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a Villain in This Life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탁.
정 목사가 [전도실]이라고 적혀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오시지요.”
“예.”
최철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전도실 안에는 서넛 정도가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중앙에 두고 마주 앉았다.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형제님.”
정 목사의 물음에 최철호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타닥 치며 말했다.
“목사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따로 연락받은 건 없었습니까?”
최철호는 급했다. 원내대표 선출이 가까워지는데, 아직 당선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빨리 신도들의 당원 가입과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금 속도는 너무 지지부진이었다.
그런 최철호의 닦달에 정 목사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 하셨습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으셨다고…….”
“성자님은 대체 뭐 하는 분이시길래 그리 준비할 게 많으신 겁니까?”
정 목사는 일그러지려는 얼굴에 신경을 집중했다.
‘참을성 없는 늙은이 같으니라고……. 헌금이라도 많이 내든가, 해 봤자 쥐꼬리만큼 내면서 더럽게 재촉하는군.’
다행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정 목사가 미안하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마음 같아선 형제님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싶지만…… 제 발언권이 그리 크지 않아서요.”
“후…….”
답답함의 한숨을 내쉬며 최철호가 정 목사에게 신신당부했다.
“혹시 위쪽에서 이 건과 관련해 연락이 오면, 저한테 최대한 빨리 알려 주셔야 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형제님은 항상 보면 성정이 급하신 것 같네요.”
“당신네가 느린 겁니다.”
최철호는 툭 쏘아붙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른 시일 내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 예배 때 뵙시다.”
“……저도 형제님께 좋은 소식 들려드리고 싶네요.”
탁.
정 목사는 전도실을 나가는 최철호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병신 같은 놈. 감히 우리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저런 일개 국회의원 따위, 성자의 손짓 한 번이면 이 나라에서 사라지게 할 수도 있었다.
잠시 감정을 가라앉힌 정 목사도 전도실을 나섰다.
복도로 나온 그는 사라지는 최철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신의 집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달칵.
정 목사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서 한 젊은 남자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돈을 세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목사님.”
“어, 윤 전도사.”
그의 맞은편에 육중한 몸을 털썩 내려놓은 정 목사가 물었다.
“이번 주 기부금은 얼마나 모였나요?”
“음……. 천만 원 정도 모였습니다.”
“천만 원?”
“예.”
“……윤 전도사. 잠깐 가까이.”
몸을 앞으로 기울인 윤 전도사의 뺨에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짝-!
“읍.”
“제가 이번 주에 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죠?”
“……1억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천만 원 모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건가요?”
“죄송합니다. 목사님.”
정 목사가 책상을 내리쳤다.
쾅!
“말했잖습니까! 매주 1억씩은 만들어야 한다고! 그래야 제가 성자님께 신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잖습니까!”
한참을 씩씩대던 정 목사가 숨을 고르더니, 이전의 그 자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번 예배 때는 제가 나설 테니, 전도사님은 형제자매님들이 천국에 상급을 가득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목사님!”
“그럼, 전 먼저 가 보겠습니다. 전도사님도 정리하고 내려오세요.”
“예.”
탁.
다시 복도로 나온 정 목사의 살찐 눈매가 얇아졌다.
***
“…….”
십 분 가까이 시간을 쓰며 건물 내부를 돌아다녔는데도 정작 선생과 관련된 증거가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이 정도면 건물 지하 같은 곳에 꼭꼭 숨겨 놨거나, 정말로 여긴 없다는 소린데…….
슬슬 예배실로 들어가니, 장의자에 앉아있는 최철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신도들도 예배 시작 직전이라 그런지 의자에 물 샐 틈 없이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옆자리에 슥 앉자 최철호가 이쪽을 보며 물었다.
“어디 갔다 왔나?”
“아, 잠시 화장실 좀 다녀왔습니다. 얘기는 잘 되셨습니까?”
“흠.”
최철호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정 목사랑 뭔가 문제가 있었나 본데.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자리에 앉자, 단상 위로 올라온 한 사람이 예배의 시작을 알렸다.
“금일 오후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착석하여 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이어 처음 듣는 찬송가가 지나가고, 단상으로 올라온 정 목사가 기도를 시작했다.
“오늘도 형제자매님들께 축복을 내려주시는 성자님께 감사하며, 항상 우리의 앞날을 밝혀 주시는…….”
앞으로도 잘 하겠다, 당신들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
대충 이런 내용의 설교를 마친 정 목사가 눈을 떴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아, 아. 오늘도 이렇게 모여주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멘!”
“그럼 금일 살펴볼 성자님의 말씀은, 천국에 쌓이는 보화입니다.”
그 뒤로는 들어줄 가치도 없는 개소리의 향연이었다.
현생의 돈을 아까워하지 말고, 헌금을 바치면 천국에 가서 더 큰 보답을 받는단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성자라는 존재에 강한 의심을 품고 있는 지금으로선 곱게 들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여러분. 천국에 재물을 쌓고 싶으십니까!”
“예!”
“고달픈 인생이 아닌,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고 싶으십니까!”
“예-!”
슥.
맨 앞에 앉아 있던 여성 둘이 헌금함으로 보이는 상자를 들고 일어났다.
앞자리부터 함이 쭉 돌았다. 사람들은 다들 봉투에서 돈을 꺼내 상자 안에 넣기 시작했다.
만원, 이만 원, 오만 원. 각자 형편에 따라 넣는 상황에, 옆에 있던 최철호도 익숙한 듯 봉투를 꺼냈다.
저기엔 늘 낸다던 천만 원이 담겨 있겠지.
헌금함이 이쪽으로 향하자 정 목사도 단상에서 내려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정 목사가 날 보더니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
“이주혁 형제님? 오늘 말씀은 어떠셨나요?”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은 충분히 홀릴 정도로 말솜씨가 제법이었지.
“하하. 이거 다행이네요. 형제님은 헌금의 의미를 이해하셨나요?”
“천국에서 돌려받는 적금 아닌가요?”
“하하.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지요. 대신, 천국의 이자율은 형제님의 상상을 초월한답니다.”
정 목사가 웃으며 두 팔을 벌렸다.
“이런 일화가 있죠. 성자님께서 이 땅에 재림하시기 전, 로마 제국에서 한 과부가 헌금을 내는 것을 보고 계셨습니다.”
시작된 목사의 스토리텔링에 주변 신도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 액수는 두 렙돈. 동전 두 개였죠. 하지만 성자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과부가 다른 부자들보다 많은 헌금을 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넣었지만, 저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다.’”
“…….”
“과부가 헌금한 두 렙돈은, 그녀의 하루 생활비 전부였던 겁니다.”
“그렇군요.”
“그러니 형제님. 헌금의 액수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과부처럼 생활비를 모두 낼 필요는 없어요. 여기 있는 모두는 자신의 믿음대로 헌금하고 있답니다.”
정 목사의 퉁퉁한 볼살이 올라가며 자애로운 표정을 만들었다.
“형제자매님들이 얼마를 내는진 상관없습니다. 모두 우리 새사람 교회의 구원 사업에 쓰일 거니까요. 또 성자님께선 그 마음을 보시고, 그대로 하늘에 계신 주께 전해 주실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천국에 도착하면, 그동안 낸 헌금과 지켜온 믿음만큼 보답받게 됩니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이자와 함께요.”
씨익.
슬쩍 옆에 앉은 최철호를 보니, 정 목사의 천국 은행론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얼굴로 헌금함에 돈 봉투를 넣었다.
돈이 아까운 듯 미련 넘치는 표정으로 말이다.
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던 정 목사가 직접 헌금함을 받아 들고 내게 이야기했다.
“이주혁 형제님도 헌금하시겠습니까?”
피식.
안 하면 역적이 되는 것처럼 입을 털어 놓고 뭘 물어?
그리고 어지간히 돈이 급했는지, 설교 대부분이 헌금 내라, 십일조 내라는 내용뿐이었다.
나는 혹시 이런 일이 생길까 싶어 품 안에 챙겨 온 지갑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제가 봉투를 준비 못 해서.”
“괜찮습니다. 하하.”
슥.
내가 지갑에서 꺼낸 천만 원짜리 수표에, 정 목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다.
“음. 좋은 곳에 쓰인다니 더 내야겠죠?”
태연하게 지갑에서 같은 수표 아홉 장을 더 꺼내, 총 열 장을 헌금함에 넣었다.
1억 원 쾌척.
“……!!”
얼마나 놀랐는지 저 작은 눈을 번쩍 뜨고 있는 정 목사를 향해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천국에 갔을 때 얼마나 페이백이 될까요?”
“형제님. 형제님은 반드시 천국에서 생각지도 못할 축복을 가득히 받으실 겁니다.”
정 목사가 웃는 돼지 같은 얼굴로 내 손을 붙잡았다.
슬슬 말을 꺼낼 타이밍이다.
“저, 그리고 목사님. 헌금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는데, 마치고 잠시 이야기 가능할까요?”
“아,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성자님을 위해 이 큰 금액을 헌금하셨는데요.”
나는 순간 욕심으로 번들거리는 놈의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왜 최철호가 욕심많은 돼지새끼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어떻게 해서든 이번 주 헌금의 최대 주주가 된 날 어떻게든 꼬드길 생각이겠지.
“목사님한테 여쭤볼 게 많거든요.”
“하하. 그럼 예배 마무리 짓고 뵙겠습니다.”
성자가 누군지. 새사람 교회가 공리회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한 게 아주 많았다.
정 목사가 헌금함을 품에 꽉 쥐고 단상 위로 올라가는 꼴이 우스웠다.
마이크를 다시 잡은 정 목사가 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모두 하늘에 상급을 쌓았으니, 이제 성자님을 찬미하며…….”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놈이 찬송가를 부르는 걸 지켜봤다.
‘내 질문에 잘 대답하는 편이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교회 안에서 불경한 짓을 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
정 목사의 기도가 끝나고, 사회자가 기나긴 예배의 끝을 알렸다.
예배가 끝나고, 정 목사는 나를 다시 찾아왔다.
오늘 수금을 쫙 당겨서 그런지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이네.
“형제님. 오늘 예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이런 좋은 말씀을 어디 가서 듣겠습니까. 하하.”
꾸며낸 미소를 지어 주자 정 목사가 양손을 펼치며 마주 웃었다.
“전 그저 성자님의 뜻을 형제자매님들이 알기 쉽게 풀어 주는 역할이지요. 그나저나 아까 저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하셨지 않나요?”
정 목사의 은근한 물음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랬죠. 혹시 단둘이 자리 좀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따라오시겠어요?”
“네.”
고개를 돌려 최철호에게 시선을 보내자, 놈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내가 순수한 목적이 아니라 최철호와 같은 이유로 정 목사한테 접근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다음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래. 이야기 잘 하고 보자고.”
“정 목사님. 들어가 보겠습니다.”
최철호의 말에 정 목사가 짐짓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녁 예배도 함께하시면 좋을 텐데요.”
“일정이 있어서. 다음 주에 뵙시다. 말씀 잘 나누세요.”
“예. 성자님의 뜻이 함께하시길.”
정 목사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날 돌아보며 말했다.
“형제님. 가실까요?”
“아, 네.”
발걸음을 옮기는 정 목사를 따라 교회의 복도를 걸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가면서 주변의 광경을 살폈다.
정 목사가 가는 길은 아까 건물을 둘러봤을 때는 시간이 없어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곳이었다.
끼익-.
복도를 가로막고 있던 커다란 문을 연 정 목사가 손짓했다.
“이쪽입니다.”
복도 반대편은 여기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밝은 인테리어인 여기보다 확 어두운 분위기였다.
정 목사의 뒤를 따라 문을 넘어가자, 복도 양옆에 고시원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들이 보였다.
[기도실] [회개실]상상력을 좋지 못한 쪽으로 발휘하게 하는 이름의 방들을 지나던 중, 옆으로 난 복도에서 한 남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정 목사를 보더니 허리를 꾸벅 숙였다.
“목사님.”
“네?”
“말씀하신 교화 끝났습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가 보세요.”
“예. 목사님.”
교화라. 좋게 들리진 않는 단어에 남자에게 시선을 던지는 순간.
“……!”
나는 남자의 셔츠 깃 사이로 보인 뭔가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천칭자리.
광신도 놈들에게 있던 그 표식이 이 남자에게도 있었다.
씨익.
‘이런 곳에 있으니 못 찾지.’
아무래도 내가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이번 생은 빌런이다
지은이 : 글빌런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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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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