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170)
외전 7화
질문에 마리가 움찔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우리 엄마랑 아빠 아니…….”
“유치원 다녀요. 마리야, 아주머니께 안녕하세요, 해야지?”
마리는 요이델과 주위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꾸벅 고개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예뻐라. 애가 인사성도 참 밝고. 어휴, 귀여워.”
“남편보다 저를 더 많이 닮았거든요. 아하하.”
“…….”
“어머나, 하긴 그래 보인다. 애기 엄마랑 똑같네 아주!”
요이델이 지나가던 사람과 즐겁게 대화하는 사이. 더 섭섭해진 율리시스와 입을 달싹거리는 마리가 살짝 뒤에 물러나 있었다.
그들이 지나간 후, 요이델의 손을 잡고 가던 마리가 할 말이 있는 듯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했다.
“화장실 가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 줄래? 금방 찾아볼게!”
“그게 아니에요…….”
마리가 꼼지락거리다가 요이델을 빤히 응시했다.
“아니에요.”
헤헷 웃으며 쑥스러운 듯 아니라고 했다가, 다시 두 사람을 번갈아서 올려다봤다.
“얘기해도 괜찮아, 마리야.”
“그게, 있쬬.”
마리는 배시시 웃었다.
“이렇게 밤에 놀러 나온 거 처음이에요. 늦게까지 놀면 안 댄다구 해서, 반짝반짝 놀이공원 못 봐썼는데 헤헤……. 심장이 콩닥콩닥해요.”
“…….”
“감사합니다―”
작은 아이가 허리를 푹 숙여 인사했다.
“마리…….”
“…….”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율리시스가 아이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다리가 아파 보이십니다.”
“앗, 마리 아, 안 아파요!”
“아까 상점에서 슬리퍼를 바라보지 않았습니까.”
율리시스의 말에 마리는 뜨끔한 듯 입을 가렸다.
“요정님은 천재예요?”
“앞으로 갈 곳이 많으니 잃어버리지 않게 잡고 계십시오.”
“그, 그래도 대요?”
“물론입니다.”
“당연하지, 마리야.”
둘이 긍정하자 마리가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아까 막 울고 그랬는데, 요정님 화 안 나써요?”
“네.”
그 모습에 요이델이 재빨리 속삭였다.
“좀 더 상냥하고 다정하게 말해 봐요. 마리의 경계심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격려에 율리시스는 목소리 톤을 조금 더 올렸다.
“비밀을 알려 드리자면, 원래 이렇게 생겼습니다.”
“저, 정말요? 귀찮게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차나요?”
눈치를 살피던 마리가 쭈뼛대며 다가갔다.
“고, 고맙뜹니다.”
마리가 조심스럽게 위를 올려다봤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요정님들은 다 착한 것 같았다.
마음속에 품었던 경계심이 조금씩 녹아 갔다.
“무섭다고 해서 미아내요.”
“미안하다는 말보단 고맙다가 좋겠습니다.”
율리시스가 미소 지으며 마리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아이는 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눈높이를 맞추는 방법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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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깨지 않고 잘 자네요?”
요이델이 즐겁게 웃었다.
놀이공원을 한바탕 휘젓고 지친 마리가 율리시스의 품에서 안락하게 잠들었다.
“어린 신수와 인간 아이는 많이 다르군요.”
율리시스는 진지하게 고찰했다.
“플로는 많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요.”
“맞습니다.”
식당가에 도착하자 율리시스가 잠든 마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의자에 내려놓았다.
요이델은 그를 보며 풋, 하고 웃었다.
“사람은 깨지지 않아요. 잠에서 쉽게 깨지도 않고요. 뻣뻣하게 1밀리미터씩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고요.”
“머리로는 이해하나 행여 떨어뜨릴까 염려되어.”
그가 신중을 기했다.
“깨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작고 연약해 보입니다. 힘이라도 주었다간 멍이 들지 않을지.”
“괜찮아요, 율리시스 님.”
요이델은 그를 다독였다.
“요만한 아이는 꽤 튼튼해서 율리시스 님이 극도로 조심하지 않아도 부서지지는 않는다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이해했다.
자꾸 망설임이 생기는 건, 아마도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겠지.
그는 평소에도 어린아이에 관해서는 조심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언젠가 미래 계획을 세울 때 스스로 말한 적도 있었고.
율리시스에게 있어 요이델은 그의 취약한 점을 알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론과 실제의 차이가 있음을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이론이요? 그런 공부도 했어요?”
“……조금은.”
“왜요?”
“어찌 되었든 어린 시절의 당신을 만나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말을 돌렸다. 율리시스는 잠든 마리를 토닥토닥 달랬다.
“어린 시절에 혼자 낯선 곳에 떨어져 몹시 의기소침하게 지내지 않으셨을까, 염려하였습니다.”
“율리시스 님…….”
“실제로 조금 그러신 듯도 하였으나 당신의 강직한 본성은 타고난 것임을 확인했기에 걱정을 덜었습니다.”
율리시스는 자신의 꼴을 바라보았다.
옷소매엔 마리가 먹다가 흘린 아이스크림이나 음식을 닦은 흔적이 가득했다. 무서운 놀이 기구를 탈 때 본능적으로 잡아 뜯은 옷은 조그맣게 늘어져 있었다.
“이게 주신의 안배라면 지금까지 그가 행한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련일 겁니다.”
“조금 불경한 거 아니에요? 다른 신관들이 들었으면 기절했을 거예요.”
요이델이 쿡쿡 웃자 율리시스도 빙긋 미소 지었다.
“마침 보는 눈이 당신밖에 없어 다행이군요.”
“잘됐네요, 저는 또 때마침 입이 무거운 편이거든요!”
“영광입니다.”
둘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아! 그런데 아까 한 말 들었어요? 마리가 우리랑 닮았대요.”
요이델이 풋,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저만 닮았을 텐데요, 그렇지 않아요?”
“…….”
“율리시스 님?”
잠든 마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율리시스가 고개를 들었다.
“저를 닮은 듯도 합니다.”
“네? 어떻게 닮아요?”
“콧대가 비슷하지 않습니까. 피부가 하얀 편인 것도 똑같습니다. 입매도 닮은 듯하고.”
“저희가 닮았어요?”
“닮은 구석이 많을 겁니다.”
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왠지 모르지만 조금도 밀리기 싫다는 태도였다.
“그대와 제가 잘 어울린다지 않습니까.”
단호하게 대답한 율리시스가 시선을 내려 마리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이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
“언젠가 저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이렇게 그대를 많이 닮은 아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요?”
처음 꺼내는 직접적인 이야기에 요이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의 입에서 아이에 대한 말이 나오다니.
율리시스가 잠든 마리의 머리를 조용히 쓸었다.
“그럼 그대가 어릴 적 겪지 못했던 시간까지 더해 세상에 다치지 않도록 소중히 아껴 줄 텐데.”
“…….”
“그저 이 어린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신경이 쓰입니다.”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저를 만난 그대도 이런 마음이셨습니까?”
지그시 눈을 들여다보며 하는 말에 요이델이 그를 꼭 안아 주었다.
“그런데 있잖아요, 그랬다면 우리 둘은 좀 다른 방식으로 만나게 됐을지도 몰라요. 율리시스 님도 피바다가 아니라 멀쩡한 자리에서 체면을 차렸겠고, 저도 그랬을 거고요.”
“…….”
“아마 이런 기분도 몰랐을 테니까, 많이 아쉬웠을 거예요.”
픽 웃은 요이델이 그의 정수리를 가볍게 눌렀다.
“그리고 저는 율리시스 님을 닮은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진심이십니까?”
“왜 가짜라고 생각해요?”
요이델의 반박에 당황한 듯 율리시스의 시선이 흔들렸다.
“우웅…….”
그때 마리가 조그맣게 뒤척였다.
“쉿, 우리가 잠에 방해되나 봐요.”
“잠시 가서 마실 것을 사 오겠습니다.”
“잘 다녀와요. 또 현금을 뭉치로 내면 안 돼요. 알았죠?”
“알겠습니다.”
테라스에 앉아 있던 율리시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이델이 눈을 감고 편하게 쉬던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벌써 왔어요?”
그러나 눈을 뜬 순간 보인 건 모르는 낯선 아저씨였다.
“거, 몇 살쯤 됐나?”
“네? 저요?”
주위를 두리번거린 요이델이 다시 그를 쳐다봤다. 그는 음식 쟁반을 들고 있었다.
“그래, 젊은 아가씨 말이야. 아니,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벌써 이만한 애가 있단 말이야? 아이고, 참.”
“네? 아니…….”
요이델은 아니라고 하려다 말았다.
직감적으로 느낀 불쾌함에 잠든 마리를 추슬렀다.
“누구시죠?”
“이그 이그, 사고 쳤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내 눈치가 아주 도사야, 도사. 애가 엄마를 똑 닮았네!”
‘본인이니까 당연하지.’
요이델이 황당해져 그를 쳐다봤다.
소란에 마리마저 눈을 떴다. 상황이 파악된 듯 아이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무더워요…….”
“에잉, 쯧쯧. 애가 말을 이렇게 못해서 어떡해? 보니까 나이도 있어 보이는데. 이 정도면 말도 다 뗐을 나이 아닌가? 곧 학교도 가겠어!”
요이델이 마리의 귀를 꼭 막았다. 아무 소리도 못 듣도록.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괜찮아요.”
“아니, 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래. 애기 엄마, 아직 젊어 가지고 보기 좋을 게 뭐 있다고 사고 친 애를 데리고 나와서…….”
“사고요?”
불청객이 요이델을 툭툭 건드렸다.
“거, 일어설 거면 여기 자리도 없으니 우리한테 양보 좀 하고. 응? 애 앞에서 모범 보여서 나쁠 거 없어, 애기 엄마.”
“……정말 사고가 뭔지 모르시나 봐요.”
쨍그랑!
그때 그가 들고 있던 쟁반이 두 동강 나더니 접시와 식기가 모두 깨져 아수라장이 됐다. 음식물이 여기저기 나뒹굴자 남자가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랐다.
“아, 아니, 이게 갑자기 왜 깨져?”
“보통 그런 걸 사고라고 해요. 그리고 어린 부모라면, 한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들일 거예요. 누구보다도 훨씬 어른스러운 거겠죠.”
소란을 보고 사색이 된 종업원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요이델은 그의 뒤편을 가리켰다.
“본인이 깨뜨린 물건을 수습하는 것도 책임이라고 하고요.”
“뭐, 뭐?”
“그 책임, 열심히 지시길 바랄게요.”
요이델이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자의 얼굴이 벌게졌다. 요이델은 마리를 제 뒤에 숨겼다.
“내가 안 그랬어! 무슨 수를 쓴 거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보는 사이에 도대체 어떤 짓을……!”
팍―!
그때 손을 휘두르려던 남자의 팔이 뒤로 꺾였다.
“아악! 나 죽어!”
“죽고 싶은 게 아니었던가.”
율리시스가 그 팔을 가볍게 휙 밀자 힘없는 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윽, 아이고! 경찰 불러!”
벌레를 보는 눈빛의 율리시스가 몸을 숙여 어떤 마법을 속삭이자 남자의 입이 다물어지고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갔다.
남자를 보고 픽 웃은 율리시스가 요이델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부드럽게 요이델의 얼굴을 만지며 상태를 살폈다.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 자리를 뜨는 게 아니었는데, 실수했습니다.”
“괜찮아요. 언제 왔어요?”
“방금 전에. 늦지 않게 와서 다행입니다.”
요이델을 안은 그의 심장이 불안한 듯 빠르게 뛰었다. 일그러진 표정을 본 요이델이 율리시스를 다독거렸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포옹을 푼 율리시스는 음료가 든 쟁반을 쓰러진 남자의 몸 위에 자연스럽게 올려놓았다.
“정리가 필요한 듯하니 자리를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그럴 것 같아요. 마리, 우리 어서…….”
그런데 주위가 허전했다.
“마리?”
요이델이 돌아보자 마리는 온데간데없이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남은 건 아이가 손에 쥐고 있었던 머리띠뿐.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