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Remove the Kind Protagonist’s Mask RAW novel - Chapter (51)
51화
그녀는 여전히 곤란한 눈썹이었지만 분명히 웃고 있었다.
“어쩔 수 없군요. 고위급의 처분은 성하께서만 쥐고 있는 권한이니, 눈을 감아 줄 수밖에요.”
“그 말씀은 그럼, 지금 당장 내쫓진 않으신다는 건가요?”
“하지만 요이델 양, 무슨 사유를 품고 있는지는 제게도 말해 줘야 한답니다. 묵인할 수는 없어요.”
요이델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의 기억을 기반으로 요이델은 남장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죽은 쌍둥이 오빠를 대신해 살았다는 것도.
에둘러 말한 과정이었으나 요이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쯤이야 추측할 수 있었다.
그 말을 가만히 듣던 마르셀리나의 표정이 점차 험악해졌다.
그녀는 입을 가리고 탄식했다.
“그래서 축제를 꼭 구경하고 싶었던 거군요. 알겠네요, 요이델 양이 왜 그랬는지.”
그녀는 신관으로 오래 일하면서 숱한 이들을 보아 왔다. 그중에서도 부모의 학대는 최악이었다.
점차 나아졌지만, 가끔 보이던 소심한 모습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마르셀리나의 머릿속에 의문이 스쳤다.
‘나도 아는 걸 성하께서 모르실 리가 없어. 아닌가? 여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니 아파 보여도 눈치 못 채실 수 있지. 그렇긴 한데…….’
마르셀리나의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갔다.
‘업무로 인해서라지만 잦은 시간을 보내긴 하셨지.’
그녀는 나름대로 율리시스를 오래 보아 왔다고 할 수 있었다. 티가 거의 나지 않았지만, 율리시스가 요이델을 신임하고 있다는 건 충분히 보였다.
지금까지 그런 이가 별로 없었다는 것도 알았다.
‘……잠깐, 시기적으로 반려의 기운이 느껴졌을 때와 비슷하지 않나?’
마르셀리나는 격렬히 고민했다. 이럴 때는 직접 물어보자.
“성하께서는 요이델 양이 여자란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모, 모르세요…….”
“뭐지?”
“네?”
“아,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렇다는 건 요이델 양이 반려가 아니라는 건데.
반려가 따로 있고 가까이 두는 소년도 따로 있다는 건가? 아니, 말이 안 되는데…….
마르셀리나 인생 제일의 난제였다.
“혹시 요이델 양, 성하를 좋아하시나요?”
“음…… 네.”
요이델은 단순히 대답했다.
대신전의 주인인 그를 두고 “좋은 거랑은 다르지만 동경하고 존경해요. 그리고 이상한 사람 중 가장 좋은 분 같긴 해요.”라고 답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마르셀리나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렇군요…….”
요이델 양이 성하의 반려가 아니라면, 나중에 흠모의 감정이 깊어져 어린 마음이 크게 상처 입을 수 있다.
마르셀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깜찍한 눈빛에 그늘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
‘성하에게 반려가 있다는 건 나중에라도 분명히 알려질 사실. 그 전에 요이델 양에게도 성하 말고 더 좋은 짝을 만들어 줘야겠지.’
마르셀리나는 요이델의 몸을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아기 캥거루를 다루듯 소중하게 쓰다듬으면서.
그렇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베일에 싸인 반려는 누구실까?
‘하일은 반려가 누구인지 알 것 같은데. 절대 입을 떼지 않아서 추측하기 힘들다.’
어느 순간 하일의 혼인 재촉 증세가 심해졌을 때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혹시 누가 반려인지 알게 됐냐고.
그러자 하일은 괴성을 지으며 소리쳤다.
‘대원로로서 그게 캐물을 일인가! 나는 절대! 결단코 모르네! 내게 묻지 마시게!’
어찌나 난리를 치던지.
마르셀리나는 한숨을 쉬며 요이델을 꼬옥 더 끌어안았다.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사실은 모른 채.
“꺅, 마르셀리나 님, 숨 막혀요!”
“아아, 미안해요, 요이델 양.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네요.”
마르셀리나는 비교적 비장한 얼굴로 요이델의 양쪽 뺨을 덥석 잡았다.
“축제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죠, 요이델 양?”
“괜찮아요, 지금은. 갈 상황이 아니니까요. 다음에 가면 돼요.”
“요이델 양, 어차피 지금 요이델 양은 반지를 못 고쳐요. 알고 있죠? 각자 할 수 있는 걸 하자고요.”
마르셀리나는 은색 반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이건 연구 가치가 있어요. 요이델양이 괜찮다면, 지금부터 빠른 시간 내에 고치도록 힘을 써 볼게요. 나도 흥미가 생겼답니다.”
“마르셀리나 님!”
“그러니까 요이델 양은 위기를 기회라고 여기고 오늘을 즐기세요. 그리고 거기서 멋진 인연을…… 켈록, 이 아니라. 아 참, 이건 혼자 연구해 볼게요.”
“하지만 너무 죄송한 일인걸요.”
“사실 요이델 양이 보조할 부분이 없어요. 혼자 수리하는 게 훨씬 빠르답니다. 아니면 제가 가진 마법 반지들 중에서 변장 마법 반지를 찾아볼 수도 있고 말이죠.”
그 말에 요이델은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고대하던 축제잖아요. 이건 요이델 양보다 어른인 내가 해 보도록 하죠. 내가 실력이 좋거든요. 믿어 봐요.”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들킬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나가고 싶지 않아요.”
마르셀리나는 우물쭈물하는 요이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빛냈다.
그녀의 눈이 연구를 할 때와 똑같은 광기로 반짝반짝 빛났다.
“내게 방법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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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나 꿈꾼 거냐?”
휘스테론은 망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라이오스는 충격으로 조용히 놀라서 입 밖으로 말을 뱉어 낼 힘도 없었다. 그는 돌처럼 굳어 버렸다.
두 호위기사는 높은 나무 위에 앉아 요이델의 방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 들린 각종 치료 약과 음식들이 나무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
“와, 델이 여자. 와, 으아! 미치겠네!”
휘스테론은 미친 것처럼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제일 눈치 빠른 내가 몰랐어. 왜지? 라이오스 너는 알았냐?”
“…….”
“정신 나갔네. 그래, 나도 그런데 넌―”
둘은 처음부터 요이델을 두고 갈 생각이 없었다.
약과 치료제, 음식을 챙겨 돌아왔더니 이게 뭔데?
마르셀리나가 돌아가면 들어가야지 싶어 대기했더니, 충격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설마 이런 비밀을 엿들을 줄이야.”
둘은 청각 증폭 마도구를 귀에서 떼어 냈다.
요이델의 골격이 눈에 띄게 왜소하긴 했지만 개인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충격이 심한데.”
휘스테론은 진심으로 아픈 것처럼 심장을 문질렀다.
“왜 배신당한 기분이 드냐? 하, 심장 아파. 나 병 걸렸나 왜 이러지? 라이오스 너도 아무 말이라도 해 봐.”
늘 단정하던 라이오스의 입술마저 멍하게 벌어지고, 큰 충격을 받은 듯 동공까지 커졌다.
평소라면 그를 놀렸겠지만 이번에는 휘스테론도 이해했다.
휘스테론은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털었다.
“성하에게 어디까지 보고를 해야 돼? 도저히 가늠이 안 되는데 이거?”
그가 아공간에서 꺼낸 종이 뭉치는, 바로 얼마 전 조사를 명받은 요이델에 관한 모든 것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요보힐데 가문에 대한 것.
‘요보힐데 공작가. 브리칼트 제국의 개국 공신 가문이자 마법사 혈족. 현 공작의 슬하에는 한 명의 자식이 있음.’
보랏빛 눈동자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는 확인되지 않아 따로 분류한 가설. 그러나 성하는 ‘모든 것’을 알아 오라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부분도 거르지 않고 그의 책상에 올라가야 할 문건이었다.
‘십여 년 전 쌍둥이가 태어났었다는 소문이 존재함. 조사 결과 십여 년 전, 유모가 쫓겨난 기록이 있음. 유모, 현재 행방 묘연.’
정황상 수상한 부분은 확실히 존재한다. 휘스테론도 그걸 알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귀족가에 따르는 흔한 소문이라고 여겼으나, 요이델의 성별을 알게 된 지금은 달랐다.
직감으로 알았다.
단순 소문이 아니며 요이델과 관련이 있다.
“곤란하네.”
그는 서류 더미를 둥글게 말고 제 이마를 툭 두드렸다. 위쪽을 향하는 보라색 눈에는 곤란함이 가득했다.
“성하도 델의 이런 비밀까지는 모르는 것 같은데. 우리한테 조사를 맡긴 것도 그렇고. 넌 어때?”
라이오스도 점차 정신을 차리고 그의 말에 동의하듯 끄덕였다.
“성하께서 아셨다면 신관님을 반려로서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
“그치?”
“최고의 신성력과 신수, 브리칼트 출신인 점이 걸리나 성국은 만인을 포용하지. 성하께서 혼인을 꺼리시는 건 비밀도 아니다. 결론은.”
성하는 모르신다.
둘은 동시에 말하고 곧 침묵했다.
이미 반려 관계를 맺은 데다 능력이 뛰어나고 성별까지 갖춘 요이델은 원로의 후손 독촉을 일시적으로나마 막을 수 있는 좋은 패였다.
가장 잔소리가 많은 하일부터 입을 다물었을 거고. 하일은 아마 요이델이 땅을 밟게 놔두지 않았을 거다.
왜냐고?
경사에 기뻐 미쳐 버린 나머지 요이델을 목마 태우고 애지중지 여겼을 테니까.
그러나 성황은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
“그럼 성하가 델이 여자인 걸 모르거나, 알고 있다면 서로 동의해서 맺은 반려 관계가 아니라는 건데.”
그들은 둘이 반려 관계라는 걸 이전의 일로 알고 있었다. 이 가설엔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하나.
성황은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름 예리한 휘스테론의 눈엔 보였다.
그가 요이델을 미묘하게 특별 취급하는 게.
그는 연무장의 사건 이후 잠에 빠진 요이델에게 친히 치유 마법까지 걸어 주었다. 몇 번이고 오랫동안.
모두에게 공평한 상냥함과는 다르다. 애초에 그에게 그 정도의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원로여도 그의 직접적인 보살핌을 받을 순 없을 거다.
그때 둘은 알았다. 연무장에 마수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둘은 요이델을 보호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지만, 한편으로는 요이델에게 큰 아군이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역시 성별을 모르는 쪽이 맞겠네. 그럼 성하의 취향이 진짜 남자라고? 아니면 성별은 상관없나? 아니지. 그럼 요이델이 사실을 안 밝히는 게 이상한데.”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아 한숨 쉬었다.
“진짜 어쩌냐, 이건. 보고를 해, 말아? 우리 주인은 요이델이지만 이건 너무 비밀이 크네.”
휘스테론은 서류 더미를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요이델의 진짜 성별까지 성황에게 보고할지, 말지.
“델, 우리가 모르는 비밀은 여기까지여야 해. 알았지? 더 있으면 감당 못 해.”
그는 성궁 밖으로 나가는 로브 두른 여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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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첫날.
와아아―
성국 수도의 성 시엘로 대광장은 평소의 윤택한 조경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러 색의 머리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지방 곳곳의 관광객과 외부 인파까지 한곳에 몰려 대광장의 작은 골목들과 종탑보다 낮은 건물들의 옥상까지 사람들이 모두 들어찼다.
이런 날에는 대광장의 레스토랑을 예약해 창가 자리에서 안전하게 관람하는 똑똑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수많은 인파, 그만큼 커다란 감격의 외침이 잇따랐다.
“성하―!”
“성황이시여―”
여러 목소리가 섞였으나 율리시스를 향한 환호라는 건 분명했다.
그는 광장 한가운데에 놓인 거대 종탑 아래, 대광장 한복판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계단을 지닌 대외용 알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우레와 같은 익숙한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했다.
율리시스는 사냥대회에서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1등 외의 순위권 참가자들에게 직접 포상을 내려 주었다.
거대한 대외용 알현장에 오른 모두가 감격에 차 감사히 수상하고 성황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때.
대신전 내의 신하들은 그 모습을 뿌듯하게 쳐다봤다. 그러나 율리시스의 생각만은 달랐다.
사냥대회 참가자들의 검이나 옷에 달려 있는 자수가 놓인 손수건.
‘쓸모없는 저 작은 천, 보기 거슬리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