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164
제163화
선우 일행이 새로 진출한 샴 대륙은 원시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오는 대륙이었다.
곳곳에 야생의 환경이 펼쳐졌고 몬스터들이 우글거렸다.
그 와중에 우뚝 서 있는 마을 하나가 보였으니 샴 대륙에서 도착한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발견하는 시작의 마을 ‘엥케르’였다.
선우가 마을 안으로 발을 딛자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띠링!
[시작의 마을 ‘엥케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샴 대륙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 마을입니다.]마을 안에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아으, 여기는 왜 이렇게 덥냐? 사우나 들어온 거 같네.”
코딱충이 얼굴을 구기면서 투덜거렸다.
“야, 여기서는 갑옷 같은 거 입지도 못하겠다.”
불나방조차 혀를 내밀면서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았다.
그동안 무거운 중장갑의 방어구를 착용했던 터라 체력 소모가 더욱 극심했다.
덥고 습하고 푹푹 찌는 날씨.
바람이 불어도 누군가 히터를 틀어놓은 거 같았다.
“땀도 말라붙는 거 같다. 아으… 찐득찐득해.”
코딱충이 연신 투덜거리는 걸 선우가 물끄러미 보다가 물었다.
“야, 자꾸 구시렁댈래?”
“누가 구시렁댄대? 더운 걸 덥다고 하는 건데.”
“딱충이, 차렷.”
“뭐? 야 뭐하자는 거냐?”
“아무래도 안 되겠어. 딱충이가 그동안 기강이 좀 느슨해져서 나에 대해 개념이 다 사라진 거 같다. 차렷.”
선우의 말에 코딱충이 피식하고 웃음을 뱉었다.
“야, 악연으로 만났지만 이제 대충 알 만 한 사이끼리 무슨 새삼스럽게. 큭큭.”
퍽-!
“아얏!”
선우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바닥에 주저앉은 코딱충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퍽, 퍽, 퍽.
“아! 아! 아야!”
코딱충이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뒹굴었다.
선우는 쫓아가며 코딱충의 엉덩이와 허벅지, 옆구리를 발끝으로 푹푹 찔러찼다.
“아야야!”
코딱충이 공처럼 데굴데굴 굴렀고 선우는 발로 계속 툭툭 찼다.
삐익-!
뒤늦게 어디선가 누가 호각을 불면서 달려왔다.
꾸꾸꾸-!
뒤돌아봤더니 타조만한 크기의 닭이 선우와 코딱충을 번갈아 쳐다봤다.
닭 위에는 원주민 같은 차림의 NPC가 타고 있었다.
그의 허리에는 곤봉이 들려 있었고 등에는 활을 메고 있었다.
“이곳 엥케르 마을은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이곳에 오신 모든 여행자들과 모험가들은 안락한 휴식을 취해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소란을 피우는 건 금지입니다.”
엥케르 마을을 지키는 경비병 NPC였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닭은 평범한 닭이 아니었다.
샴 대륙에서 가장 사납고 거칠기로 유명한 싸움닭 케무투스였다.
발로 차면 고블린 같은 몬스터는 한 방에 죽어버리고 오크조차 몇 방 못 버티고 죽는 닭이었다.
꾸우-꾸우-
케무투스가 공룡 같은 눈알을 번뜩이면서 칼날처럼 날카로운 부리를 흔들었다.
자꾸 소란을 피우면 둘 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투지가 돋보였다.
불나방이 선우를 말렸다.
“야, 선우야. 그만하자. 이쯤이면 딱충이도 알아들었을 거야.”
선우가 코딱충을 내려다봤다.
코딱충은 엎드려서 얼굴을 들지 않고 가만있었다.
“야, 딱충이. 일어나.”
선우의 말에 코딱충은 말을 듣지 않고 버텼다.
‘아우… 빌어먹을. 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거냐? 젠장, 어쩌다가 이런 인격파탄 쓰레기 놈하고 엮여버려서 개처럼 끌려다니고….’
코딱충은 자신이 잘나가던 시절이 떠오르며 현재 자신의 처지와 비교가 되었다.
이번엔 선우가 쪼그려 앉았다.
여전히 얼굴을 땅에 박고 고집 부리는 코딱충의 귀에 대고 속삭거렸다.
‘야, 빨랑 일어나라고. 치킨 보는 앞에서 개망신 당하기 전에.’
코딱충이 울컥 하고 고개를 들었다.
“야!! 김선우!! 너 진짜 죽고 싶…어어억!!!”
고개를 들면서 바로 옆에 쪼그려 앉은 선우의 발목을 잡아채려는 순간이었다.
코딱충의 귀를 선우가 손으로 잡아 끌어올렸다.
“아유~ 월척이네. 앙? 야, 내가 일어나라고 할 때 일어나면 좋잖아.”
삐-익!!
지켜보던 경비병 NPC가 다시 호각을 불었다.
“거기, 자꾸 소란 피울 거예요? 이게 마지막 경고입니다!”
선우가 코딱충의 귀를 놔줬다.
코딱충이 귀를 만지작거리면서 투덜거렸다.
“야! 내가 언제까지 이딴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하는 거냐? 너 좀 심하다는 생각 안 드냐?”
“들기는 뭐가 들어? 내가 말을 할 때 째깍째깍 하면 되는 걸 네가 안 하잖아. 이런 대접 받기 싫으면 내가 처음 말 꺼낼 때 반사적으로 움직이라고. 앙?”
코딱충이 속으로 선우에게 쌍욕을 퍼부어댔다.
“어쭈? 눈빛 봐라. 아주 여차 하면 뒤통수 칠 배반의 눈빛이네.”
“네가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뒤통수 안 치고 싶어도 갑자기 확 치고 싶어진다고. 알아 듣냐?”
불나방이 코딱충을 툭 하고 쳤다.
“야, 미쳤냐? 갑자기 여기 와서 왜 안 하던 반항질이야. 안 어울리게.”
“안 어울리긴 뭐가!! 난 아르콘 대륙에서도 반항의 아이콘이었어!”
경비병 NPC가 코딱충에게 경고를 했다.
“저기요. 모험가님. 아니지? 여행가신가? 아무튼 뭐가 됐든 상관없으니 여기서는 소란 피우지 말고 조용히 좀 하세요. 조용히!!!”
“아, 시끄러!! 조용히 할 거면 너나 조용히 해!! 치킨 타고 순찰이나 돌라고!”
코딱충이 소리를 빽빽 질렀다.
“아으으… 정말 못 참아주겠네 진짜!!!”
갑자기 곁에서 선우 일행을 감시하던 경비병 NPC가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응?”
코딱충의 옆쪽에서 발차기가 날아왔다.
빠악!!
“쿠엑!”
경비병이 타고 있던 케무투스가 앞차기로 코딱충을 날려버렸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옆쪽으로 공처럼 굴러가는 코딱충.
케무투스가 선우를 향해서도 발차기를 날렸다.
“으앗!”
선우가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회피했다.
케무투스가 날개짓을 하며 퍼더덕 솟구쳤다.
쿠웨엑!!!
고막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비음이 터졌다.
불나방이 귀를 막고 눈을 찡그렸다.
“아윽!”
귀가 쨍- 하는 이명으로 가득 찼다.
퍼더덕-!
퍼퍽!!
불나방이 움직이지 못하는 찰나 케무투스가 점프를 하며 양발로 앞차기를 날렸다.
와당탕!!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불나방이 뒤로 날아갔다.
“마을 손님으로 오셨으면 얌전히 있다 가시면 되지 어디서 행패예요! 행패가!!”
경비병 NPC는 어느덧 곤봉을 뽑아들고 코딱충과 불나방을 쫓았다.
이미 선우는 바람처럼 사라진 뒤였다.
퍼퍽! 퍽! 퍽!
케무투스는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며 도망치는 코딱충과 불나방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이 빌어먹을 치킨 자식이!!”
코딱충이 공격 자세를 취하고 스킬을 쓰려고 했다.
띠링!
[시작의 마을 ‘엥케르’에서는 NPC와 전투가 금지되어 있습니다.]“뭐라고? 저건 날 패잖아?”
빠악-!
“크엑!”
코딱충이 다시 바닥을 나뒹굴었다.
경비병 NPC가 외쳤다.
“여기서 소란 피우는 놈들! 행패 부리는 놈들은 모두 몽둥이가 보약이지!!”
샴 대륙의 엥케르 마을에서는 경비병 NPC들의 권한이 높았다.
마을 밖이라면 모를까 마을 안에서 일어난 소란에는 어떤 플레이어도 경비병 NPC들을 공격할 수 없었다.
반면 경비병 NPC는 마을 안에서 소란이 벌어진다면 당사자들을 모조리 공격해서 내쫓아버리는 게 가능했다.
퍽! 퍽!
코딱충과 불나방이 얻어터지고 마을 밖으로 버려졌다.
“끄으으….”
“아우… 젠장….”
경비병 NPC가 엄숙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이들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마을에 소란 일으키지 마세요!! 다음에도 또 다시 이렇게 마을 분위기를 해치려 한다면 더 끔찍한 형벌을 내려줄 겁니다!”
경비병 NPC는 케무투스를 타고 다시 마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구구… 젠장…. 삭신이 다 쑤시네.”
“빌어먹을…. 김선우, 이 자식은 또 어디로 튀었냐?”
코딱충이 코피를 닦으면서 일어났다.
“젠장, 저 치킨 엄청 쎄네.”
“선우 찾으러 가야지. 귓속말 해볼게.”
“놔둬!! 그 의리 없는 도망꾼 자식. 대장 노릇을 해야 대접을 해줄 거 아냐!”
“야, 딱충이 너도 그냥 좀 말 잘 듣기로 했으면 고분고분 들으면 될 것이지 꼭 고집을 부리고 개기다가 싸움을 만들더라.”
“뭐야? 너 지금 누구 편이냐?”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어? 다 같은 편이지.”
“그러니까 내가 맞을 짓을 해서 김선우한테 맞았다 이거냐?”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쓸데없이 넘겨짚지 마라.”
“꼭 말을 해야 아냐? 대충 들어봐도 딱 그런 의미가 있는 거잖아.”
“헛소리 하지 말고 선우한테 귓속말이나 넣어.”
“뭐 헛소리? 아우 이 날벌레 자식이 말하는 버릇 좀 보게. 콜로세움 이후로 딱히 부딪힐 일 없으니까 막 대해도 되겠다 이거냐?”
선우에게 귓속말을 하던 불나방이 멈칫 했다.
“날벌레? 너 지금 나더러 벌레라고 했냐?”
“했다! 어쩔래?”
불나방의 눈빛이 달라졌다.
“사과해라. 코딱충. 그러면 못 들은 걸로 하고 넘어가주마.”
“아유~ 무서워서 오금이 떨려서 부러질 거 같네. 야, 불나방. 사과도 순서라는 게 있다. 내가 왜 날벌레라고 했겠냐? 네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그런 거잖아. 네가 헛소리라고 한 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라. 그러면 나도 사과하지.”
불나방이 선우에게 보내던 귓속말을 잠깐 접어 넣었다.
“하아… 야, 코딱충. 지금 시비 거는 건 너야. 아까부터 선우가 하는 말에도 개기고 짜증만 부리고 지금은 나한테도 계속 툭툭 건드리고 있어. 내가 언제까지 참아줘야 되냐?”
“뭐? 참아줘? 야, 네가 언제부터 그 정도 급이 됐냐?”
“안 되겠다. 너 나하고 여기서 한 번 승부를 가려야겠다.”
“오~ 나도 바라던 바야.”
불나방과 코딱충이 엥케르 마을 밖에서 투닥거리는 사이.
선우는 엥케르 마을 안을 뒤집고 다녔다.
“와~ 여기 뭐 이렇게 신기한 게 많다냐?”
엥케르 마을 안에는 온갖 희귀한 장신구를 판매하는 상점부터 처음 보는 음식들을 팔고 있는 식당들과 물약과 치료 약재, 무기, 생활 아이템 등등을 구할 수 있는 곳들이 가득했다.
선우는 여기서 용머리 도마뱀 꼬치구이를 먹고 있었다.
“으음~ 짭쪼롬하니 맛있구먼.”
한참을 먹던 선우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그렇지. 딱충이랑 나방이. 얘들 지금 어디에 있지? 아까 치킨한테 도망치느라 잊고 있었네.”
선우가 잊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경비병 NPC의 폭주로부터 도망을 치다가 우연찮게 엥케르 마을의 골목상점들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골목상점마다 처음 보는 아이템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신없이 구경하다 도마뱀 꼬치를 먹었고 배가 부르니까 코딱충과 불나방이 생각난 것.
“아~ 이 자식들. 대장이 사라졌으면 즉각 어디 계시냐고 귓속말로 물어봐야 부하로서의 기본 아니야? 기본이 안 돼 있어. 기본이.”
선우는 와이번의 곱창 튀김을 하나 사 먹으면서 코딱충과 불나방에 귓속말을 넣었다.
– 야, 너희들 어디 있냐?
귓속말을 해도 둘 다 대답이 없었다.
선우가 옆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와이번 목살 구이를 보면서 다시 귓속말 넣었다.
– 야, 너네들 뭐 먹을래? 여기 먹을 거 엄청 많다.
– 이것들이 왜 다 대답이 없냐? 안 먹을 거면 나 혼자 다 먹는다?
귓속말을 해도 둘 다 아무 대답도 없었다.
선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하는 순간.
피-슝!
“아, 따거. 뭐냐….”
뒷목을 만져보니 뭐가 만져졌다.
쑥 하고 뽑아봤더니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볼펜처럼 생긴 독침이었다.
“응? 이게 왜…?”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고 시야가 흐려지는 선우.
어딘가에서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있었군! 아까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기어이 마을 밖에서 사고를 치고 여기로 튀어? 이놈을 당장 묶어라.”
선우는 스르륵 잠에 빠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