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take over the male lord RAW novel - Chapter 115
115
1주일이란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로이가 곁에 있어서 그런지 더욱 짧게 느껴졌다. 그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뜨거운 키스도 나누면서 놀다 보니 어느새 여행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리 말하며 아리스가 내렸다. 뒤따라 내린 로이가 그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리스와 같이 있으면 하루하루가 새롭다. 그렇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고는 했으니 말이다.
“온천은 여기에서 한 시간 정도 걸어가야 합니다.”
“그래요?”
“산속에 있는 온천이라서요.”
그의 말에 아리스가 기지개를 폈다. 길은 울퉁불퉁했다. 마차가 가기에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같이 온 일꾼들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가벼운 가방을 들고 로이의 팔을 잡았다.
“같이 걸어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고 걸었다. 완연한 봄이었기에, 아니 여름이 다가오는 봄이었기에 햇살이 조금 따가웠다.
“양산을 쓰고 싶은데.”
“써도 됩니다.”
“그럼 로이와 손을 못 잡는걸요.”
고민하던 아리스는 로이를 보았다.
“로이의 손을 잡는 걸 택할래요.”
“아리스.”
“그게 더 좋아요.”
뜨거운 햇살은 양산을 펼치면 피할 수 있었지만 아리스는 그리 하지 않았다. 나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었다. 로이는 아리스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걸었다. 그것을 알고 아리스가 한 손으로 그의 볼을 문질렀다.
“뭐가 묻었습니까?”
“아니요.”
아리스가 방긋 웃었다.
“예뻐서요.”
“제가 말입니까?”
“네. 이렇게 아내의 보폭을 맞춰 주잖아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자신의 걸음대로 걸으면 그녀는 따라오기 힘들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당연히 아리스에게 맞추는 것이다. 거기에 아리스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로이는 항상 나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관심이 없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로이는 자신을 배려하기 위한 자세가 되어 있었다. 매일 받고 있는 배려였지만 받을 때마다 소중했다.
“좀 더 천천히 걸을까요?”
“네.”
아리스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로이와 천천히 걷고 싶어요.”
“네.”
로이는 아리스가 바란다면 기꺼이 해 주고 싶었다.
* * *
온천은 산중에 있었다. 산중에 있어서 들어오지 못하지만 물이 워낙 좋아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로이가 카운터로 갔다.
“손님이 별로 없네요.”
사람이 많다고 하더니, 로이와 자신 이외에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통째로 빌렸습니다.”
그의 말에 아리스가 놀란 눈을 했다.
“다 빌렸다고요?”
“네.”
로이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아리스와 단둘이 있고 싶어서요.”
“로이.”
“같이 들어갈 겁니다.”
로이는 아리스와 함께 목욕하는 것에 푹 빠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정말이지…….”
로이는 정력이 남다른 것 같았다. 소설에서 설명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리스는 붉게 달아오른 볼을 꾹 눌렀다.
카운터에 있던 온천 주인이 그들을 보고 얼른 다가왔다.
“백작님과 백작 부인 되십니까?”
아리스는 이제 아리스 델라이였다. 아가씨가 아니라 백작 부인으로 불렸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호칭이었다.
“맞아요.”
아리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주인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하루 종일 온천을 대여한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던 참입니다.”
주인은 그들을 직접 안내했다. 욕실은 남탕, 여탕, 연인탕이 있었다. 연인들끼리 오붓하게 즐기라고 연인탕을 만들었는데 인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연인탕으로 안내받은 아리스는 그와 함께 들어갔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주인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아리스.”
그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들어갈까요?”
“네.”
탈의실과 온천탕은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온천탕은 실내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었다. 햇볕이 따가웠기에 아리스는 실내에 있는 욕탕에 들어갔다.
찰랑찰랑 물이 넘쳤다.
아리스는 탕 안으로 들어가 물을 손으로 만졌다. 매끄러운 게 일반 물과 달랐다. 물이 무척이나 좋았다.
“여기서 매일 목욕하면 피부가 정말 좋아질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좋은 피부인데.”
그가 그녀의 몸을 만졌다.
“여기서 더 좋아진단 말입니까?”
“로이.”
“기대됩니다.”
그리 말하고 그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욕탕의 물은 뜨거웠지만 로이의 체온만큼 뜨겁지 않았다.
“아리스.”
그가 흥분했다. 귓가에 이름을 부르며 속삭였다. 그러자 야릇한 느낌이 올라왔다.
“당신을 만져도 됩니까?”
그가 허락을 구했다.
“네.”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로이가 그녀를 더듬기 시작했다.
욕실 물이 찰랑거렸다.
* * *
목욕을 마친 아리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전보다 하얗게 변한 피부가 보였다. 그 하얀 피부에 로이가 남긴 흔적이 조금 보였다.
“로이도 참.”
로이는 흔적을 남기는 걸 좋아했다. 조금만 남기라고 했더니 가슴 부근에 집중적으로 남겨 버렸다.
“가슴이 파이지 않은 드레스를 입고 오길 잘했지.”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로이는 셔츠와 바지를 입었을 뿐인데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외모가 뛰어나 뭘 입어도 멋있어 보였다.
‘내 남자.’
아리스는 뿌듯했다. 그가 자신의 남편이라는 게 가끔씩 믿기지 않았다.
“로이.”
“네, 아내님.”
그는 아내님이라고 자주 말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함께 보낸 밤이 생각났다. 그녀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 그냥 이름 불러요!”
그녀가 그의 등을 살짝 치며 말했다. 그가 그리 말할 때마다 부끄러운 생각이 밀려온다고 말할 순 없었다.
“아내님이라고 하니 기분이 이상하잖아요.”
“이상합니까?”
“……그러니까.”
뭐라 말을 해야 할까. 스스로 무덤을 판 것 같았다.
“밤의 일이 생각납니까?”
로이가 묻자 아리스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몰라요.”
“아리스.”
그가 이름을 불렀다.
“나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자극이라니요?”
도대체 자신이 뭘 했다고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로이는 이미 흥분한 것 같았다. 그의 모습을 본 아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목욕 더 할래요?”
“침대로 갑시다.”
“네?”
“침대로 가고 싶습니다.”
온천 옆에는 바로 여관이 있다. 그곳에 짐을 챙겨 두었을 것이다.
“저녁은 먹어야죠.”
아리스는 배가 고팠다.
“짧게 하겠습니다.”
그가 약속했다.
“정말이죠?”
“네.”
그녀는 그를 믿기로 했다.
그러나 그의 이성은 이미 저 만큼 달아난 후였다.
그가 이성이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리스가 토라진 뒤였다.
“조금만 한다면서요!”
그녀는 끊임없이 밀고 들어왔던 그를 생각했다. 그러자 그가 미안한 듯 그녀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믿을 수 없다고 하더니!”
“누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시녀들이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입술을 꾹 내밀었다.
“배가 더 고파졌잖아요.”
“미안합니다.”
그는 그녀를 살살 달랬다. 그리고 미소를 지어 주었다. 아리스가 가장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그의 미소를 몽롱하게 쳐다보다 얼른 정신을 차렸다.
“밥 먹으러 가요.”
“네.”
로이는 토라진 그녀도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은 계속 커지기만 했다.
“저녁은 뭐예요?”
화가 좀 풀린 듯 그녀가 부드럽게 물었다.
“딸기 샐러드와 연여 샐러드입니다.”
“샐러드요?”
다이어트를 할 때가 생각났다. 하지만 연어 샐러드는 그녀가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수도에서도 연어는 귀했다. 그런데 여기서 연어를 먹게 되다니.
“특별히 주문했습니다.”
“네.”
“특별한 시간이 될 겁니다.”
“로이와 함께 있는 게 이미 특별한걸요.”
그녀의 말이 예뻐서 그는 멍하니 그녀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