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50)
50화
“이건 반지군요.”
“제국의 침입자들이 자결했다고 들었어요. 자백을 받을 수가 없겠죠.”
요이델은 반지를 내놓은 이유를 설명했다. 율리시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증거로 쓸 만합니다. 요이델 님, 당신 아버지의 물건을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이건 그 뜻이었다.
요보힐데 공작가의 부정이 드러날 텐데 상관없느냐.
그리고 또 하나, 요이델의 신뢰도를 시험해 보는 질문이었다. 자신은 조금도 관련이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느냐는 것.
“네. 가져가 주세요. 성국에 더 이상의 침입자가 생기지 않도록요.”
요이델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에게 신뢰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의 안전한 목숨만큼이나.
“성하, 위기는 지났지만 그래도 오늘은 조심하셔야 해요.”
“당신의 예지 말이군요.”
요이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의 색이 다르게 보일 정도로 결계 마법을 강화하는 날이라 안심할 법했다.
하지만 원작에서 율리시스에게 큰일이 생긴 건 바로 축제의 날이었다.
이야기가 비틀려 조금 앞서 일어났다곤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
“기존과는 다른 당신의 방식을 따른다면 큰 위험은 없어 보입니다만. 유념은 하겠습니다.”
“혹시 칭찬해 주신 거예요?”
“네.”
율리시스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는 시큰둥해도 상벌은 확실히 챙겨 주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툭, 내밀었다.
요이델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 가고 싶으시던 축제라면 확실히 좋은 추억을 만드십시오. 축제의 즐거움은 그 주머니에서 나올 겁니다.”
요이델은 손을 아래위로 움직여 보았다. 묵직하고 짤랑 소리가 난다.
설마?
주머니를 푼 요이델은 놀라서 입을 막았다.
“100골드요?!”
이곳에서는 보통 평민의 한 달 급여가 70실버 정도 됐다. 4인 가족이 충분히 생활하고 저축까지 할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니까 방금 율리시스는 집값을 보너스로 챙겨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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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전의 지도신관 코엘은 어느 날 의문의 선물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이런 나무 뒤에 숨어 있을 만한 상자가 아닌데.’
그리고 눈을 가늘게 좁히고 상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대신전의 수련신관들은 기숙사제로 생활하기에, 심하게 티격태격한 후 남의 물건을 몰래 숨겨 버려 더 큰 사달이 나는 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으, 아니 이것은! 요이델 신관의 물건 아닌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훌륭해진, 자신을 거쳐 간 수많은 수련신관 중 유난히 빼어난 인재였다.
성하께서도 그를 인정해 주신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느닷없이 방대한 양의 옛 자료를 찾았다며 문헌들 수십 권을 내놓았다.
‘아니, 누가 그런 유망한 신관을 시기 질투 한단 말인가?’
자신이 알기로 요이델 신관은 성별을 막론하고 인기가 꽤 좋았다.
비록 체구는 평균적인 성국 남성들에 비해 훨씬 작지만, 상관없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 탓에 여성 신관들도 꽤 많은 흠모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사냥대회에서 가장 많은 손수건을 받은 것도 그 신관이었다.
코엘은 햇병아리의 성장에 내심 흐뭇해했다. 그래서 버려진 상자를 보며 화난 얼굴을 했다.
‘이런 걸 버리다니, 포장도 안 뜯은 걸 보아 누군가의 모함이 분명하다! 내가 제자리에 돌려줘야겠군!’
코엘은 흥얼거리며 지나가던 시종을 불러 그 상자를 건네주었다.
“이것을 요이델 신관님의 방에 두어 주게.”
“코엘 신관님께서 주시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말씀드리지는 말게. 원래 선행은 남모르게 하는 것 아닌가.”
“알겠습니다.”
코엘이 주운 게 아닌, 코엘이 선물하는 것이라 생각한 본관의 시종은 출입을 허락받고 로사리움으로 들어가 선물을 놓아두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하고 흔한, 요이델 신관에게 자주 오는 선물들처럼 생겼다.
게다가 코엘 신관은 수십 년간 봉사한 성실한 지도신관. 선물의 출처를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시종은 코엘이 준 선물 상자를 절차를 거쳐 검증된 선물 상자 사이에 놓고 유유히 방을 나갔다.
달칵.
요이델이 그 방에 돌아온 건 몇 분이 흐른 뒤였다.
‘조금 있으면 라이와 휘스가 데리러 오겠네.’
요이델은 시계를 보았다.
백야가 시작되어 밤이어도 어둡지가 않아서, 하늘의 모습으로는 시간을 추측할 수 없었다.
“돈, 있고. 옷은, 오늘은 신관들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니까 괜찮아.”
요이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쁘게 웃었다.
똑똑.
“델! 나가자.”
“잠시만, 로브 좀 챙겨 올게. 기다려 줘.”
요이델은 로브를 입고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다듬었다.
바로 그때.
툭.
실수로 떨어뜨린 상자 속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이상한 안개가 요이델을 덮쳤다.
“어?”
거울을 보던 채로 몸이 굳었다.
더 완만하게 변한 얼굴, 골격, 목젖. 줄어든 키와 손, 발. 소매가 길어진 옷.
아니, 그건 옷의 문제가 아니었다.
“말도 안 돼…….”
변장 마법이 풀렸다.
‘왜 갑자기 마법이 풀린 거지?’
마법을 써 봐도 남자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 시간만 흘러가는데. 이를 어쩌지?
쾅쾅쾅.
“델, 왜 안 나와? 혹시 무슨 일 있어? 자는 건 아니지?”
쿵쿵.
문밖에서는 자신을 기다리는 두 호위기사가 장난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델―! 빨리 안 나오면 놓고 간다!”
초조함과 당황스러움에 손이 덜덜 떨렸다.
이 모양으로는 나갈 수 없다. 체격이 줄어들고 선이 완만해진 것뿐이었지만 호르몬의 차이는 뚜렷했다.
이곳의 남자들은 절대 다수가 신장이 크고 건장하여, 남자가 아무리 가녀리다 해도 여자와는 보편적인 차이가 있었다. 요이델이 평소 눈에 띄던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쿨럭! 으으, 설원에 다녀왔더니 감기에 걸렸나 봐.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휘스, 라이. 둘이 먼저 가 줘.”
이 정도면 아픈 것처럼 들리려나?
쿵! 쿵!
“델! 아파? 많이 아픈 거야? 이런 미친, 애가 죽어 가잖아! 그 할아버지 가래 낀 목소리 뭐야! 심각한데!”
“신관님, 몸이 아프신 거라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약을 구해 드릴 테니 혼자 앓고 계시면 안 됩니다.”
“콜록, 킁! 아냐, 감기 기운이 있어서 조금 쉬면 될 것 같아. 미안해. 라이랑 휘스는 나 신경 쓰지 말고 재밌게 놀아.”
“……그럼 몸이 무겁고 힘드실 테니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하지만 일이 있으시면 꼭 불러 주십시오, 신관님.”
휘스테론은 감기 극복을 위한 조언을 외치며 라이오스에게 질질 끌려갔다.
“휴우…… 겨우 갔어.”
온몸에 힘이 쫙 풀렸다. 요이델은 머릿속으로 오늘 이후의 미래를 그려 봤다.
그는 자신을 속이는 걸 정말 싫어한다. 원작에서 그가 측근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그는 배신자를 파면시키고 단칼에 베어 죽였다.
‘잠깐, 근데 그 배신자가 누구였지?’
훌쩍이던 요이델은 울음을 뚝 그쳤다. 어쩌면 그를 속인 사실이 알려지더라도, 배신자로 거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성국 내에 브리칼트 제국과 결탁한 배신자가 있다는 걸 알려 드리면…….
‘브리칼트의 귀족 출신인 내가 제일 의심받겠지. 그건 일단 보류야. 지금은 누구인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도 않고.’
요이델은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누군가 장난을 친 건가?
쾅!
그 순간 방문이 파사삭 무너지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어머나. 문이 참 연약해라.”
침입자는 바로 마르셀리나였다.
“마, 마르셀리나 님?”
“문이 안 열려서 힘을 조금 줬더니 그만 부서져 버렸네요?”
그녀가 여기엔 왜?
요이델이 침대로 피해 시트로 몸을 가리자 마르셀리나가 입을 가리며 호호 웃었다. 그리고 요이델에게 다가와 시트를 살짝 걷었다.
요이델은 그제야 마르셀리나가 플로테스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꾸잉!”
“상태를 보니 시의적절한 때에 온 것 같네요. 그렇죠, 요이델 양?”
마르셀리나는 굳어 버린 요이델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미소를 지었다.
“이 반지에 문제가 생겼군요.”
마르셀리나는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
“제가 그, 모두를 속인 걸― 알고 계셨던 거예요, 마르셀리나 님?”
“젊었을 적부터 수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건 이런 눈치 덕분도 있답니다. 제 전문 분야가 생체 마법이기도 하고.”
마르셀리나는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요이델을 보다가 더 편안하게 미소 짓고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사실은 예전, 요이델 양의 아랫배가 아파 보일 때 의아하게 생각하다 눈치챘어요. 지레 겁먹지 말아요. 그 고통을 모르는 성하께서는 전혀 알지 못하실 거예요.”
“아…….”
요이델은 눈에 띄게 안도했다. 그래서였구나.
‘페어링은 내부 장기의 고통을 공유하는 건 아니니까.’
마르셀리나는 웃으며 요이델을 안심시켰지만 한편으론 의아했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외부인들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이 입국한다. 보안 마법이 극도로 강화되어 웬만한 변장 마법은 풀릴 텐데…… 특히 이런 환각계 마법이라면 더욱.’
반지에 걸린 것이 보기보다 훨씬 더 강력한 마법인 듯했다.
‘그렇지만 특별한 기운은 감지되지 않아. 하지만 성하의 눈도 속일 정도면 평범한 광물이나 마법은 아니라는 뜻. 연구해 볼 가치가 있겠어.’
요이델은 마르셀리나의 처분을 기다리며 고개를 숙였다. 모두를 속인 죄는 결코 가볍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표정이 굳어 가는 걸 보며 요이델은 초조하게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제가 요이델 양을 좋게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이, 요이델 양의 비밀은 분명한 퇴출감입니다. 신원을 속인 것이니 가볍게 눈감아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마르셀리나는 엄하게 입매를 굳혔다. 역시 그렇지. 그녀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눈이 자꾸 감기려 드는군요. 기억력이 흐려지기도 하고.”
마르셀리나의 목소리가 더없이 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