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8
제48화
48화
“증명이라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것은 이후에 천천히…….”
“서류와 수식을 비교하자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슬슬 가식을 집어치운다.
“하지만 확실하게 판가름할 자리가 있어도 재밌지 않겠습니까?”
사악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비웃으며.
“방금 말씀하셨죠? 이미 스크롤은 제국에 통용되는 것이 있기에 흑마법 스크롤은 별 쓸모없는 게 아니냐고.”
“흠, 그러네만…….”
“하지만 기술이라는 건 발전합니다. 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자연히 수요는 바뀌게 마련이죠.”
“자네, 대체 무슨 소릴…….”
이제야 그들도 이해한다.
다니엘 교수님도 알아차리고는.
“시, 시안?!”
서둘러 내가 섣부른 말을 못 하게 하고 싶은 듯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강제로 내 입을 막지는 못하겠지.
어쩌면 이거 맴매 확정입니까?
(실은 기대하고 있는 거 아니니? 솔직하게 말해 보렴.)
‘하하, 설마~.’
그리고 이건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원래 사고는 젊은 애들이 치고, 어른들은 한숨을 쉬며 설교하는 법이죠.
“알기 쉽고 확실하게 보여 줄 만한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보게…….”
위협이라도 하듯 목소리를 깔았지만, 나는 교수님들의 높은 언성에 쪼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다.
막 살기로 맹세했거든.
뭣보다 나부터가 타인을 쩔쩔매게 하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던가.
“예로부터 흑마법과 공용 마법……. 이 두 가지 클래스의 연구 주제가 부딪히면 우열을 가리기 위해 자주 경합을 벌였다고 들었습니다만.”
전통이라기보단 횡포.
상대적으로 머릿수도, 기득권을 차지한 역사도 긴 공용 마법이 흑마법을 견제하기 위한 강압적인 수단.
“직접 겨루어서 증명하면 되는 것이지요.”
“자네!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건방진 소릴!”
전통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공용 마법 클래스의 횡포에 가까운 역사다.
다들 알고는 있겠지만, 직접 언급하니 찔리는 것이겠지.
하지만 말렉 교수의 고함을 제지한 것은 학장이었다.
“괜찮지 않은가.”
“학…… 장님?”
“확실히 과거에 그런 사례가 있었지. 실력을 겨루어 우열을 가리는 일은 몇 번이고 있지 않았나?”
본래라면 낡은 관습이고 횡포이기에 학장은 말려야 하는 입장이리라.
그러나 그런 발언을 꺼낸 건 그 횡포에 시달리던 흑마법사인 나.
그리고 학장 역시 이해했을 것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 말을 꺼냈는지.
“괜찮겠는가?”
“괜찮다면, 부디 허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기이하게도 횡포에 시달리던 입장의 클래스에서 그 자리를 바라고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 온 공용 마법 클래스에서 되레 질색하고 반대를 한다.
우습군.
“이런 일 때문에 시간과 인력, 마나를 낭비하는 일 따위는…….”
“하지만 자네는 했지 않은가?”
“……학장님?”
“말렉, 자네 20년 전…… 그래, 자네가 아직 이곳에서 배움을 청하던 시절에는 몇 번이나 그런 일을 벌였었지.”
호오, 그건 몰랐군.
보아하니 그 악습을 직접 실천했던 놈인 모양이네.
잘됐다. 더더욱 즐겨 줄 수 있겠어.
말 그대로 내로남불.
과거에 저질렀던 행적이 지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아니면 곤란할 일이라도 있나?”
“……단지 저들의 체면을 짓밟을까 염려되는 것뿐입니다만.”
말렉 교수는 체념한 듯 그리고 경멸의 시선을 숨기지 않고 내게로 보낸다.
(어머나? 큰일이네? 미움 받았어.)
‘아재한테 사랑받고 싶지는 않아. 그리고 그런 건 말 안 해 줘도 알거든?’
그런 취향 없습니다.
“충고하겠네. 시안이라고 했던가……. 자네의 요구는 썩 좋은 판단은 아닌 듯하군.”
“상관없습니다.”
나는 시원스레 웃으며.
“저는 저와 다니엘 교수님의 성과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건방진.”
도발을 제대로 받아 준 것이다.
“알겠네. 받아 주지. ……단, 만일 그 만용에 부응하지 못하면 자네들의 성과는 더 이상 누군가의 평가를 받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네만.”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이쪽이 이기거든요.
뭣보다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저 꼰대일 뿐.
오만하다?
그럴 리가. 오만한 건 저쪽이다. 관습과 기득권에 취해 자신들이 우위라고 믿는 것들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믿고 있는 젊은이.
어느 쪽이 오만한지는 이제 곧 명백해질 테니.
“그럼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보여 드리지요.”
* * *
허가는 떨어졌다.
의견과 의견이 충돌한다면? 찬성과 반대가 부딪힌다면?
그럴 때 우아한 지성인이라면 이렇게 결판을 내야지.
결투닷!
네 피와 살점을 흩뿌려 내 장래의 반석으로 삼아 주마!
기어이 피를 봐야 성에 차겠다!
“참나, 결투라니 몹시도 지적인 판가름법이군.”
“그걸 제안한 건 시안이잖니.”
“뭐, 그편이 확실하니까.”
흑마법 스크롤의 실용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결투를 제안한 것은 변덕도, 장난 때문도 아니다.
일종의 쇼다.
“기왕이면 화려할수록 좋아. 겸사겸사 실전에도 써먹을 만한 걸 어필하려면 이게 제일 좋겠지.”
규칙과 선을 지키는 결투라고 하여도 성과를 보인다면 충분히 그 가치는 주목받고도 남을 테니.
“……그리고 그 망할 자식의 면상이 구겨지는 꼴을 기필코 봐야겠거든.”
“그게 본심이구나.”
결투는 좋지.
게임 당시에도 흔히 발생하는 이벤트였고, 확실하게 실력으로 찍어 누르는 수단이다.
경험치도 들어오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방을 닥치게 한다는 그 느낌.
그게 백미지.
“대책은 있니?”
“승산 없는 싸움은 안 걸어. 이건 무조건 우리가 이겨. 굳이 고민할 것도 없어.”
아니, 싸움이라고 할 수도 없다.
“대책이고 나발이고, 이건 딱히 진지한 싸움은 아니걸랑.”
“……그게 무슨 뜻이니?”
이번 결투의 목적을 에밀리는 아직 이해하지 못해서 의아해하는 가운데.
그걸 설명하려던 차에 교수님이 돌아오셨다.
“시~~~ 아아아안~~~?”
아, 어쩐지 분위기가 묘하군요.
먼저 퇴장한 나와 달리 교수님은 학장님, 일부 교수들과 더불어 이야기를 더 나누고 온 뒤니까.
그런데 뭔가 묘하군.
눈을 게슴츠레 뜨고 천천히 내게 다가와 나를 부른다.
어? 혹시 화나셨나.
“무슨 말씀 들으셨나요?”
“학장님께서는 만족스러워하시고, 다른 교수님들도 흥미로워하시더군요.”
그건 잘되었군.
하지만 다니엘 교수는 단단히 화가 난 듯 나를 뚱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지나쳤어요. 시안. 굳이 그 교수를 도발해서 일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말렉 교수의 자존심을 긁어서 결투까지 판을 이끌어 낸 것에 어이없어하는 느낌이었다.
이해는 한다.
어디까지나 그런 흐름을 주장한 것은 내 독단.
“이유가 있겠죠?”
“아~, 저는 약간 성질이 급하거든요.”
빨리빨리. 그것은 한국인의 혼.
“일일이 검증받고 논문 던지고 받고 하는 걸 기다리느니 확실하게 공연할 경기 하나 만드는 게 더 편하잖아요?”
“하아……. 어쩐지.”
다니엘 교수님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판을 벌였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으시겠지.
“하물며 마법 스크롤이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역시 전장이니까요.”
그 유용성을 직접 전투로 증명한다.
거기서 가장 대중적인 공용 마법 클래스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면?
그 자리에서 지켜본 이들은 흑마법 스크롤의 위력에 경탄할 것이고.
보지 않은 이들도 소문을 접할 것이다.
“화젯거리는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법입니다.”
기삿거리가 없으면 판을 짜서 특종을 만들어라. 이것도 현대인의 야비한 정신.
인생의 처신을 선동과 날조로 배우자.
애먼 애들을 패서까지 만들어 낼 마음은 없지만,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저쪽이다.
왠지 악당이나 할 법한 짓을 벌인 거 같아서 뿌듯하다.
“남은 건 상대를 어떻게 두들겨 패주고 망신을 줘야 모양이 그럴듯하게 나올지 생각하는 것뿐이네요. 크크큭.”
“혹시 앞으로의 수업에 인성 교육도 포함해야 하는 걸까요?”
승리 후 스크롤을 홍보할 대사라도 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시안? 정말로 괜찮겠나요?”
“아~! 걱정 마세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저지른 거니까요.”
“그게 아니잖아요.”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이유는 그게 아닌 듯하군.
교수님은 난처하다는 듯 한숨과 함께 내 볼을 쭉 잡아당겼다.
“아으하하…….”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는 건가요? 응? 시연이 목적이라고 해도 결투입니다.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는 생각을 안 해 봤나요?”
“하으아…….”
했습니다. 했어요.
당연히 모르지 않는다.
것보다 좀 말려 다오, 에밀리. 보고 웃고 있지만 말고!
“어머, 시안의 볼 의외로 잘 늘어나네.”
아니, 참여하지 마. 같이 당기지 말라고!
하여튼 그런 느낌으로 나는 교수님께 단단히 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무모하다.
“생각 못 한 건 아니에요. 분명 만만찮은 학생을 고를 테니까요.”
흑마법 스크롤 시연 결투는 교수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
내가 상대니 당연히 같은 학생을 내세우겠지.
“기껏해야 한두 기수 위의 선배가 나오겠죠.”
“그걸 알면서도?”
“제가 그 선배들보다 약할 거 같나요?”
내가 진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
이리 말하니 묘하게 패배 플래그 같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시안이 직접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스크롤만을 쓰는 거잖아요.”
룰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이쪽은 흑마법 스크롤의 성능을 증명하겠다며 그것만 쓰겠다고 제안했는데.
상대는 평범하게 마법을 캐스팅하여 싸우겠다고 했고, 내가 그걸 옳거니 받아들였으니.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요.”
내가 진다는 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
……농담이 아니라 3서클 내의 마법과 스크롤의 모의 전투.
적어도 게임의 이 세계를 아는 이들이라면 전부 스크롤의 손을 들어 줄 테니까.
만약 내가 그 교수의 입장이었다면 절대로 이런 결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걸 받아들인 시점에서 놈들은 이미 진 거예요.”
“어……?”
“힌트는 마법과 스크롤의 차이. 그리고 결투의 룰.”
내 염려에 잠시 정신이 팔려 있지만, 교수님이라면 금세 그 이유를 읽어 낼 것이다.
잠시 시선을 돌리고 궁리하던 그녀는 작게 입을 벌렸다.
“그건…….”
“네, 그거예요.”
아마 학장님도 알면서 승인한 것이겠지.
“불공평하지 않나요?”
“이건 처음부터 불공정한 결투거든요.”
물론 내 쪽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걸 생각하지 못한 쪽이 멍청한 거니까.
“받아들인 시점에서 이미 끝난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근거는 당일 보여 주게 될 것이다.
* * *
흑마법 스크롤의 유용성을 증명하기 위한 결투.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용 마법 클래스 소속의 82기수 학생 젠필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말렉 교수님? 저보고 누구랑 싸우라굽쇼?”
불려 나온 것도 당혹스럽기 그지없는데, 그 내용은 훨씬 황당했다.
흑마법 스크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물며 그 테스트를 위한 결투?
게다가 나보고 싸우라고?
“난처해하는 건 이해하네. 허흠!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숭고한 마법의 품위를 위해서네.”
“아……. 예.”
“할 수 있겠지?”
까라면 까야겠지. 거절하기에는 학점이 고프다.
젠필르의 마법사로서의 역량은 4서클. 그러나 동기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가 선택된 것도 결투의 내용이 3~4서클 정도의 마법으로만 제한되었기 때문.
딱 그 정도 역량을 지닌 그가 이 조건에서 가장 우수한 실력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부담 가질 필요는 없네. 어차피 상대는 저급한 흑마법사이네.”
“……그렇다고 해도.”
결투는 이야기가 다르다.
룰과 결계로 보호를 받기에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을 받으면 아프고, 하물며 상대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다.
젠필르가 조금 내키지 않는 투로 말하자, 말렉 교수의 표정이 흐려졌다.
“혹시 두려운가? 고작 흑마법 따위에게 질 것 같은가?”
“그, 그럴 리가요! 결투에 진심으로 임한다면 제가 질 리 없습니다!”
“그렇지! 고작 흑마법 따위를 수련하는 녀석에게 질 리가 없지!”
그러나 교수의 말은 어쩐지 무겁게 들렸다.
질 리가 없다.
즉, 져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의 마법이 훨씬 우수하고 올바르다는 걸 보여 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 그렇습니다! 말렉 교수님!”
“걱정 말게. 자네라면 절대 질 리 없지.”
젠필르를 격려하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말렉 교수의 손에 묘한 힘이 어린다.
“그 건방진 애송이에게만은 절대 지지 말게.”
그 애송이? 어쩐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젠필르는 굳이 묻지 않았다.
이길 수 있다.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
거의 세뇌에 가까운 주장이 그의 머릿속에 새겨지며 그 역시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