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30
제29화
선우가 들어간 던전 입구를 엘프들이 지키고 있었다.
“저 인간이 과연 룬을 갖고 나올 수 있을까?”
“대장장이 발론과 아는 인간이라면 적어도 황금방패 가문의 신뢰를 얻는 자일 터. 평범한 인간이라면 불가능하다. 믿고 지켜보는 수밖에.”
“괜한 기대 하지 마. 인간이 해낼 만큼 간단한 거였으면 지금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야.”
다른 엘프들이 싸늘한 말투로 빈정거렸다.
선우를 던전으로 안내해줬던 여자 엘프만은 묵묵부답이었다.
* * *
선우는 동굴 속 던전을 헤매며 스트리밍 방송 중이었다.
“후아… 여기는 습기가 장난 아니네요. 역시 인피니티 로드입니다. 세밀한 디테일 하나하나를 놓치질 않아요.”
스트리밍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선우의 플레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우와, 저긴 어디야?
-아까 말하는 거 못 들었냐? 던전이래잖아.
-그니까 무슨 던전이냐고.
-내가 아냐? 던전이 던전이지 무슨.
-저기 나도 첨 보는 던전 같은데 아까 방장님 엘프의 숲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엘프의 숲엔 던전 없는데.
-마져 마져. 아까 엘프의 숲에 와서 무슨 퀘스트를 깬다고 하셨던 거 같았는데 여기는 분위기부터가 다른데 뭐지?
시청자들은 선우가 지금 어느 던전에 와 있는지 궁금해했다.
엘프의 숲은 그동안 인피니티 로드 유저들에게 던전이 없는 평화로운 사냥터로만 알려져 있었다.
특히 벨론 대륙의 엘프의 숲은 사냥터라기보다는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마나를 임시로 회복하거나 마법서 아이템을 먹기 위해서 오는 수련 공간 같은 개념으로 알려져 있던 곳.
그런 곳에 던전 퀘스트를 하고 있다고 선우가 얘기하자 시청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아, 여기는 던전 맞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퀘스트는 다 알려드릴 순 없는데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곳은 엘프의 숲에 숨겨진 던전이거든요.”
선우의 발언은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방송 채팅방을 뒤흔들어버렸다.
-?????????? 님 방금 뭐라고???????
-엘프의 숲에 던전이 있다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백퍼 구라임. 저거 어느 던전 가서 플레이 조명 밝기 조절해서 구라치는 거임. 나 얼마 전에도 이런 거 비슷한 걸로 낚시방송 하던 새끼 봤는데 달풍선만 개빨아먹고 낚시 판명 난 적 있음. 물론 나도 달풍선 많이 쐈지 ㅇㅇ
-방장님. 지금 거기가 숨겨진 던전이라고요? 그러면 히든 던전을 발견하신 거? ㄷㄷㄷㄷ
-구라일 듯. 엘프의 숲에 히든 던전 있다는 정보 들은 적도 없음.
-엘프의 숲엔 던전 없는뎅. 거기 공간 자체가 던전이 발생할 환경이 아니라고 인피니티 로드 가이드북에서 본 기억이….
-지랄 ㅋ 솔직히 얘 콘텐츠 보면 좀 일부러 연출하고 만들려고 티 내는 거 다 보이는데 이런 거에 속아서 달풍 쏘는 새끼들 개한심하네. 엘프의 숲에 던전이 어디 있냐? 꼭 이렇게 어그로 끌다가 막판에 걸려서 자빠지지. 님 ㅂㅂ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선우는 이해했다.
왜냐면 자신도 히든 퀘스트를 받을 때만 해도 몰랐으니까.
엘프의 숲에서 연계 퀘스트를 받은 뒤 던전의 장소로 가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이 과정을 모두 생략해버렸다.
물론 선우는 촬영을 해둔 상태.
‘결정적인 증거 영상은 나중에 영상 편집해서 올리면 파급력이 훨씬 크다. 지금은 단지 홍보용인 셈이지.’
선우의 생각은 이랬다.
먼저 엘프의 숲에 숨겨진 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영상으로 증거를 촬영해둔다.
그 다음 앞 내용을 생략하고 던전의 내부에서 스트리밍을 시작,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
단순한 이 두 가지 작전은 선우의 예상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엘프의 숲에 히든 던전이 있단 사실은 나도 방금 안 거니까 지금 반응이 정상이야. 하지만 이게 진짜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리고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그 자세한 내용을 유료 콘텐츠로 판매한다면?’
선우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돈벼락을 맞는 거지.’
인피니티 로드에서 영상 콘텐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한 가지는 무료로 영상을 업로드 하면 해당 영상의 조회수와 업로더에게 일정 후원금을 지급하는 방식.
또 다른 한 가지는 콘텐츠에 가격을 매겨서 판매를 하는 유료 콘텐츠였다.
영상 콘텐츠의 가격은 500원.
‘1시간짜리 영상으로 편집하면 더할 나위 없어.’
선우는 엘프의 숲에서 히든 던전을 알게 된 과정을 촬영한 것부터 오늘 던전 레이드까지 모두 합하면 1시간 정도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금 스트리밍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저 던전의 레이드에 불과했다.
던전의 위치가 어디 인지 어떻게 들어가야 하며 던전을 찾는 방법은 무엇인지는 오직 선우만 알고 있었다.
선우가 매기는 콘텐츠의 가치는 바로 이 부분.
아무리 던전의 무슨 몬스터가 있고 어떤 아이템이 나온다고 해도 어딘지 알아야 갈 것 아닌가?
“하하하. 엘프의 숲에 던전이 있다는 걸 못 믿는 구독자님들 마음 저는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랬거든요.”
선우는 먼저 말문을 열었다.
“퀴륵….”
말을 이으려던 선우가 멈칫 했다.
동시에 시청자들의 채팅방이 소란스러워졌다.
-오! 몬스터다!
-어디? 안 보이는데.
-방금 소리 들림. 고블린인가?
-무슨 몬스터 나오는지 보면 진짠지 가짠지 알 수 있음. 내가 엘프의 숲 근처 던전은 다 가봄.
선우는 블레스팅 소드를 겨눴다.
동굴은 크리스탈 수정에서 나오는 빛으로 보이는 시야 외엔 어두웠다.
사방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퀴윽… 카악!!
갑자기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선우가 재빨리 등을 돌렸다.
크리스탈 수정구의 빛이 번졌다.
키악!
몬스터가 옆으로 휙 하고 몸을 날렸다.
“뭐지? 저건….”
선우는 크리스탈 수정구를 손전등처럼 비췄다.
몬스터가 동굴 벽에 달라붙으며 천장 위로 빠르게 올라갔다.
크으으… 카악!
쇠를 긁는 소음이 들렸다.
수정구의 빛으로 확인한 몬스터는 처음 보는 놈이었다.
하지만 선우의 눈에는 몬스터의 정보가 식별되어 보였다.
플레이어들에겐 처음 보는 몬스터라고 해도 몬스터의 위쪽 허공에 해당 개체의 정보가 나타났으니까.
“아, 저 몬스터는 저도 여기서 처음 보네요.”
선우의 말에 채팅방에 채팅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무슨 몬스터예요?
-몹 이름 뭐임?
-뭐예요? 뭔데요? 빨리 말해줘요!
-님 알려주면 달풍선 1개 쏨
시청자들은 선우가 히든 던전에 와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몬스터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급반전 되었다.
‘역시 속으로는 궁금해하는 거야.’
선우의 스트리밍 방송 동시 접속자 수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었다.
“저도 아직 확인은… 우앗!”
파앗!
몬스터가 동굴에서 갑자기 점프를 하며 선우를 덮쳤다.
선우가 블레스팅 소드를 휘둘렀지만 몬스터는 엄청나게 빨랐다.
“후아… 여러분들. 앞으로 혹시 여기 오시게 되면 민첩 스텟 엄청 찍으셔야 되겠네요. 저거 진짜 빨라요. 속도감 장난 아닙니…드앗!”
쿠아악!
몬스터는 네발로 걷는 개구리 같이 보였다.
눈은 없었고 피부는 회색에 따개비 같은 돌기가 등부터 온몸에 돋아나 있었다.
아가리는 마치 생선 아귀처럼 좌우로 길게 벌어졌고 톱날 같은 송곳니가 가득 했다.
끄으으…쿠악!
선우가 몬스터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정보를 파악했다.
[변이 프로그]엘프의 숲 지하 던전에서만 서식하는 변이 식인 개구리다.
후각과 청각, 촉각이 극도로 발달해 있으며 점프력이 굉장하다.
발에 달린 빨판이 신체에 닿으면 살이 떨어져나갈 만큼 접착력이 좋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
포악한 성격과 게걸스런 먹성을 가진 몬스터다.
등급: F
변이 프로그는 선우의 블레스팅 소드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것과 아닌 것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놈 같았다.
“우와… 이런 몹은 또 처음 보네요.”
선우는 변이 프로그를 상대하면서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깔끔하게 죽일 기회를 몇 번 놓쳤다.
하지만 처음 보는 몬스터의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 건 중요했다.
새로 들어온 유저들에게 이미 정보를 받은 사람들이 설명을 대신 해줄 테니까.
“저건 변이 프로그 라는 몬스터입니다. 저도 인피니티 로드 가이드북을 봤지만 저런 건 본 적이 없어요.”
선우가 변이 프로그를 시청자들이 잘 볼 수 있게 시야를 돌렸다.
퀴아악!!
동시에 찢어지는 소음이 들리며 변이 프로그의 우악스런 아가리가 보였다.
채팅방이 놀라 뒤집어졌다.
-우아악!!!!!!!!!!!!!!!!
-꺆!!!!!!!!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깜놀 했네 ㄷㄷ
-와, 방금 나 심장 터질 뻔… ㄷㄷㄷㄷㄷ
-개빠르네… 무슨 개구리가 저렇게 빨라?
-저기 무섭다. 저렇게 어두운데 몬스터가 넘 빨러. 민첩 스텟 안 받쳐주면 그냥 누울 듯.
시청자들은 선우의 설명과 변이 프로그의 공격을 방어하는 걸 보면서 달풍선을 간간히 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달풍선 감사합니다!!”
선우가 감사하단 인사를 외치면서 변이 프로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공중에 떠오른 선우와 변이 프로그.
변이 프로그의 아가리가 쫙 벌어졌다.
선우의 블레스팅 소드가 그 사이를 찔렀다.
콰콰앙!!
깔끔한 일격이었다.
변이 프로그가 풍선처럼 터져버렸다.
-개멋있어. ㅋㅋㅋㅋㅋㅋ
-한방에 킬 각 떠버림 크으… 지젼….
-님 다른 몬스터들도 보여줘요. 궁금하다. 어디지? 위치 좀 알려주세요.
-진짜 히든 던전 맞는 건가?
선우의 사냥 플레이 한 번에 채팅방 분위기가 바뀌었다.
처음엔 코웃음 치던 유저들마저 선우가 보여주는 몬스터들이 가이드북에도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잠자코 방송만 지켜볼 뿐이었다.
“이제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선우는 스트리밍 방송을 유지하면서 한참을 던전을 떠돌았다.
던전에 들어온 지 벌써 15시간을 넘어 20시간에 가까워졌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변이 프로그들만 죽이는 걸 반복했다.
곧 레벨업을 할 타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음?”
선우가 무언가 인기척을 느꼈다.
던전의 안쪽 벽면에 수직으로 금이 그어져 있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들어가는 문 같은데….’
석문 같단 의심을 한 선우는 주저없이 블레스팅 소드를 금이 간 곳에 갖다 댔다.
자세를 잡고 검을 휘둘렀다.
쿠콰아앙!!
석문이 박살나자 예상했던 대로 또 다른 길이 나타났다.
선우가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곳곳에는 동굴 내부의 지하수가 고인 물웅덩이가 보였다.
가운데에는 잘 다듬어진 바위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로 빛줄기가 수직으로 뻗어 나오고 있었다.
‘바위에 빛이 나온다고? 그럴 리가 없… 혹시?’
선우는 무언가 직감하고 바위 쪽으로 뛰어갔다.
“역시!!”
바위 윗면 가운데에 세계수의 룬이 박혀 있었다.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또 다시 궁금증에 휩싸였다.
-뭐임? 저게 뭔데 좋아하는 거지?
-방장님. 그거 뭐예요?
-와 궁금하네 ㅋ
-보석인가? 아니면 퀘스트 아이템?
선우는 일단 대답보단 세계수의 룬을 꺼내려고 했다.
‘바위 가운데에 너무 정확하게 박혀 있어. 손으로 꺼내기는 불가능하고… 블레스팅 소드로 바위를 부숴버려? 아니지. 그러다가 룬까지 깨져버리면 퀘스트 실패잖아.’
세계수의 룬을 빼내려고 손가락을 집어넣었지만 소용없었다.
타닷!
갑자기 어디선가 물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선우가 등을 돌렸다.
휘이잇!
“으앗!”
어둠을 헤치고 날아온 화살이 선우의 얼굴을 향해왔다.
반사적으로 블레스팅 소드를 들었다.
칼날의 옆면으로 화살을 튕겨냈다.
-오!! 방금 본 사람?
-개간지다. 진짜 ㅋㅋㅋㅋㅋ
-방장님 액션 죽이네요. 난 화살 날아오는 거 보지도 못했는데 저기서 어떻게 막아내지? ㄷㄷ
-이분 전투력 장난 아니시네.
-근데 누가 활 쏜 거?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붉은 안광이 번쩍이는 갈색 피부의 엘프. 다크엘프였다.
“어떻게 인간이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