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49)
49화
“델, 그렇게 좋아?”
“응!”
사냥대회가 종료되고, 요이델은 생애 첫 축제 구경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 사냥대회는 의외의 결과로 끝났다.
‘제1회 사냥대회의 우승자는…… 신수 플로테스 님!’
플로테스가 요이델을 찾으러 갔을 때, 입에서 굉장한 빛을 내뿜어 주위의 마수를 무작위로 처치했다.
도합한 수가 2등인 라이오스의 수치를 아우르고도 남을 만큼.
하지만 플로테스는 신수. 소원권은 신수의 관리자인 요이델이 받아 갔고, 요이델은 소원으로 이걸 빌었다.
‘하루의 휴가.’
해맑게 그 소원을 빈 요이델을 보며, 몇몇 사람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지었다. 성하께서 일 중독에 준하는 분인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저렇게 밝게, 그것도 최초 사냥대회의 1등 소원으로 휴가를 빌까.
“나 주머니가 가득 채워졌어!”
요이델은 나이 든 신관들이 슥 쥐여 주고 간 의문의 용돈을 받고 기뻐했다. 어쨌든 호의는 좋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고, 요이델도 그랬다.
“맛있는 걸 놓칠까 봐 걱정이야. 휘스, 저번에 뭐가 맛있다고 했어?”
“거기 중앙 상점 앞에 열리는 좌판의 과일 꼬치랑 그 옆 고기 꼬치. 1개 먹으면 10개 먹고 싶고, 그날 2키로는 찔걸.”
“신관님, 여기에 정리했습니다.”
“우와― 정리 표까지. 고마워, 라이오스. 정말 고마워!”
요이델의 소원에 율리시스가 처음으로 크게 당황했었다.
고작 그거냐는 듯한 눈과, 그 정도로 쉬고 싶었냐는 혼란스러운 얼굴. 뭘 할 거냐는 물음엔 축제 참가라고 답했다.
요이델은 정말 그것만 바랐다.
쌀쌀맞은 얼굴로 내쳐 버릴까 걱정했지만, 결과는 승낙. 처음으로 얻은 자유였다.
“응? 이 편지는.”
요이델은 성궁으로 돌아와 편지들을 확인했다. 그중 달갑지 않은 편지 하나가 있었다.
‘셀토 가문의 편지.’
보지도 않고 휘스에게 건네 태워 버렸다.
‘앗, 이건 또 뭐야. 정말.’
그리고 카반 가문에서 보내온 작은 선물 상자가 있었다.
저건 요보힐데 가문의 먼 친척의 성씨로, 요이델의 부모는 가명을 사용해 편지를 보내곤 했다.
자신을 데려가려고 했다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석연찮았다.
“휘스. 셀토, 치테로, 카반의 이름이 적힌 편지는 내게 주지 말고 태워 줘.”
“아하, 델네 출신 가문의 차명이구나?”
휘스테론은 빠른 눈치로 환하게 웃었다. 요이델은 쉽게 끄덕였다.
“응. 전부 요보힐데와 연관이 있는 이름들이야.”
“싹 처리해 줄게. 걱정 마. 혹시 미리 죽여 주는 건 어떻게 생각해?”
“안 돼.”
“응.”
“아…….”
라이오스마저 생각을 들킨 듯 움찔하며 아쉬운 탄식을 흘렸다.
“아, 델! 나 이거 어때? 잘 어울려?”
휘스테론은 제복의 안주머니를 젖혀 요이델이 만들어 준 손수건을 보여 주었다.
“가지고 다니는 거야?”
“물론이지. 나 잘 때도 이불 대신 델이 준 손수건 덮고 자잖아.”
라이오스도 소중히 간직해 둔 새하얀 손수건을 보여 주었다.
요이델은 어쩔 줄 모르다가 그냥 웃어 버렸다. 휘스테론과 라이오스도 따라서 웃었다.
“그런데 성하께는 안 드렸어?”
“어떻게 알았어, 휘스! 내가 준비한 거 티 났어?”
“그 반대긴 한데, 아무튼 만든 거니까 드려, 델. 아쉽잖아. 열심히 했는데.”
과연 성하가 좋아하실까.
“아참, 델. 그…… 감옥에는 안 가 봐도 될 것 같아.”
“왜?”
“내가 잡아서 이동시킨 침입자들이 전부 자결했어.”
“결국 그렇게 됐구나.”
“놀라지 않아?”
“응. 하지만 다른 증거는 있어.”
요이델은 손안에서 커다란 알이 박힌 반지를 꺼냈다.
주인의 지문과 굳은 혈흔이 여전히 묻어 있는 반지. 그날 동굴에서 주운 것.
“요보힐데 공작의 반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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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성국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길래!”
쨍그랑.
요보힐데 공작의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
허억, 허억―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거칠게 내뱉는 숨이 공작의 집무실을 습하게 만들었다.
희뿌연 서리가 낀 창문은 반쯤 깨져 찬바람이 몰아닥쳤다.
여자아이는 죽었다고 둘러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겨우 황제를 진정시켰는데, 이젠 막을 수도 없는 사고를 쳐?
“신수의 알을 하나로도 모자라 무더기로 발견하다니! 왜 진작 가로채지 못한 거야! 왜! 흔적은 이쪽이 먼저 발견했는데, 그걸 코앞에서 빼앗겨!”
공작은 소리를 질러 댔다.
황제의 분노는 성의 담장을 넘어간 지 오래였다.
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고귀함, 인재, 지위 모두를 그에게 눈엣가시 같았던 성황이 가져갔으니까.
요이델의 성장은 공작으로서도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
걷는 법을 가르쳐 준 적 없건만 제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려고 하다니.
“여보, 그렇게 화낼 일 아니에요. 당신도 알잖아요. 신수의 보석이라는 것도 가짜일지 어떻게 알아요? 성황이 헛소문을 퍼뜨린 걸 수도 있어요.”
“당신도 그래! 여태까지 눈치를 못 챈 거야? 그 애는 연기를 하고 있던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백치가 단숨에 똑똑해질 리가 있냔 말이야! 여태껏 제 부모를 속인 거라고!”
“언성 좀 낮춰요. 시종들이 듣겠어요!”
공작 부인은 자신의 남편을 쓰레기 보듯 흘겨보았다.
집무실 안에 굴러다니는 술병이 벌써 다섯 개다.
제국 최고의 가문이자, 자신과 뜻이 맞아서 고른 혼인 상대.
그녀의 선택은 최고여야 했건만 이 남자는 어떻게 갈수록 멍청해지는지.
예전의 총기는 황제가 다 앗아 간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형편없어져 갔다.
‘이게 다 시엔델이 죽고 나서부터지.’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무척 명석했던 아이.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
공작 부인은 집무실에 한쪽에 놓인 비밀 공간 속 커튼을 걷었다.
그곳엔 직접 그린 시엔델의 초상화가 있었다.
벌써 십여 년이 흘렀나. 어린 아들이었던 시엔델은 자신을 빼닮아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다. 머리도 좋아 제 역할을 척척 해낼 줄도 알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아이였는데…….
‘불쌍한 우리 시엔델.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고작!’
시엔델의 이름과 존재는 공작 부인과 공작, 그리고 황제만이 알아야 하는 비밀이었다.
진짜 시엔델은 밖에 알려져서는 안 됐다. 세상에 공표한 아이는 요이델.
부부는 요이델의 이름을 시엔델로 바꾸진 않았다. 소중한 시엔델의 이름을 요이델로 더럽히고 싶지 않다는 게 그들의 이유였다.
“하아―”
“당신은 왜 한숨이지? 황제에게서 다른 언질이 있던가?”
“이번 사건으로 잃은 우리 쪽 병력이 많아서 그래요. 마탑에서의 내 체면도 생각해 줘야죠.”
그녀는 대충 둘러댔다.
과거, 남매의 존재를 아는 시종들은 모두 숙청했다.
비밀이 새어 나가면 곤란하니까. 그러나 단 하나, 어떻게 알았는지.
‘그 쥐새끼 같은 유모 하나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상해. 어디로 갔을까?’
공작 부인의 입꼬리가 표독스럽게 찢어졌다. 아무리 행방을 뒤져도 없다.
‘살고 싶다면 쥐 죽은 듯이 어디에 처박혀 입 다물고 지내겠지.’
하지만 그 유모는 요이델을 유난히 아꼈다. 그 아이가 제 몫을 해내지 못해 정당하게 보상을 안 줬을 뿐인데.
‘이건 학대라면서 감히 유모의 신분으로 대들었지.’
그때를 생각하면 기가 찼다.
유순하고 어리바리한 성품인 줄 알고 들였더니, 쓸데없는 동정심만 넘치는 골칫덩어리였을 줄이야.
그 쥐가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 더 화가 났다.
공작 부인은 남편을 힐끗 쳐다봤다.
‘그걸 알게 되면 신경 쇠약이 심해져 더 발악하겠지.’
남편은 모른다.
시종들을 전부 갈아치울 때 가장 위험한 인물은 유모였으니까. 그녀는 당연히 모두 죽였다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유모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벌써 몇 년.
‘내 손길이 닿지 않는 나라가 없는데.’
공작 부인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마법사이자, 마법사 사조직의 주축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아닌 특별한 피.
마법은 천부적인 재능이었고, 그들의 연결망은 견고했다. 제국, 왕국 할 것 없이.
따라서 이 대륙 내에서라면 그깟 유모 하나를 못 찾을 리가 없었다.
대단한 뒷배를 가진 것도 아닐 텐데.
‘하여튼 골치 아파, 하지만.’
공작 부인은 근래 들리는 요이델의 소식에 눈을 빛냈다.
그저 실패작인 줄 알았더니 몇 년이 흘러서야 재능을 발휘한다.
‘내가 제대로 키운 덕이지.’
뿌듯함에 요이델을 향한 자부심이 생겨났다. 시엔델처럼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쓸모가 있다.
“우리를 엿 먹이기 위해 태어난 게 틀림없어. 애초에 그래서 왜! 그런 마법을!”
“그러니까 여보. 우리, 그 아이를 데려오는 게 어때요?”
“하, 당신까지 왜― 대륙에 어떤 소문이 퍼졌는지 몰라서 그러나? 성황이 특별히 아끼는 신관이라고 소문이 파다해! 우리가 망신을 당한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공작 부인은 타이르듯 설명했다.
“어차피 한번 처형의 위기에까지 갔던 애예요.”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다시 파고들어서 입지를 흔들 틈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성황의 신뢰를 잃게 한다든가.”
공작은 점차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가엾은 그 애에게 남은 게 뭐가 있겠어요?”
“자칫 죽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제 예전과는 다르게 쓸모가 있어.”
“아주 작은 틈이면 돼요. 이미 준비되어 있는, 하지만 뿌리에 가까워 한번 틀어지면 무너지고 말 신뢰 말이에요. 우리는 그 틈을 기다렸다 빼 오면 돼요.”
“설마.”
그들은 같은 생각을 하며 광기 어린 눈으로 웃었다.
“그래요. 우리만 아는 그 비밀.”
공작은 그녀의 제안에 반색했다.
화가 나 핏대가 솟았던 얼굴이 한시름을 놓은 듯 서서히 풀렸다.
요이델이 쌓아 온 모든 공로를 수포로 만들 기회가 하나 있다.
“그 애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성황이 가만히 두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