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establish a family with secret arts RAW novel - Chapter 66
066화 아난스님
나는 아난 스님의 말씀에 깨달은 바가 있었다.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럼 숫타양경은 굳이 해독할 필요가 없겠군요.”
아난 스님은 내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음을 알고 기뻐했다.
“그대는 이미 깨달았으니 그저 자신을 수양하며 배우는 자세로 삶을 살면 될 것이오. 여기까지 왔으니 내 숫타양경에 설명된 요가법을 설명해드리겠소!”
이렇게 말하며 아난은 숫타양경에 그려진 그림대로 하나하나 자세를 설명하며 호흡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이미 숫타음경의 요체를 깨우쳤기에 한 시진 정도 아난의 설명을 들으니 숫타양경은 더는 필요가 없어졌다.
나와 모용언은 아난 스님에게 감사의 말을 드리고 무자트 강가를 산책했다.
모용언은 내가 숫타양경의 요체를 깨달았다고 하니 되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힘들게 얻은 숫타양경의 쓰임새가 크지 않음에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숫타양경을 찾았는데 그게 천축국 수행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요가법이었다니 정말 어이가 없네…….”
“꼭 그렇게 생각할 건 없어! 난 아미산에서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면서 어는 정도 예상했었어…….”
모용언이 발끈했다.
“뭐라고? 그럼 왜 힘들게 우물을 파고 여기까지 온 거야?”
나는 모용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언이, 너랑 같이했으니까 힘든 줄 모르고 한 거지! 난 아미산에서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행복했어!”
나의 다정한 말에 모용언은 치밀었던 화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래! 오빠 말이 맞아! 이제 모든 것이 확실해졌으니 우리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우리는 인생의 큰 매듭을 풀고서 다시 또 다른 미래를 설계했다.
* * *
다시 명랑해진 모용언이 이향을 찾아가 물었다.
“이향 언니! 아미산으로 언제 출발하실 건가요?”
“내일 아훌라 스님을 위한 천도제를 지내고 아난 스님이 준비되면 출발할 것이니까 사흘 후가 되겠네…….”
“천도제가 무엇인데요?”
“천도제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불교의식이야! 이 기회에 잘 보아둬!”
모용언은 영혼에 대해 늘 흥미로워했다.
“알겠어요! 영혼을 위한 의식이군요. 불교는 정말 신비로워요…….”
다음 날.
천불동 재식 동굴에서 아훌라 스님의 영혼을 위한 천도제가 진행되고 나와 모용언은 아훌라 스승님의 마지막을 경건하게 지켜보았다.
천불동에서 수행 중인 승려들이 다수 참석해 부처님 말씀을 외워 말하는데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노래를 합창하는 듯하여 나에게는 마음을 평화로워지게 만드는 아름다운 노래처럼 들렸다.
천도제가 끝나자 아난 스님이 20년간 지내던 키질 천불동 생활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다시 장안을 향해 긴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난 스님이 20년을 지낸 곳에서 정리한 짐이 아무것도 없자, 모용언이 이향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아난 스님은 짐이 아무것도 없나요? 부처님 말씀을 적은 서적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수향이 옆에서 답했다.
“인도 승려들은 부처님 말씀을 책에 적어서 다니지 않고 모두 머릿속에 외워서 다닙니다. 그래서 불경을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머리 좋기로 소문만 모용언도 놀라워했다.
“아, 그렇군요. 그래서 어제 천도제에서 한 시진이나 불경을 외웠던 거군요. 그렇게 불경을 전부 외워 말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아마 온종일 해야 할 겁니다.”
“네? 머리 나쁜 사람은 불경 공부 못하겠네요…….”
“호호호! 하하하!”
한바탕 웃고 출발하자 곧 사막의 냉험한 현실이 피부로 다가왔다.
다시 사막 모래 속을 뚫고 가려니 한번 지나왔던 길인데도 여전히 힘겨운 여행이었다.
보름 만에 겨우 둔황에 도착하고 보니 제일 힘든 구간을 지나왔다고 생각되어 오히려 힘이 났다.
모처럼 제대로 된 객잔을 찾은 모용언이 아난 스님께 음식을 대접하려 했으나, 아난 스님은 천불동에서처럼 한 가지 채소와 밥만 먹었다.
모용언이 아난 스님께 물었다.
“척박한 키질 천불동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여러 음식이 있는데도 안 드시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요?”
아난이 웃으며 답했다.
“음식이란 몸을 지탱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그저 그 쓰임에 적합하면 되는 것이지요. 인간의 오감 만족에는 끝이 없으니 연연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대가 나를 위해 마련했으니 먹지요!”
이렇게 말하며 모용언이 주문한 음식을 조금씩 모두 맛보았다.
“맛있습니다!”
이리 말하며 아난 스님이 웃었다.
아난 스님이 이렇게 음식을 드시니 이향과 아미 제자들도 오랜만에 포식했다.
나는 아난 스님의 행동을 보며 다시 깨달은 바가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보름간의 고행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둔황 객잔에서 하루를 푹 쉬기로 했다.
둔황 시내를 산책하다 월아교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모용언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곤륜파 사람들은 무당에 잘 도착했는지 모르겠네? 장사붕 장문과 협의가 잘되었을까?”
“그러게… 그런데 난 한편에 다른 걱정이 있어!”
“무슨 걱정?”
“화산파 영호청 장문이 어찌 되셨는지 걱정이야! 화산파가 장안에서 가까우니 우리 영호청 장문을 뵈러 가볼까?”
모용언은 영웅의 기개가 넘쳤던 영호청을 떠올리며 찬성했다.
“그래! 나도 영호청 장문이 기력을 되찾았을까 걱정되었어! 그리고 화산이 그렇게 멋지데. 그런데, 난 사실 천리인이 진시황릉 입구를 어찌 마무리했을지가 더 궁금해!”
모용언이 진시황릉 얘기를 꺼내자 양목의 결의에 찬 표정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을 잊고 있었네! 정말 어찌 되었을까? 장안에 도착하면 바로 가보자!”
“좋아!”
다음 날, 둔황에서 출발해 일주일을 달려 무위에 도착해 객잔을 잡았다.
이 객잔은 두 달 전 금련을 만났던 그 객잔이다.
모용언이 식사하는 내내 혹시 금련이 오지 않을까 싶어 객잔을 둘러보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언아! 금련이라는 여자를 찾는 것이야?”
“응! 난 왠지 여기오면 금련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든… 금방이라도 저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끼이익!
그런데 모용언의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문을 열고 금련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의 말대로 금련이 들어오자 오히려 우리가 놀랐다.
이번에는 그녀 옆에 그 무서운 젓가락 노인은 보이질 않았다.
금련은 나와 모용언에게 다가오며 웃었다.
“호호호! 왜 그렇게 놀라? 혹시 내 얘기하고 있었던 거야?”
모용언은 그녀가 우리들의 얘기를 들었나 싶어 사실대로 말했다.
“맞아요! 우리는 지금 언니 얘기를 하던 중이었어요!”
금련은 나와 모용언이 자신을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을 듣고는 기쁜 표정이다.
“사실 나도 너희가 키질 천불동에서 돌아올 때 볼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내 졸개들이 너희가 둔황에서 떠났다고 알려줘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우리는 금련이 우리를 보려고 일부러 객잔에 온 것이 반가웠다.
모용언이 금련을 이향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아미파 이향 대사매세요.”
“이쪽은 금련 언니.”
금련은 이향을 보더니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대가 아미파 대사매 이향이 군요! 담천에게 얘기 들었어요. 아미파 무공은 특별한 것이 없다더군요!”
이렇게 말하고는 나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담천이 무도 네 무공은 무척 칭찬하더라. 너 태극파라며?”
나는 이 소녀가 예측할 수 없는 성격이라 어찌 상대할지 난처했다.
이향은 금련이 안하무인으로 자신을 대하자 화가 났지만, 어린 소녀이고 나와 모용언에게는 다정하게 대하니 그것으로 됐다 싶었는지 더는 상대를 안 하고 아난 스님과 아미파 제자들을 데리고 이 층 객실로 올라갔다.
모용언도 금련이 이향에게 무례하게 굴었으나, 이향이 마침 이 층으로 올라가 주어서 모른 척하고 넘어갔다.
“언니! 그 담천이란 사람은 누구야? 무공이 대단하던데?”
금련은 모용언을 흘깃 흘기며 말했다.
“그럼, 그 담천을 이긴 무도의 무공은 더욱 대단하다는 것이네?”
듣고 보니 쑥스러웠는지 모용언이 웃었다.
“말이 그렇게 되나? 흐흐흐!”
“담천은 우리 월아교의 8대 당주 중 한 사람이야!”
나는 담천이 8대 당주 중 한 명이란 소리에 적지않이 놀랐다.
“그럼 월아교에는 담천 같은 사람이 8명이 있다는 건가?”
금련이 별것 아니란 듯이 말했다.
“그런 셈이지…….”
모용언이 물었다.
“그럼, 젓가락으로 손가락을 자른 노인은 누구야?”
“그도 역시 8대 장로 중 하나인 저옹이야!”
모용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 노인의 무공이 대단하더라… 그럼 언니는 월아교와 어떤 관계야?”
“나의 할아버지가 월아교 교주이시지!”
“언니가 교주의 손녀라고?”
“응!”
나는 금련이 월아교 교주의 손녀라는 것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월아교에 무공고수가 많아 월아교가 중원에 진출하면 큰 파문이 일 것이란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눈치 9단인 모용언이 나의 안색을 살피고는 나의 걱정을 덜어주려 했다.
“언니! 그런데 월아교는 이 지역에서 세력도 있고 돈도 많이 버는데 굳이 중원으로 진출하려는 의도가 뭐야?”
금련은 이전과 다르게 냉랭하게 답했다.
“한나라가 실크로드 지역을 침범하여 자신의 세력 아래에 둔 것은 누구의 허락을 받고 한 것은 아니잖아? 힘센 쪽이 원하는 곳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사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불문율이지!”
“그건 그렇지…….”
나와 모용언은 금련의 말에 딱히 반박할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막을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물었다.
“중원으로 들어오는 것은 그대들의 자유라고 할 수 있지! 그럼 중원 무림을 어찌하겠다는 것이지?”
금련은 무도가 진지하게 나오자 웃었다.
“중원 무림 걱정을 무도 네가 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하고 그래, 천불동에 가서 그 경전은 해독했어?”
모용언도 금련과 굳이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분위기를 바꿨다.
“언니! 언니가 준 이 목걸이 정말 대단하던데? 둔황 월아청에 갔더니 공짜로 통행증을 만들어주더라고! 그래서 쉽게 옥문관을 통과했어! 그리고 천불동에서 경전도 해독했어! 언니 말처럼 그냥 천축국의 요가법이었어!”
예상했다는 듯 금련이 자못 으스댔다.
“거봐!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암튼, 잘 다녀왔다니 다행이네! 그럼 너희들은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우리는 화산파에 볼일이 있어서 장안에 잠시 들렀다가 화산으로 갈 거야!”
“그렇구나! 나도 곧 중원 구경하러 갈 거니까 또 만날 수 있겠네! 그리고 무도 고향인 고구려에도 가보고 싶어!”
모용언은 금련이 고구려에 관심이 많은 게 이상하여 물었다.
“언니!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고구려에 관심이 많은가 봐?”
금련이 모용언에게 다가와 속삭이는데 들어보니 황당한 소리이다.
“그거야 당연하지! 고구려는 우리 집안의 뿌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