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요이델의 등장에 황제가 기가 차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 회의에 참석이 허용되지 않은 자가 있군. 이건 대체…….”
“그렇지 않습니다.”
황제의 말을 율리시스가 잘라 냈다.
“의장에게 미리 보고가 올라갔을 겁니다. 앞에 놓인 서류에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에 황제가 눈을 가늘게, 더 가늘게 뜨고 서류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율리시스는 황제의 그런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의장은 이견이 없음을 확인한 후 요이델에게 발언을 잇게 했다.
“제 이름은 요이델 요보힐데. 브리칼트 제국, 요보힐데 공작가의 사람입니다.”
“브리칼트?”
“그런데 그게 어떤 증거가 된다는 말이지?”
브리칼트라는 이름에 싫은 기색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반발 역시 원하던 바였다. 요이델은 주먹을 꽉 쥐었다.
“왜냐하면 저는, 요보힐데 공작의 핏줄이 아니니까요.”
장내에 자리한 사람들이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입양아였나?”
“악명 높은 요보힐데 공작가의 후계자에 대해 아무 말이 없는 게 이상했지만…….”
“그러고 보니 처음엔 공자라고 알려졌다지? 의문이긴 하군. 성국으로 간 뒤 가문과 거의 절연했다는 이야기가 만연하지 않았나. 게다가 성황의 연인 아닌가?”
“어떻든 간에 금술과 입양된 사실이 관계가 있지는 않네. 양부모가 은닉한 것들을 폭로하기 위함이라면 모를까.”
사람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지만, 어쨌든 요이델을 향해 이목이 집중됐다.
“그건.”
요이델의 입이 떨어지자 소란이 멎었다. 숨 막히는 고요였다.
“그들이 이십 년 전 사용한 금술은, 영혼을 교환하는 마법이었다는 사실부터 말씀드려야겠죠.”
그 순간 황제가 얼굴을 크게 찌푸렸다.
“무슨…….”
그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게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황제는 자신이 금술에 깊이 엮여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는 제 꾀에 얽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요이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금술에는 수많은 생명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금술의 성공 확률을 올려 주니까요.”
그녀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맞소?”
“네. 사실입니다.”
마법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옆에 조언을 구했다.
요이델은 뒤를 돌아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곳에 제 어린 시절을 본 적이 있는 브리칼트의 귀족분, 계시나요?”
회의 자리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나랏일과 관련이 있는 고위층이었다.
아무리 폐쇄적인 가풍이라 해도 고위 귀족이라면 타 가문과의 교류를 하기 마련이다.
특히 요보힐데 공작 같은 대귀족의 자제는 정치적 이유로 어릴 때부터 좋은 가문의 친구를 붙여 주거나 대륙적으로 이름난 선생을 데려와 교육을 받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요이델에게는 그게 없었다.
“없을 겁니다. 저는 공작가의 저택에서 거의 나오지 못하고 지냈으니까요.”
“확실히…… 소문만 무성했지, 실체는 본 적이 없군.”
그를 의아하게 여겼던 사람들까지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제가 밖에 나올 수 없던 것은, 백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떨렸던 요이델의 목소리가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공작가의 사용인이었던 올가 님을 증인으로 삼겠습니다.”
사전에 제출한 증거를 살펴보던 의장 역시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올가 역시 언제든 말할 수 있다는 듯, 뒤에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저는 백치로 태어난 듯 자주 멍하게 있었고 사람들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성장했습니다. 발달이 느렸고, 요보힐데 공작 부부께서는 그런 저를 창피해하셨죠.”
요이델의 말에 가장 괴로워하는 사람은 사실 그녀의 친가족들이었다.
하지만 라히에와 샨은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로 요이델의 말을 경청했다.
대략적인 전말을 깨달은 요이델이 아침에 부모님을 찾아갔던 이유였다. 그들에게 가장 먼저 알리기 위해.
‘여기서 최초로 말했다가는 정말 유혈 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몰라. 갑자기 말해서 상처 주고 싶지도 않고.’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가족도, 율리시스도.
지금도 율리시스는 다정하지만 웃음기는 없는 눈빛으로 요이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단단함이 요이델에게는 큰 힘이었다.
요이델은 남몰래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형형한 시선을 황제에게로 내리꽂았다.
“바로 제가, 금술로 끌어당긴 그 영혼이었으니까요.”
그 순간 황제가 크게 동요했다. 반응을 보니 알 만했다.
처음엔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점차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황제는 메디아가 얻은 건, 소원의 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역시 그들은 서로를 속였던 거야.’
잘 어울리는 배신자들이었다.
‘금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금술서가 필요해. 브리칼트의 마탑에서는 그중 왼쪽 장을 가지고 있고. 성국에서 보관하던 오른쪽 장은 무슨 마법인지에 대해서는 쓰여 있지 않지.’
마법 서적은 왼쪽 페이지부터 적는다. 그러니 마법의 이름은 요보힐데 공작가만이 알고 있었겠지.
‘황제는 그걸 절대 알 수 없었을 거야.’
요이델은 말을 하면서도 황제의 동작을 관찰했다. 그가 절대 모를 것이라고 확신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쾅!
“삼대륙 회의는 모함을 작당하는 자리가 아니오! 각 대륙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진실된 마음으로 앞날을 도모하는 회의이지. 본질을 흐트러뜨리는군.”
“글쎄요 황제 폐하. 이보다도 건실한 대화는 대륙 탄생 이래 최초인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군요.”
브리칼트의 황제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아카코스가 피식 웃으며 반박했다.
“그렇습니다. 불편한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지금은 폐하께서 말씀하실 입장이 아닙니다.”
회의에 모인 이들 모두 황제를 외면했다.
그간 브리칼트가 끼친 피해는 다양했다. 불공정한 협약으로 각국에서 이득을 취하고 버리는 일쯤이야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었다.
막강했던 국력마저 휘청이는 지금, 브리칼트의 우방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황제는 모멸감을 참으며 표정을 다듬었다.
“금술로 끌어당겼다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때 의장이 요이델에게 물었다.
“본래 영혼을 끌어당기는 마법은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 역시 실패한 경우였죠.”
‘그래서 다른 차원에 가게 됐던 거야.’
요이델은 손에 땀을 쥐었다.
“완전히 실패하지 않았다는 게 이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여전히 이 몸으로, 요보힐데 공작가의 자제로 살아가는 게 증거이듯이요.”
요이델의 말에 사람들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법이 튕겨져 영혼의 일부는 이 몸에 남고, 이성은 다른 곳으로 이동되었으니까요. 그래서 한동안 이 몸에는 어린아이 같은 본능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일제히 감탄사를 터뜨렸다.
요이델은 어제 마르셀리나에게 긴급히 연락했다.
모든 상황에는 실패와 성공이 있다. 하지만 완전한 실패와 성공 외에 절반의 성과라는 것도 존재한다.
‘내가 이 몸으로 돌아오게 된 걸 보면,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닌 거야.’
계속해서 짐승 같다거나 백치라는 소리를 들었던 어린 시절. 꽤 본능적으로 살았던 그 당시의 기억이 잔류해 있었다.
과거의 자신이 공작가의 명 외에 율리시스에게 약간의 호의를 느꼈던 것 역시 사실이었던 듯했다.
자신을 멸시하지 않고 사람답게 대해 준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
“해당 연구의 권위자이신 성국의 대원로님께 확인받은 사실입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아가 둘로 나뉠 수 있다고요.”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황제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째서 고작 자네의 영혼 하나를 탐냈겠나?”
“이해가 안 되실 거예요.”
요이델의 말에 황제는 위협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저도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기억을 되찾으니 알겠더군요. 그 이유는…….”
그 순간 라히에와 샨이 요이델을 보호하듯 끌어당겼다. 그들은 메디아 측의 자리 사이에 요이델을 앉혔다.
처음부터 요이델을 위해 비워 놓았던 의자였다.
“이 아이가 본래 우리 아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
라히에는 곧 죽일 듯한 시선으로 황제를 노려보았다.
숨소리도 안 들릴 정적이 홀에 내려앉았다.
모두가 그 뜻을 깨달았다.
‘브리칼트가 메디아의 왕녀를 유괴했다.’
쾅!
황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순간, 메디아의 사람들이 요이델을 보호하듯 에워쌌다.
챙―!
회의장은 삽시간에 두 갈래로 갈라지고 날카로운 살기가 서로를 향해 겨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