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회의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요보힐데 공작의 자식이 메디아의 왕녀란 말이오? 무슨 뜻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군.”
“그러니까 브리칼트가 금술을 써서 왕녀의 영혼을 바꿔치기했다, 이 말 아닌가?”
“아아, 그렇지. 그래. 기억이 나. 메디아의 왕녀님을 못 뵌 지 오래되었지.”
하지만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익숙한 듯 공작가의 딸을 끌어안는 수장들의 모습, 저 미소와 애틋한 표정은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고는 도저히 지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공작 따위가…….”
황제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미미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요이델은 그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역시 황제는 몰랐어.’
“아가야, 보지 마렴.”
“그래. 충분히 잘했단다.”
라히에와 샨은 요이델을 더욱 강하게 보호했다. 휘르무트도 마찬가지였다.
“황제는 역시 몰랐나 봐요.”
요이델은 부모님의 품에서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상대로였다.
‘아마도 ‘난임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정도’의 협력일 거라고 생각하며 공작가와 상부상조했겠지.’
요보힐데는 시엔델을 위한 제물이 필요했지만, 그 규모를 생각했을 때 그들이 몰래 실행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했을 거다.
브리칼트의 기사들은 점차 좁혀 오는 포위망으로 인해 저들끼리 모여들었다.
“……이 무슨 촌극인지.”
황제는 요이델을 보며 눈을 가느다랗게 홉떴다. 그의 말에 긴장감이 몸을 더욱 바짝 죄었다.
‘발뺌하려는 건가?’
요이델의 눈이 찌푸려지려는 찰나.
“요보힐데 공작이 그런 일을 주도한 줄은 몰랐군.”
황제가 크게 상심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췄다.
“공작씩이나 된 자가 어쩌다 그리 해괴한 납치극을 벌였는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안일함이 통탄스럽네.”
“뭐야 저건, 돈 거 아니야?”
황제의 말에 휘스테론이 얼굴을 구겼다.
“안 될 것 같으니 공작을 잘라 내겠다는 심산이다.”
라이오스가 살벌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의 추측은 정확했다.
여기서 요이델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것은 발악에 가까워 보일 테니까.
“그래서 메디아의 수장들께서 그간 타국으로의 출입을 삼갔나 보군. 지금이라도 가족을 찾으시게 되어 나도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네.”
황제가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며 몹시 안타까운 듯 말했다.
“진범을 제대로 심문하지 못하고 진작 공작을 꾸짖지 못했던 부덕함이 크군.”
“천만에. 기회는 남았습니다, 황제.”
그때 라히에가 비웃듯 말했다.
“지난 사건의 진범이라고 거짓 자백한 프란츠 카터의 진짜 증언이 남지 않았습니까?”
“메디아의 수장이여. 프란츠 카터는 죄를 고백하고 자결했네.”
“그럼 저건 귀신인가?”
촤악―!
검을 든 기사들 사이가 갈라지고 한 남자가 성기사단에게 묶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새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율리시스가 미리 빼돌렸던 증거품, 프란츠 카터였다.
“공교롭게도 살아 있던 터라, 자진하여 증언을 하겠다 요청하더군요.”
그 말에 황제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놀란 건 요이델도 마찬가지였다.
‘시엔델이랑 똑같이 생겼어.’
그들은 혈연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빼닮았다.
‘공작 부인이 시엔델을 유독 예뻐했던 건 혹시, 연인을 닮았기 때문이었을까?’
서늘한 표정의 율리시스가 작은 아티팩트를 땅에 던졌다.
[……어.]치지직거리던 녹음용 아티팩트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겼어. 의원의 말로는 벌써 석 달째라더군.]젊은 여자의 음성이었다. 그 내용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말이야, 클렘? 중요한 말이 그거였어? 맙소사, 클레멘타인! 정말인 거지?! 우리 아이 맞지?] [함부로 껴안지 마! 가뜩이나 아이가 위험한데 너까지 그래야겠어?!]울먹이는 목소리가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웠다.
[하! 말 같지도 않아서. 겨우 얻은 내 애야. 내 애라고! 난 내 아이를 절대 잃을 수 없어!] [왜 그래, 클렘? 무슨 일이야. 너 무슨 일 있었구나. 천천히 말해 봐.] [쌍둥이래. 벌써 한 아이는 심장이 뛰지 않는다더군.]요이델은 그 말에 움찔했다. 예상대로였다.
[……클렘,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아이는 다시 만날 수 있어. 네 건강부터 챙기자. 응?] [얼마나 힘들게 생긴 아이인지 잊었어? 그걸 말이라고 해?]차가운 여자의 목소리에는 남자를 향한 멸시가 가득했다.
[난 뭐든 할 거야.] [클렘, 너 설마……. 사실 연구실에서 네가 금술서에 손대는 거 봤어. 마탑에서 밤을 새운다 싶더니 혼자…… 뭘 준비하는 거야?] [내가 알아서 해. 너는 신경 쓸 필요 없어. 젠장, 역시 네게 말해도 도움이 안 돼. 어차피 이 아이가 네 성을 따르는 일은 없을 테니까 돕든가 아니면 말을 하지 마.] [하지만 우리 아이잖아.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제발, 클렘.] [이미 황제와 협력하기로 끝낸 이야기야.]치직.
아티팩트는 거기서 끊겼다.
모두 그 목소리의 주인이 요보힐데 공작 부인이라는 걸 눈치챘다.
“……이후에 금술이 펼쳐졌을 거예요.”
“이게 증거가 된단 말인가?”
“부족하겠지. 그러나 요이델 신관은 지난 라보르비치의 초청 당시, 역추적 마법에 금술을 섞어 신원 미상의 백골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기적을 보이더군요.”
황제가 의문을 던지자 아카코스가 가벼운 말투로 그의 말을 끊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과거 금술의 시전자 중 한 명이 요보힐데 공작 부인이라는 뜻이라고, 어떤 똑똑한 사람이 그러던데.”
“아티팩트에서 들은 대로 요이델 신관은 클레멘타인 요보힐데와 프란츠 카터의 아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율리시스는 지난 결과지를 내보였다.
“……그러니 브리칼트와는 하등 상관없지 않은가. 왜 요보힐데 공작가에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브리칼트 책임이 아니지.”
“죽은 생명을 되살리는 건 불가합니다. 그대가 스스로 부모를 베고 제위에 오른 직후, 부모를 되살려 달라 제게 부탁을 하였듯이.”
“……!”
율리시스의 말에 황제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치욕을 당한 듯 얼굴이 벌게졌지만 반박하진 못했다.
‘황제가 그런 부탁을 했었어? 선대 황제를 싫어했기로 유명하면서, 왜?’
요이델도 놀랐고, 이 자리의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에 경악했다.
“그대의 소원을 이루어 드릴 수 없었듯, 공작 부인도 금술로 죽은 아이를 되살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율리시스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황제의 민낯을 벗겨 갔다.
그의 새파란 눈동자와 덤덤한 표정은 날카로울 만큼 차가워 일말의 인정도 없는 듯했다.
“빈 몸에 다른 영혼을 채워 넣는 것과, 그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은 금술로 가능했기에 자신의 아이를 튼튼하게 키울 제물을 탐했을 겁니다.”
율리시스의 눈길이 요이델에게 향했다.
“마침내 찾아낸 것이 신체와 지적 능력이 모두 뛰어난 영혼, 즉 메디아의 왕녀였을 테고. 아닙니까?”
율리시스의 말에 메디아의 가족들은 요이델을 더 꽉 끌어안았다. 저도 모르게 떨고 있었던 듯했다.
요이델은 가족을 올려다보고 괜찮다는 의미로 살짝 미소 지었다.
“네가 영특하다고 자랑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하다, 아가.”
“괜찮아요.”
속삭이는 목소리에 요이델은 울음을 참았다.
전혀 미안할 일이 아니었다.
태어난 이후, 이렇게 많은 사과를 오래도록 받아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자꾸만 제게 사과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황제는 저도 몰랐던 이야기에 분노를 느끼는 듯했다. 그의 이마에 핏대가 도드라졌다.
“제물로 삼으려 했다면 그 용도에 맞아야 하지 않나. 그러나 저 아가씨는 살아 있군.”
“제물로 쓰려던 날, 쌍둥이 형제가 저를 보호해 주고 대신 죽었으니까요.”
요이델은 다시 목소리를 냈다. 모든 게 명확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빨간색이었던 제 머리가 분홍색이 되어 갔어요. 공작 부부는 불안했던 거예요. 제가 모든 진실을 깨달을까 봐,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가뒀던 저를 아예 성국으로 보내 버렸죠.”
요이델은 입술을 깨물었다.
“……거기서 성국에 해를 끼치기 위해 할 일들을 전달받았어요. 그 때문에 죽기 직전까지 갔을 때에도 요보힐데 공작가는 저를 위해 어떤 변호도 해 주지 않았죠.”
그들이 바란 건 뚜렷했다.
“성국에서 죽어서, 메디아의 가족들이 저를 영영 찾을 수 없게 되길 바랐을 테니까요. 실제로도…….”
요이델은 로브 속에 감춰 뒀던 무수히 많은 증거품들을 쏟아 냈다.
요이델이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호위기사의 선에서 처리된 암살 위협 빈도 기록지, 동굴에서 만났던 자들에게서 얻은 공작의 반지, 괴수 베리를 괴롭힌 말뚝 등. 그리고 환각 반지까지.
“저게 대체…….”
“어떻게 저렇게나 많단 말인지!”
일제히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목숨을 위협하는 많은 사건이 있었어요.”
요이델은 떠는 대신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남장을 하고 살아오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알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공작가의 이름을 쓰는 만큼 쓸모를 다하라는 강요를 담은 일이었어요. 죽은 쌍둥이 형제를 위해야 한다는 억압이었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죠.”
회의장 안의 분위기가 숨조차 함부로 쉴 수 없을 만큼 어둡게 내려앉았다.
황제는 이제 공작가가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은 일을 진행시켰다는 걸 절감했다.
그럼에도 기어코 입을 열어 항변했다.
“하지만 프란츠 카터는 거짓 증언을 했던 증인. 이미 한 번 거짓을 고한 이의 말에 신빙성이 얼마나 있겠나?”
그러나 황제의 말에 설득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만의 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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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중립 지대의 연합 가택에 감금되고 브리칼트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는 여전히 브리칼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몰랐다는 말로 일관했다.
“성하는 언제부터 프란츠 카터를 데리고 있던 거예요?”
“꽤 오래되었습니다. 프란츠 카터를 찾아서 설득을 지속했으니.”
“설득 맞죠? 협박이라든가…….”
“페넘브라.”
율리시스가 말을 마치자마자 검은색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땅으로 내려왔다.
“이들이 끊임없이 그를 설득했습니다.”
“우와…….”
아니, 우와가 아니라. 저런 수상한 사람들은 협박에 가깝지 않나?
요이델이 쿡쿡 웃자 민망해진 율리시스는 그들을 물렸다.
“위해는 가하지 않았습니다.”
“알아요, 그럴 것 같아요.”
“제 반려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군요.”
“그게 아니라 성하의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기뻐요. 음, 뭐랄까 조금……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어둠의 정예 부대가 정말 있었네요?”
요이델은 율리시스에게 폭 안겼다.
그의 품은 넓었고 언제나 좋은 향기가 났다. 요이델이 킁킁 향기를 맡자 율리시스가 피식 웃으며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
“그럼 전부 알고 계셨던 거예요?”
“아닙니다. 프란츠 카터를 설득한 것은 맞으나 움직이지 않더군요.”
“그럼요?”
“어느 날 그가 제 발로 찾아왔습니다. 공작 부인을 멈출 증거품을 지니고 있으니 가장 치명적인 자리에서 알릴 수 있게 해 달라고.”
“황제가 그를 진범이라고 몰기 전에요?”
“그렇습니다. 증거품인 그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만, 공작 부인과 있던 자세한 내막은 알리지 않고 입을 다물더군요. 처음에는 그도 당신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후에 알려 주었더니, 자포자기하더군요.”
“……말로 알려 준 거죠? 혹시 고문했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아닙니다.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 있게 두었습니다.”
“다행이에요.”
요이델이 안심한 얼굴로 안기자, 사실 일이 다 끝나고 죽이려고 했다는 말은 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율리시스의 생각은 오늘따라 유독 방싯거리며 안아 주는 요이델로 인해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는 쓰린 마음으로 눈을 감고 요이델을 떼어 냈다. 자제해야 한다.
“요이델 님, 여기서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앗.”
그들은 메디아 수장들의 집무실 앞에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