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60
제60화
60화
“보여 주지.”
딱히 그녀를 따라 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괜히 뭔가 있는 척 행세를 하며 나는 가방에서 그것을 꺼냈다.
캠핑의 요리의 핵심.
“그, 그건?!”
“불판이지 뭐겠어.”
넉넉한 크기의 둥그스름한 철판.
용도? 뻔하지.
이런 대자연 속에서 이렇게 매끄럽고 단단한 불판을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뿐!
“역시 캠핑에는 고기를 굽고 술병을 따야 하는 법이 아니겠어?”
* * *
오늘을 위해 나는 그야말로 철저히 준비했다.
제작 관련 스킬을 몇 번이고 연습했으며 세심하게 고기를 구울 불판을 비롯하여 캠핑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기!
“이것들을 구하기 위해 제도의 시장을 얼마나 열심히 돌아다녔는지.”
미리 준비해 둔 고기를 꺼내 마치 성물이라도 모시듯 소중하게 두 손으로 붙들고 탄식하는 나였다.
능숙한 도축 기술자의 손에 의해 그야말로 완벽하게 준비된 고기.
육질과 마블링 또한 훌륭한 상등품.
적어도 현재의 내가 오늘을 위해 아낌없이 가진 돈을 투자하여 사들인 고기다.
“시안은 이런 쪽에는 집착하니까.”
다른 쪽으로 욕망을 불태웠으면 하는데, 하고 에밀리가 준비를 거들어 주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다른 건 몰라도 아카데미에 온 뒤로는 먹을 것과 지낼 곳에는 돈을 아끼지 않겠다고 결심했거든.”
이 세상의 미래? 세계의 위기?
오라고 해.
단, 나는 그날이 되어도 우아하게 미식을 즐기고 있을 테니.
자랑하듯 가져온 고기를 보여 주고는 나는 바로 밖으로 나가 구울 준비를 서둘렀다.
“시원찮은 모닥불 따위는 쓰지 않아.”
모닥불은 불 조절도 성가시고, 연기라든가 불똥이라든가 의외로 불편하다.
적어도 이상적인 캠핑용 고기 굽기에는 어울리지 않지.
대신 설치한 것은 철제로 된 그릴.
말 그대로 캠핑의 로망!
아카데미의 대장장이 클래스에 직접 의뢰를 넣어 제작한 시안 전용 캠핑 그릴이다.
“그러고 보니 시안이 이걸 의뢰할 때 대장장이들의 표정이 일품이었지?”
“……실습장에서 고기 굽겠다고 이거 준비하는 미친놈이 흔치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캠핑 그릴은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실은 해 보고 싶었거든.
지난 안시한의 삶……. 시간적 여유도 없고, 통장의 여유는 더더욱 없는 내게 이런 걸 해 볼 일이 어딨겠는가.
그 생각에 폭주하여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나는 이 그릴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노, 놀랄 정도의 집착이네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착일지도 모르지.
“하여튼 이렇게 준비해 뒀으니 굽자!”
바로 나는 그릴을 설치하고 불을 지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불을 피울 장작으로 하찮은 땔감 따위는 쓰지 않는다.
역시 고기를 구울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숯이지.”
“목탄도 준비했어?”
추가로 꺼낸 것은 잘 구워진 숯 장작들.
셀리디아가 보고 눈을 휘둥그레 뜬 것은 숯 자체가 결코 싼 연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땔감용이 아니라 내가 직접 적절한 나무를 골라서 제작한 수제품.
게임 당시 제작이 가능한 소재용 아이템 리스트에는 목탄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시험해 본 결과, 재료로 사용되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충분히 바비큐에 적절한 숯도 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마나 환호했는지.
“셀리디아, 이 숯에 불을 붙여 줘.”
“내가 해도 돼?”
“흑마법보다 정령술의 불꽃이 요리에 더 적절하거든.”
안타깝게도 흑마법으로 일으키는 불은 캠핑에 적절치 못하거든.
이전에 시험해 봤는데, 흑염으로 고기를 구우면 어째서인지 새카맣게 물들었다.
아마 마기를 연소시켜 발생시키는 불길 때문에 굽는 식재료도 검게 물드는 모양.
셀리디아가 내가 놓은 숯에 흔쾌히 불씨를 일으켜 불을 붙이자 숯이 새빨간 불꽃을 두르며 훌륭하게 타기 시작한다.
타오르는 숯의 특유의 향까지.
“기대되네.”
“응.”
셀리디아도 의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기행에 아무렇지 않게 편승하고 있었다.
실습 전에 이 이야기를 했을 때는 그녀도 상식 밖이라며 놀랐지만 내가 열심히 설득한 결과다.
만족스럽게 타오르는 숯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이제 그 위에 불판을 올리며 충분히 열이 오르기를 기다린다.
“……이제 구울 때가 되었군.”
이 망할 숲에서의 실습.
아직 일어나지 않은 2장의 시나리오?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내가 가장 진심을 발휘할 때는 이 훌륭한 숯불 위에 엄선한 고기를 굽는 순간뿐.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신중하게 올리자, 치열하게 익는 소리와 끓어오르는 육즙.
틀림없이 맛있지 않을까?
“맛있네!”
“응!”
다 구워진 고기를 잽싸게 시식하는 나와 셀리디아는 동시에 탄성을 터트렸다.
대자연의 공기와 숯불과 고기의 조합.
평범하게 집이나 가게에서 먹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숲에서의 치열한 서바이벌은 휙 갖다 버리고 사치스럽게 즐기는 바비큐.
다행히 성녀 알피네 역시 이런 사치스러운 식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기꺼이 동참했다.
처음에는 상식 밖의 기행을 목도한 듯 주저했지만 곧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는 못 참겠는지 어느새 아무렇지 않게 자기 몫의 고기를 굽고 있다.
“의외군.”
“의외라뇨. 설마 시안은 저희들이 콩이나 물만 먹고 산다고 생각한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성직자란 양반들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삶을 사는지 모를 리가 없지.
물론 알피네는 그런 성직자는 아니겠지만.
“기꺼이 베풀어 주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필요 없는 사치를 벌이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내 멋대로 불판과 고기를 꺼내서 굽고 있을 뿐.
굳이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이유는 없다.
“뭣보다 맛있잖아요!”
그래, 맛있는 건 어쩔 수 없지.
“내일이 걱정될 정도로 맛있네요!”
“응, 이렇게 먹으면 내일은 어쩌나 싶어.”
“아, 그건 걱정 없으니까 팍팍 구워. 부족하면 더 꺼내도 되고.”
첫날부터 이리 사치스럽게 놀고먹으면 나머지 날 동안의 고생이 걱정되기 마련이겠지.
나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덧붙이자면 필요한 식량을 넉넉하게 전부 챙겨 왔어.”
본래라면 나도 혈목의 숲에서의 실습을 준비할 때 말 그대로 현지에서 필요한 식량을 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다니엘 교수님께 가방을 선물로 받은 시점에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마 반쯤은 이렇게 써먹을 걸 알고 주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거 반칙 아닐까요?”
“이건 내 역량이니까. 내가 가진 물건과 재량을 동원한 거야. 규칙 위반도 아니고.”
딱히 규칙 위반도 아니다.
아마 먹을 것에 한해서는 비슷한 짓을 하는 녀석들도 있겠지.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존식을 택할 테니 이런 사치는 절대 누리지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느긋하게 불판을 피울 수 있는 것도 앞서 세워 둔 거점의 효과인 마물 회피 옵션의 영향.
보통은 이렇게 놀고 있으면 짐승이나 몬스터 밥이 되기 딱 좋으니까.
“안심하고 팍팍 먹어 둬. 적어도 먹는 것과 쉬는 것에 한해서는 부족함이 없도록 계획해 뒀으니까.”
따지자면, 이것 또한 메인 시나리오 2장을 가장 이상적으로 클리어하기 위한 안배다.
“적어도 식량이나 잠자리를 고민하느라 정신력과 체력을 소모할 일은 없어.”
다른 애들 대부분은 아마 지금쯤 잠자리며 먹을 것을 고민하느라 잊을지도 모른다.
이 외부 실습의 목적.
“우린 여기 조사와 수행을 하러 온 거지 생존 훈련을 하러 온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나는 수업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철저하게 준비했을 뿐이지.
그렇죠?
나는 동의라도 구하듯 다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슬아슬하게 시야에 잡힐 듯 말 듯 상공에 오가는 까만 점 같은 것이 하나.
그것의 정체를 알기에 가볍게 피식 웃었다.
* * *
이번 신입생들의 외부 실습을 지도, 감시하기 위해 온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숲 바깥에 주둔용 텐트를 치고는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을 뿐.
그렇다고 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숲 바깥에서 주둔하는 것은 행여나 무심코 간섭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다.
다만 학생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교수들은 이 외부 실습이 시작된 순간부터 숲에서 활동 중인 모든 학생들의 행적을 파악해 두고 있었다.
단순히 위치뿐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생생하게.
그 기예에 세밀턴 교수는 박수를 치며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역시 리처드 교수의 작품이군요! 수십 기나 되는 전서구를 날려 숲 전체의 동향을 파악하다니.”
“별것 아닙니다. 조작은 단순하게 해 놓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리처드 아밀렌 교수.
주 전공은 연금술과 기계 연구.
리처드 교수는 두 눈을 감은 채로 별거 아닌 듯 자신의 기예에 대해 설명했다.
“조작보다는 모든 전서구에 시각 동조용 아티팩트를 설치하는 게 더 고생이었죠.”
아카데미 내에서 흔히 이용되는 우편배달용 기구 ‘전서구’를 이용한 감시였다.
철과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이 무기질적인 새에 시각 동조용 마도구를 장착하여 몇 대나 숲 상공에 띄워 감시한다.
만약 학생의 안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교수의 재량과 상황에 따라 바로 개입할 것이다.
“신입생들이라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숲에서의 적응은 순조로운 모양이군요.”
“호오……. 순조롭습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각자 거점을 확보 후 활동 방침을 논의하는 모양이더군요.”
첫날인 만큼 대부분의 학생들은 머물 거점을 확보하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요령 좋게 끝낸 아이들도 있는 반면, 아직 익숙지 않은 듯 애를 먹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교수들이 보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조금 눈에 띄는 건……. 흠? 이건…….”
“무슨 일입니까?”
어쩐지 말을 흐리는 리처드 교수의 말을 기다리듯 다른 교수들도 말을 삼가고 긴장했다.
설마 첫날부터 문제가 생긴 걸까.
그렇지 않아도 이번 실습은 상당히 불합리한 사정으로 인해 예정에도 없던 일정을 잡아야 했다.
만약 불상사가 생기면 학생의 안위도 안위지만 교수들의 입장도 난처해지겠지.
“아뇨……. 저희가 개입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상당히 의외인지라.”
“무엇입니까?”
“유별나군요. 거점부터 아마 마법을 이용한 거 같습니다만, 아예 오두막을 지었지 뭡니까.”
“재주가 좋다기보다는 철저하군요. 대체 누구입니까?”
“……시안, 셀리디아 밀로닐, 그리고 알피네로군요.”
학생들의 신원을 확인한 교수는 그 아이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거점을 지은 건 시안이겠군요.”
“시안…….”
“그 흑마법 클래스의 학생이군요.”
“그러고 보니 흑마법 스크롤의 개발에도 일조하였다지?”
“단순히 연구를 보조하는 정도의 역량은 아니었나.”
최근 시안이 가진 역량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입에 오르내렸기에 큰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그다음 행동입니다만……. 저택 바깥에서 고기를 굽고 있군요.”
“……대체 왜?”
“식사를 해야 하니까 그렇겠죠.”
“아니, 그건 당연하네만……. 보통 그런 짓은 하지 않지 않나?”
그게 문제 될 리는 없다.
준비는 능력껏. 식량을 미리 챙겨 와서 소비해도 그것 또한 그 학생의 재주일 뿐.
조금 고민할 때 오러 클래스의 학과장이자 이번 실습의 책임자인 엔틸론은 결론지었다.
“상관없네. 야영 요령이나 상식을 배우란 것도 아니니.”
“……그렇군요.”
“품격에 문제가 발생하는 정도만 아니면 상관없네.”
시안의 기행은 불문에 부친다.
그 결정에 다른 교수들도 딱히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렇고, 저희들의 식사는?”
“……보존식밖에 없네만.”
어쩐지 아쉬운 분위기.
특히나 아이들이 즐기고 있는 식사에 대해 듣고 나니 어쩐지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그러나 바쁜 교수들인 만큼 보존식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조금 사 오면 어떻습니까?”
“오늘은 그럴 겨를이 없네.”
“……그렇겠죠.”
기행을 벌이는 학생들, 다소 고전 중인 학생들을 다시 감시하려고 집중하던 때였다.
‘음?’
리처드 교수는 위화감을 느꼈다.
전서구가 한 마리 떨어졌다.
숲의 중심에 위치한 괴목.
사람들이 혈목이라고 부르는, 그 거대한 나무 근처를 배회하던 것이었다.
‘나무의 독기에 영향을 받은 건가?’
다른 전서구의 상태를 확인하나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었다.
그렇다면 기우겠지.
하물며 무언가가 일어나더라도 이곳에는 뛰어난 교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리처드 교수는 조금 전의 풀어진 분위기 때문이라고 여기고는 다시 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