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touch it, it'd all be profit RAW novel - Chapter (59)
거기에 《특별》까지 더한다는 거지?
──퀘스트를 완료하면 《상점》에서 쓸 수 있는 화폐, ‘글로리’가 지급됩니다.
──글로리와 《상점》으로 당신이 보유한 작업대, 스킬, 쿠폰을 업그레이드하세요.
퀘스트를 깨서 글로리를 받고.
그 글로리로 상점에서 이것저것 질러라?
오호, 지르는 건 내 전문이지!
──첫 퀘스트, 그리고 《상점》은 24시간 후에 공개됩니다.
──당신의 찬란한 앞날을 기원하겠습니다.
24시간 후에 첫 퀘스트 준다고?
나야 무조건 좋지.
튜토리얼 클리어하던 것처럼 퀘스트도 다 깨버리면 되는 거 아냐? 보상도 더 많이 줄 것 같고.
‘개꿀! 앞으로도 잘 부탁해!’
그때, 김규태가 다가왔다.
“이제 작품 수령하시면 되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작가 프로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네, 잠시만요.”
물론 >이름 없는 이름표>는 이제 내 것.
어떻게 처분하든 내 마음이었다.
정당하게 비용도 지불했고, 그 돈으로 작가는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갈 테니 서로 윈윈이었다.
‘그치만 좀 미안하기도 해.’
코코가 작품을 시원하게 갈아버릴 테니까.
게다가 코코가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면 재능이 있다는 소리. 누구인지 알아둬서 나쁠 건 없었다.
“여기 있습니다.”
김규태가 건넨 종이 1장.
나는 거기에 적힌 이름을 눈으로 훑었다.
‘멜라니 플로이드······.’
멜라니 씨, 정말 죄송합니다.
당신의 작품은 코코의 먹이로 대체되었다.
코코야, 가자!
*
호텔방.
크리스티에서 받아온 하드 케이스를 열었다.
그러자 은빛 브로치, >이름 없는 이름표>가 모습을 드러냈고, 코코는 벌써부터 난리가 났다.
──코로로로로로로!
──【아공간 작업대: 고급】이 은빛 브로치의 작품성에 감탄하며 몸을 배배 꼽니다.
지켜보는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공로를 치하하고, 감사를 표하기로 했다. 73만 원으로 700만 불을 벌어왔는데!
“코코야, 너 덕분에 나 부자됐다? 진짜 고마워. 넌 진짜 대박이야.”
······그런데 코코는 내 말에 관심도 없었다. 청백색 빛살을 마구잡이로 휘날리며 케이스 주변만 날아다닐 뿐.
“그래······ 먹어!”
나는 브로치를 공중에 가볍게 던졌고.
코코는 원반놀이를 하듯이 팽그르르 날아가 브로치를 삼켜버렸다.
──「양질 전환」의 권능이 발휘됩니다.
──품목: 은, 청동 브로치 59g
──수량: 0.99
──예상 작업시간은 1분 15초입니다.
──전환 작업을 시작하겠습니까?
어차피 「미리보기」에 뭐가 나오든 갈아버릴 거지만, 궁금하긴 하네.
──「미리보기」 스킬이 발동되었습니다!
──결과물을 선택해주세요.
──A. 순은 32g
──B. 청동 27g
──C. 멜라니 플로이드가 버린 스케치북 1권
그런데 「미리보기」 옵션이 좀 이상했다.
‘응?’
A랑 B옵션은 이해가 됐다.
물질만 그대로 「질→양 전환」한 옵션들이니까.
A4지가 프리미엄 A4지로 바뀌듯이 말이지.
그런데 C옵션은 작가가 버린 스케치북이라니.
작품에 담긴 정보, 그러니까 예술적 가치를 「질→양 전환」한 걸까?
선택은 쉬웠다.
어차피 순은 꼴랑 몇 그람 받아서 이득볼 거리도 없으니까.
“C로 가자.”
──「질→양 전환」이 시작됩니다.
──「럭키 스트라이크」가 발동되어 「양질 전환」에 보너스 효율이 적용됩니다.
코코는 마약한 장수풍뎅이처럼 미친 듯이 날아다녔고, 조금 뒤 무지갯빛 광선을 뿜어댔다.
──「질→양 전환」이 완료되었습니다.
──【아공간 작업대: 고급】의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아공간 작업대: 고급】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Lv.2 → LV.3)
오오오오, 레벨업! 이제 탐이랑 동렙이야!
그런데 시골에서 담근 된장, 제일 좋은 건전지 같은 건 그렇게 먹여도 레벨업 안 되더니.
‘입이······ 비싸!’
역시 고급은 고급.
코코는 작업 횟수보다 제대로 된 걸 먹이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전환이 완료된 품목을 「소비」해주세요.
그리고 5절 스케치북 1권이 나풀나풀 떨어졌다. 진짜 쓰레기장에 처박혀 있었는지 여기저기 찢어지고 때묻은 녀석이었다.
‘뭐길래 은이 안 나오고, 스케치북이 나왔지? 뭔가 공통점이 있나?’
궁금한 마음에 바로 집어서 첫 장을 펼쳤다.
“아아······.”
거기에는 >이름 없는 이름표>의 스케치, 컨셉 아트가 그려져 있었다.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미리 그린 그림.
꽤 흥미로웠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이제 가치가 없지.’
>이름 없는 이름표>는 아공간으로 사라졌거든.
짧게 사죄의 기도를 하고는 다음 장을 넘겨보았다. 무슨 그림이 더 있나 하며.
“응?”
그런데 거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들이 그려져있었다.
‘······회화 작가였어? 금속공예가 아니라?’
팔락─ 팔락─
계속 넘겨봐도 회화 습작들만 나왔다.
잭슨 플록처럼 공업용 페인트를 흩뿌린 추상 회화. 앤디 워홀처럼 인쇄물들을 붙인 팝아트 습작. 제프 쿤스처럼 선정적이고 키치한 스케치들.
‘느낌 있는데? 약간 아류 같긴 하지만.’
그런데 뒷장으로 넘길수록 누구의 스타일을 닮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그림들이 나왔다.
게다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감상 모드에 빠지게 되었다.
‘······느낌 쩌는데?’
급하게 가방을 뒤져서 아까 크리스티에서 받아온 프로필을 다시 읽어봤다.
[ Melanie Floyd ] [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 [ Bachelor of Fine Art: Painting and Drawing ]으악! 바로 번역기에 돌려보았다.
[ 시카고 예술대학, 미술학사: 회화전공 ]회화하는 사람 맞네.
그럼 >이름 없는 이름표>는 그냥 취미로 한 번 만들어본 건가? 그런데 그걸 크리스티에서 팔릴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재능러 같은데······.’
멜라니 플로이드.
이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잘 되고 유명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작가 대부분은 재능이 있든 없든 이러저러한 이유로 묻히고 말지만.
“코코야.”
혹시 모르니까, 세상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 스케치북은 잘 보관하고 있어야겠다.
“너 또 한 건 했다?”
코코는 관심도 없이 코로로로로, 날아다닐 뿐이었다.
*
다음날.
김규태와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퍼스트 클래스로다가.
“와,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덕분에 저도 이런 경험을 해보네요.”
“아니에요,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두 다리 쭉 뻗고 편하게 즐기십쇼!”
“하하, 감사합니다.”
퍼스트 클래스는 약간 캡슐방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좀 많이 좋은, 최고급 캡슐방.
‘와, 진짜 좋긴 좋다.’
미니 냉장고에 꽤 큰 스크린.
좌석이 엄청 넓어서 침대처럼 누울 수도 있고.
자동문이 있어서 주변과 공간 분리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담 승무원이 다가와 자기소개도 하고, 비행 일정도 차근차근 안내해줬다.
물론 못 알아들었지만.
“파자마? 파자마 굿. 깁 미.”
대신 잠옷 득템!
웰컴 푸드라고 해야 하나, 고급스러운 아몬드 제과와 스페셜티 커피까지 대접받았다.
‘그래! 돈을 얼마나 냈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기내식 종류도 거의 레스토랑 수준.
쇠고기 안심, 연어 스테이크, 캐비어와 크래커, 초콜릿 타르트······.
배터지게 처먹고, 좌석을 눕혀 푸지게 잤다.
“Excuse me, Sir?”
그러다 일어나니까 또 밥 먹으랜다.
인천행 비행기라 그런지 한국 음식도 있대서 하나 시켜봤다.
조금 뒤에 차려진 전복 삼합찜과 8찬 반상.
‘이게 뭐야, 진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는 술을 하나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샴페인과 와인 메뉴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한 사람이 떠올랐다.
‘미스터 빅······ 나 한국 가!’
누구는 해외여행가면 이름 모를 여인과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던데.
나는 것보다 미스터 빅을 만난 게 더 좋았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알려준 사람이었으니까.
[ 나는 위스키를 사랑해. 당연히 최고의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도 사랑하고. 사랑하는 것을 위해 돈을 쓰는 게 뭐가 문제인가? ]‘그래, 이럴 때가 아니지.’
이제 10시간 정도만 더 있으면 한국.
앞으로 돌아가면 할 일들을 찬찬히 정리해보고 싶었다.
가방에서 메모지를 하나 꺼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어뮤즈였다.
‘어뮤즈는 무조건 잘 돼야 돼.’
내 카페이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
질 좋고 싼 커피, 최고의 디저트.
‘참 좋은데······.’
이렇게 좋은 건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메모지에 끄적였다.
아, 홍보도 감질나게 하지 말자.
돈 팍팍 써서 인플루언서 한 10명 부르자.
채연이한테 소개 받으면 되겠지.
그리고 내가 어딘가에 돈을 써야 한다면.
코인처럼 아무 가치도 못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가치있는 서비스, 좋은 제품을 만드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
그래서 적었다.
[ 2. 엔젤투자: 적격엔젤 교육 + 윤준호 ]갑자기 뉴욕에 오느라 저번 교육과 파크레인 IR은 다 못 갔다.
그치만 또 신청하면 되니까. 준호도 다시 만나면 되고.
‘그리고 세 번째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돌아다니고,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참여하며 느꼈던 것.
세상에는 재능이 넘치지만 생활고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을 돕고, 키워내고 싶다는 마음.
아직은 불확실하고 방법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적어두었다.
[ 3. 문화예술 후원자? 예술가 매니지먼트? ]크크, 써놓고 보니 나랑 되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치만 꿈은 자유잖아?’
이거 다 하려면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네, 생각하며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반가운 문자열이 떠올랐다.
──《상점》이 개방되었습니다.
──《상점》 판매품목은 매시간 무작위로 변경됩니다. 특가상품도 있으니 자주 확인하세요!
──《상점》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확인해야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반투명한 창 하나가 떠올랐다.
──────────
《글로리 상점》 ─보유 글로리: 0G
◇ 럭키 스트라이크 쿠폰(1회권): 150G
◇ 조합 쿠폰(1회권): 200G
◇ 아공간작업대 경험치부스터(1시간): 280G
◇ 럭키 스트라이크 쿠폰(3회권): 400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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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 아는 쿠폰도 있었고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위아래로 계속 스크롤해보았다.
‘럭키 스트라이크 3회권도 있네? 경험치 부스터 같은 것도 있고?’
그런데 상점 최하단에는 진짜 이상한 아이템들이 있었다. 자물쇠로 잠겨있는 것 같은 녀석들.
──────────
∉ 「핫핸드」 튜토리얼 : 20,000G
∉ 「도미노」 튜토리얼 : 20,000G
∉ 「불법압축」 튜토리얼 : 30,000G
∉ 「편린」 튜토리얼: 30,000G
∉ 「생체시계」 튜토리얼: 50,000G
──────────
뭐지?
표기법이나 튜토리얼이라는 걸 보면 「양질 전환」의 새로운 스킬들이겠지?
‘근데 드릅게 비싸네······.’
그동안 공짜로 스킬을 얻었던 튜토리얼들이 진짜 꿀이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공짜도 하나 있었다!
──────────
[튜토리얼 클리어 기념 사은품] 아공간 작업대 외형 변경권 : 0G──────────
사은품이라니, 크크.
그런데 외형 변경은 무슨 말이야.
빛나는 말미잘 같던 탐코코가 달라지는 거야?
손가락을 갖다댔더니 바로 메시지가 떴다.
──【아공간 작업대】 외형 변경권을 2장 획득하였습니다.
오오?
바로 탐코코를 불러서 쿠폰을 써봤다.
──【아공간 작업대】 외형 변경이 시작됩니다. 당신이 외형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기내에 날아다니던 코코와 탐이 공중에서 제멋대로 외모를 바꾸기 시작했다.
뾰족한 창이나 커다란 택배박스도 되었다가.
코뿔소, 강아지, 앵무새, 돌고래, 거미······ 별의별 동물들로 차례대로 바뀌어갔다.
“하하······.”
그게 신기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내가 저중에서 하나를 고르긴 싫었다. 딱히 제일 좋아하는 동물도 없었고.
무엇보다, 탐코코도 자아가 있잖아?
그동안 고생 많이 했는데 외형 정도는 직접 정할 수 있어야지. 게다가 쟤네들, 나보다 안목이 훨씬 뛰어난 친구들이라구.
‘탐코코! 니들이 알아서 정해. 자유다!’
그러자 역시, 주관이 확실한 코코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오······.”
새하얗지만 청빛이 감도는 북실북실한 털.
도톰하게 탐스러운 꼬리.
요망하고 신비로운 눈빛.
도도한 걸음걸이.
코코는 북극여우를 닮아있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생김새였다.
“우와······.”
역시 코코는 잘 고르네. 그러면 탐은?
탐은 붉고 노란 거북이가 되어 공중에서 느릿하게 다리를 내젓고 있었다.
‘크크크, 개웃기네.’
그런데 탐은 북극여우처럼 변한 코코를 발견하더니 화들짝 놀랐다.
──퓨퓨? 퓨퓨퓨?
코코에게 자극 받았는지 안절부절못하는 탐.
다시 모습을 바꾸더니 마침내 탁, 변신을 마쳤다.
코코보다 조금 덩치가 크고.
붉고 노란 빛깔이 감도는 털에.
레트리버처럼 웃는 상이었지만.
‘크크, 이 따라쟁이!’
결국 여우였다. 붉은 여우.
뭐, 자기가 좋다는데 어쩌겠어.
‘둘 다 그걸로 괜찮겠어?’
내가 둘에게 묻자, 탐코코는 수달처럼 네 다리를 쭉 뻗으며 기내를 돌아다녔다.
그러고는 갑자기 비행기 바깥으로 날아갔다.
깜짝 놀라 창밖을 바라봤다.
“뭐야, 어디 가!”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절경.
푸른 하늘, 하얀 구름 사이로 예쁜 여우 두 마리가 꼬리물기를 하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
나는 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희 둘 덕분이야. 고마워, 항상.’
그래서일까.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