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71)
외전 8화
둘은 흩어져서 놀이공원을 뒤졌다.
―이쪽에도 없어요! 아까 들었던 말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놀이공원을 마법으로 탐색해 봤지만 위치가 잘 잡히지 않았다.
―왜 마법이 안 통하죠?
―아이에게 주신의 보호가 걸려 있는 게 확실합니다.
―보호요?
요이델은 숨을 헐떡였다.
그렇다면 정말 이곳에 떨어진 이유가 과거의 자신 때문이겠구나.
율리시스가 이동 마법으로 요이델이 있는 곳에 찾아왔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미아 보호소에도 아이가 없더군요.”
“저도 찾아봤는데 없었어요. 곧 퍼레이드가 시작할 시간인데 어디로 숨어 버린 걸까요…….”
소원이라고 했었는데.
착잡함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조심스럽게 원하는 걸 속삭이던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요이델이 고개를 푹 숙였다.
“……율리시스 님.”
“분명히 멀리 가진 못했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요.”
목소리가 낮아진 요이델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살인은 안 되겠죠?”
“……어떤 경우이신지.”
“농담이에요. 아까 그 아저씨, 꿀밤 한 대만 때리고 오고 싶어요.”
요이델이 그렁그렁 눈물을 떨궜다.
툭. 그때 하얀 눈송이가 어깨에 닿았다.
“큰일이에요, 눈까지 내려요! 길이 미끄러워서 넘어질지도 몰라요.”
“서둘러야겠습니다.”
숨이 찰 때까지 다시 뒤졌지만 소득이 없었다. 설상가상 눈까지 펑펑 내리기 시작하고.
요이델은 우산을 쓰고 먼 곳을 쳐다봤다. 눈송이로 시야까지 어지러워져 한 치 앞을 보기 힘들었다.
“마리야, 미안해…….”
다시 한번 전방위 탐색 마법의 시동을 걸던 순간.
새빨간 우산이 바람에 휙, 날아갔다.
“시간이 없는데……. 어?”
“잡아써요!”
갑자기 나타난 마리가 바람을 버티며 우산을 양손으로 잡고 건네줬다.
“마리야! 어디 갔었어!”
“우앗!”
“걱정했잖아, 안 추웠어? 괜찮은 거야?”
“웅, 괜차나요. 산타 요정님이 데려다줘써요.”
어느새 율리시스가 마리의 곁에 가까이 서 있었다.
마리가 그를 올려다보며 헤헷 웃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상점에서 값을 지불하지 못하여 곤란해하고 있으시더군요.”
“네?”
마리가 품 안에서 꼬물꼬물 액세서리를 내밀었다. 눈 덮인 트리가 달린 작은 키 링이었다.
“우웅, 오늘 놀러와 줘서 고마우니까 꼭 선물해 주고 싶어써요.”
“괜찮은 거야, 마리야? 받아도 돼?”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이델이 키 링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예뻐…….”
요이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렀다.
“앗, 울면 안 대요. 크리스마스 날에는 우는 거 아니래써요. 움, 근데 누돌프 요정님은 선물 주는 사람이니까 갠차늘까요?”
“괜, 괜찮흐어엉……!”
“네에?”
“마리는 괜찮은 거야?”
“네! 안 우러요. 씩씩해요!”
마리의 대답에 요이델은 눈물을 더 펑펑 쏟았다.
“괜찮다고 하십니다.”
“진짜 갠차는 거예요?”
“물론입니다.”
아이가 어쩔 줄 몰라 하자 율리시스가 대신 대답해서 안심시켰다.
요이델의 코가 정말 루돌프처럼 새빨개졌다.
“이건 산타 요정님 거예요.”
“……제게도 주시는 겁니까.”
선물을 받아 든 율리시스가 진심으로 놀랐다. 더 놀라운 일이 없을 것 같던 그때, 마리가 그의 손을 잡았다.
“…….”
마음의 문을 활짝 연 아이의 손길에 반대로 그가 꽁꽁 얼어붙었다.
“산타 요정님도 좋으니까요.”
“…….”
“이짜나요, 궁금한 게 있는데요―”
친밀하게 묻는 말에 율리시스는 무릎을 꿇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럴 필요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장 난 것처럼 몸이 움직였다.
“요정님들 둘이 결혼해찌요?”
“……!”
귓속말에 율리시스가 놀라서 아이를 쳐다봤다. 무언의 대답에 마리가 활짝 웃었다.
“맞아써요? 우와!”
마리는 제 입가를 움직이며 모범을 보였다.
“누돌프 요정님한테는 무섭게 웃으면 안 대요. 예쁘게 웃어 줘야 대요. 알았찌요?”
“명심하겠습니다.”
“착한 산타 요정님이네요!”
오히려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는 마리의 행동에 율리시스가 어쩔 수 없이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리를 가만히 쳐다봤다.
“도움을 드리고자 한 건 저인데, 오히려 도움을 얻는 기분이 듭니다.”
“우와! 제가 요정님한테 도움이 대써요? 신난다!”
기뻐하는 아이를 보며 율리시스는 뭔가 깨달은 듯 탄식했다.
“……이래서였습니까.”
그가 이마를 가볍게 찌푸렸다.
바로 그때, 주위 사람들이 걸음을 서둘렀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나 봐요!”
“앗, 누돌프 요정님 눈도 코도 빨개져써요!”
요이델이 서둘러 아이를 안은 순간, 마리가 고개를 저었다.
“산타 요정님한테 갈래요.”
“응……?”
“저 말입니까.”
마리의 발언에 둘 모두 충격을 받았다. 마리가 헤헤 웃으며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누돌프 요정님한테 무거울 거예요. 산타 요정님이 힘이 세요.”
“왜 서운할까요?”
이번엔 요이델이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율리시스는 말로 표현 못 할 따스한 기분을 느꼈다.
놀이공원의 중요한 행사.
화려한 옷과 조명으로 장식된 퍼레이드 행렬이 거리를 지나갔다.
“우와아…….”
반짝이는 걸 구경하는 마리의 눈에도 별빛이 가득했다.
하지만 어른들로 가득해서 모든 게 보이진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목마를 타고 내려다봤다.
까치발을 뜨고 고개를 쏙 빼던 그때, 마리의 시야가 순식간에 상승했다.
“우와! 잘 보여요!”
목마 탄 마리의 앞에 눈부시게 선명한 세상이 펼쳐졌다.
요이델과 율리시스는 퍼레이드가 아닌 마리를 보며 즐겁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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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님, 이리 와서 자는 얼굴 좀 보세요.”
요이델이 호들갑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했다.
“웃으면서 자고 계시는군요.”
“오늘 재미있었나 봐요. 정말 다행이에요.”
“녹초가 되셨습니다.”
율리시스와 요이델이 시선을 마주하며 미소 지었다.
천천히 돌고 있는 안락한 회전목마 안.
세 사람은 호박 모양 마차 안에 앉아 특별했던 하루의 여운을 느꼈다.
“어땠어요?”
요이델이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율리시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만하지만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자신감이요?”
“한때는 제가 누군가의 아비 노릇을 할 수 있는 성품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율리시스가 마리의 잠든 이마를 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것치고는 플로도 잘 돌봤잖아요?”
“이미 인격과 지성이 형성된 덕에 제 도움 없이도 잘 자라 주었을 겁니다, 신수님께서는.”
율리시스는 피식 웃었다.
“솔직히 제가 온전히 혼자 키웠더라면 아마 꽤 포악해졌을 겁니다.”
“그건 그래요.”
“반박할 수 없군요.”
그들은 키득거리며 웃음기를 못 감췄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제 어린 시절은 과거일 뿐이고, 저와 저를 낳은 아비는 같지 않다는 걸.”
“…….”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흘러 간신히 구분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율리시스는 자조 섞인 투로 천천히 말했다.
“우습지 않습니까.”
“누가 우습게 봐요?”
요이델이 그의 손에 제 손을 포개어 잡았다.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 아래 진심을 말하는 얼굴들이 열띤 모습으로 달아올랐다.
“언제여도 좋아요. 우린 아주 오래, 함께 보낼 시간이 많을 테니까요.”
“……가끔은 제가 당신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 고백이 겹쳐진 둘의 입술 사이에 갇혔다.
느릿하게 떼어진 숨 사이로 가볍게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율리시스는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려는 요이델의 턱을 당겼다.
“오늘은 그대의 소원을 듣지 못했군요.”
아이가 깨지 않을 만큼의 조용한 대화가 이어졌다.
“제 소원이요?”
“이곳에서 의미를 띤 축제라면, 생의 반절을 여기서 보내신 그대의 의중 역시 알고 싶습니다.”
“음……. 글쎄요? 원하는 건 다 이뤄져서 생각나는 게 없어요.”
“지난 소원 나무에는 무언가 빽빽하게 적으셨던 듯한데.”
“그걸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요?”
요이델이 놀란 듯 웃었다.
“제게 보이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셨던 듯하여 기억합니다.”
“앗…….”
“제가 이루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말해 주십시오.”
질문에 요이델의 고민이 깊어졌다.
가만히 생각하던 요이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를 보는 모습이 긴장되고 떨려 보였다.
“그럼 지금 얘기할게요. 잘 들어 줘야 해요?”
“알겠습니다.”
요이델이 그의 가슴을 쿡 찔렀다.
“사랑해요.”
망설임 없이 말한 그녀가 활짝 웃었다.
그를 보는 눈빛에 여전한 사랑이 묻어났다.
“사랑하는 율리시스 님, 저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