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75화
13장 – 혈목 공략
2페이즈의 공략법.
그것은 제한 시간 동안 숲 전체에 퍼져 있는 의식장을 처리하는 것이다.
“붙잡힌 애들은 아마 그 의식장에 각각 격리되어 있을 거야.”
붙잡힌 다른 학생들을 구하는 것도 목적.
문제는 우리 셋만으로 전부 처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
일손이 달린다.
그에 따라 필요한 것은 의식장을 동시에 공략해 줄 인력.
요컨대 현재 숲에 고립되어 있는 신입생들을 설득하여 그들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좀 난처하단 말이지.’
게임 시절에는 신입생들의 협조성은 주인공의 그간의 성적과 각 인물 간의 인연도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다소 불리한 조건을 떠안고 있는 셈.
호소해도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인원은 서너 명이 고작이겠지.
아아, 참으로 얄팍한 인간관계여.
“우리더러 싸우라고?”
“그게 말이 돼?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차라리 아카데미에 먼저 보고를 해야 하는 게…….”
“바보냐? 결계 때문에 보고도 안 되잖아!”
“망했어!”
의견이 갈린다.
진지하게 고려하는 건 몇 명 정도뿐. 나머지는 혼란스러워하거나 내 의견에 반감을 드러낸다.
‘저 녀석들 잘못은 아니지.’
당연한 거다.
재능이 있어도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들.
대놓고 싸우라고 하면 이를 무턱대고 받아들이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니.
(인망이 부족하네. 우리 시안은.)
‘그게 뭐 밥 먹여 주냐. ……어차피 고작 어린애들이야. 혼란스러워할 거라고는 생각했어.’
오히려 나름 조용한 반응인 셈이다.
내 의견을 무시하고 덤벼드는 경우도 상정하고 있었다.
정론이니 감정이니 호소할 생각은 없다.
이 애송이들을 움직이려면 보다 다른 방식으로 발언을 해야 하니까.
“음, 음~ 결국 협조는 못 하겠다는 거군?”
모두의 생각을 잘 알겠다는 듯 나는 노골적으로 쾌활하게 말했다.
“그럼 단념하자.”
“그게 무슨 말인가?”
“강요는 할 생각 없어. 정보는 알려 줬어. 제안도 했어. 거절했으면 뭐~ 그걸로 끝이잖아?”
힘으로 따르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건 좋지 않다.
“무섭다는 애들을 어떻게 싸우라고 내보내?”
무엇보다 필요한 건 강요가 아니다.
“걱정 마. 너희가 무서워서 벌벌 떨어도 나는 그걸 비난하진 않을 테니까. 오히려 이해하지.”
그래, 도발이다.
필요한 건 녀석들의 자존심을 콕콕 찌를 도발.
“무섭다면 내가 지켜 주지. 이 거점은 제법 튼튼하니까 틀어박혀 있으면 안심도 될 거야. 아, 과자도 줄까? 꼬마들?”
도발의 민족의 아가리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할 때.
무엇보다 게임 시절의 ‘시안’의 이미지와 발언을 생각하면 충분히 연기하기는 쉽다.
나는 기본적으로 미움받으니까.
편견과 질투.
“풉, 어쩌겠냐? 너희의 실력과 용기가 부족한데. 그럼 때려치워야지.”
얕잡아 보는 웃음을 짓자.
그리고 가엾게 여겨 주자.
“돌아가면 자랑해도 좋아. 이 시안이 모두를 보호해 줬으니까 고맙다고 말이야.”
사례금도 별도로 받겠다. 기왕이면 현금으로 금화가 제일 좋겠군.
“……어때?”
노골적으로 약 올리듯 녀석들을 훑어본다.
“너희들, 정말로 그걸로 되겠냐? ……여기서 질질 짜려고 입학했냐?”
그럴 리가.
녀석들의 반응은 이미 예상해 두고 있다.
“누가 겁쟁이라는 거냐!”
“까짓것 못 싸울 줄 알고!”
“협력은 무슨, 너야말로 비켜 있어! 흑마법사!”
녀석들은 나름 자존심이 강하다.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한 엘리트라는 자의식.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풋내기들.
녀석들에게 내 도발은 도저히 참아 넘기기가 어렵겠지.
너무 쉽다.
“다들 사기가 넘쳐서 좋군.”
“……방법이 지독하다. 시안, 고르고 골라 하필 선동이라니.”
엘시아는 두통이라도 앓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뒷감당? 상관없다.
저래 보여도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
사태가 끝나고 냉정히 생각하면 내가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말했는지 정도는 이해하겠지.
어쨌든 의욕에 불은 지폈다.
“지금부터 의식장으로 추정되는 곳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너희들의 인원 분배도 내가 하마. ……최소한 각자 하나는 처리해 줘야 될 거야.”
파수꾼 정도는 자리 잡고 있겠지만, 무난히 격파가 가능하리라.
인선의 배치, 주의해야 할 내용 등 알려 줄 수 있는 선에서는 전부 알려 줬다.
녀석들은 내가 말하는 정보를 듣고는 당장이라도 싸우러 가겠다는 듯 각자 애용하는 무기들을 쥐고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더 이상 도발일 필요가 없겠군.
“그럼 우리들에게 덤빈 멍청이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자.”
* * *
《2페이즈 의식 저지의 공략이 시작됩니다.》
《달성률 – 0%》
‘최저 달성 목표는 못해도 70퍼센트.’
그 정도면 3페이즈에 강림할 보스를 쓰러트릴 수 있는 한계선이라고 계산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건 100퍼센트의 완전 공략.
“……괜찮을까요?”
알피네가 다른 신입생들의 안위가 걱정되는지 묻는다.
“녀석들은 약해 빠지진 않았어. ……그리고 우리가 녀석들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만.”
우리들부터 조심해야겠지.
“그 바보들에게 맡길 수 없는 건 우리 손으로 처리해야 하니까.”
“그거 위험해?”
“……상당히 위험하긴 해.”
우린 따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게임 시절.
2페이즈의 의식장을 전부 공략하더라도 달성률은 고작 60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남은 40퍼센트는 쉽게 찾지 못해 공략을 실패하는 경우가 흔했지.
그럼 남은 것은 어디에 있을까?
“별개로 쓰러트려야 할 게 있을 거야. 그리고 이건 다른 애들한테는 못 맡겨.”
그리하여 우리들이 다시 향한 곳은 숲의 중심인 혈목의 내부.
그 아래, 지하에 해당하는 곳까지 다시 찾아왔다.
“다시 돌아왔네요. 설마 아직도 괴인이 남아 있는 건가요?”
“적어도 여기에는 없어.”
남은 추종자들은 각자 의식장을 지키고 있고, 지금쯤이면 신입생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수장 격인 멜프랑을 제외하면 나머지 녀석들은 그저 이름도 모를 잡몹에 지나지 않는다.
《달성률 10%》
벌써 어떤 녀석들인지 몰라도 성과를 냈나 보군.
“멜프랑인가 하는 녀석은 처리했어. 그런데도 이 의식인가 하는 건 진행되고 잡것들이 설친단 말이지.”
“우두머리가 있다는 뜻.”
셀리디아의 질문에 나는 정답이라며 긍정했다.
“집단이라면 반드시 머리는 존재해.”
“그건 시안이 쓰러트린 자가 아닌가요?”
“그 멜프랑인지 뭔지 하는 할배도 어떤 것에 의해서 그런 괴물이 된 인간이잖아.”
더욱 위가 있다.
숨어서 명령만을 내리는 잘난 머리가.
“그걸 찾아내서 처리해야지.”
그것이 공략의 핵심.
2페이즈의 공략률의 40%에 해당하는 존재.
그 보스를 찾아내는 게 이번 공략의 핵심이다.
다만 골치 아픈 점은 그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고, 녀석의 존재도 서술이 모호했기에 대충 플레이하면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내겐 상관없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이니.
“……이쯤이군.”
어느 방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발끝으로 바닥을 살짝 두드리며 확신을 가졌다.
“이 아래일 거다. 일단 땅을 좀 파내야 할 거 같은데.”
“내가 할게.”
기꺼이 나선 셀리디아가 정령을 소환한다.
짐승 형태의 정령이 앞발을 휘둘러 바닥을 할퀴듯이 파낸다.
콰가가가가강!
굉음과 함께 몇 번의 일격으로 제법 깊숙한 아랫부분이 드러난다.
“……읏.”
어느 정도 파내려 갔을까. 셀리디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막혔어.”
지시대로 땅을 파내던 정령이 멈추고는 물러나자 불길한 기운에 둘러싸인 또 하나의 벽이 드러났다.
노골적으로 저 아래를 보호하기 위해 막아 둔 의도가 드러나는 벽.
“이 정도면 제가 부술 수 있을 거 같네요.”
알피네의 차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기꺼이 나선 그녀가 그대로 달려들어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리꽂았다.
“하아아압!”
파지지직!
주먹에 휘감긴 새하얀 빛이 바닥을 보호하는 혈마력과 부딪히며 서로 밀어낸다.
“……윽, 조금 더 힘이 필요하겠네요.”
“버거우면 내가 할 테니까 무리하지 마라.”
“이깟 것 하나 뚫지 못하면 성녀회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뭔가 오기라도 생긴 것인지 알피네는 두 눈을 감고 몇 차례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고는 몸을 날려 뛰어오른다.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야! 설마?”
“파편이 튈지 모르니까 물러나 있어요.”
위에서 들리는 경고.
몸을 공중에서 뒤집고 천장에 그녀의 두 발이 닿는 순간.
그녀는 그대로 천장을 박차고 바닥을 향해 말 그대로 뛰어들었다.
“하아아앗!”
콰앙!
조금 전의 반발과 다르게 지반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리며 파편이 마구 비산한다.
정말로 오기로 때려 부쉈군.
“역시 대성녀님의 말씀대로네요.”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부수지 못한다면 더 큰 힘과 거리가 필요할 뿐이다, 라고 늘 말씀하셨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뿌듯해하고 있는 알피네.
……대체 이 세상에서 성녀란 뭘까?
“시안의 말대로 아래가 비어 있어.”
통로가 뚫리자 그 아래 드러난 것은 지하의 층이 존재함을 암시하는 공간.
우리들은 그 아래로 기꺼이 뛰어들었다.
나는 에밀리에게 안긴 채로 내려가고, 셀리디아는 소환된 정령에 알피네와 같이 탄 채 바닥에 착지했다.
족히 수백 미터는 될 법한 높이의 공간.
《혈목의 지하 신전에 진입하였습니다.》
이곳이 2페이즈를 클리어하기 위한 구역.
우리는 바로 이곳을 차지한 괴물과 조우하였다.
“저놈이군.”
실내의 분위기는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온통 붉은 식물로 여러 가지 가구나 물건을 흉내 내듯 조형하여서 마구잡이로 쌓아 놓았다.
마치 괴물이 인간에 대해 배우듯.
그리고 옥좌를 흉내 낸 듯 만들어 둔 것에 앉아 있는 것은 붉은 머리와 피부를 가진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
저것이 혈목인들을 만들어 낸 흑막.
“어머……. 설마 저거…….”
그 괴물과 조우하자, 에밀리가 의아하다는 듯 반응했다.
“묘하게 어디서 본 거 같다 싶었는데…….”
“뭔데?”
“역시 마계의 식물인 거 같네. 이 누나가 아는 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그러고 보면 혈목의 정체는 마계의 어느 식물의 변이체라는 설정이었던가.
“마계에서는 저런 괴물을 그냥 평범한 식물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지옥 같은 동네야.”
“그럴 리가 없잖니? 저건 이 누나가 봐도 이상해. 본래는 기껏해야 마계의 짐승을 끌어들여 잡아먹는 약한 식물인데.”
“그게 이미 평범하지 않은데?”
내 향후 정신 건강을 위해 절대 마계만은 기웃거리고 싶지 않다. 그리 다짐하며 나는 저 괴물의 정체에 대해 떠올렸다.
제2장의 보스.
혈목(血木) 머더러 플랜트.
“자연적으로 변화한 건 아닌 모양이네. 뭔가에 영향을 받았으려나.”
“아마 그렇겠지.”
에밀리의 추측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어느 흑막이 인계에 날려 보낸 괴식물.
그것이 혈목의 모종.
“설정…… 아니, 놈들의 연구 자료를 좀 읽어 보니 저 괴물을 이곳에 정착시키는 게 목적인 모양이더군.”
“정착이라뇨?”
“저게 본체가 아니라는 거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저 괴물은 일종의 분신.
극히 일부의 뿌리만을 간신히 이곳에 보내어 악인들에게 간섭하고 있었다.
“배웠겠지만, 마계를 비롯하여 별개의 세계에 있는 존재들은 설사 풀 한 포기라도 인계에 간섭할 수가 없어.”
세계 불간섭의 규율.
“예외가 있다면, 이 누나같이 계약을 통해 이곳에 묶여 있을 규칙을 얻었을 경우란다.”
악마 소환이나 빙의 혹은 분신을 이용한 간섭 같은 꼼수를 쓰지 않으면 인계에 존재할 수 없는 룰.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저 괴식물은 마계가 아닌 여기에 뿌리를 옮기고 싶나 보더라.”
그것이 혈목의 목적.
정확히는 혈목을 이곳에 심으려 하고 있는 흑막의 의도.
“원래 생태계를 박살 내는 건 외래종이니까.”
외래종을 이용한 침략 계획.
인간으로서 참으로 욕이 한 사발 쏟아지는 목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