교수님이십니다만.”
“전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보탰을 뿐이에요. 이것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을 제시한 건 시안이니까요.”
제자의 공을 빼앗을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비록 흑마법사지만. 다니엘 교수는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시안이었다면 굳이 제 조언이 없더라도 언젠가는 완성했을 거예요.”
“……글쎄요.”
이제 와서 양심에 찔린다면 뻔뻔스런 소리겠지?
“이대로라면 발표까지도 순조롭겠군요.”
이 연구는 공동 저자로 발표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세간에서는 나보다 다니엘 교수의 이름을 먼저 인식하겠지.
보통은 제자가 아니라 교수가 이것을 창안했다고 생각할 테니.
“굳이 공동으로 하지 않고 시안의 독단으로 발표하는 것도 고려해 볼 법한데요.”
“에이~ 아시잖아요. 그랬다간 언제 인정받을지 모르잖습니까.”
“하긴…….”
다니엘 교수는 씁쓸한 듯 말했다.
굳이 공동 저자로 발표하려는 것은 단지 양보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어쨌든 시험작은 완성되었어요. 나머지는 직접 사용해 보고 개량할 것.”
“그리고 본격적으로 완성됐을 때 발표하면 되겠군요.”
“그건 이 선생님에게 맡겨 주세요.”
다니엘 교수는 맡겨 달라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런고로 당장이라도 시험해 보고 싶지만.”
나는 연구실의 창밖을 보며.
거세게 비가 쏟아지는 바깥 풍경을 확인하곤 아쉬운 듯 말했다.
“오늘은 무리겠군요.”
“실내 시험장도 지금은 일정이 꽉 차 있어요.”
뭐, 안달 낼 필요는 없으리라.
“그럼 전 오늘은 일찍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안 좋을 땐 일찍 돌아가서 쉬는 게 중요하지.
“잠시만요. 시안.”
“네?”
“저렇게 쏟아지는데 돌아가겠다는 건가요?”
“고작 비인데요. 뭐…….”
지금의 나라면 까짓것 저런 비 좀 맞아도 감기 따윈 걸리지 않지.
“걱정 말렴. 후후후. 홀딱 젖으면 이 누나가 정성껏 말려 주면 되니까.”
“뭐,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요.”
“……전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대체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 건가요?”
에밀리가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듣진 않겠지만, 교수님은 불안한 듯 묻는다.
아니, 딱히 악마에게 잡아먹히진 않습니다만.
“할 수 없군요.”
“예?”
“귀여운 제자를 저런 빗속에 돌아가게 하는 것도 선생님이 할 짓은 못 되겠죠.”
뭔가 제멋대로 스스로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여기에서 머무세요. 선생님과 같이.”
어째서인지 교수님이 제자의 귀가를 방해하고 있다.
그것 참 무시무시한 말씀이시네요.
(……제법인데? 날씨를 핑계로 댈 줄이야.)
그리고 조용히 좀 계세요. 악마 누나.
* * *
아카데미의 교수들에게는 여러 가지 편의가 제공된다.
어느 정도 직위가 있는 교수에게는 연구실이나 예산 등 기본적인 지원에서부터.
어느 정도의 생활도 보장해 주기 위해 아카데미 내에서 숙식이 가능한 시설도 두고 있다.
“다니엘 교수님께서는 여기에서 지내시는 건가요? 따로 저택이 있으신 건 아니고요?”
“오가기 귀찮잖아요. 연구실은 가까울수록 좋죠.”
모든 교수가 그런 것은 아니다.
교수로서의 권위와 많은 봉급을 과시하듯 그럴듯한 저택을 두고 지내는 이들도 적지 않으니.
하지만 다니엘 교수는 전형적인 연구자 타입. 사치스러운 저택은 방해가 된다고 여기는 쪽인가 보다.
“숙사는 좋답니다. 따로 고용인을 둬서 청소나 식사 준비도 부탁할 수 있어요.”
“하긴, 딱 봐도 다니엘 교수님은 혼자 지내시면 안 되는 사람 같으니까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흑마법사 공방, 쓰레기장.”
“……그건 철없을 때 이야기랍니다. 지금의 선생님은 우아하고 착실하게 살고 있거든요.”
그건 어떨는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비슷한 격언은 여기에 없나?
“무려! 매일같이 고용인이 청소해 주니까요!”
착실해지지 않았어, 이 사람.
“것보다 전 이대로 돌아가도 괜찮습니다만.”
“안 돼요. 시안. 공방은 제쳐 두고 거기까지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는걸요.”
떽.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하는 다니엘 교수.
“하물며 시안은 아직 어린애. 그냥 돌려보내기에는 선생님의 마음이 편치 못할 거 같네요.”
“돌아가다가 번개를 맞아도 저라면 딱히 큰일이 아닙니다만.”
“……역시 여기에 있는 게 낫겠어요.”
어쩐지 물가에 내놓아서는 안 되는 꼬맹이를 보는 눈을 하고 있다.
왜지? 사실이잖아.
“하아……. 더더욱 안 되겠네요.”
“그럼 차라리 연구실에서 자도 상관은 없는뎁쇼.”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은 연구실에 갇혀서 태양의 빛이 어떤 것인지 잊어 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한 줄기의 빛을 베풀어 주세요.
딱히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워도 이상할 일은 없으리라.
하지만 교수님은 단호했다.
“저는 그런 교수는 되고 싶지가 않아요.”
“이런 교수는 괜찮고?!”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뭐고 자시고…….”
굳이 걱정과 호의를 보이셔서 나를 왜 이리 난처하게 만드시는가.
그것은 굳이 자고 가라며 다니엘 교수가 나를 데리고 간 곳 때문이었다.
교수 전용 숙사동.
아카데미 교수들이 지내고 있는 숙사다.
“……일단 여쭙는데, 여기에 학생 데리고 들어가도 됩니까?”
“딱히 안 된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요.”
“그 뜻은 된다고 한 적도 없군요.”
뭐~ 상식적인 일까지 굳이 하지 말라고 지적할 리도 없으니까.
“두 사람 정도는 지내도 상관이 없어요. 무엇보다 의외로 들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무슨 근거로?”
“전에 마르닐 교수가 학생을 데리고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지금 엄청난 추문 하나를 폭로하신 거 아닙니까?”
적어도 본인은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것은 확실하겠지.
결국, 교수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나는 반쯤 질질 끌려가듯 교수님의 방으로 오고야 말았다.
지내기 쾌적하다는 말은 정말 겉치레는 아닌지 나름 말끔한 방 안의 풍경.
“의외로 쓰레기장이 아니네요.”
“왜 실망한 듯 말하는 건가요? 말했잖아요. 고용인이 관리한다고요. 하긴, 최근 들어 어쩐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볼 때가 있긴 하지만요.”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만.”
이왕 들어온 거 얌전히 있는 편이 좋겠지.
가만히 있으면 들키지도 않을 테니까.
(후후, 걱정 말렴. 만일의 경우에는 이 누나가 주변을 살펴봐 줄 테니.)
‘헛소리 마.’
꺼져라, 이 마귀야.
일단 에밀리는 실수로라도 튀어나오지 못하게끔 단단히 주의는 주었다. 보나 마나 나오면 어느 쪽이든 놀리는 말이나 할 게 틀림없으니.
“시안~, 편히 있어도 된답니다. 선생님의 방이라고 굳이 예의 차릴 필요는 없어요.”
“안 차리면 그건 그거대로 큰일 같습니다만. 읍…….”
대꾸하는 나를 덮은 것은 머리 위를 뒤덮은 수건.
“자아~, 먼저 말려야죠? 어휴, 완전히 홀딱 젖었네요. 이런 데도 잘도 돌아가겠다고 했네요. 참.”
굳이 비유하자면, 비에 젖은 개나 고양이를 데려와서 물기를 털어 주는 느낌인가.
분명 다니엘 교수의 시점에서는 고작 그 정도의 느낌이리라.
“아니…… 제가 털어도 됩니다만.”
“가만히 있어요. 시안은 보나 마나 대충 털기만 하고 끝낼 거잖아요.”
묘한 고집을 내세우며 다니엘 교수는 내 머리에 뒤집어씌운 수건을 사용해 내 머리카락에 들러붙은 물기를 털어 낸다.
“마법으로 말려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대충하면 나중에 머리카락이 망가져요. 아니면 빠져도 좋은가요?”
마법사 중 벗겨진 이들이 많은 건 연구에 정신이 팔려서 관리를 게을리 해서라나.
거참 무서운 가르침이네.
“아, 그건 안 되죠. 네. 세심하게 말려 주세요.”
결국 반쯤 체념한 채 나는 교수님의 고집대로 휘둘리기로 했다.
“이럴 때는 시안도 아직은 아이 같네요.”
“아이 맞습니다만.”
……뭐, 그 내면까지 따지면 아니겠지만 어디까지나 몸은 아이다.
그럼 애지.
시안은 애입니다. 응애.
* * *
편히 있으라고 했으니 정말로 내 멋대로 있으면 되겠지.
그렇다고 정말로 퍼질러 있을 생각은 없었다.
‘평소대로 연습이나 할까…….’
잡생각도 버릴 겸 나는 교수님이 다른 볼일을 잠시 보러 간 사이에 적당히 마기의 제어 순환 연습이나 하고자 했다.
(어머, 모처럼 이런 곳에 왔는데 굳이 연습이나 해야 해? 쓸데없이 성실하긴.)
‘그럼 뭘 하냐.’
(후후후후, 가르쳐 줄까?)
‘됐네요.’
것보다 마기의 제어 훈련은 빼먹을 수 없었다.
아직 육체가 젊을 때가 수련의 효율이 가장 높은 시절임은 변함이 없으니.
‘요즘에는 꽤 가닥이 잡힌 거 같은데.’
(당연하지. 누가 요령을 가르쳐 줬다고 생각하니?)
훈련을 반복할수록 점차 나라는 개인의 그릇이 성장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굳이 레벨이니 능력치니 확인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성장도 있는 법.
수수한 훈련 속에서도 얻는 것은 있으리라.
그렇게 한참을 명상하며 마기의 제어 감각을 보다 확실히 잡기 위해 연습을 마칠 즈음이었다.
“흐으으으음…….”
명상 동안은 집중하느라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서 몰랐다.
뭐, 보통은 에밀리가 주변을 살피며 무언가가 있으면 알려 주지만.
이번만큼은 에밀리도 일부러 알면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리라.
(후후후후…….)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는 무시한다고 치고.
“……교수님? 뭐 하십니까?”
천천히 눈을 뜬 나는 내 앞을 가만히 응시 중인 다니엘 교수님께 물었다.
“언제부터?”
“얼마 안 됐어요. 잠시 일을 마치고 와서 보니. 음, 평소대로 연습하는 중이었나요?”
단순히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말을 걸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도 착실하게 기초 단련은 하고 있었나 보네요.”
“보면 아시나요?”
“흑마법사로서 시안보다 한참은 선배뻘이니까요. 그리고 요즘에는 기초를 등한시하는 흑마법사도 많아요.”
향상심이 있는 흑마법사는 적다.
단순히 먹고사는 정도에 그치자면 길드에서 지침을 내리는 정도의 훈련만 하면 그만.
굳이 경지에 오를 욕심이 있는 이들은 적고, 하물며 대부분의 인재들은 현실에 막혀서 꿈을 접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