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율리시스가 건 마법 때문에 테오는 몸이 굳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숨통까지 조여 호흡할 수 있는 입과 코가 있음에도 숨이 턱, 막혔다.
헐떡이는 숨이 목까지 컥컥 차올랐다.
툭.
마법이 풀리자 몸은 자유로워졌으나 몸은 심리적인 공포로 인해 경련했다.
“하아, 흐어억.”
“테오 신관님.”
그를 바라보는 눈이 무섭도록 깊게 가라앉았다. 테오는 단 한 번도 이런 모습의 율리시스를 본 적이 없었다.
저 묵직하고 낮은 음성으로 이름만 불려도 어떤 모욕보다 큰 힐난을 받는 것 같았다.
“성하! 그게 아니라!”
그는 주저앉은 테오를 지나갔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는 발은 주저앉은 테오의 손가락을 짓이겼다. 물론 율리시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나 개의치 않았다.
“쓸모없는 달걀을 위해 몸을 내던지실 줄은 몰랐습니다.”
요이델의 하얀 옷자락이 열에 쓸려 찢겨 있었고 그 아래로 보이는 하얀 살결도 마찰열에 쓸려 붉게 일어나있었다. 살짝 삔 발부터 둔탁한 통증이 느껴지는 얼굴. 성한 곳이 없다.
페어링으로 상처를 공유하는 그로서는 알 수밖에 없는 통증이었다.
“왜 이런 곳에서, 이런 모습으로 계시는 건지.”
꾸욱, 그곳을 건들자 아픈 듯 요이델이 몸을 움츠렸다. 소리도 안 지르고 꾹 참는 요이델을 보며 율리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으윽.”
“당신은 정말 특별 감시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율리시스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화상 부위를 치유해 주었다.
요이델은 놀라서 일어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품에 안기듯 기대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애초부터 부드러운 이목구비와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웃을 때와 아닐 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를 뿐.
진짜 얼굴은 오히려 겨울에 서릿발 치는 차가움과 닮았다.
율리시스는 대략적인 응급 처치를 한 후, 사건의 범인인 테오를 바라보았다.
테오는 그 민낯에 몸을 움찔 떨었다.
“성하…….”
그가 알던 율리시스 님이 아닌 것 같았다.
처음부터 여기 계셨던 건가? 그럼 자신이 분홍 머리 놈에게 어떻게 하려고 했는지도, 전부 봤다는 뜻인데.
테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무리 수련이라 한들 같은 신관끼리 내부 소란을 일으키는 건 묵과할 수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성하…….”
“게다가 신수의 알까지. 무얼 하려고 하셨는지 있는 그대로 말씀하십시오, 테오 신관님.”
율리시스의 얼음장 같은 음성이 그의 귓가에 꽂혔다. 그가 자신에게 책문하고 있었다. 요이델은 감싸고서.
“억울합니다! 신수 관리자는 요이델 같은 수련신관에겐 분수에 넘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요이델 신관이 미리 사명을 갖고 제대로 출입문 관리를 했으면 제가 이곳에 들어올 일도 없었을 겁니다! 명백한 직무 태만이니, 자격도 없는 신관입니다!”
테오의 말이 끝나자 신수의 알이 버둥거리듯 흔들렸다.
“플로, 난 괜찮아. 진정해.”
마치 부르르 떠는 듯 참지 못하고 요이델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다.
“자격이 없다고 하셨습니까.”
“네!”
당당한 그의 말에 율리시스는 초연히 웃었다. 멍청이를 상대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그렇다면 제 불찰입니다. 요이델 님을 신수 관리자에 발탁한 그 안목 없는 인간이 바로 저였으니. 성국을 관리하는 자로서 미흡함이 있었군요.”
핏기 없는 테오의 안색이 거무죽죽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율리시스는 요이델의 품에 안긴 신수의 알에 천천히 손을 댔다.
그러자 알이 퉁! 하고 기분 나쁜 듯 율리시스의 손을 튕겨 냈다. 율리시스는 재수 없는 알덩이를 바라보다가 평온을 유지하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요이델 님은 신수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중얼거리며 테오는 고개를 저었다. 자존심에 금이 가는 걸 넘어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제가 훨씬 잘할 수 있습니다!”
테오가 발악이라도 하듯 외쳤다.
그때였다.
쾅!
“신수님이 요이델 수련신관을 선택했단 말입니까!”
문이 거세게 열리고 충격받은 얼굴의 하일이 들어와 절망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무슨 소란인가 싶어 들른 신수의 방. 그곳에서 들은 얘기에 하마터면 심장이 멎어 버릴 뻔했다.
자신이 뭐라고 했던가?
‘신수를 부화시킬 자가 나타나면 목마를 태우고 대륙을 돌아다니겠다.’
분명히 그리 얘기했었다.
교육장에서 보여 준 의외의 영민함으로 판단이 흐려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포악했던 과거를 똑똑히 기억했다.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한 장면이 피어올랐다. 저 과거 사형수를 목마 태우고 퍼레이드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율리시스 님의 반려가 누구인지도 아직 찾지 못해서 애가 타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다니!’
하일은 곧장 턱이 빠질 듯 소리쳤다.
“안 됩니다. 요이델 신관이라니, 안 될 일입니다!”
━━━━⊱⋆⊰━━━━
뎅― 뎅―
오후 8시. 종탑의 종이 세 번 울리면, 대신전의 모든 업무가 끝나 안식에 잠긴다.
“얄망궂은 노인네의 역정 소리가 아직도 귀에서 울리는 기분입니다.”
율리시스는 한쪽 귀를 살짝 가리며 짜증스럽게 눈매를 좁혔다. 원로 하일은 날이 갈수록 혼인 압박과 목소리만 커진다.
그런데 이 작은 인간의 발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가?
율리시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뭐 하고 계십니까. 안 따라오십니까?”
“앗, 네!”
요이델은 난생처음 접하는 환상적인 공간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아름다운 성은 바로 성궁이었다.
이곳의 주인인 율리시스의 성품만큼이나 차갑고 하얀 성. 대신전 내부 중앙 본관의 뒤에 위치한 거대한 여러 채의 궁전.
온통 반질거리는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은 하얗고 반짝거리는 공간은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궁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깔끔하고 아름다웠다.
곳곳에 미술품과 꽃 장식이 자리했으나, 색채는 최소한만 사용해 절제되어 보였다.
근위대는 미리 물러나 없었다.
가장 위층의 복도 문이 열리자 이때까지와 비교할 수 없이 광활한 공간이 드러났다. 벽의 전면이 유리로 이루어졌으며 부드러운 카펫과 최소한의 가구만 놓여 있는 곳.
바로 그의 집무실이었다.
‘성하께서 나를 조용히 없애려고 하나 봐.’
요이델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을 느끼며 찔끔 눈물을 흘렸다.
과거 잘못한 게 많긴 했다. 하지만 오늘 일로 신뢰를 잃기엔, 요이델도 억울한 게 많았다.
“혼날 땐 혼나더라도 말씀은 드려야겠어요. 성하, 테오 수련신관이 알을 깨뜨리려고 했어요, 증거가 없고 제 말은 믿지 못하시겠지만 며칠만 기회를 주시면 증명할―”
“압니다.”
“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가늘게 뜨인 푸른 눈과 시선이 딱 마주쳤다.
“얼뜨기 신관의 악의 하나 파악 못 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 알 덩어리도. 그리고 당신도.”
율리시스는 마법을 써서 요이델을 소파에 앉게 했다. 요이델은 눈을 말똥히 뜨며 그가 자신의 앞으로 몸을 굽히는 걸 바라보았다.
은발이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날카로운 턱선이 드러났다. 그는 요이델의 바지 밑단을 걷었다.
“요이델 님도 그의 적의를 알아차려서 알을 보호하고자 하신 것 아닙니까. 풋내기인 그대가 아는 것을 제가 모를 성싶습니까.”
그는 담담하게 말하며 장갑을 꼈다.
“저, 병균이 있거나 그러진 않아요…….”
“그 테오라는 자가 당신에게 그런 소리까지 했습니까.”
“아니에요!”
“그럼 누구입니까.”
율리시스의 안색이 서늘히 굳었다.
“그게 아니라…… 성하께서 꺼리시는 것 같아서요. 꼭 치료해 주시지 않아도 돼요.”
“까진 상처는 대부분 치료했다지만, 씻지도 않은 손을 갖다 대는 건 위생상 좋지 않아서 착용한 것뿐입니다. 제 개인적인 이유도 있고.”
맞다, 그는 원래 남과 접촉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 요이델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예민한 분위기를 한껏 풍기던 율리시스는 요이델의 다리를 대충 툭툭 눌렀다. 아픈 곳이 있나 확인하려는 배려였지만, 거의 사물 취급이었다.
“아프십니까?”
“윽, 다 욱신거려서 잘 모르겠어요. 아픈 것 같긴 해요.”
“아프신 게 맞습니다. 제게도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니까.”
왜 물어본 거야, 그럼?
감사한 마음과 울컥하는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 잘 알면 그 자신의 몸으로 확인해도 됐던 거 아닌가?
황당함에 눈을 크게 뜨자, 그는 상냥한 척 웃으며 발목으로 손을 옮겼다.
꾸욱.
“악!”
“이곳도 아프시고. 그렇군요. 상처가 깊습니다.”
“일부러 아프게 눌러 보시는 거죠? 그렇죠?”
그는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치유 마법을 걸었다. 그 짧은 순간만으로도 통증이 씻은 듯이 나았다.
“같은 고통인데 성하는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저는 신체 단련이 되어 있고 당신은 아시다시피 체력이 나쁩니다. 뼈대도 얇고, 더 볼까요? 피부도 약하고, 멍도 쉽게 드는 편이고 근육도 음식 떠먹을 정도의 힘밖에 없고.”
“그만 말씀해 주셔도 돼요!”
요이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때, 멍든 부위를 살피며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저 사람, 즐기고 있어!
“하지만 그렇게 나약한 햇병아리 신관을 보호하는 게 성황으로서의 제 책임이고 일입니다.”
율리시스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나직이 들렸다.
“요이델 님은 제 휘하의 신관이시고 그 보호는 당신에게도 유효합니다. 어쩌면 가장 그렇겠군요.”
율리시스는 상처 부위를 척척 매만지며 답했다. 살갗을 드러내는 게 민망했던 요이델이 옷을 슬쩍 끌어 내리자 그는 걸리적거리는 듯 손을 휙 치워 버렸다.
“비효율적인 일 하지 마십시오. 같은 남자끼리 새삼 부끄러우십니까.”
그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요이델은 조용히 자신의 손가락에 있는 남장 마법 반지를 스윽 감쌌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아까 테오와의 소란 말인데요, 성하.”
“테오 신관에게 건 마법은 심각한 마법은 아닙니다. 단순히 동작을 멎게 했을 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에요, 그래서가 아니라, 솔직히 그건…….”
요이델은 말해도 될까? 하는 표정으로 율리시스의 푸른 눈을 살피다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쌤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잘못한 거니까요. 테오가 플로를 또 위협했다면, 제가 박치기를 해 버렸을지도 몰라요.”
요이델은 소심한 태도로 엄청난 말을 했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고개를 숙이며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성하.”
율리시스는 요이델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철저한 감사 인사라.”
인사도 하지 말라는 건가? 낮은 목소리에 흠칫 몸을 움츠린 순간.
“좋습니다. 확실한 순응과 보답.”
제법 마음에 든다는 듯 끄덕였다.
“그런데 요이델 님께서 보신다는 미래에 열 화상을 입어 다치게 될 거라는 사실은 없었나 봅니다.”
요이델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래서 곧바로 성하가 나타났던 거구나.
“제 부름에 즉시 달려오기로 한 건 당신인데, 상황이 반대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왜 요이델 님이 아닌 제가 당신의 부름에 부리나케 가야 하는지. 우습지 않습니까.”
가만히 집무실에 있던 그는 급격한 통증에 눈을 찡그렸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몸에 떠오르던 상처.
그걸 보고 바로 알았다. 자신과 통증을 공유하는 요이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요이델은 율리시스의 옷을 덥석 잡았다. 그의 눈이 불쾌한 듯 급격히 찌푸려졌다.
“뭐 하시는 겁니까?”
“상처요! 율리시스 님은 괜찮으신 거예요? 많이 따가우셨나요?”
미안한 마음에 목소리가 염소처럼 메에에 하고 떨려 왔다.
율리시스는 지나치게 놀라는 요이델의 태도가 외려 의아했다. 본인 몸 하나 제대로 못 가누는 주제에 남부터 걱정하다니.
그는 남이 건네는 걱정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요이델 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다치지 않는 겁니다. 그게 걱정보다 도움이 됩니다. 차후 치를 시험에서도.”
‘저는 이 자리에서 간청합니다, 성하. 신수 관리직은 정식 관문을 거쳐 뽑아 주십시오!’
하일은 그들에게 시험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