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wait, you will level up RAW novel - Chapter 79
제78화
선우가 있는 곳으로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이 다가왔다.
“이건 뽑기 머신이다.”
농수산 시장 같이 시끌벅적한 무기 시장에서도 혼자 고고히 서 있는 기계 장치가 있었다.
마치 현실의 오락기계를 본 떠 만들어놓은 것처럼 생긴 기계였다.
“뽑기? 뭘 뽑는 건데?”
“여기에 보면 숫자가 보이지? 이게 뽑기 1번 할 때 필요한 퀘스트 포인트야.”
라비트가 가리키는 곳에는 숫자 100이 쓰여 있었다.
“이쪽 버튼을 누르면 퀘스트 포인트를 입력하라는 말이 나와. 네가 갖고 있는 포인트를 입력한 뒤에 여기 손잡이를 옆으로 돌리면 뽑기가 시작되지.”
“주로 어떤 게 나오냐?”
“다양하게 나와. 무기, 방어구, 반지, 소환수 알, 비급, 마법서 등등”
“그래? 그러면 이걸 해봐야지.”
“야, 잠깐만. 이건 그냥 뽑기라서 운빨로 하는 거야. 다른 무기 쇼핑 다 하고 나서 더 살게 없고 퀘스트 포인트가 남았을 때 주로 돌리는 거라고.”
“내 포인트가 지금 100인데 이거 갖고 살 만한 무기가 몇 개 되는데? 10을 기준으로 1부터 몇까지 살 수 있는지 말해봐.”
“음~ 1이지.”
“거봐. 100포인트 갖고는 제대로 된 걸 사기 어렵잖아. 그러면 그냥 행운에 맡겨야지. 어차피 100점 날아가도 또 모으면 되는 거고.”
선우의 말에 라비트는 딱히 뭐라 반박을 하지 못했다.
“뭐, 그것도 그렇기는 하네. 근데 너 뽑기 잘하냐?”
“뽑기는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비켜봐.”
선우는 자신 있게 뽑기 머신 앞에 섰다.
“여길 만지면….”
띠링!
알림이 들려오며 눈앞에 반투명한 화면이 나타났다.
[뽑기 머신을 시작하려면 당신의 퀘스트 포인트 100을 입력하세요.]선우가 포인트를 100 입력했다.
화면이 사라지더니 알림이 들려왔다.
[뽑기를 시작합니다. 손잡이를 돌려주세요.]뽑기 머신의 손잡이는 마치 가스레인지의 불을 조절하는 버튼처럼 생겼다.
선우가 손잡이를 잡고 1바퀴 빙글 돌렸다.
끼리릭-
손잡이가 돌려져지자 뽑기 머신이 부들부들 떨었다.
“야, 이거 왜 이러냐? 고장 난 건가?”
“아니야. 이제 뽑기를 시작하고 있는 거다. 기다려봐.”
뽑기 머신에 하얀 빛이 일렁거리더니 확 하고 번졌다.
빛이 사라진 뒤에 알림이 들려왔다.
띠링!
[뽑기를 완료하였습니다. 아래의 출구에서 아이템을 받아가세요.]마치 자판기 음료수를 찾는 것처럼 선우는 뽑기 머신 하단 구멍에 손을 넣었다.
“음? 이게 뭐지?”
선우에게 라비트와 길드원들이 가까이 몰려들었다.
뭘 뽑았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게 뭐냐? 쓰레기 아냐?”
“비급? 아니면 마법서?”
선우가 뽑은 것은 낡고 헤진 종이가 누렇게 바랜 책자였다.
마법서라기엔 너무 얇았다.
“이거 비급서 같다.”
“비급서가 뭔데?”
“무공 같은 거 있잖아. 무투가 클래스들 많이 쓰지. 마법사들의 마법서 같은 템이니까.”
“아, 그렇군.”
선우는 자신이 뽑은 비급서를 펼쳐봤다.
그러자 알림이 들리며 화면이 나타났다.
띠링!
[기묘한 비급서]등급: 유니크
제한: 없음
내용: 인피니티 로드에 존재하는 기상천외한 비기가 기록된 비급서.
“음, 등급은 유니크인데?”
“뭐라고? 어디 봐봐.”
“진짜네. 와, 이렇게 생겨먹은 게 꼴에 유니크라고?”
“너무 보기 드물게 생겨서 그런 거 아닐까? 유니크한 쓰레기 뭐 이런 뜻이라던지.”
“야, 한 번 스킬 배워봐. 뭐 나오는지 보자.”
“맞아. 콜로세움 들어가면 어차피 맨손 격투 스킬도 필요할 때가 많거든.”
“그럴까?”
선우는 기묘한 비급서를 펼쳤다.
그러자 비급서 안에서 황금빛이 번쩍였다.
띠링!
[기묘한 비급서에 기록된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플레이어가 획득한 스킬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선우는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화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족발 당수]등급: 유니크
레벨: 1
공격력: 50/50
효과: 족발을 많이 먹을수록 스킬 레벨과 공격력이 올라간다. 매운 족발을 먹으면 특정 시간 동안 공격 시 적들의 눈물샘 자극.
옵션: 족발 뼈로 공격 시 물리 공격력 +5% 증가.
“응? 족발 당수?”
“뭔데?”
선우가 스킬 창을 켜서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에게 보여줬다.
“풉. 야, 이게 뭐냐? 족발 당수래.”
“뭔가 스킬이 되게 구릴 거 같다.”
“야, 그래도 유니크 등급이잖아. 뭔가 있나보지.”
“스킬도 스킬 나름이지. 족발 당수가 뭐냐? 장난 같잖아.”
길드원들은 저마다 선우의 스킬을 두고 품평회를 열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우는 상관하지 않았다.
“뭐, 스킬 이름이 뭐가 중요해? 전투에서 써먹기만 하면 되지. 어차피 메인 스킬도 아니니까.”
“맞아. 그러니 일단 콜로세움 준비나 하자고. 이번에 누가 출전하는지 확인이나 할 겸 콜로세움 가볼래?”
라비트의 말에 선우가 동의했다.
“그러지.”
* * *
아르콘 콜로세움.
대륙의 황제 아르콘 2세의 놀이터이자 아르콘 대륙 최고의 싸움터.
이곳에 들어온 자들은 모두 레벨업과 레벨 다운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템 드롭은 덤으로 감수해야 할 페널티.
그러므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죽여라! 죽여라!”
“야! 이 모지리들아!! 내가 니들한테 건 돈이 얼만데!!”
“마법을 써! 마법사들 뭐하는 거냐!”
콜로세움에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모두 플레이어들도 있었고 NPC들도 있었다.
콜로세움에 출전한 플레이어들을 응원하는 자들과 비난하는 자들.
그로 인해 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아우, 완전 개판 5초 전이네.”
“날마다 이러니까 적응하는 게 좋아.”
“여기서 시비 거는 놈들도 많으니까 혼자 다니는 건 가급적 삼가라고.”
록희가 팔짱을 끼고 어딘가를 응시하며 말했다.
“야, 챔피언 벨트를 두른 걸 보니까 챔피언 클래스 같은데. 뭘 째려봐? 불만 있냐?”
아니나 다를까.
말 끝나기 무섭게 어떤 플레이어가 록희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여긴 콜로세움이라고. 눈을 좀 공손하게 뜨고 다녀야 한다는 거 안 배웠냐?”
록희에게 시비를 걸어온 플레이어는 로마시대 검투사를 연상케 했다.
등에 메고 있는 건 쌍검. 허리에는 손도끼를 차고 있었다.
“하도 신기하게 생겨서 좀 쳐다봤다. 꼽냐? 꼬우면 한 방 치든가?”
록희가 대꾸했다.
“모두 진정해. 우린 여기서 싸움을 하려고 온 게 아니라고. 이봐. 쓸데없는 시비는 좀 자제해라.”
“흥, 싫다면 어쩔래?”
“야, 무슨 일인데?”
“뭔 일이냐?”
갑자기 플레이어 뒤로 다른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 검투사 차림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어깨 근육에는 쌍검이 X자로 표시된 문신을 한 것이 특징이었다.
“우린 데스 윙 길드다. 니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우리 막둥이한테 시비를 털어?”
“시비를 건 게 누군데?”
마강쇠가 앞으로 나섰다.
“어라? 가만 있자. 얘네들 걔들 아니야? 본 브레이크인지 뭐시긴지 하는 애들.”
“본 브레이커다.”
“푸훕. 그래 맞아. 생각났다. 본 브레이커. 아우 씨. 하마터면 이 멍청이들을 잊어먹을 뻔 했네. 고맙다. 이렇게 다시 기어와서 생각나게 해주고. 큭큭큭.”
데스 윙 길드.
아르콘 대륙 콜로세움에서 제법 승률 높은 길드 중 하나였다.
길드원들은 모두 검사, 혹은 마검사들로 이뤄졌으며 로마의 검투사 스타일로 아이템을 꾸미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봐. 우린 여기서 싸울 생각 없으니까 이쯤 하자고.”
“풉. 야, 싸울 생각이 없으시대. 어떻게 해줘야 되냐?”
“싸울 생각이 없으시다? 그러면 안 되지. 싸울 생각 들게 해줘야지. 이렇게~!”
후웅.
갑자기 플레이어 하나가 쌍검 중 하나를 뽑더니 휘둘렀다.
팔짱을 끼고 있던 록희가 가드를 올려 막은 후 펀치를 날렸다.
퍼퍽!
“아윽!”
“어쭈? 이 새끼 먼저 쳤어. 니들이 먼저 시비 걸었다.”
록희를 향해 달려드는 플레이어.
마강쇠가 해머를 꺼내들어 휘둘렀다.
파캉! 콰앙!
투콰콰콰!!
“어? 야! 싸움 났다!!”
“싸움 났다!”
갑자기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선우는 뒤로 슬쩍 물러나 있었는데 의도하지 않게 구경꾼들 속에 끼어버렸다.
“응? 어라?”
퍽! 퍼퍽!
써걱!
콰쾅!
“죽여라!”
선우는 구경꾼들 사이에 끼어버렸지만 굳이 빠져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잘됐네. 쟤들 실력 볼 기회가 없었는데 한 번 볼까?”
이 와중에 본 브레이커 길드원들의 실력을 확인하려는 선우였다.
“이야압!”
록희가 콤보 스킬로 시비를 걸었던 플레이어를 난타했다.
퍽! 퍽! 퍼퍽!
원투 펀치에 이은 훅과 어퍼컷.
그리고 붙어서 목 잡고 니킥이 복부에 꽂혔다.
플레이어가 쌍검을 휘둘렀지만 록희의 공격이 훨씬 빠르고 많이 들어갔다.
어느 쪽 생명력이 더 줄어들지는 안 봐도 뻔하다.
“이 새끼가!”
붕붕붕붕!!
플레이어는 쌍검을 마구 휘둘러대며 뒤로 물러났다.
“흐읍!”
위이잉.
록희가 정권지르기 자세를 취하더니 기합을 터뜨렸다.
오른쪽 주먹에서 적색 오러가 일렁였다.
파아앙!
록희의 정권이 발사되듯이 앞쪽으로 뻗었다.
쉬아악!
적색 오러가 록희의 주먹에 뭉쳐지더니 대포알처럼 발사되었다.
투팡!!
“크억!”
플레이어가 쌍검으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쌍검을 부숴버리며 적색 오러가 놈의 복부를 관통해버렸다.
“우와! 죽였다!”
“크하하! 역시 바깥싸움이 보는 맛이 있다니까!”
“안에 사람들 너무 많아서 짜증 났는데 잘 됐군. 야! 뭐 하냐! 더 시원한 공격 없냐!”
NPC들이 난리를 쳤다.
‘아우, 정신이 하나도 없네.’
선우는 분위기에 적응 중이었다.
라비트의 말대로였다.
아르콘 콜로세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곳답게 질서도 없었다.
그냥 약한 놈은 이유 없이 죽는 거였다.
“음, 이제 대충 분위기는 파악했으니. 나도 좀 거들어줄까?”
선우가 구경꾼들의 틈으로 빠져나갔다.
“으으, 젠장.”
록희에게 시비를 걸었던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사라지고 있었다.
“야! 저 새끼 죽여!”
파앗!
록희에게 달려들던 플레이어의 뒤에서 라비트가 도끼를 휘둘렀다.
푸거억!
“으악!”
엄청난 궤적을 그리면서 도끼날이 플레이어의 등을 갈라버렸다.
마나를 잔뜩 집어넣은 일격.
플레이어의 생명력이 순식간에 확 줄어버렸다.
다급하게 물약을 꺼내 마시려던 찰나.
“이야압!”
퍼퍼퍼퍽!
록희가 펀치를 속사포로 갈겨대며 연속공격을 퍼부었다.
“으걱, 컥!”
정신없이 맞던 플레이어가 또 누워버렸다.
“니들, 각오해라. 우릴 이겼다고 안심할 거 없어. 승부는 콜로세움이니까.”
“말이 많다. 허접떼기 주제에 뭐 믿고 시비 걸었냐?”
록희가 사라지는 플레이어의 몸뚱이를 툭툭 차며 조롱했다.
“야! 록희! 조심해라!”
다른 플레이어를 눕혀버린 마강쇠와 펠트리어가 외쳤다.
라비트가 미처 손을 쓰기 전에 록희의 뒤로 뭐가 날아왔다.
쉬이익!
챙강!
그리고 붉은 검신이 끼어들어 걷어내버렸다.
휘리릭.
콰직!
록희의 옆쪽으로 떨어진 건 맹독이 들어간 화살.
“음, 어떻게 하는 건지 대충 알 거 같다. 얘들아.”
선우가 플레임 블레이드를 어깨에 걸치고 귀를 후비적거렸다.
라비트가 놀란 눈으로 선우를 바라봤다.
‘화살이 날아오는 기척을 못 느꼈는데. 어떻게 이걸 막아냈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