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s ordered to transfer to the Demon King Army RAW novel - Chapter 35
034.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는 골렘의 핵으로 추정되는 반짝이는 돌을 유 심히 바라보고 있는 한 마왕군 병사 가 있었다.
그런 마왕군 병사의 주변을 지나가 는 몬스터들은 불안한 듯이 바라보 고 있었지만 건들면 더 불안해지기 에 다들 못 본 척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반짝이는 돌을 이리저리 만 지작거리며 가지고 놀던 베켄은 아 무리 해도 아무런 변화도 없자 포기 해 버렸다.
“하아, 모르겠다! 뭘 알아야 뭐라 도 해 보기라도 하지, 아는 것이 하 나도 없으니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가 있나.”
베켄은 반짝이는 돌을 땅바닥에 던 져버리고서는 몸을 일으켰다.
골렘 토벌전에 참여해서 두 달 동 안 골렘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했기 에 자신의 손으로 골렘을 만들어서 라도 한 번은 보려 했던 베켄이었지 만 그 기대는 포기해야만 했다.
“칡 요리나 할까? 야!”
베켄은 옆을 지나가고 있던 한 몬 스터 병사를 불러 세웠다.
“ 멸망!”
베켄의 부름에 움찔 몸을 떨며 경 계를 하는 몬스터에 베켄은 물었다.
“오늘 밥 뭐냐?”
“미노타 뼈다귀 곰탕입니다.”
“곰탕은 무슨, 그냥 뼈 담근 물이 겠지. 알았다, 가 봐.”
“ 멸망!”
미노타우로스가 제법 덩치가 큰 몬 스터였지만 워낙에 많은 숫자의 마 왕군 병사가 먹어야 했기에 육수가 진하게 우러나오지 않았다.
운 좋게 고기 건더기라도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그걸 기대하는 것은 쉬 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별로 먹을 만한 것도 없는 것에 베켄은 주둔지 바닥에서 캐낸 칡뿌리로 칡 전분을 얻어 요리를 만 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 막사를 만들고 있는 후임들을 보며 베켄은 막사 창고로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이내 기겁했다.
“어떤 놈이 칡뿌리 바닥에 내려놓 으라 했어?” 분명 칡뿌리를 나무 상자 위에 놔 두었지만 몇몇 개가 바닥에 놓여 있 었는지 칡뿌리는 마계 땅바닥으로 자신의 뿌리를 내려트리고, 줄기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베켄은 또다시 막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황급히 칡을 제압 했다.
줄기를 뜯어 내고, 잔뿌리도 잘라 낸 뒤에 굵은 칡을 골라내었다.
“좋아, 이 정도면 되었고, 음! 이걸 갈아야 하는데…….”
칡을 갈아야 했지만 갈 장비가 없 었기에 베켄은 별수 없이 몽둥이로 칡을 패기 시작했다.
한참을 인정사정없이 칡을 패자 칡 이 터져 나갔다.
“확실히 몬스터가 되니 힘이 좋아 지기는 했어. 인간이었을 때라면 못 할 텐데 말이지.”
베켄은 자신의 힘이 좋아졌다는 것 을 느끼며 칡뿌리가 적당히 터져 나 가자 커다란 냄비에 터진 칡뿌리를 넣고서는 물을 부은 뒤에 깨끗하게 발을 씻고는 칡을 밟아 칡 물을 우 려내기 시작했다.
다소 위생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 지만 베켄으로서도 별수 없었다.
“삼베에다가 칡을 넣어 치대야 하 는데. 삼베가 어디에 있고, 언제 그 러고 있냐?”
그렇게 충분히 칡 물을 빼내고 나 자 베켄은 칡 물만 따로 모아서는 소독을 위해 한차례 지옥불로 살균 겸 건조를 시켰다.
“야! 이거 건들지 마라.”
“알겠지 말입니다!”
베켄이 만드는 위험한 물건을 건들 6소대원들이 아니었다.
그 베켄이 무려 무시무시한 칡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고 있으니 베켄 의 경고가 아니라고 해도 얼씬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먼지와 흙이 들어가지 말라 고 뚜껑을 덮어서는 3일을 놔둔 베 켄은 3일 뒤에 칡 물이 든 커다란 냄비를 바라보았다.
“음! 잘되었네.”
검은색의 칡 물이 보였고 칡의 향 기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독약인가 봐, 저 씨커먼거 봐.”
“먹으면 녹아내리는 거 아니야?”
몬스터들이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 는 검은색에 수군거렸지만 베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검은 칡 물을 쏟아내었다.
그러자 검은 물 아래쪽에 가라앉아 있는 칡 전분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 했다.
“오! 됐다, 됐어!”
베켄은 마치 엿처럼 끈적거리는 칡 전분을 들고 지옥불 화로 옆에 놔두 어서는 건조시켰다.
“열을 가하면 타 버리니까 옆에 두 고 건조시켜야지. 잘 건조되었으면 좋겠는데.”
칡 전분은 방부성이 없어서 쉽게 상하기에 최대한 빨리 건조시켜야 했다.
중간에 끓여 멸균 작업을 했지만 칡 전분 만드는 일은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놔두자 딱딱하 게 굳은 칡 전분이 만들어졌다.
“끈적거리던 처음과는 달리 칡 덩 어리는 의외로 쉽게 부서진단 말이 지.”
베켄은 딱딱한 돌덩이처럼 보이는 칡 전분 덩어리를 손으로 부수었다.
베켄이 힘이 강해진 것도 있었지만 칡 전분은 쉽게 부스러지며 마치 밀 가루처럼 변했다.
“이렇게 손으로 문질러서 칡 전분 가루를 만들면 완성.” 사실 몬스터들을 시키면 되었지만 하루 종일 막사 공사한다고 온몸이 먼지투성이에 땀투성이인 녀석들에 게 시켰다가는 먹지도 못하고 다 버 려야 할 것 같았기에 직접 칡 전분 을 만든 베켄이었다.
“그럼 이제 뭘 만들어 먹을까?”
칡 전분을 다 만들었지만 사실 칡 요리는 들어가는 재료가 많았다.
당장 간장이나 식초도 없었고, 야 채도 없었으니 칡 냉면이나 칡 국수 같은 것을 만들기도 힘들었다.
“결국 별수 없이 전분 빵 정도인 가?”
베켄은 조미료가 없자 아쉬워하며 칡 전분에 물을 부어 반죽한 뒤에 하루 동안 숙성시킨 다음에 지옥불 화로에 칡 전분 반죽을 구웠다.
빵이라기보다는 난이라 불리는 음 식같이 되었지만 그렇게 노릇노릇하 게 구워진 찱 전분 빵을 만든 베켄 은 슬슬 자신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 는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다가갔다.
“아윽! 배가! 화장실 좀 갔다 오겠 지 말입니다.”
“아차! 나 근무 시간인데. 이거 늦 었네.”
“뭐? 중대장님께서 부르셨다고? 진 작 말했어야지!”
베켄과 함께 지내 오면서 눈치만큼 은 기가 막히게 빨라진 몬스터들은 되지도 않는 말을 떠벌이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있는 베켄을 속일 수는 없었 다.
“동작 그만!”
베켄은 근 일주일 가까이 후임들을 위해 고생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서 운함이 들었다.
그 고생을 했던 것이 자신만 잘되 자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후임들은 그런 베켄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 다.
물론 매일같이 똥국만 먹는 것이 너무나도 질려 뭐라고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상처 입은 베켄은 언젠가 자신의 마음을 후임들도 알 아봐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먹어!”
안 먹으면 베켄의 분노의 몽둥이가 자신들을 떡갈비로 만들 것임을 안 6소대원들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베 켄에게서 칡 전분 빵을 받아서는 입 안으로 넣었다.
‘어무이! 저 이렇게 갑니다! 몸 건 강하세 예!’
독으로 추정되는 새까만 물속에 있 던 덩어리로 만들었으니 먹으면 분 명 몸이 녹아내릴 것이라 생각하며 꾸역꾸역 눈물 젖은 칡 전분 빵을 먹던 6소대원들은 첫 번째 맛이 쓰 디쓴 맛임에 역시나라는 생각을 했 다.
쓴맛 다음에는 텁텁한 맛이 났다.
설탕이라도 있었다면 조금 나을 터 였지만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는 칡 과 고사리뿐인 마계에 설탕으로 사 용할 작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쓰고 텁텁한 칡 전분 빵을 꾸역꾸역 입안의 침과 함께 섞어 먹 던 몬스터들은 이내 전분의 단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 응?”
“몸이 안 녹는데?”
생각보다는 먹을 만하다는 것에 다 들 의아해하고 있을 때 베켄도 자신 이 만든 칡 전분 빵을 먹으며 맛을 음미했다.
“역시 설탕이 필요하네. 그래도 오 랜만에 먹는 탄수화물이다.”
베켄은 삼삼한 탄수화물 맛에 아쉽 지만 만족스러웠다.
“멍청한 놈들, 내가 니들 죽으라고 못 먹을 거 먹이겠냐? 고사리도 어 떻게 하느냐에 따라 식재료가 될 수 있는 거야. 칡도 마찬가지고. 니들은 매일 똥국만 먹을래?”
베켄은 그제야 자신이 독을 만들고 있던 것이 아니라 먹을 음식을 만들 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랬던 것이었군요. 베켄 전사님.”
“저희가 오해를…….”
6소대원들은 자신들이 오해하고 있 었다는 것을 알고서는 미안해했다.
생각보다 칡 전분 빵은 먹을 만했 고, 탄수화물이 배 속에 들어가서 팽창하자 위도 든든해졌다.
“막사 공사는 대충 끝났지?”
“예! 베켄 전사님.”
베켄에게 배운 대로 자신의 막사를 지은 6소대원들은 고되기는 했지만 완성된 막사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 소를 지었다.
전부 온돌방으로 만들기에는 무리 였지만 제법 집같이 지은 막사였다.
지옥불 화로와 연결된 온풍 시스템 은 막사 안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물론 지옥불 화로와 가까운 쪽은 지옥의 뜨거움을 지옥불 화로와 멀 리 떨어져 있는 막사 끝은 추위로 오들오들 떨어야 했지만 과거보다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당연히 고참은 쾌적한 중앙에 자리 를 잡았다.
“그럼 칡 전분 만드는 방법 알려 줄 테니까. 음! 피부에 털 없는 놈 으로 나 따라와.”
“알겠지 말입니다.”
요리를 하는데 털 있는 몬스터를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베켄은 그나 마 몸에 털도 없고 피부도 깨끗한 몬스터를 골라서는 찱 전분을 만드 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렇게 6소대 몬스터들은 칡 전분 가루를 만들어 막사 창고에 차곡차 곡 쌓는 것이다.
칡 전분 가루를 쌓아 보관했고, 식 사할 때마다 꺼내 난 빵을 만들어 먹거나 식당에서 고기 육수를 얻어 와서는 수제비나 막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6소대 몬스터의 입에 난 빵이 물려 있는 것을 본 몬스터들이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게 뭔데?”
“삵빵.”
“삵빵?”
“그래! 삵으로 막 이렇게! 이렇게 하면 이렇게 빵을 만들 수 있다. 먹 을 만하다. 먹고 나면 배도 든든하 고.”
칡으로 먹을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몬스터들은 꿈틀거리 는 칡밭을 바라보았다.
벌써 몇 군데 주둔지 막사가 칡의 공격에 초토화되었다.
거의 매일같이 찱 줄기를 수확하고 있었지만 번져 가는 속도는 가히 경 이로울 정도였다.
이러다가는 마왕군 6병단의 주둔지 를 옮겨야 할지도 몰랐다.
그런 칡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말에 다들 귀가 솔깃하면 서도 근심이 들었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몇몇 다른 소대의 몬스터들이 칡 빵을 얻 어먹고서는 결국 칡밭으로 달려갔 다.
몬스터들도 똥국에는 질려 있었던 것이다.
“살려 줘어!”
“뿌리를 캐야 한다, 뿌리! 물러서 지 마라!”
“게스가 안 보입니다! 게스야, 미 안하다아!”
몬스터와 칡의 처절한 전투 끝에 몬스터들은 칡 줄기와 칡뿌리를 전 리품으로 회수해 갈 수 있었다.
물론 칡들도 몬스터들을 전리품으 로 회수하기는 했다.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사이가 된 것이다.
그렇게 베켄은 굵은 칡뿌리를 들고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소대 몬스터 아저씨들을 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 쉬고서는 간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 던 식당의 취사반 몬스터들에게로 향했다.
자신이 감당할 양이 결코 아니었 다.
그렇게 며칠 뒤에 취사반 몬스터들 은 입이 두 치는 튀어나와서는 칡을 치대고 있었다.
과거에는 그냥 싱싱한 몬스터 시체 를 커다란 솥에 넣어 푸욱 끓이면 되었지만 일거리가 엄청나게 많아진 것이다.
그렇게 취사반 뒤에는 몬스터의 시 체보다 칡뿌리가 더 많이 쌓이기 시 작했다.
마왕군 몬스터들의 식판에는 보다 풍요로워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의 고생이 있었지만 군
생활에 안 힘든 이는 없는 법이다.
〈마왕군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