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i put it in, I'll be SSS class RAW novel - Chapter 448
〈 448화 〉 요트 다이스 – 4
“……끙.”
컵을 열고 드러난 주사위의 눈은 2, 4였다. 한껏 분위기를 잡았던 사티가 민망하다는 듯 작게 신음했다.
사티의 최종적인 주사위의 눈은 2, 2, 2, 2, 4. 남은 어떠한 족보도 만족시킬 수 없는 결과였다.
“2는 하나 나왔는데 아깝네요. ……아, 아니. 딱히 사티가 이기길 바라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그, 뭐라고 할까. 그거 있잖아요. 지는 쪽을 응원하고 싶은……. 후우.”
그 결과에 린린이 무심코 아깝다고 했다가 나와 주변의 시선에 뒤늦게 허둥지둥 정정했다. 그리고 스스로 민망해 죽겠다는 듯 눈을 감고 귀를 착 붙였다. 어지간히 부끄러운 것 같다.
“그럴 수 있지.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래도, 판돈이 커지면 이런 말에 예민해지니까요. 괜한 말을 해서 좋을 일은 없겠죠. 죄송해요.”
린린이 귀를 축 늘어뜨리며 주의하겠다고 재차 말했다.
“대놓고 지는 쪽이라고 하는 건 약간 가슴이 아프네요. 뭐, 이번 라운드는 지고 있지만요.”
사티는 쓴웃음을 지으며 컵에 주사위를 돌려놓았다.
나는 어디에 0이라고 적으면 좋을지 사티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메나를 살폈다.
‘딱히 은 쓰지 않은 건가.’
눈이 잘 나오지도 않았고 메나가 을 사용했다는 로그도 뜨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주사위를 굴렸고 평범하게 실패했을 뿐이었다.
‘막 시작했으니 사리는 건가? 아니면 반대로 이쪽이 제대로 안 되게 을 걸 가능성도 있을까. 어떻게 되던 간에 언젠가 사용하긴 하겠지.’
상대는 확실한 승산이 없이 그냥 도박할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쓰지 않았다고 해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메나, 요트를 버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사티의 말에 메나는 사티의 요트에 0이라고 적었다. 이것으로 사티가 나를 역전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고,
“……오.”
“어머나.”
1이 많이 나와서 한 번 노려본 요트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완성되었다. 너무 스무스하게 완성된 나머지 린린이나 다른 구경꾼이 놀랄 타이밍도 잡지 못할 정도였다.
“보너스에 요트에, 첫판부터 운이 굉장히 좋으시네요.”
“아직 판돈도 얼마 안 되는데 말이야. 지금 운이 좋아봐야 어떨지.”
“10골드가 얼마 안 되는 돈이냐고 할 수 있는 금액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1라운드는 보너스에 요트까지 완성한 나의 완승이었다. 그리고 다음 판의 판돈은 지금의 2배, 20골드가 되었다. 제법 좋은 흐름이다.
“그러면, 골드는 바로바로 움직이는 편이 편하겠죠.”
사티가 메나에게 손짓을 하자 메나가 테이블 아래에 두고 있던 금고를 들었다.
가정용 전자레인지 정도의 크기의 금고에는 금화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반짝이는 것이 제법 박력이 있다.
“그게 이 도박장의 금고야?”
“네. 금고 중의 하나, 라고 할까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거 하나가 끝이라고 하고 금방 끝내버릴 심산인가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돈이 없다며 털고 빠지려는 건 막을 수 있어 다행이다.
“사티 씨, 한 가지 물어도 될까요?”
금고를 지읏이 바라보던 린린이 살짝 인상을 쓰며 사티를 불렀다.
“어떤 질문인가요?”
“그 돈은, 신고되어있나요?”
신고되어있냐는 말에 잠시 지하실에 정적이 맴돌았다.
“신고라고 하면?”
“수입의 신고, 일까요. 물론 저희 요호족은 모든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고 있어요.”
린린의 질문에 사티가 가늘게 눈을 떴다.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하지 말죠. 한참 재밌어지려는 순간에.”
그리고 손을 내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런가요. 네. 잘 알겠어요.”
날카롭게 인상을 쓰며 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동방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은 저희 요호족이 아니라 당신들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경멸을 숨기지 않고 사티를 깔아보며 말했다. 불쾌함과 혐오를 전혀 숨기지 않는 그 얼굴을 방금만 해도 당황하며 사과하던 린린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칭찬하는 건 아니지만, 뒤로 더러운 걸 숨겨두는 일은 무척 잘하니까요. 대표적으로 저라든지.”
말없이 구경하고 있던 야크샤가 담담하게 린린의 말에 동의했다.
“……이제 저쪽이 잘 안 된다고 한들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 것 같네요.”
야크샤의 말에 린린은 눈을 감았다.
“완전히 거덜 내주세요.”
그리고 감정을 한껏 담아 말했다.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야. 그러면 계속해서 가보자고.”
“분위기가 달아오르네요. 흥분해서 냉정함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리고 다시 도박이 시작되었다.
나와 사티가 요트 다이스로 도박을 시작하고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한 판에 대충 10분 내외인가.’
나와 사티는 8번째 라운드를 막 시작했다.
판돈은, 벌써 320골드였다.
‘이렇게 빨리 판돈이 불어날 줄은 몰랐는데.’
거의 두 판에 한 번은 요트가 뜬 덕분이었다.
대부분은 내가 먼저 띄웠고, 가끔은 쌍방으로 떴다. 한 판은 사티가 요트를 띄우고 무난히 가져가기도 했었다. 요트를 띄우고 패배하는 일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얼마쯤 따셨나요? 일단, 이쪽은 확실히 잃었네요.”
컵에 든 주사위를 흔들며 사티가 물었다. 나는 테이블에 쌓아둔 금화를 힐끗 쳐다봤다.
“귀찮아서 계산 안 해. 언제 잃을지 모르고, 서로 누가 죽기 전까지 끝내지도 않을 거니까.”
“정말 이쪽을 죽이겠다는 생각만 하고 계시네요. 도박에 강하신 건 알겠지만, 대체 얼마나 돈이 많으신 건지.”
내 대답에 사티는 감탄하며 컵을 뒤집었다. 주사위의 눈은 2, 3, 3, 5, 6이었다.
“여기서는 3을 노려볼까요. 빨리 채워두는 것도 좋겠죠.”
사티는 3을 제외한 주사위를 컵 안에 다시 넣고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사티와 뒤의 메나를 다시 관찰했다. 둘 다 이렇다 할 특이점은 없었다.
‘……언제까지 아무것도 안 쓸 생각이지?’
특이점이 없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320골드라고 하면 32억이다. 결코 적지 않다. 인벤토리의 아직 잔뜩 남은 골드 잔액을 힐끗힐끗 살피지 않고야 나도 절로 숨이 턱 막히는 금액이다.
‘그리고 이 금액이 요트 한 방에 2배로 불어나기까지 하지.’
제법 금화를 쌓아두고 있는데도 전혀 안정감이 없는 건 그 탓이다. 계산을 하지 않는 것도 괜히 계산했다가 잃은 금액을 실감하게 되는 게 싫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사티가 메나를 통해 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는 게 반대로 답답했다.
‘소극적으로나마 쓰고 싶을 법도 한데.’
대놓고 요트를 마구 뽑는다든지 하는 식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주사위를 나쁘게 나오게 하는 것쯤은 가능할 것이다. 이전에 룰렛에서 황급히 칸을 하나 옮긴 것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미 첫 번째 금고의 금화는 많이 줄어들어 조바심을 느낄 법도 한데, 사티는 이렇다 할 대응을 취하지 않았다. 그 무대응이, 이쪽을 불편하게 만든다.
“왜 그러시나요? 표정이 조금 안 좋으신데. 화장실 가고 싶으신가요?”
너무 여유로운 나머지, 오히려 이쪽이 밀리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니. 괜찮아. 계속 진행해. 막 재밌어지려는 참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가 죽었다든지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점점 달아올랐다.
같은 치트 없이 최고 난이도로 엠블럼 레전즈를 진행할 때와 흡사한, 매 턴 크리티컬이 터질까 말까 긴장할 때의 그 기분.
숨이 턱턱 막히면서도, 무서울 정도로 재미있다.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만 같은 감각이다.
‘이러니까 도박에 중독되는 거겠지.’
그야말로 돈과 주사위로 하는 섹스나 다름없다. 이따금 너무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몇 번이나 느낄 정도였다.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두 번 다시 이런 위험한 짓에 자신을 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귀족을 철저하게 파멸시켜 도박장을 아예 없애야만 한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사티에게서 주사위가 담긴 컵을 받았다.
주사위가 계속 굴러갔고, 칠판의 족보 칸은 몇 번이나 메워지고 지워졌다. 2라운드가 더 지났다.
“후우……. 슬슬 두 번째 금고도 미리 꺼내두는 게 좋겠네요. 줄어드는 속도가 굉장한걸요.”
첫 번째 금고가 반쯤 빈 것을 보고 사티는 짧은 한숨을 쉬며 메나에게 명령했다. 메나는 점잖게 테이블 아래에서 금고를 하나 더 꺼냈다. 슬쩍 확인해보니 저런 금고가 바닥에 몇 개나 놓여있었다.
‘응?’
금고를 꺼내는 도중, 팔이 굽혀지며 소매가 살짝 올라가 하얀 장갑 안쪽에 끼고 있는 무언가가 비쳤다.
‘건틀렛……? 권 계열 캐릭터의 장비인가.’
전투 유닛으로 판정되는 만큼, 메나는 장갑 안쪽에 유사시를 대비한 장비를 착용 중인 것으로 보였다.
뭣하면 때려죽일 생각이 너무 뻔뻔하게 드러나 웃음마저 나온다. 그야 이쪽도 그렇긴 한데.
“자. 그러면 계속 놀아볼까요.”
“그래. 좋아. 쭉쭉 가보자고.”
장비가 뭔지 확인하려고 한 순간 사티가 짝, 하고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나는 다시 신경을 도박으로 돌렸다.
‘……냉정하게 보면, 다른 걸 신경 쓸 수 있는 금액이 아니란 말이지.’
현재 판돈은 그 2라운드 사이 요트가 또 나와 판돈은 640골드였다. 이번에는 내가 아니라 사티 쪽에서 뽑아낸 요트였다. 한 번 크게 따인 차다.
‘진짜 미쳐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아직 이기고는 있지만.’
한 번 패배해서 크게 따였지만, 바로 다시 이겨서 아직 근소하게 내가 딴 돈이 더 많았다. 근소하게, 라고 표현했지만 몇십 골드, 몇억은 차이가 나는 것이 참 말도 안 된다. 원래도 별로 없던 금전 감각이 더욱 마비되는 기분이다.
“조금, 속이 안 좋습니다…….”
숫자의 단위가 점점 미쳐 날뛰는 탓에 유에가 울렁거림을 호소할 정도다. 포션을 하나 꺼내주자 마시고 금방 기운을 차렸지만, 제대로 된 금전 감각을 지닌 사람으로서는 차마 눈 뜨고 보는 것조차 힘든 판이리라.
“이제 진짜 게임이네요……. 저도 조금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사티도 마찬가지인 듯, 몸에 열기가 오른 모습이다.
볼이 발갛고, 살짝 호흡이 거칠다. 몸이 뜨거워진 듯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 쇄골도 살짝 드러났다. 가슴골은 있을 정도로 크지 않았다.
몸은 빈약하지만, 묘하게 색기가 느껴진다.
“유혹하기라도 할 생각이야?”
“그럴 리가요. 이렇게 예쁜 여자들을 잔뜩 데리고 다니는 사람을 제가 어떻게 유혹해요?”
이런 은근히 건방진 태도가 괜히 자극적이다. 지면 어떤 꼴을 당할 줄 알고 이렇게 건방진가 싶다.
“그러면 저도 최선을 다해야겠네요.”
사티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테이블 옆으로 치웠다. 걸치고 있던 붉은 재킷도 벗어서 하얀 셔츠 차림이 되었다.
뭐라고 할까, 술자리에서 편한 옷차림이 된 여상사 같다. 엠블럼 레전즈에서 보기 드문 현대적인 옷차림이니 꽤 신선하다.
“……집중하세요.”
“그래, 그래. 집중하고 있어.”
유에에게 살짝 혼났다. 나는 손을 저으며 다시 도박판에 집중하려고 했고,
‘……뭐?’
켜놓고 있던 시스템 창에 떠오른 로그에 당황했다.
“레온 씨는, 흐름이라는 걸 믿나요?”
[사티가 을 활성화했습니다.]지금까지 켜져 있다고 생각했던 스킬이, 이제야 활성화되었다고 알리는 로그였다.
“저는 믿어요. 그 흐름에 맞춰 지금까지 살아왔으니까요.”
사티는 열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이며, 주사위가 든 컵을 달그락달그락 흔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