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4
제74화
74화
멜프랑은 정중히 제 주군에게 계획의 진척도를 보고하였다.
“의식은 예정대로 발동될 것입니다. 방해는 들어오겠지만 이번에야말로 제국의 개들을 짓밟아 버릴 테니 심려치 마십시오.”
[…….]“방해를 한 인간 말이옵니까? 혈목께서 기억할 가치도 없는 애송이입니다.”
그것은 반쯤 오기에 의해 제멋대로 왜곡된 발언이었다.
실력으로 압도당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방심했을 뿐이다. 다음이라면 결코 질 리가 없다.
만약 시안이 보았다면 추하다고 경멸했을 추태.
[…….]“혈목…… 이시여?”
멜프랑이 눈치를 채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묻는 순간이었다.
푸욱!
썩어 버린 목재를 부수는 듯한 소리.
뻗어 온 붉은 나무뿌리가 그의 몸을 꿰뚫고 있다.
“……이럴 수가.”
더는 말을 잇지 못한다.
푸푸푸푹!
차례로 뿌리를 더 뻗으며 멜프랑의 전신을 꿰뚫는다.
목을 뚫고 마지막으로 미간을 꿰뚫는다.
[……더는 필요가 없다. 노예.]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제 주군의 의도.
“아…… 아아아아…….”
비탄에 빠진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멜프랑의 존재는 그대로 재가 되어 흩어진다.
영혼은 그대로 흩어진다. 그 안에 깃든 지식은 고스란히 계약에 의해 혈목에게 거두어질 뿐.
[남은 것은…… 의식. 나를 이 땅에 붙들어 맬…… 의식.]멍청한 노예들은 충분히 일해 주었다.
탁하고 오염된 목소리로 비웃으며 그 괴물은 나머지 의식을 진행하고자 직접 주도권을 빼앗는다.
방해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권속의 기억으로 확인했다.
[방해…… 하게 두지…… 않는다.]* * *
멜프랑의 서재와 공방에서 나름의 자료들을 챙기고 필요한 것을 서둘러 습득한다.
《괴서 – 마기의 이론을 정독합니다.》
《마기 제어 이론 중급을 습득합니다.》
혈마력의 운용 이론을 이해함으로써 내가 다루는 마기의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놈들의 혈마력 자체는 역시 이걸로 습득은 못 하는군.’
적어도 이론 계열의 패시브 스킬의 습득 목적으로는 쓸 만하다.
《시안》
《클래스 : 흑마법사》
《클래스 레벨 : 29》
《체력 : 245》《마력 : 437》《민첩 : 201》《행운 : 147》
《물리방어 : 14》《마법방어 : 20》《정신내성 : 30》
《식물내성 : 25》
《잔여 스킬 포인트 : 33pt》
이 정도면 충분히 2페이즈를 공략할 정도는 되겠군.
추가로 전투에 필요한 4서클 마법의 습득도 서두르자.
《스킬 포인트 3pt를 소모합니다.》
《흑마법 – 섀도우 무브를 습득합니다.》
《스킬 포인트 3pt를 소모합니다.》
《흑마법 – 섀도우 무브의 숙련도가 Lv.2에 도달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27pt》
이동 계열의 흑마법.
그림자에 마력을 담아 펼치고 그 안에 스며들어 적의 사각에 숨어 이동하는 계열의 스킬.
이동 수단이 적은 마법 계열 클래스이기에 관련 계열 스킬의 투자는 필요하다.
‘그 외에는 추가 패시브나 공격 마법을 위주로.’
《패시브 – 폭산하는 뼈를 습득합니다.》
《패시브 – 검게 몰아치는 화염을 습득합니다.》
《흑마법 – 독 뇌우를 습득합니다.》
《흑마법 – 흑염멸아를 습득합니다.》
《스킬 포인트 16pt를 소모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11pt》
패시브와 화력을 올려 줄 공격 마법의 추가 습득을 막 끝낸 참이었다.
《2페이즈가 개시됩니다.》
《퀘스트 목표가 갱신됩니다.》
《목표 : 사악한 자들이 준비한 의식이 시작됩니다. 의식의 실체를 파악하고 저지하십시오.》
《해당 퀘스트의 진척도는 3페이즈의 난이도에 연관됩니다.》
2페이즈의 공략 퀘스트는 의식 저지.
2장의 최종전인 3페이즈의 난이도는 2페이즈의 공략률에 따라 결정된다.
‘일단 가장 바람직한 건 내 주도하에서 끝장을 내는 거야…….’
내가 목적으로 하는 것은 2장의 완전한 클리어.
어느 정도로 공략을 해냈는가에 따라서 세세한 루트가 갈려버리기 때문이다.
“에밀리. 이제 더 살펴볼 것도 없을 거 같으니 움직이자. 일단 내려가서 일행과도 합류하고.”
“아, 시안. 조금 뒤로 물러나렴.”
“응?”
“왔네.”
나는 망설임 없이 에밀리가 시키는 대로 뒤로 슬쩍 물러났다.
콰앙!
불기둥이 치솟으며 그대로 바닥을 뚫고 천장을 뚫는 게 아닌가.
“……흐미.”
중간 보스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스릴을 여기서 느끼게 하는구먼.
적은 아니다.
저 불기둥의 정체는 정령술의 불길.
고출력으로 방사되는 정령술의 화염을 퍼부어 혈목의 내부를 천장째 부숴 길을 뚫는 것이다.
“잘했어요. 셀리디아!”
“응. 이걸로 길이 열렸어.”
그대로 뚫려 버린 바닥 안에서 알피네가 셀리디아를 업은 채로 위로 뛰어올랐다.
“거참, 길 무식하게 뚫는구먼.”
“시안!”
“역시 무사했군요.”
역시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꽤 서둘러서 찾아다닌 모양인데.
나는 슬쩍 바닥 아래를 보고 식겁했다.
제대로 남아 있는 게 없군.
“서둘러서 뚫었어.”
“너희 마나가 남아도냐…….”
“……솔직히 거의 한계.”
마나를 과하게 소모해서 살짝 창백해진 얼굴의 셀리디아는 그런 자신의 상태를 돌보지도 않은 채 서둘러 내게 다가왔다.
마치 집을 비우고 돌아온 뒤에 지그시 바라보고 냄새를 맡는 고양이처럼 가까이 다가와 나를 빤히 살핀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살핀다.
“뭐 하냐?”
“응……. 무사해.”
“뭘 보고 판단하는 거야?”
“이상한 짓이라도 당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
뭘 생각했는지는 묻고 싶지도 않군.
그보다 조금 양심에 찔린다.
반쯤 변덕으로 빠르게 1페이즈를 날릴 기회다 싶어서 일부러 잡혔지만, 내막을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그보다 식겁할 일은 없었을 테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별거 없어. 날 끌고 온 멍청이는 이미 사라졌으니까 걱정할 것도 없고.”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알피네.
“그럼 다 해결된 건가요?”
“아니. 말단 좀 처리했을 뿐이야. 흑막은 따로 있어.”
“흑막?”
나중에 설명해 준다고 일단은 타일렀다.
“그렇지 않아도 막 상황이 바뀌려던 모양이더라.”
마침 잘됐군.
지금이라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쉽게 보일 테니.
나는 뚫려 있는 벽 너머를 보라는 듯 손으로 가리켰다.
이곳은 혈목의 거의 꼭대기에 가까운 위치다.
요컨대 이 높이면 혈목의 숲의 정경 대부분이 고스란히 보인다.
“뭔가…… 빛나고 있어.”
숲 여기저기에서 혈마력의 불길한 빛이 유난히 집약되어 빛나는 곳들이 보인다.
마치 무언가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강조라도 하는 것처럼.
다음 공략을 위한 지점.
“대충 세어 봐도 열 군데가 족히 넘는군.”
“저거 뭐야?”
“의식장. 혈목인이라 주장하는 괴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야.”
“목적이라니……. 뭔가 알아낸 건가요?”
“그걸 말하기 전에…… 일단 여기서 나가자.”
이곳에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
쓰러트릴 놈은 이미 처리했고, 챙길 것도 얼추 수습했으니.
“어디로 갈 셈이죠?”
“한숨도 돌릴 겸 천천히 설명도 해야 하니 거점으로 돌아가자.”
원래 한 차례 싸우고 나면 일단은 거점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법이니까.
* * *
거점인 오두막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셀리디아였다.
“설명……. 그런 거였구나.”
“이 기척은 적이 아니네요.”
우리들의 거점에 먼저 온 손님들이 있다.
적이 아니다.
대부분이 익숙한 얼굴들.
아카데미 신입생들이다.
“내가 직접 지은 오두막은 어때? 꽤 지낼 만하지?”
그들의 시선이 우리들을 향해 쏠리자 내가 놀리듯 먼저 말을 꺼냈다.
“기다렸지만. 직접 보니 얄미울 정도로군. ……역시 무사했나, 시안.”
다들 이것저것 할 말이 많은 눈치였지만, 소란을 피워 봐야 해결되는 게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리라.
미리 의논해 둔 것인지 수석 엘시아가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꽤 고생했나 보군.”
“……당연하다.”
엘시아가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다.
숲이 변이를 일으켰고, 모든 신입생들이 예외 없이 괴인들에게 습격을 당했겠지.
맞서 물리치거나 혹은 운 좋게 피해 도망치거나.
“짙은 마기로 인해 길도 찾지 못해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안개가 걷히더군.”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까? 곤란하던 차에 아이들의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른 곳이 있었으리라.
“거기서 떠올린 게 내 거점인가.”
“멋대로 사용한 점에 대해서는 면목 없다.”
“상관없어.”
나는 시원스레 말했다.
애초에 그러라고 크게 지은 거니까.
본래부터 대피소와 합류 지점으로 사용하게 할 작정이었다.
“일단 무사한 건 47명인가…….”
괴인들의 습격을 물리치고 이곳까지 도달한 녀석들의 수를 대강 세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았다.
게임 시절에는 혈목인들의 습격을 버텨 낸 애들이 스무 명도 되지 않았는데.
“나머지 아이들의 행방은 모른다.”
“뭐, 잡혀 갔겠지.”
걱정 마라. 현시점에서는 아직 죽지 않았을 거니까.
‘어쨌든 이건 쓸 만하겠군.’
대피소로 쓸 만한 거점의 존재를 각인시켜 주고 물자를 일부러 두고 온 보람이 있다.
단순히 구호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돕자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가능한 많은 인원이 무사히 남아 주는 게 바람직하거든.
‘엘시아, 양 페이……. 그 외에도 쓸 만한 면면이 적당히 보이네. 아, 리니아는 없군. 잡힌 건가?’
대강 쓸 만한 전력을 머릿속에서 계산한다.
유감스럽게도 게임 시절의 주인공인 리니아는 없다. 플레이어가 아니기에 역량이 낮아졌기 때문인가. 아마 괴인들에게 패배해서 끌려간 것이겠지.
미셀도 역시 없다. 굳이 이곳에 오지 않고 따로 행동하고 있다는 뜻.
그럼 상관없다.
어차피 누가 남든 크게 문제될 건 없어.
“이 정도로 남았으면 기대해 볼 만하겠어.”
“무슨 뜻이지?”
“이 정도 머릿수면 충분히 사태를 해결할 가망성이 보인다는 뜻이야.”
우선은 잘 버텼다.
나는 넉살스럽게 칭찬을 하고는 아이들에게 바로 본론을 말했다.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이미 파악해 두었어.”
“……정말인가?”
“우리가 뭘 하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괴인들의 거점을 들쑤시고 왔다.
나 혼자 말한다면 믿지 못하겠지만 셀리디아와 알피네도 사실이라고 증언하자 믿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놈들의 정보는 손에 넣었어. 너희들의 힘을 빌리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계산하고 있어.”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협조를 요청한다.
나는 무사히 버틴 이 애들을 데리고 2페이즈를 공략할 생각이다.
2페이즈의 온전한 공략을 위해서는 내가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뭣보다 미쳤다고 나만 고생하리?
고생은 다 같이 나누는 거야.
“무사히 돌아가고 싶지? 정보와 해결책은 줄 테니 협조해 줬으면 해.”
필요한 것은 여기 있는 녀석들.
“협력인가? 우선 이야기는 들어야겠지.”
엘시아는 순순히 이야기를 들어 보겠다는 투로 대답한다.
“우선은 묻겠다만, 정보의 근거는?”
“놈의 본거지를 쓸어버리고 얻은 자료야.”
공략법은 있다.
그걸 전하는 게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나 혼자서는 물론이고, 알피네와 셀리디아의 힘을 빌려도 일손이 달려서 막막하지만.”
“무슨 뜻이지?”
“내 지시에 따라 행동하면 우리들 힘만으로도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