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236
〈 236화 〉 제국과 동방의 귀빈
“요호족은 과거에는 구미족이라고도 불렸지요.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습니다만.”
“지금은 왜 그렇게 안 부르는 건데?”
들은 적 없는 설정이었다. 정발이 되지 않은 소설책에는 적혀있던 내용일까.
“간단합니다. 구미족이란 이름에 맞게 꼬리가 9개인 자가 없기 때문이죠. 3대째 그게 이어지니 구미족이라는 이름이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았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요호족이 되었습니다. 다소 불쌍한 이야기지요.”
그러고 보면 린린도 2개에 불과했다. 동방연맹 루트를 진행하면 만나게 되는 요호족의 높은 사람도 6개였던 기억이 있다. 9개의 꼬리를 가진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9개의 꼬리를 가진 요호족이 왜 안 나오게 된 걸까?”
“아마, 피를 진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진 근친혼이 역효과를 일으킨 것이겠지요.”
“근친혼……. 과연.”
폐쇄적인 가문이 근친혼으로 피를 더 진하게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제법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전적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기에 몸이 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가 태어나고 만다. 아마 마력을 좀 더 진하게 하는 것에도 실패하고 만 것이리라.
“제국에도 꽤 있었지. 딱히 강한 아이가 나오지도 않고 부작용만 일어났기에 금지했지만. 다들 생각하는 건 비슷하네.”
“약하게 태어난 아이들만 불쌍한 일이지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억지로 결혼해야 했을 남매들도 그렇습니다.”
유에가 쓴웃음을 지었다. 근친혼의 피해를 입은 아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약간 신경이 쓰인다. 지금 물어볼 일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그걸 깨닫긴 한 것인지 현세대부터는 더는 근친혼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마력이 회복되려면 제법 긴 시간이 걸리겠지요. 다시 구미를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마력이 뛰어난 사람을 찾아야 할 것이고요.”
“강한 마력을 지닌 사람과 자식을 가지면 회복되는 거야?”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구미족은 모두 9개의 꼬리를 가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모두 구현화할 마력을 지닌 자가 없을 뿐. 근친혼으로 인해 약해진 마력을 다른 피를 받아서 강화시킬 수 있다면 아마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그보다 린린은 2개밖에 없었는데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니, 각성하면 5개까지 늘어나긴 했던가. 솔직히 루트 한정 동료 캐릭터는 잘 기억이 안 나서 곤란하다. 동방연맹 루트는 루트 캐릭터가 남자라는 이유로 제일 적게 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 정도로 뛰어난 마력을 가진 자는, 솔직히 귀족 이외에는 없습니다.”
유에는 성가신 일이라는 듯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지금 한창 경기하고 있을 미엔 정도가 높은 마력을 가진 음양사입니다만, 여자니까 결혼할 수는 없지요. 외동딸이고.”
미엔에 대해서는 대충 기억하고 있다. 부업으로 열심히 부적을 그려서 파는 가난한 아이였던가. 안쓰럽고 귀여워서 동방연맹 캐릭터 중에서는 유에 다음으로 좋아하는 유닛이었다.
“그 이외에는 높은 마력을 가진 사람은 없어?”
“근친혼으로 약해졌다고 해도 요호족의 마력은 평범한 인간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요. 근친혼보다야 낫겠지만 이왕이면 자신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마력을 가진 사람과 만나게 하고 싶을 겁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런가.”
나는 유에의 설명을 인상 깊게 되새겼다.
과연. 높은 마력을 가진 사람이랑 자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가. 그거 참 괜찮은 사람 찾기가 쉽지 않겠네. 응. 마침 여기에 좋은 사람이 하나 있기야 하다만.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이네, 교수.”
“하하하하.”
유에와 텟샤가 훤히 보인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뭐, 원한다면 나눠줄 수도 있다는 거야. 물론 우선순위는 가장 아래겠지만.”
“참 솔직하다. 안 하겠다는 선택지는 없다 이거지.”
얼버무렸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쪽에서 원한다면 해줘야지 어쩌겠어. 귀족 나부랭이의 애를 낳게 하는 것보단 훨씬 좋다.
“……요호족의 장녀를, 린린을 귀족에게 보내는 것보다야 나은 일이라고는 생각하긴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안 그래도 팽창한 귀족의 세력이 지금보다 더욱 커지겠지요. 그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지금 사이가 나쁜 대로 계속 나쁘게 지내줬으면 합니다.”
“뭐, 네자랑 린린의 사이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더라고. 근처에 앉아서 살폈었지.”
사이가 좋아서 틱틱댄다는 느낌은 딱히 없었다. 가문이 결혼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결혼하고 한 10년쯤 지나면 미운 정은 좀 들긴 들 느낌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마음에 안 든다. 그렇게 둘까 보냐. 안 그래도 제작진의 편애를 받아서 죽지도 않는 놈이 여자까지 얻으려고. 허락 안 해.
“아무튼, 그 관련으로 한 번 이야기 정도는 해보는 것도 좋겠네. 그래도 순서가 있긴 하니까 당장은 손댈 수 없지만.”
당장 애를 가지게 하진 못하겠지만 미리 속궁합을 봐두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으리라. 다음에 동방연맹 쪽의 일을 진행할 때의 중요한 돌다리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교수의 성생활에 대해서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 함부로 놀리다가는 심한 꼴 당할지도 모른다? 적당히 해, 적당히.”
“……그래. 조심하도록 할게.”
나는 텟샤의 진지한 충고에 수긍했다. 그렇다고 해서 손 안 댈 생각은 없지만. 귀엽고 꼴리는데 그냥 보내줄 수는 없는 법이다. 최소한 앞으로의 떡각을 예비해두고 싶다.
나는 텟샤와 유에의 대기실을 나섰다. 마침 어벤저스와 니우로미엔의 경기가 끝난 뒤였다.
“정말 굉장한 경기였네요……. 상상도 못 한 전개가 끝없이 나왔습니다.”
“저, 저도요. 너무 충격적인 전개가 연달아 일어나서 머리가 멍해졌어요…….”
나오자마자 알리와 루시아의 어안이 벙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신경이 쓰여 경기장이 보이는 곳으로 냉큼 올라갔지만 이미 선수들은 퇴장한 뒤였다. 다만 아직도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굳어있는 관중들만이 보였다.
“아, 아무튼! 이로써 오늘의 마지막 경기도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승자는 어벤저스 팀입니다!”
허겁지겁 수습하는 듯한 알리의 멘트로 보건대 승자는 세르반테스의 어벤저스의 팀인 듯싶다.
“잠시 애들 보고 왔는데 그 사이 대체 어떤 경기가 벌어졌던 거야?”
나는 신속하게 알리와 루시아 옆의 모리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어떤 경기였냐고 하면…….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모리건은 무언가 설명하려다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직접 보는 게 재밌으리라고 생각해요. 진짜 상상도 못 한 전개였다니까요!”
“못 봤으면 다음에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알고 보면 재미가 반감될 테니까.”
루시아와 알리도 흥분해서 거들었다. 재미가 거론될 정도의 굉장한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으음. 그렇게까지 말하면 안 듣는 게 낫나……?”
나는 다른 귀빈들의 반응을 살폈다.
“큭, 푸훕. 하, 하하하하……. 아우. 하아. 죽겠군, 몇 달의 웃음을 몰아서 웃는 기분이야.”
“하아…….”
황제는 웃겨 죽겠다는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그 옆에서 카시우스는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의, 의외로 꽤 멋진 것을 보았군……. 설마 이런 흐름이 될 거리라곤. 저래서야 우리 동방연맹 애들이 져도 어쩔 수가 없어.”
린린은 살짝 뺨을 붉히고 다소 횡설수설했고, 네자는 한없이 무표정했다. 평소보다도 더욱 무펴정에 가까워서 약간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카마인은,
“크흠. 흠. 큽. 큼. 후우. 후우…….”
놀랍게도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지금까지 차갑고 무관심한 모습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
옆의 헤이젠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참으로 심란한 표정이었다.
“대체 뭘 했던 거야, 세르반테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꼴이 된 건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이쯤 가면 약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지금까지 아무래도 좋다는 듯 관심 없는 얼굴을 하고 있던 카마인의 반응이 제일 무섭다.
“내일, 아, 내일은 2조 경기네요. 이틀 뒤를 기대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틀 뒤인가……. 너무 신경 쓰이지만 좀 참아보긴 할까.”
슬슬 그냥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고 싶어졌지만, 왠지 물으면 그거대로 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직접 보는 편이 훨씬 재밌을 거고.
……근데 진짜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오늘의 경기가 끝난 뒤, 관중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귀빈들도 다르지 않았다.
“거기, 자네.”
적당히 분위기를 살피려던 차, 황제가 먼저 나를 불렀다. 나는 모리건에게 흥미를 보이는 알리에게 좀 더 어울리게 두고 혼자 내려온 참이었다.
“부르셨습니까, 황제 폐하?”
순간 무지하게 쫄았지만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군대에서 멍때리다가 사단장이 말을 걸어올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그거보다 몇 배는 높고 무서운 사람이지만.
“그래. 그대가 레온인가? 딸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황제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며 물었다.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보겠다는 듯 나를 훑어보는 눈빛이 매섭다.
“옷, 센스가 꽤 좋은데. 기사단의 정복으로 지정하면 눈이 즐거울 것 같군.”
매서운 눈빛으로 황제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좋은 아이디어네요. 저는 적극적으로 찬성하겠습니다.”
나는 황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
그런 나와 황제를 바라보며 카시우스가 진심으로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 기억에는 항상 제국의 미친 망나니 제1계승자로 나오는 카시우스였지만, 어째 볼수록 의외로 평범한 사람의 분위기다.
아직 삐뚤어지지 않은 것일까. 그렇다면 무슨 계기로 그렇게 삐뚤어지게 된 건지도 다소 신경이 쓰인다. 어쩌면 1부가 진행되는 사이에 무언가 지독한 일이라도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딸아이가 몰라보게 강해졌군. 너무 강해져서 솔직히 꽤 놀랐을 정도야. 라는 말은 사실이었나 보군. 앞으로도 제국을 위해서 힘써주게나.”
황제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격려했다.
“대륙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생각입니다.”
“나는 제국을 위해 힘써달라고 했는데. 뭐, 그건 그거대로 좋지.”
내 슬쩍 핀트를 바꾼 대답에 황제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제법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웬만하면 평화로운 게 좋더라고. 그런데 교수, 평화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웃고 있지만 몹시 진지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평화라는 건 보통 제일 강한 사람이 원하면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그러니 일단 제일 강해지면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황제의 질문에 가장 솔직하게 대답했다. 황제는 내 대답이 싫지는 않은 듯 흐음, 하고 턱을 매만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강한 힘을 가지면 보통 평화는 바라지 않게 되는 게 문제일까.”
“그걸 어떻게 하는 수밖에 없죠.”
“어떻게?”
“……사랑으로?”
“풋.”
내 가벼운 대답에 황제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큭큭큭하고 한동안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큭, 크핫. 하하하……. 후우. 근래 참 못 웃고 살았는데 정말 즐겁군. 일을 쪼개서 오길 잘했어.”
이렇게 웃음이 헤픈데 못 웃었다는 건 주변 사람들이 어지간히 재미없다는 것일까. 나는 황제 뒤의 카시우스를 슬쩍 봤다.
음, 재미없을 법도 하다.
“카시우스. 네 생각은 어떻지?”
“……저희 제국의 생산력은 점점 하락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요.”
황제의 질문에 카시우스는 나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평화를 전제로 한 대륙에서, 제국이 가장 강한 채로 얼마나 있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호오.”
“대륙에 전쟁이 없다면 제국이 강자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삐뚤어지기 전이라고 해도 전쟁에 적극적인 태도인 것은 같은 듯싶다. 약간은 더 경계해주는 게 좋을까.
“과연. 틀린 말은 아니야. 가끔은 너도 이치에 맞는 이야기를 한다니까.”
“……저는 항상 진지합니다.”
“교수. 당신은 카시우스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지?”
기껏 꽤 그럴듯한 말을 했는데도 비꼬아진 카시우스가 발끈하는 것을 무시하며 황제가 내게 물었다.
“식량이니 뭐니, 꼭 전쟁으로만 수급하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