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ummoned a max level demon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76
제76화
76화
단순한 외래종이 아니다.
말장난 같지만, 외계종이라고 불러야 하나.
“하지만 정착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시안이 말한 법칙대로라면.”
“법칙에는 그것을 깨는 꼼수가 존재해.”
“악마의 계약. 또한 그걸 위해 악마와 당시의 흑마법사가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거란다. 성녀.”
혈목인들이 말하는 의식의 원리.
왜 그들이 굳이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목표로 삼아 사건을 일으켰는가.
“인간의, 그것도 평범한 녀석들보다 큰 재능……. 요컨대 마나 보유량이 큰 인간의 피를 변환시켜서 녀석의 일부로 삼는 거야.”
“그게 의미가 있어?”
“인계의 피……. 이곳에 속한 녀석들의 피를 섞어서 점차 지상에 적응하는 거지.”
비슷한 예로 악마를 소환하는 방법 중에는 한때 산 제물을 이용하는 방식이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쓰지 않는다. 소환 마법의 이론이 보다 강력해짐에 따라 시전자의 마력만으로도 충분히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비술은 개뿔. 결국 저급한 소환술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방법이라는 거지.”
“저게 완전히 정착하면요?”
“단순히 숲 하나가 작살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야.”
저건 생명을 잡아먹는다.
짐승이나 몬스터뿐 아니라 인간조차도 저 괴물의 먹이라는 뜻.
“우리 역할은 그걸 막는 거다.”
본체가 아니라 분신이라고 해도 타격을 주는 데 의미가 있다.
지상과의 접점을 잘라 내 버린다는 의미가 있지.
“나 혼자는 버거워. 셋이서 덤벼야 해.”
“응. 이해했어.”
“저 사악한 것을 우리의 정의로운 빛으로 물리치면 된다는 거네요.”
그게 뭔데? 그런 스킬 없거든?
“정의로운 멤버치고 흑마법사랑 악마가 껴 있는 거 같은데? ……아무튼 저걸 조져 버리면 된다는 뜻이야.”
지상의 의식장은 동기들이 열심히 깨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저걸 쓰러트리면 공략률은 못해도 80퍼센트 이상.
그렇게 되면 남은 최종전도 충분히 내 능력만으로도 클리어가 되리라.
“승산은 있으니까 걱정 마. 아니, 난 승산 있는 싸움만 하거든.”
셋으로도 충분하기에 굳이 인원을 더 추가하지 않은 것이다.
대강의 전투 방침만을 정하자 마침 혈목도 우리의 침입을 인식했는지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어째…… 서냐.]목소리가 들린다.
놈의 의사인가.
“저놈 저거, 말도 해?”
내가 의아한 것은 게임 시절에서는 그런 묘사가 없었거든.
바로 보스전이 시작되었으니까.
“헤에……. 무슨 농간을 부렸는지 몰라도 일개 식물이 지성까지 얻은 모양이야. 식물 주제에 악마로 진화라도 하고 싶은 걸까?”
“일개 식물이 악마로까지 진화한다라……. 뭐, 불가능하진 않겠군.”
흑막이 무엇인지 알기에 에밀리의 설명에 납득했다.
하지만 지성이라고 해 봐야 아직 본능에 가까운 의사 표현을 하는 게 고작이겠지.
[어째서…… 방해하는 것이냐……. 먹이여…….]허어?
“저 풀때기가 지금 뭐라고 지껄인 거여?”
놈은 틀림없이 우리를 두고 ‘먹이’라고 불렀다.
그야 내가 조금 전에 설명한 것처럼 저것의 본능에는 오로지 지상에 정착하여 일대의 모든 것을 잡아먹자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대놓고 먹이라고 부르니 참으로 기분이…….
“……더럽군.”
“그야말로 사악함 그 자체네요.”
“어서 퇴치하는 게 좋겠어.”
나만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저 괴물은 반드시 여기에서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한다. 그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다들 똑같이 생각하겠지.
내가 굳이 독려할 필요도 없었다.
“가자. 길게 끌면 귀찮아져. 단번에 몰아붙여서 박살을 낸다.”
가장 먼저 나와 에밀리가 동시에 같은 종류의 흑마법을 시전한다.
– 3서클 빙결 속성 흑마법.
– 블랙 프리즌.
검은 냉풍이 이중으로 휘몰아치며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더니 놈의 몸과 주변에 얼음이 끼기 시작한다.
놈의 근간은 식물 계통의 몬스터의 성질을 띠고 있다. 기본적인 상성은 얼음과 화염.
“일단은 좀 얼어라.”
그대로 얼음 속에 갇히는 혈목. 놈은 괴성을 지르며 그 얼음을 깨 버렸지만, 얼어붙은 몸의 일부가 같이 부서진다.
“알피네! 그대로 엄호해!”
“물론이에요!”
대미지를 받은 시점에서 놈은 무조건 공격해 온다.
피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알피네를 내세워서 전부 막아 내도록 해야 한다.
“하앗!”
기합과 함께 땅을 향해 주먹을 내리치자, 신성력의 빛이 퍼지며 우리들 주변으로 커튼과도 같은 둥근 방벽이 생겨난다.
프리스트 클래스 방어 스킬.
디바인 커튼.
방어 스킬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천장과 벽, 그리고 사방에서 식물의 뿌리와도 같은 촉수가 뻗어 온다.
놈은 이 일대의 모든 지형지물에 자신의 존재를 심어 두고 있다.
요컨대 이 맵 자체가 놈의 사정권 안.
회피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모든 방어를 알피네에게 맡긴다.
파파파팟!
사방에서 뻗어 온 촉수는 그대로 신성력의 커튼에 부딪히며 반발해 재가 된다.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으면 모를까, 단기간이라면 그녀의 방어 스킬이 뚫릴 리 없다.
“회피는 생각하지 마! 공격은 전부 저 바보 성녀에게 맡겨! 우리는 오로지 화력만 퍼붓는다.”
회피니 방어니 하는 것을 도외시한 극단적인 화력 위주의 구성.
단 한 명에게 방어를 일임하고, 나와 에밀리 그리고 셀리디아는 흑마법과 정령술을 발휘하여 놈에게 폭격을 가한다.
얼리고 태워 버린다.
쉴 새 없이 날리는 화력은 때론 혈목이 내뿜는 공격을 소멸시켜 버리고, 녀석을 휘감아 밀어낸다.
[먹이 따위가아아아아아아!]분노하며 녀석은 본격적으로 반격에 들어가고자 한다.
놈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독기가 발화하며 그것을 응축하여 쏘아 내려 한다.
‘멜프랑, 그놈의 기술인가.’
그러고 보면 쓸모없는 권속은 잡아먹어 그 영혼과 능력을 앗아 간다는 설정도 있었지.
“그건 이미 봤어. 풀때기.”
신속하게 검은 뱀의 단검을 뽑아 그 날에 스크롤을 감아 던진다.
파앙!
2클래스 정도의 화염이 녀석이 마법을 시전 중인 중심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가 폭발한다.
“대놓고 마법을 쓰는 거 아니다. 이 멍청한 놈.”
위력이 강한 마법일수록 방해받을 시 일정 확률로 유폭 현상이 일어난다.
지성이 낮은 몬스터를 상대로는 쉽게 일으킬 수 있는 현상이다.
자신의 마력이 유폭한 탓에 혈목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몸을 추스르지 못한다.
“퍼부어!”
때를 놓치지 않고 고위력의 흑마법과 정령술의 화염을 쏟아 낸다.
붉고 검은 두 속성의 화염이 쏟아지고 반발하여 터짐에 따라 더욱 위력은 흉포해진다.
콰강!
마치 주먹으로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이 전해지고, 폭압만으로도 지면에 균열이 간다.
“이건 좀 통하겠군.”
“……이거 맞고도 살아 있어?”
유감스럽게도.
섬광이 잦아들자, 반신이 완전히 타 들어간 혈목이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남은 체력은 게임이었을 때라면 2할 정도인가.’
이 정도까지 놈을 몰아붙이게 되면, 슬슬 패턴에 돌입할 때가 되었을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놈이 절규한다.
분노와 공포.
먹이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인간의 공격에 궁지에 몰릴 대로 몰렸다.
괴성에 실린 혈마력이 녀석의 주변 공간을 뒤흔든다.
“발악?”
“꽤 몰린 듯하군. 귀찮은 짓을 하려는 모양이다.”
더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
여기서 분신을 잃으면 지상과 연결된 뿌리가 끊어지는 셈.
녀석은 그것을 두려워하며 발악하면서 무리수를 둔다.
괴성이 공명하며 녀석의 뒤편 공간이 일렁이면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저건…….”
“혈목의 본체.”
마계와 인계의 중간. 그 공간의 틈에 걸친 채 간신히 뿌리 하나만을 뻗어 이어져 있는 본체.
그것을 억지로 불러내어 그 힘으로 간섭하고자 한다.
“저건 위험해 보이네요. ……그럼.”
알피네가 긴장된 어조로 중얼거리며 그대로 돌진하려 한다.
그것을 내가 고갯짓하자, 에밀리가 뒤에서 껴안으며 말린다.
“악마! 뭐 하는 거예요?!”
“내가 막으라고 시킨 거야.”
위험했으니까.
“무모한 짓 하지 마. 저 본체는 성가셔. 알피네, 네 방어 능력이라고 해도 무사하진 못할 거야.”
“하지만…….”
“뭣보다 네 역할은 그게 아니잖아? 지시한 대로 그거나 준비해.”
저건 내게 맡겨라.
오히려 나는 저 패턴이 발동하기를 기다렸다.
2페이즈 공략의 분기점은 저 발악 패턴이 발동될 때.
‘어지간한 레벨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저 패턴을 순수하게 스펙으로 막는 건 어려워.’
애초에 맞서라고 만든 패턴이 아니니까.
‘공략법은 이미 가지고 있어.’
알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우스운 패턴에 지나지 않는 법.
나는 오른팔에 감긴 그것에 손을 대었다.
이곳에 도달하기 전, 드라이어드를 해방하고 얻은 보상.
이벤트 스킬. 나무 요정의 가호.
“이건 이렇게 써먹는 거거든.”
2페이즈의 공략을 위해 써야 하는 스킬.
사용할 타이밍은 바로 지금.
팔찌를 잡아 뜯자, 그것은 조각이 나며 녹색의 입자가 주변에 흩날린다.
혈목이 무슨 짓을 하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의미한 짓거리라고 여겼는지 비웃는 것 같다.
얕보고 있군.
“그러니까 망하는 거다.”
무엇이 일어날지 알기에 자신만만하게 기다릴 뿐.
싹이 피어난다.
놈의 발치 아래에.
처음에는 한 개, 두 개……. 점차 수를 늘려 가고 녹색이 놈의 발을 뒤덮는다.
그 싹은 마치 놈을 잠식하려는 듯 급격하게 늘어나며 그대로 푸른 잎사귀의 파도가 놈을 뒤덮어 짓누른다.
놈에게 큰 대미지를 주는 스킬은 아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힘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거지.”
본체를 불러내려던 간섭이 약해지고 있다.
놈이 무력화된 지금이 마무리를 지을 기회다.
“알피네!”
“이미 준비되었어요!”
그녀는 품에서 은빛의 쇳조각을 꺼내어 그것을 움켜쥔다.
촉매.
성녀가 구사할 수 있는 특정 비기를 사용하기 위한 재료.
“천벌을 내리는 철퇴를 불러내니!”
기본적으로 성녀들의 무기는 주먹과 다리. 요컨대 단련된 몸 자체.
그렇다고 전혀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신성력을 불어넣은 촉매를 던지자, 그것이 부풀며 그녀 신장의 두 배 정도 되는 구체가 된다.
‘성물 소환인가.’
신성력으로 엮은 줄을 뻗어 붙잡아 당기자, 그 구체가 열리면서 대량의 신성력을 방출하는 거대한 철퇴가 된다.
-성물 소환.
-축성퇴(祝聖槌).
“그 추악한 죄업에 짓눌려 박살이나 나세요!”
힘껏 팔을 휘두르자, 전개된 철퇴가 놈을 덮쳐 짓누른다.
쿠웅!
고위력의 신성력 대미지에 말 그대로 짓눌린 혈목이 비명을 지르며 뭉개진다.
거의 빈사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은 틀림없었다.
“……마무리는 내가 지어 주마.”
뭉개 버린 철퇴가 사라지는 순간을 노려 마무리를 짓기 위한 마법을 준비한다.
놈이 도망치고자 버둥거렸지만, 놈을 중심으로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소용돌이가 이를 봉쇄한다.
정령술의 폭풍.
셀리디아가 사용한 바람의 정령술이 그대로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옭아매면서 위로 날려 버린다.
“딱 좋은 타이밍이야.”
그야말로 띄워진 과녁.
저걸 맞추지 못하면 앞으로 창피해서 고개도 못 들고 다니겠군.
“사라져라.”
완성된 마법식이 작동하며 폭풍에 불이 붙듯 흑염이 몰아치면서 그대로 놈을 집어삼킨다.
천장을 녹이고 그대로 위를 향해 끊임없이 치솟는 불기둥.
그 속에서 점차 놈의 기척이 사그라들고 있다.
《의식 저지율 :100%》
《2페이즈를 클리어하셨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3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레벨업 보너스 스킬 포인트 5pt를 획득합니다.》
《잔여 스킬 포인트 : 16pt》
경험치가 들어오고 레벨이 오른다.
나는 재빠르게 메시지를 눈으로 훑으며 마지막에 나타나는 메시지만을 시선에 둔다.
《3페이즈가 시작됩니다.》
메인 시나리오 2장 최종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