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61
제61화
61화
혈목의 숲의 귀찮은 점은 밤에 드러난다.
해가 떠 있을 때의 이 숲은 그저 기분 나쁘기만 한 시뻘건 숲에 지나지 않지만.
밤이 되면 이곳이 왜 출입 금지의 숲인지 알게 되리라.
“과연……. 실제로 보게 되니까 새삼 기분이 나쁘긴 하군.”
조악하게 만든, 나무로 된 창문을 살짝 열고 밖을 엿본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얼핏 보면 짙은 어둠만이 깔린 숲이다.
하지만 그것뿐이 아니다.
“……마기.”
시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기감으로 바깥을 인식하면 환경 변화의 실체가 바로 느껴진다.
급격하게 대기 중 마기의 농도가 올라갔다.
“듣긴 했지만, 정말로 마기를 뿜어낼 줄이야……. 무슨 이딴 숲이 다 있니?”
에밀리 또한 믿기지 않는 듯 내 옆에서 같은 광경을 인식하며 중얼거렸다.
“저 나무며 식물이며 모든 게 마기를 발산하고 있네.”
“역시 악마가 보기에도 그렇게 이상해?”
“이 숲 전체가 어긋나 있는 것처럼 보여. 낮에는 평범한 자연의 흐름을 타고 있다가 밤에는 그것이 역전되는데 정작 숲의 생명에는 아무 지장이 없잖니?”
그것은 정상이 아니다. 에밀리는 그 부분을 지적했다.
“마치 숲 자체가 다른 곳으로 바뀐 것 같네. 일부지만 마계를 생각나게 하는걸?”
“바뀐 것 같다라…….”
조금 생각에 잠기며 나는 다시 바깥을 보았다.
성가신 것은 마기뿐이 아니다.
자연에서 발생하는 마기라는 비정상적인 현상 탓에 몬스터는 더욱 흉포해지고 때로는 고스트 같은 것들도 배회하게 된다.
“이런 환경이면 내성이 없는 인간은 서 있기만 해도 환각을 보거나 기절할지도 모르겠어.”
“이런 숲에 아이들을 들여놓다니 의외로 아카데미를 좌우하는 인간들은 잔혹하네.”
“이것도 일종의 훈련인 셈이니까…….”
이런 곳도 적응 못 하는 나약한 것들을 예산을 낭비해 가면서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놀으라고 보낸 게 아니다.
낮에는 숲의 환경을 조사하며 ‘과제’를 수행해야 하고.
밤에는 이 지독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여기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놈들도 있겠지.”
그들에겐 제법 가혹한 5일이 아닐까.
물론 나만 빼고.
《환경 보너스가 발생합니다.》
《혈목의 숲(야간)의 필드 보너스에 따라 소정의 효과를 받습니다.》
마기는 본래 일부 종족을 제외하고는 받아들이기 힘든 성질의 에너지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다 디버프가 되지는 않는다.
마기 자체가 곧 에너지나 다름없는 악마와 같은 것들에게는 쾌적한 환경이며.
“흑마법사에게는 오히려 더 힘이 나는 곳이니.”
마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훈련된 흑마법사에게는 오히려 포상과도 같은 환경.
피로가 줄어들고 체내에 깃든 마기의 회복량도 급격히 상승한다.
이곳이라면 나는 조금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뜻.
“그럼 굳이 시안 너는 올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니니?”
“서운한 소리 하지 마. 나 혼자 열외면 그것도 섭섭하거든?”
어지간해서는 단체 훈련 일정에 예외는 두지 않는다는 방침이니.
“뭣보다 나도 여기서 해야 할 수련은 있어.”
거기에 메인 시나리오 2장도 여기서 열리니 더더욱 빠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내가 없으면 저 녀석들이 걱정돼서 잠도 안 올 거 같고.”
“의외로 모질지 못해.”
의미심장한 웃음소리를 내며 에밀리가 시선을 돌린다.
지금 이 시간에 쌩쌩한 것은 나 정도일 뿐.
이곳에서 오히려 버프를 받는 나와 달리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
“그건 그렇고, 버틸 만하냐? 셀리디아?”
“……최악.”
해가 질 무렵부터 축 늘어지기 시작한 셀리디아가 작게 대답하며 천천히 꼬리를 들었다가 내린다.
정령사 클래스는 이 숲에서 가장 영향을 직빵으로 받는 클래스라고 할 수 있다.
본래라면 소환되는 정령의 스펙 일부가 약화되는 정도로만 받고 끝나겠지만.
셀리디아는 신체의 구성 요소에 정령의 요소가 섞여 있기에 그 영향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놀리려는 건 아니고, 참고 삼아 묻는데 어떤 기분이냐?”
“……달리는 마차가 계속 뒤집히는 기분.”
“멀미랑 비슷한가.”
하지만 약 같은 건 통하지 않겠지.
마기나 독성 내성을 올려 주는 포션류는 존재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훈련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그걸 꺼내는 건 좋지 않으리라.
“그럼 다른 한 명은…….”
“저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시안.”
그리고 본래 정령사보다 이런 환경에 더 크게 제약을 받을 클래스가 있으리라.
“여신의 이름을 짊어진 소녀는…… 이런 삿된 공기 따위에 지지 않으니까요.”
어쩐지 뽐내고 싶은 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팔팔함을 어필하는 성녀 알피네.
“전혀 영향을 안 받는 거냐.”
“지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요.”
알피네의 클래스는 게임 당시의 분류로는 프리스트에 속한다.
아카데미에서는 성기사나 정식 프리스트를 양성하는 학과는 존재하지 않기에 알피네는 다른 클래스의 수업을 듣고 있지만.
프리스트는 이런 환경에서 상성적으로 유리하리라.
딱히 나처럼 버프를 받는 건 아니지만 정령사처럼 디버프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신성력의 자체 내성인가…….”
“역시 잘 아시네요! 시안! 이것이 바로 여신님의 거룩한 가호인 셈이죠.”
척하며 팔을 뻗어 손을 펼치자, 한순간 그녀의 손바닥에서 새하얀 스파크가 머물다가 사라진다.
“신성력의 반발을 이용해서 마기를 튕겨 내는 건가.”
상성적으로 신성력이 마기보다 유리하니까.
적어도 같은 양이라면 신성력이 우세하다.
“마음만 먹으면 이 오두막을 통째로 정화해서 안전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할지도 몰라요?”
할까요? 라고 알피네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묻는 거 같다.
“하지 마. 제정신이야?”
말려야지.
여긴 흑마법사도 악마도 있거든? 봐라. 지금 정화라고 하니까 에밀리의 눈매가 살짝이지만 거슬린다는 듯 파르르 떨린다.
네가 정화를 하면 나나 에밀리는 직방으로 대미지를 먹거든요?
그거 팀킬이야.
“아니면 일부분이라도 정화해서 성역화는 시킬 수 있어요. 그럼 셀리디아 양도 조금은 편해질 텐데요.”
그 말에 조금은 끌리는지 말이 없던 셀리디아의 귀가 쫑긋거리나.
“하지 마. 그것도 절대.”
내가 또 말리자 다시 축 늘어진다.
섭섭해하지 말렴. 괴롭히려는 거 아니니까.
“은근히 짓궂네요.”
“그럴 리가 있냐! 애초에 여기 온 목적이 뭔데? 기분 나쁜 숲 관광을 하러 온 거 아니잖아.”
훈련이다.
비록 오두막을 세우고 저녁에는 한껏 차려 먹고 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들은 훈련을 하러 온 것이다.
“……죄송해요. 잊을 뻔했어요. 훈련이었네요.”
“……응. 깜박했어. 훈련이었어.”
“아니, 그건 제쳐 두고.”
풀어진 분위기는 내 탓이니 그러려니 하자꾸나.
“마기 대항 내성을 터득하는 게 가장 바람직해. ……특히 셀리디아 네게는 필요하고.”
평범한 정령사 이상의 페널티를 받는 셀리디아에게는 어느 정도 단점을 보완할 기회다.
그걸 알기에 정령술 클래스에서도 셀리디아가 이 훈련에 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은 것일 테니까.
그러니 엄하게 말해 주어야 하는 법.
“요령을 조금 알려 주마. 원리를 이해하고 조금 연습하면 금방 적응할 거야.”
“……응. 해 볼게.”
셀리디아는 곧 수긍하고는 내 설명을 듣고자 한다.
“그런 거군요. 과연. 절차탁마의 뜻. 그럼 어쩔 수 없죠. 응. 응.”
“아니, 뭘 남 일 보듯 말하는 거야. 성녀 씨?”
“……네?”
무슨 소리냐는 듯 묻는 알피네에게 나는 한숨을 쉬며.
“너도 적응 능력을 익혀 둬. 아니, 실은 네가 가장 먼저 익혀야 해.”
“저는 대처할 수 있어요.”
“그래, 그렇게 반짝이면서 말이지.”
파지직.
조금 전부터 알피네는 계속 이따금 점멸하고 있었다.
대기 중의 마기랑 신성력이 반발하면서 불규칙적으로 번쩍이는 것이다.
……무슨 고장 난 전구도 아니고.
“아까부터 번쩍일 때마다 눈에 해로워. ……그리고 그런 꼴이면 야간에 행동을 못 하잖아. 나 여기 있소, 하고 알리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의미로는 골때리는 파티군.
한 명은 야간에 행동 불능.
또 한 명은 자체 발광이라니…….
이상하다. 분명 게임에서라면 최고의 편성일 텐데? 왜 지금은 준폐급 파티가 된 거지?
그만큼 게임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걸 개선 안 하면 나중에 고생을 하게 되고.’
그러니 엄하게 지적하자.
“하여튼 오늘 밤 내로 마기 내성 이론은 익히게 할 거니까 각오해라.”
“……응. 힘낼게. 하지만 잠은?”
“안 재워.”
“너무해.”
“가혹하네요.”
군소리는 듣지 않는다.
이것도 원활한 활동을 위해서니까.
* * *
일행에게는 가능한 가르쳐 줄 수 있을 만큼의 지도를 끝낸 후.
“그럼 슬슬 나도 수련이나 해야겠군. 나가자 에밀리.”
나는 조용히 오두막 밖으로 빠져나왔다.
흑마법사의 밤은 늦은 법.
그런 나를 따라오며 에밀리가 묘하게 치근덕거린다.
“이런 밤에 몰래 산책이라니 나쁜 아이네. 어딜 가는 걸까나?”
“괜찮아. 이런 숲에서 누가 본다고.”
“누가 업어 가도 몰라요?”
“뭐……. 지금 막 비비적거리는 악마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하여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시각이면 교수들의 감독도 다소 느슨해진다.
‘전서구’는 여전히 밤하늘을 날면서 숲의 상태를 살피지만 어두운 데다가 마기가 껴 시야가 제한된다.
“해가 뜨기 전에는 끝내 두고 싶으니까 수련 좀 도와줘. 에밀리.”
“상관은 없는데. 정말로 그 수련을 할 거니?”
“당연하지.”
몰래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수련을 위해.
특히 흑마법사로서의 역량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미 혈목의 숲에 대해 오기 전 조사를 하면서 나는 나름의 계획과 이론을 세워 두었고, 에밀리와 논의 끝에 어찌어찌 가능하다는 답은 내렸다.
목적은 하나.
“이런 환경은 흔치 않으니 가능한 얻을 수 있는 성과를 달성해야 해.”
나 자신의 역량의 향상.
마기에 적응하는 것만이 수련은 아니다.
“준비는 됐어?”
“걱정 말렴. 이곳에서는 누나의 솜씨도 평소보다 더 좋아질 것 같으니까 말이야.”
주변을 한 차례 돌고 돌아온 에밀리가 큰소리를 치며 드디어 능력을 발휘한다.
마기의 장악.
에너지 드레인을 발동시키되 그것의 범위를 확고하게 넓힌다.
“흐음……. 조금 더 넓혀도 될 거 같네.”
컨디션이 좋다는 말은 허세가 아닌지 이미 수 킬로미터의 범위에 달하는 마기를 장악한다.
“준비에 얼마나 걸려?”
“오래는 걸리지 않을 거야.”
“그래? 뭐, 천천히 해도 상관없어.”
나라고 놀고 있지 않아.
일대의 마기를 장악하는 존재에 경계심이라도 느끼듯 우리들의 주변에 나타난 것이 있었다.
주홍빛의 아지랑이가 일렁이더니 그곳에서 인간과 비슷한 형상의 붉은 그림자가 기어 나온다.
“원념이네.”
“이런 숲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혈목의 숲에서는 기본적으로 두 종류의 적이 출현한다.
첫 번째는 일반적인 타입의 몬스터. 주간, 야간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별 볼 일 없는 놈들.
두 번째는 특정 시간대에서만 나타나는 놈들.
고스트.
“고스트……. 꽤 볼 일이 드문 놈들이군.”
그 이름대로 놈들이 얼씬거리자, 제법 짙은 피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진다.
“조심하렴. 그 향은 내성이 없는 이들이라면 맡기만 해도 악몽을 꿀 거야.”
“어차피 나한테는 안 통해.”
흑마법사가 이런 것에 현혹된다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어 후세에 전해지겠지.
그저 놈들이 나타난 것은 현혹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우우우웅…….
공기 중에 기분 나쁜 울림이 들린다.
원념들의 소리.
“유감이지만, 난 사령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찍지 않았거든.”
그래도 대충은 알 것 같지만.
화를 내는 것이다.
보통 사령은 산 자를 증오한다지만 지금 이 분노는 그것과는 달랐다.
일대의 마기를 장악하고 그것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
저 고스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근본적인 자원을 빼앗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비유하자면, 영역 다툼.
“가소롭군.”
비웃으며 나는 적의를 보이는 녀석들을 향해 검은 번개를 연달아 떨어트렸다.
고스트. 흔히 유령 계통의 몬스터에게는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오러를 담은 공격도 어지간해서는 효과가 반감.
최고의 상성은 신성력.
흑마법은?
‘딱히 상성이랄 것도 없지만, 대미지는 그럭저럭 들어가지.’
마법은 1.2배. 흑마법은 0.8배 정도의 배율로 상성이 짜여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부족한 상성은 레벨로 밀어붙이면 된다.
파지지직.
흑뢰에 꿰뚫린 고스트들이 폭죽 흩어지듯 빠르게 소멸해 간다.
“의외로 쏠쏠하군.”
몬스터와 달리 끔찍한 시체는 보지 않아도 되니 의외로 이런 계열이 사냥하기에는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