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청동 가면
진향은 독기 어린 눈으로 탕유를 노려보며 뒤로 물러섰다.
탕유는 진향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지 검을 들고 일절과 마주 섰다.
지난번 당무관에서 일절과 겨룰 때는 맨손으로 장법을 겨뤘었다.
이제는 진검으로 일절과 겨뤄야 하니 심장이 쿵쾅거리며 긴장됐다.
동시에 전사의 피가 끓어오르며 새로운 희열이 밀려왔다.
복호장법을 펼진 이후라 그런지 탕유의 눈은 호랑이 눈으로 변해 있었다.
일절은 탕유의 모습을 보며 대낮에 호랑이를 만난 듯 소름이 끼쳤다.
‘이 아이의 살기가 사람과 사뭇 다르다 했더니, 바로 짐승의 살기였구나!’
“검을 뽑아라!”
쓱쓱!
탕유는 비록 까마득한 후배였지만, 검을 겨누고 마주 서니 일절은 여느 때보다 진지한 마음이 들었다.
쉭쉭!
탕유가 화엽비술을 펼치며 일절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일절은 탕유가 도는 방향으로 몸을 돌릴 뿐, 전혀 발을 움직이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얍!”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탕유의 검 끝이 일절의 하체 요혈을 향해 춤을 추듯 들어갔다.
창창창!
탕유가 그림자 검술을 펼치자, 일절도 탕유를 가볍게 상대할 수가 없었다.
‘흠. 이것은 선우 장문의 검술이군…….’
일절은 처음에 아미파 제자들이면 누구나 펼칠 수 있는 소청검법(小淸劍法)을 펼쳤다.
창창창!
몇 차례 검과 검이 부딪쳤지만, 탕유에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상하군… 검법은 흡수를 못 하는 것인가?’
이런 의문이 생기자, 자신의 절기인 멸절검법(滅絶劍法)을 펼쳐보았다.
“핫!!!”
창창창!
“우…….”
멸절의 검세가 격렬해서 탕유가 두 걸음 밀려났다.
역시 일절의 멸절검법은 대단하였다.
일절이 공력을 끌어올리며 멸절검법을 거칠게 펼쳤다.
탕유는 일절의 거대한 검세에 눌려 자신의 그림자 검술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
창창창!
“으…….”
탕유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정신이 아득해 눈앞이 어지러웠다.
일절이 멸절검법으로 바꾼 후에도 수십 초를 겨뤘으나, 여전히 탕유에게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일절은 고개를 갸웃하고, 검을 거두며 말했다.
“되었다!”
일절이 검을 거두자, 탕유는 가쁜 숨이 진정되며 제대로 호흡할 수 있었다.
“휴…….”
천봉과 원장이 달려와 탕유를 부축하며 말했다.
“탕유! 괜찮아?”
“응…….”
“어휴! 일절 장문의 검술은 정말 무서워…….”
일절은 탕유에게 다가와 물었다.
“잠시 진정하면 괜찮아질 것이다.”
“네.”
“그런데 검술을 겨룰 때는 너의 신비한 능력이 나타나지 않더구나?”
“네… 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음… 앞으로 너는 검술로 상대와 겨루거라! 그것이 너에게도 좋을 것이다.”
탕유도 일절의 말이 옳다고 생각되었다.
닥치는 대로 상대의 무공을 흡수한다고, 결코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을 거라 생각되었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너는 선우 장문을 본받아 늘 사부의 가르침을 지켜야 할 것이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너희들은 아미에서 하산하여 사부에게 돌아가거라!”
“네.”
이렇게 아미에서의 짧은 생활은 끝이 났다.
소림 삼걸은 다시 세상으로 나가게 되어 기뻤으나, 정들었던 미향과의 이별은 아쉽기 그지없었다.
미향은 아미산 아래까지 배웅해주었다.
“탕유!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응. 우리는 장안성 구경하고 소림파에 들렀다가 요양으로 돌아갈 거야!”
역시 세상에 호기심이 많은 나이인지라, 이 기회에 가장 번화한 장안을 보고 싶었다.
“와! 재밌겠다. 내 몫까지 신나게 구경해!”
“후후! 그래. 미향!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그래. 다시 보자!”
“이랴!”
히히힝!
소림 삼걸은 미향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장안을 향해 질주하였다.
마공이 쳐들어오기 전에 장안에서 실컷 구경하고, 늦지 않게 요양에 도착하려면 이동 시간을 줄여야 했다.
역시 사천은 협곡으로 둘러싸인 지역이었다.
수일을 좁은 협곡을 헤매고서야 탁 트인 평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제 곧 장안성이 보일 것이다.
장안성이 가까워지자 생전 처음 보는 요상한 얼굴의 상인들이 보였다.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에서 장안성으로 들어온 서역 상인들이었다.
소림 삼걸은 장안성 서쪽 성문 앞에서 성으로 들어가려고 줄지어 선 사람들 뒤에 섰다.
원장은 키가 크고, 코도 크고, 눈동자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탕유와 번갈아 보며 말했다.
“하하. 누님! 눈 색깔만 빼면 저 서역 사람들하고 누님이 비슷해요.”
“혹시, 누님의 조상은 다른 세상에서 온 것이 아닐까요?”
탕유의 생김새와 신비한 능력에 원장은 이런 상상을 했다.
천봉도 새삼스레 탕유가 자신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탕유는 원장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나도 궁금해! 나와 닮은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어.”
소림 삼걸은 서쪽 문 근처에 객잔을 잡고, 장안성 곳곳을 걸어 다니며 호기심을 채워갔다.
장안성에는 동시와 서시라는 두 개의 번화한 시장 거리가 있었다.
소림 삼걸은 우선 가까운 서시부터 구경했다.
비단 상점들이 즐비한 비단 거리를 지나자, 오래된 물건을 파는 골동품 거리로 접어들었다.
“어? 저거 봐요!”
원장이 탕유의 손을 잡아 흔들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상점에 전시된 청동 투구가 보였다.
“누님! 저 투구 어디서 본 듯하지 않아요? 누님 귀걸이에 걸려 있는 문양과 비슷해요!”
탕유가 다가가 살펴보니 청동으로 만들어진 투구였다.
눈과 코까지 덮을 수 있는 것이 투구 같기도 하고 가면 같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귀걸이에 달린 얼굴 문양과 흡사했다.
“와! 희한하네! 정말 비슷해! 탕유 이 가면 한번 써봐!”
“내가?”
“응!”
천봉이 가면을 들어 탕유에게 내밀었다.
탕유도 호기심에 청동 가면을 얼굴에 써보았다.
청동으로 만들어져 조금 무겁기는 했으나, 희한하게 얼굴에 착 감기는 것이 착용감도 괜찮았다.
마치 탕유는 전장에 나서는 장수 같았다.
“음! 잘 어울리는군! 마치 귀걸이와 한 쌍인 것 같구먼.”
골동품 상점 주인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다가오며 신기해했다.
탕유는 얼른 가면을 벗어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탕유가 가면을 마음에 들어 하자 원장이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이 가면 파는 건가요?”
“당연히 파는 거지.”
“얼마인가요?”
“꽤 비싼데…….”
“얼마인데요?”
“은자 20개.”
“네? 그렇게나 비싸요? 저희는 은자 10개 밖에 없는데…….”
탕유도 가면이 갖고 싶었지만, 은자 20개는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행여 은자 10개로 깎아준다고 해도 요양까지 갈 여비가 없었다.
노인은 탕유의 표정을 살피더니 물었다.
“그 귀걸이 좀 볼 수 있겠는가?”
‘혹시나 이 노인이 귀걸이의 비밀을 알고 있지 않을까?’
탕유는 노인이 골동품 주인이고, 선량해 보여서 거부감없이 귀걸이를 건넸다.
노인은 귀걸이를 찬찬히 살피더니 말했다.
“거참 희한한 일이군…….”
“뭐가요?”
“이 귀걸이와 가면은 아마도 한 쌍 같구먼…….”
“한 쌍이요?”
“그렇지.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도 같고, 둘 다 표면이 깔끔하게 처리된 것이 마치 한 사람이 만든 것 같구나. 청동으로 작은 귀걸이를 이처럼 정교하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한 솜씨야!”
탕유는 노인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혹시 어르신께서는 고촉국의 전설을 아시나요?”
노인은 흠칫 놀라더니 물었다.
“어린 네가 어찌 고촉국의 전설을 아는 것이냐?”
탕유는 당현자에게 들었던 내용과 부모님의 유품으로 받은 귀걸이 이야기를 했다.
노인은 탕유의 얘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고촉국의 전설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전설과 이 귀걸이가 관련이 있나요?”
“마침 나도 그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고촉국의 전설에는 고촉국의 신물이 단검과 귀걸이라는 얘기가 있다.”
“신물에는 어떤 힘이 있나요?”
“그건 나도 모른다.”
혹시나 노인에게서 귀걸이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탕유는 적잖이 실망하였다.
노인은 청동 가면을 들어 손으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음… 이 청동 가면은 나의 아버지가 우연히 얻은 것인데, 지금까지 아무도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어…….”
탕유는 청동 가면이 갖고 싶었으나, 은자 20개는 소림 삼걸에게 엄청난 돈이었다.
탕유의 표정에서 간절함을 보았는지 노인이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 이 가면 너에게 주겠다. 은자 두 개! 어떠냐?”
은자 두 개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정말요?”
“그래. 내 보기에 가면이 주인을 제대로 만난 것 같구나.”
“감사합니다.”
천봉이 얼른 은자 두 개를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원장이 얼른 노인에게서 청동 가면을 받아 탕유에게 주었다.
“누님! 다시 써보세요!”
“응. 흐흐!”
탕유는 청동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천봉과 원장은 탕유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공을 겨룰 때와는 달리 평소에 탕유는 까다롭지 않고 털털했다.
“탕유! 그 가면을 쓰고 마공과 싸우면 멋있겠어! 특히 밤에 보면 무시무시하겠는걸?”
“그렇지? 놀라 자빠지겠지?”
청동 가면을 쓴 탕유는 마공과 싸우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청동 가면을 쓰면 희한하게도 호기가 넘쳤고, 마공과 싸울 생각만 해도 힘이 솟구쳤다.
뜻하지 않게 가면을 얻은 탕유는 온종일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였다.
천봉은 흉측한 청동 가면을 좋아하는 탕유가 이상했다.
일반적인 18세 소녀가 좋아할 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사흘 동안 장안 구경을 실컷 하고, 삼걸은 소림파로 말머리를 잡았다.
사부께서 돌아오는 길에 소림궁에 들러 수향과 장극에게 안부를 전하라 하셨다.
비록 수향과 장극에게 부탁한 일이지만, 수개월 동안 비워놓은 소림파도 확인해야만 했다.
낙양을 지나고 이제 숭산이 멀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술 생각이 나서 객잔에 자리를 잡고, 백주를 한 잔씩 했다.
탕유는 또 가면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탕유! 가면이 그렇게 좋아?”
“응. 좋아!”
“정말 그 가면을 쓰고 마공과 싸우고 싶어?”
잠시 생각하던 탕유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천봉, 원장 너희 둘은 소림파로 가! 나는 천마산에 갔다 올게.”
“천마산? 거긴 왜?”
“마공 무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사부님께 알려드리면 도움이 될 것 같아. 그 모용각이란 놈이 사부님과 사모님의 원수라며? 그놈이 마공과 같이 있는지도 알아보고.”
“그럼 우리보고 소림파에서 기다리라고?”
“응!”
천봉은 탕유 혼자 가는 것이 영 불안했다.
그러나 같이 가자니 또 원장이 문제였다.
천봉이 머뭇거리자 원장이 나섰다.
“누님! 저 때문에 그래요? 잘 따라 다닐 테니 우리 같이 가요. 혼자보다는 셋이 낫죠.”
아미에서 아난 스님의 도움으로 숫타음경의 요결을 깨우친 후 원장의 무공 실력도 나날이 발전하였다.
“좋아! 그럼 셋이 같이 갈까?”
천봉은 영 찜찜한 표정이다.
“음… 난 왠지 불안해… 사부님이 무사히 돌아오라 하셨는데…….”
“천봉! 걱정하지 마! 우린 절대 안 잡힐 거야. 날 못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