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58)
나는 문자열을 읽으려 했다.
그런데.
“No! No! Never ever!”
미스터 빅이 손의 물기를 닦으면서 달려왔다.
그러고는 뭐라뭐라 급하게 말을 내뱉었고, 김규태가 말을 그대로 옮겼다.
“내가 초대한 손님이고, 사랑 고백까지 받았는데 돈을 내게 할 수 없지. 그게 마시고 싶어? 그럼 내가 사지.”
이런, 그런 게 아니에요, 미스터 빅!
“아니, 제가 삽니다.”
“안 돼. 내가 사. 절대 안 돼.”
이것까지 사면 엄청 무리······
아니지, 저 사람한테는 무리는 아니지.
대신,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전문성》의 힌트는 얻었으니 꼭 지금 클리어할 필요도 없었고.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맛만 볼게요.”
나는 미스터 빅에게 미소를 보였고, 그도 크게 끄덕거리며 흡족해 했다.
그 이후로는 즐거운 식사가 이어졌다.
백자를 구하게 된 사연도 이야기했고.
“그걸 600불에 샀다고? 푸하하, 나한테는 왜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 거지?”
경매 뒷이야기도 들었고.
“그러니까 폴이 그러더군. 여기저기서 많이 붙고 있으니 그냥 700만 불을 부르는 게 돈을 아낄 것 같다고. 나는 오케이 했지.”
특히 미스터 빅은 내 파혼 이야기를 그렇게 좋아했다.
“으하하, 원래 사랑이란 게 자기도 모르는 법이니까. 차라리 잘 됐지. 아직 젊은데 많이 만나보고, 많이 즐기게. 나도 이혼을 네 번 정도 했는데, 아니지, 세 번인가?”
······역시 미국은 자유로운 국가였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옥상으로 향했다.
미스터 빅은 맨해튼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대접한다고 했다. 자신은 돌아가지 않는다고.
투두두두두두──
헬기를 처음 봤을 땐 눈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이제는 그래도 좀 적응이 됐다.
“즐거운 저녁이었어.”
김규태가 미스터 빅의 말을 옮겼고, 나 또한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저도 뉴욕에 온 이후로 제일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미스터 빅은 정말 잠깐 만난 건데.
왜 이렇게 친해진 기분일까.
헤어지기도 싫고.
그래서 물어보기로 했다.
미스터 빅이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참았지만, 계속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 「양질 전환」하면 그만이야!
당신, 나한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어!
탐한테 주면 10초만에 뽀록난다고!
그렇지만 미스터 빅의 입으로 듣고 싶었다.
미스터 빅은 그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바지 뒷춤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양 손으로 앞뒷면을 전부 가린 채.
“좋아, 명함을 주지. 그러나 헬기를 타기 전에는 절대 열어보지 말게. 혹시라도 명함을 본다면 헬기에서 바로 떨어뜨리라고 할 거니까, 푸하하.”
나도 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명함을 완전히 가린 채 받아들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만남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다는데, 헤어지기 직전에 그 소망을 깨고 싶진 않았다.
“물론이죠.”
우리는 헬기로 걸음을 옮겼다.
투두두두두두두두──
가까워질수록 더 시끄러워진 헬기 소리.
거기에 파묻힐세라 미스터 빅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작별을 고했다.
“See you, Mr. Goldenbell!”
“See you!”
나도 크게 답하고는 헬기에 올랐다.
헬기는 천천히 옥상에서 멀어졌고, 미스터 빅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투두두두두두──
헬기가 브루클린을 지나 이스트 리버를 건너는 즈음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명함을 올려들었다.
누굴까.
대체 어떤 사람일까.
[ MR. BIG ]명함을 뒤로 뒤집어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이 싸람이!”
미스터 빅만 적힌 명함을 줘놓고, 타기 전에 보면 헬기에서 떨어뜨린다 만다 해?
‘크큭, 어이가 없네.’
진짜 웃기는 양반이었다.
뉴욕의 밤하늘을 뒤로 하고 피식, 피식, 자꾸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도 나중에 국제용 명함을 만들게 되면, 미스터 골든벨만 박아 넣어야지.
*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통역사, 김규태와 호텔 로비에서 대화를 나눴다.
“변호사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정말로.”
“아닙니다. 결과가 좋아서 저도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다 변호사님 덕분이죠. 그런데 이제 돌아가는 항공편도 슬슬 예약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렇죠.”
감정과 경매 일정이 어떻게 잡힐지 몰라, 올 때는 편도 항공권만 끊었었다.
“내일 모레 귀국할까 하는데 괜찮으세요?”
“아, 내일이 아닙니까?”
“변호사님 일정 바쁘시면 먼저 가셔도 좋습니다. 저는 내일 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
“흐음, 잠시만요.”
김규태는 폰을 꺼내 일정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내일 모레 같이 가시죠.”
“예, 그럼 제가 항공권은 예약하겠습니다.”
그리고 호텔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질렀다.
인천 직행 퍼스트 클래스를.
둘이 합쳐 2,572만 원.
속이 살짝 뜨끔했지만, 속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으하하하! 어쩌라고!”
돈 있는 사람이 시원하게 질러줘야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제 저는 소비 전문가, 플렉스 전문가입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지른 건 아니었다.
김규태도 워낙 고생을 했으니 이 정도 대접은 해드리고 싶었고, 《전문성》도 깨고 싶었다.
‘안 떠?’
그런데 문자열은 뜨지 않았다.
‘그럼 적어도 2500만 원 이상이네?’
대충 견적이 나왔다.
발베니 50년산이 우리나라 돈으로 6250만 원이었으니까.
아마도 《전문성》 클리어 조건은 2500과 6250 사이, 어느 금액 이상을 소비하는 것.
나는 호텔방 구석에서 축 처져있는 코코에게 달려갔다.
“코코! 아구, 우리 복덩이! 우리 귀여운 애기!”
이 모든 게 다 코코 덕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코코는 저렇게 슬퍼하니 나도 마음이 아팠다.
──코로로로······
안 그래도 내일 코코에게 멋진 선물을 줄 작정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그걸로 《전문성》까지 깨버리지, 뭐.
“코코야, 내일 쇼핑가자. 내일 사는 건 전부 다 먹게 해줄게. 재테크 안 해. 안 팔아. 그러니까 마음 풀어.”
코코는 빛살을 꾸물거리더니 도로로 날아갔다.
한 번에 풀리진 않겠지만, 내가 노력해야지.
“탐, 괜찮지?”
탐은 평소처럼 해맑게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퓨퓨퓨퓨퓨퓨!
뉴욕에 있으면서도 「매크로」를 돌릴 시간만 되면 잠깐 사라졌다가 오던 우리 부지런한 탐.
탐에게는 뉴욕 스타일 정크푸드 칼로리 폭탄을 선물해줘야겠다.
“으이차!”
침대에 몸을 던졌다.
뭉클한 쿠션이 지친 몸을 감쌌다.
손깎지를 베고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네.’
뉴욕에서만 벌써 2주가 넘었다
2주 전에는 처음 밟아보는 외국 땅이라서, 이 도시가 너무 멋져서 발발이처럼 쉬지도 않고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그리웠다.
‘사람이 참 신기해.’
한국말도, 한국 밥도, 한국 사람들도 다 그리웠다. 간간히 연락은 했지만 그래도 직접 보고 이야기하는 건 다르니까.
‘······채연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그날 이후로, 종종 아른거린다.
그 기다란 속눈썹도, 깜짝 놀라던 토끼눈도, 발간 입술도.
[ 아직 젊은데 많이 만나보고, 많이 즐기게. ]훠이! 고개를 돌리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전부 다 돈쭐내버릴 거다.
*
다음날, 크리스티 뉴욕 경매장.
오늘은 >뉴욕의 20대 금속공예작가 컬렉션>이 열리고 있었다. 어제보다 더 마이너한 경매였다.
[ 세 번째 품목은 멜라니 플로이드의 ‘이름 없는 이름표’입니다. ]나는 오늘 위탁인이 아니라 응찰자의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 크리스티에서 빠르게 응찰자 등록을 마쳐준 덕분이었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도 세계 각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 순은으로 만들어진 매끈한 네모 장식이지만 뒷면에는 거칠거칠한 청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번지르르한 이름표 하나를 갖기 위한 우리의 악전고투를 담고 있는 셈이죠. ]경매사는 도리스 파커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보다는 확실히 하이프가 약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코코는 신이 나서 경매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코로로! 코로로로로!
기운을 찾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 번 잘 찾아봐. 마음에 드는 걸로.’
여기에 온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 《전문성》 깨버리기.
둘, 7백만 달러를 벌게 해준 코코에게 포상품 주기!
‘일은 탐이 더 많이 하는데 막상 거금은 코코가 벌어온 게 웃기단 말이지, 크크.’
코코가 탐보다 레벨도 낮으니 레벨링도 할 겸해서 낙찰품을 「질→양 전환」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너무 비싼 건 안 된다.
코코한테 먹이고 나면 돈이 증발하는 셈니까.
반대로 너무 싼 것도 안 된다.
《전문성》을 못 깰 테니까.
──코로로로로로!
······물론 나는 돈만 내는 거고, 선택은 코코의 몫이었다.
응찰 경쟁이 시작되었다.
[ 좌측 레이디 1만 나왔습니다. 1만, 현재가 1만. 1만 1천 없나요? ]1만 1천이라니.
어제 내 경매에 비하면 확 떨어진 가격이었다.
그만큼 어제가 스펙타클하셨다는 거지!
[ 온라인 응찰 1만 1천, 바로 앞 신사 1만 2천, 뒤편에서 1만 3천! 여기 너무 뜨거운데 에어컨 좀 켜주세요. 아, 이미 켜져 있군요! ]나는 그 사이, 코코의 눈치를 살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코코는 청백색 빛살을 도로로 돌리면서 경매사 눈앞까지 날아갔다. 그러고는 빙글빙글 돌면서 작품을 관찰하더니 내게 돌아왔다.
──코로로!
좋다는 거야?
──코로로로로로로로!
유럽 최초의 백자를 발견할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하긴 코코가 그때처럼 좋아하면 7백만 달러짜리라는 건데.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지.
좋았어.
이번에는 제대로 포식하게 해줄게.
[ 현재가 2만 3천, 2만 3천······ 마지막 기회입니다. 더 없습니까? ]마지막 기회라는 콜에 번쩍 손을 들었다.
[ 오우, 중간 신사분 2만 4천! ]아니아니,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제 저녁, 그 멋진 마이클 조던처럼.
“써리 싸우젼드.”
으이씨, 발음이 잘 됐을지 모르겠다.
TV에서 보던 아이스크림 광고를 떠올리며 최대한 굴려봤는데.
[ 3만, 3만 나왔습니다! 대단한 결정입니다! 한 번에 6천이 뛰었습니다. ]휴우, 그래도 소통은 된 것 같았다.
멋진 사람 되기 쉽지 않네.
‘나중에 영어회화 1대1 과외도 받아야지!’
영어공부를 해야 갓규태 없이도 미스터 빅이랑 농담 따먹기 하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이제 글로벌하게 노는 사람이니까.’
[ 더 없습니까? 은과 청동을 활용한 공예품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색이 변하는 청동처럼 우리의 하루하루도 매일 다른 색깔로 빛난다는 의미를 가진 작품입니다. ]더 없나?
드루와, 드루와 봐.
[ 현재가 3만, 3만······ 더 없습니까? ]경매사의 팔이 힘껏 올라갔다.
땅─!
그리고 경매봉이 경쾌하게 바닥을 찍었다.
[ 낙찰! ‘이름 없는 이름표’는 이름 없는 멋쟁이 신사에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번호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나는 들어올 때 받았던 번호판을 높이 치켜들었다.
[ 7777번, 번호도 너무 멋지군요. 좋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모든 클리어 조건을 충족하여 《찬란한 30대: 튜토리얼의 끝》에 도달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찬란한 30대》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됩니다.
크리스티 뉴욕의 경매장 한복판에서.
그렇게 나는,
찬란하게 살아갈 준비를 마쳤다.
너희 둘 덕분이야
크리스티의 사무실.
나는 쇼파에 앉아서 지불과 양도 절차를 기다렸다. 협의 과정은 김규태가 담당했고.
“의뢰인, 물품은 한국으로 특별 배송 절차를 부탁할까요?”
“아뇨, 여기서 바로 수령할게요.”
코코한테 먹여야 되거든요.
“그럼 지불도 여기서 바로 하셔야 합니다.”
“좋습니다. 카드로 할게요.”
“한도가 4천은 나와야 할 텐데요.”
“걱정마세요.”
날 뭘로 보시나! 그래픽카드 사고 팔 때부터 신용카드로 거래를 하도 많이 해서 한도는 넉넉했다.
김규태에게 신용카드를 넘겨주고, 다시 집중했다. 눈앞에 떠오른 문자열들에.
──《찬란한 30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튜토리얼 과정에서 당신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수집되었습니다.
──《찬란한 30대》 시스템은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찬란한 30대》 시스템 설명이었다.
그런데 한눈에 봐도 양이 워낙 많아서 경매장에서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직원과 협의하는 김규태를 일별하고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아래는 당신이 클리어한 튜토리얼 퀘스트 목록입니다.
[ 트리거 퀘스트, 《최초의 믿음》 ] [ 튜토리얼 Ⅰ, 《양→질 기초》 ] [ 튜토리얼 Ⅱ, 《양→질 입문》 ] [ 튜토리얼 Ⅲ, 《양→질 응용》 ] [ 튜토리얼 Ⅳ, 《질→양 기초》 ] [ 튜토리얼 Ⅴ, 《질→양 응용》 ] [ 튜토리얼 Ⅵ, 《스페셜: 합법 복제》 ] [ 튜토리얼 히든, 《「조합」의 기초》 ] [ 튜토리얼 히든, 《「매의 눈」 기초》 ] [ 튜토리얼 Ⅶ, 《「매크로」의 기초》 ] [ 《찬란한 30대: 튜토리얼의 끝》 ]‘와, 뭐가 이렇게 많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새삼 떠올랐다.
청첩장 20개를 탐에게 먹였을 때부터 정보를 갈아넣고, 피규어를 구하러 다니고, 이력서를 넣고, 원두 복사까지.
‘탐, 코코······ 너희가 진짜 고생 많았어!’
사무실을 날아다니는 둘을 보고 있었더니 시스템이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튜토리얼의 끝》 보상으로, 모든 튜토리얼 퀘스트에서 얻은 보상을 재지급합니다.
──「럭키 스트라이크」 쿠폰 5장
──「합법 복제」 쿠폰 1장
──「조합」 쿠폰 1장
──「매크로」 쿠폰 1장
그동안 얻은 보상을 또 준다는 거야?
“우어!”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였다.
점점 튜토리얼이 적게 뜨면서 쿠폰이 말라가고 있었는데!
이어서 긴 문자열이 떠올랐다.
──《찬란한 30대》 시스템은 당신에게 지름길을 알려줄 수도, 약간의 힌트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당신이 잘못된 길을 택할 경우 경고할 수도 있으며······
오오, 고봉밥이네.
요즘은 간편 건강식이 트렌드라구!
암튼 내가 잘 살아가도록 도와준다는 거지?
──《찬란한 30대》 퀘스트는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력》, 《전문성》, 《유희》, 《관계》, 《특별》
내가 요즘 계속 매달려있던 4가지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